[불편해소] 등산화 안쪽 텅(혀/tongue)이 말리는 문제의 해결
등산을 하시면서 등산화에 자꾸 신경이 쓰이시지 않던가요? 목이 낮은 (low cut) 등산화이건 중간 높이(mid cut)의 등산화이건 걷다보면 안쪽의 텅(혀/tongue)이 위쪽으로 밀려올라가는 문제를 겪지 않으셨던가요? 말하자면 아래와 같이 사진의 왼편은 끈을 묶는 보아 클로져 시스템(Boa closure system)이 장착된 바깥쪽이고, 오른쪽이 안쪽이죠. 등산화를 처음 신을 때는 괜찮지만 좀 걷다보면 항상 안쪽의 텅이 밀려 올라와 버립니다. 아래 박스 안의 형태처럼...
- 오른쪽은 텅이 밀려나오지 않습니다.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서와 같이 이상하게도 안쪽 텅만 밀려올라옵니다. 누구나 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텅이 밀려서 안쪽 벽(?) 위로 올라오면 그게 미세한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안쪽 발이 텅에 의해 지지되지 못 하는 약간의 불안감 같은 느낌이 옵니다.(이거 참 성가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발목 안쪽이 그 부위에서 뭔가 집히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가끔은 서서 텅을 등산화 안쪽으로 다시 집어넣고, 끈을 더 세게 묶는 일이 생깁니다. 근데 아무리 세게 묶어도 안쪽 텅이 밀려올라오는 건 막을 수 없지요.
그래서...
전 위와 같이 텅 안쪽을 신발에 고정해 버렸습니다. 내부를 실로 되는 대로 꿰맨 후에 그걸 접착제로 굳혀 버렸습니다. 이럴 경우에 '한쪽 텅이 고정되어 있어서 등산화를 신을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하고 몇 번 테스트해 보니 별 문제가 없기에 꿰매 버린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꿰매고, 접착제로 굳혀 버리니 이건 당현히 밀려올라올 수가 없죠.
처음엔 위와 같이 나일론 실로 꿰매기만 했는데, 등산을 하면서 보니까 안쪽 텅이 아무리 걸어도 밀려올라오지 않으니까 상당히 편하더군요. 이걸 꿰맨 후에 약 10km 등산로를 걸었는데, 집에 와 보니 한쪽 상단의 실밥이 튿어져있기에 그걸 다시 꿰맨 후에 실밥 처음과 끝을 미량의 순간접착제로 더이상 튿어지지 않게 고정했고, 다시 다목적 접착제로 꿰맨 부분 전체를 굳혀버렸습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텅이 완전히 고정되어 밀려올라오는 일이 없더군요. 사실 텅이 밀려올라오는 현상은 경사가 센 곳을 올라갈 때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한쪽이 밀려올라오면 그쪽으로 발목이 약간 비틀립니다. 텅의 기능 중 하나가 발목을 굽혔을 때 발의 수평을 정확히 유지해 주는 것도 있는데, 그게 양쪽 높낮이가 달라지면 당연히 불안정해지고, 제대로 지지를 해주지 못 하니 발목 부상의 위험에도 연결이 될 수 있지요.
그리고 한쪽 텅이 밀려올라오면 그 때문에 그 부위가 느슨해 지는 느낌을 가지게 되고, 그 때문에 보아 다이얼을 더 돌리거나 끈을 더 세게 묶는 일이 반복되게 됩니다. 끈은 적당한 세기로 묶어야 혈액순환에도 좋은 건데, 발목을 고정하겠답시고 자꾸만 조이게 되면 좋을 리가 없죠.
- 처음에 양쪽 등산화의 안쪽만 이렇게 꿰맸습니다.(접착제로 굳히기 전)
하여튼 이렇게 하고 나서 하루 등산로를 걸어보고 튿어진 부분만 더 꿰맨 후, 접착제로 굳히고 나니 그 후엔 아무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전혀 등산화에 신경을 쓸 일이 없이 잘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근데 다른 분들은 그런 고충들이 없으신가봐요??^^;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없는 걸 보면... 근데 전 이런 문제를 아이스하키나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던 시절에 이미 겪었거든요. 그 땐 그런 문제로 인해서 발목 안쪽이 까져서 항상 양쪽의 발목 안쪽이 멍이 든 채로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스케이팅을 할 때는 에지를 많이 주느라고 발목의 각도를 많이 꺾다보니 그 부위에 힘이 집중되어 상처까지 나는 것이죠.
그러다가 호주의 인라인 스케이트 제작사인 본트(Bont)에서 그 문제를 해결한 부츠를 생산해 주더군요. 안쪽 텅에 후크(hook)를 달아서 그게 움직이지 못 하게 고정을 해줬던 것입니다. 세계적인 부츠 전문 제작사에서 그런 해결책을 낸 걸 보면 같은 문제로 고생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에 대한 어필이 없어서 그런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산화 회사는 아직도 없더군요. 그냥 민감한 사람만 그런 문제를 겪으면서 불편함을 느끼고 사용자 스스로 해결을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개는 이런 일로 고민을 않으시는 것 같지만 저는 엄청나게 불편한 일이었기에 혹시 같은 고민을 하셨던 분들은 없는가하여 이 글을 씁니다.^^ 그 경우, 골아파하실 필요 없이 그냥 안쪽을 꿰매 버리면 됩니다. 근데 그게 경사각이 센 곳을 등산하다보면 힘을 받아서 실밥이 터지니 실밥이 안 터지게 미량의 순간접착제로 실끝을 고정하시거나 꿰맨 부위 전체를 (절대 순간접착제가 아닌) 다목적 접착제(소위 본드)로 접착하세요. 더 확실한 방법은 아주 강하게 에폭시(Epoxy)로 접착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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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이렇게 하면 등산화 하나 버리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나요? 그런 경우는 일단 꿰매기만 해서 사용해 보시고 아니다싶으면 꿰맨 걸 다시 튿어내면 됩니다. 만약 괜찮다 싶으면 그 다음 단계로 접착을 해서 쓰시고요. 전 당연히 꿰매고, 접착한 등산화로 여러 달째 아무 문제 없이 편한 마음으로 등산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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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별나서(?) 그런 작은 불편을 참지 못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일단 남들이 뭐라건 전 제 식 대로 사는 거죠.^^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와 ! 너무 섬세 하시게 말씀 해 주십니다 짱!! 모두들 기뻐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