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456 좋아요 0 댓글 0

축령산(祝靈山, 886.2m)과 서리산(霜山, 832m) 종주

 

 

[2021/05/23, 일] 축령산은 "경기도 남양주시와 가평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원래는 어제(토) 지난번에 길을 잘못 선택하여 원치 않은 코스를 갔던 "예봉산-적갑산-운길산-수종사-수종사 입구"의 코스를 제대로 가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집사람이 바빠서 함께 못 간다고 하여 포기했다. 거긴 등산길과 하산길이 달라지기에 함께 가서 집사람이 하산길에서 날 기다려줘야하니까...

 

원래 오늘은 등산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점심을 먹고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2시가 가까운 시점에서야 집을 나섰다. 어딜갈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얼마 전에 유천석 부장님께서 언급하셨던 봄이면 철쭉꽃이 무성한 산인 서리산에 가보기로 했다. 서리산은 축령산의 바로 옆에 있는 산인데, 축령산이 유명하기도 하고, 더 높다보니 그 두 산 중에서는 축령산이 주봉으로 생각되는 듯하다. 워낙 늦게 집을 출발한지라 두 산 중 산행거리가 좀 짧은 서리산의 정상에만 들렀다 오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생각한 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3시가 가까운 시각에 서리산 출발점인 축령산자연휴양림의 제2주차장에 도달하니 '좀 빨리 움직이면 어둡기 전에 축령산과 서리산을 종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시56분에 제2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축령산부터 오르기 위해 제1주차장쪽으로 가서 등산을 시작했다.

 

인터넷의 관련 정보를 보면 축령산 정상의 높이가 879m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축령산 정상에 올라가보니 그곳의 정상표석에는 886.2m라 표시되어 있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긴 건지 모르겠지만... 

 

고려말 이성계가 이 산에 와서 사냥을 했는데 사냥이 잘 안 됐고, 몰이꾼들이 산이 신통하고도 영묘하니, 즉 신령(神靈)하니,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하여 그리하니 사냥에 성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靈)에게 기원한다는 의미로 빌 축(祝)자를 포함하여 축령산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축령산은 그런 산신제, 고사(告祀)의 전통을 가진 곳이어서 산악인들이 매년 등산을 시작하는 시산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며, 소위 한국의 100대 명산(산림청 선정)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축령산은 자연휴양림으로 잘 알려져있고, 축령산의 동쪽 기슭에는 그 유명한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이 있다. 

 

전에 이 부근 수동에 온 일이 있고, 집사람과 함께 몽골문화촌에도 들른 일이 있다. 그리고 언젠가 가평 부근의 베네스트골프장에 온 길에 축령산자연휴양림에 들른 일도 있다. 또한 수동에서 올라갈 수 있는 철마산(鐵馬山, 711m)에도 고교후배인 윤정주 선생과 함께 오남리의 호수공원에서 출발하여 올라간 일이 있다. 하지만 정작 축령산은 첫 등산이다. 

 

앞서 말한 바, 축령산 바로 옆엔 서리산(霜山, 832m)이 있어서 이 두 산을 함께 종주하는 코스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그 종주 코스는 "매표소삼거리(혹은 제2 주차장)-제1주차장-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 정상-억새밭삼거리-서리산 정상-철쭉동산-매표소삼거리"이며, 대략 4시간에서 5시간이 걸리는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서리산의 서리는 우리가 아는 바로 그 서리, 추운 날 아침에 하얗게 맺히는 서리(霜)인 것이다. 서리산은 서울 근교에서 가장 유명한 철쭉꽃의 명소이다. 올해는 날이 더워서 거의 보름은 일찍 봄이 오는 바람에 철쭉꽃이 이미 다 져버렸지만 5월초까지만 해도 철쭉꽃이 서리산 철쭉동산에 만발했었다고 한다.(참고: https://youtu.be/8F-x5i3hZDI ) 5월 23일(일)인 오늘은 당연히 그 장관을 경험할 수 없었지만 50년이나 되었다는 철쭉나무 고목이 즐비한 철쭉동산 부근 능선을 걷는 것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머릿속으로 철쭉꽃을 상상하면서 걷게 되었으니...

 

축령산은 남양주의 명산 중 하나인 천마산(812m)보다도 70m 이상 높은 산이고 등린이들, 즉 등산 초급자들에게는 권치 않는 산이라 한다. 처음 올라가는 산이나 뭐 다른 산행과 별 다를 것이 없으니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한 시각이 2시56분이다 보니 서리산만 올라가지 않고 축령산까지 포함하여 남들처럼 그걸 5시간이나 걸려 내려온다면 저녁 8시는 돼야 출발점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니 좀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이런 짓은 정말 안 해야 하는데...^^; 안다. 하지만 항상 약간의 무리수를 두는 게 내 문제 중 하나이다. 이 근자감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는데...)

 

축령산의 이정표는 곳곳에 서 있어서 그로 인한 문제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정표의 표시에는 약간의 문제가 보이긴했다. 내려올 때 보니 제1주차장 표시가 있기에 그리로 계속 내려가는데 다음 이정표에서는 그게 사라지고 관리사무소로 되어 있었으며, 거기서 더 가서 만난 이정표에는 제2주차장이라고 쓰여있었다. 이런 이정표는 처음 봤다.^^; 그것 외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축령산으로 올라가는 능선길은 중간에 축령산 입구나 수동 등을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몇 개 있어서 좋았다. 계속 산길만 걷는 것보다는 산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으면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수리를 닮은 수리바위를 지나 남이장군의 전설이 깃든 남이바위가 있는데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자 했다. 그런데 여러 등산인들이 거기서 쉬고 있기에 혼자 뻘쭘해서 거긴 못 들르고 그냥 지나쳤다. 

 

항상 등산을 하면서 물 마시기(hydration)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목이 안 말라도 때가 되면 마셔주는 게 좋은데, 오늘은 마음이 급해서인가 목이 마르지 않아서 물도 안 마시고 올라가다 보니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억지로(?) 물을 마시기도 했다. 축령산 정상에 올라가니 최근에 철마산 아래로 이사를 온 길에 한 번 올라와봤다는 한 중년의 부부가 있었다. 작정을 하고 올라온 것이 아닌 것 같고,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있기에 "혹 물을 가져오셨냐?"고 물으니 아니나다를까 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물을 건네드렸더니 무척 고마워하였다. 아마도 나중에 등산을 하는 경우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축령산 정상에서 서리산으로 향하는 능선은 상당히 맘에 드는 큰 길도 나오고, 아주 좁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싱글길이라 부를 만한 길도 많아서 다채로웠다. 축령산은 왠지 좀 남성적인 산의 느낌이었는데 거기서 서리산 정상에 이르고 산행을 하니 그 산은 축령산에 비해서는 여성적인 느낌. 서리산의 철쭉동산에 이르니 그 주위 전체가 다 50년 이상된 철쭉고목들이 즐비하다. 철쭉꽃이 만발할 때 오면 굉장할 것 같다. 철쭉동산 부근의 좁은 길은 철쭉 터널 같이 위에서 맞닿아있어서 가끔은 고개를 숙이고 걸어야할 정도였다. 

 

서리산 정상에서 철쭉동산까지는 등산로에 계속 코코매트(야자섬유 매트)가 수백 미터나 깔려있는 것도 특이했다. 그리고 두 산엔 가끔 나무의 수종을 알려주는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등산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자체의 좋은 서비스라 생각되었다. 거길 지나자 축령산자연휴양림의 등산 출발점이 멀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산길은 빠르게 걷거나 뛰게 되니 등산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출발점에 내려와 보니 총 9.41km를 3시간37분에 걸쳐 산행을 했던 것인데, 실제 이동에만 걸린 시간은 2시간 29분이었다. 평균이동속력은 3.8km/h였다. 뛸 때의 속도는 13km/h 정도 되었고... 결국 6시가 약간 지난 시각에 하산한 것이라서 전혀 어둡지 않았고, 내가 원하는 정도의 시각에 도착한 것이니 다행이었다. 

 

앞으로는 이런 식의 즉흥적인 등산은 좀 피해야겠다. 제2주차장에 돌아와보니 주차장에 가득했던 차들이 내 차를 제외하고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그걸 보며 반성했다. '앞으로는 좀 일찍 가서 일찍 집에 오는 걸로 해야겠다.'고...

 

chook17.jpg

 

- 축령산 정상

 

chook11.jpg

- 서리산 정상

 

-----

 

chook07.jpg

- 축령산, 서리산 종주 코스

 

chook10.jpg

- 중간 수리바위에서 내려다 본 수동.

 

chook09.jpg

- 중간의 수리바위 전망대에서의 조망. 주밍으로 확대해 봤다. 

 

 

chook25.jpg

- 중간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

 

chook02.jpg

- 가까운 수동은 물론 멀리 화도까지 보인다.

 

 

chook17.jpg

- 축령산 정상의 탑을 배경으로...

 

chook04.jpg

- 축령산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몽골문화촌

 

chook23.jpg

- 축령산 정상에서 만난 다람쥐

 

chook13.jpg

- 축령산 정상의 이정표

 

chook18.jpg

- 축령산(祝靈山, 886.2m)

 

chook12.jpg

-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가는 도중에 오즈모 액션의 배터리가 다 소진되어 교체하는 중. 뒤에 멀리 보이는 것이 축령산이다.

 

chook06.jpg

- 축령산에서 서리산으로 가는 중에 본 이정표. 앞서 내려온 축령산 쪽으로 향한 이정표이다.

 

chook03.jpg

 

chook08.jpg

 

가지 않은 길

 

By 로버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두 갈래의 길이 있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수풀 속으로 굽어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의 발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chook20.jpg

- 서리산 정상의 이정표

 

chook14.jpg

- 서리산(霜山, 832m) 정상

 

chook24.jpg

 

 

 

 

 

 

 

- 서리산의 서리는 서리 "상(霜)" 자의 그 서리.

 

chook26.jpg

- 축령산, 서리산 종주 기록.

 

chook15.jpg

 

 

 

chook16.jpg

 

chook01.jpg

 

chook21.jpg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PNG파일 업로드는 불가합니다-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PNG파일 업로드는 불가합니다-

0개 첨부 됨 ( /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날짜 조회 수 글쓴이 좋아요 이름
39 후기 양평 산수유마을 뒷산, 추읍산(칠읍산)에 오르다. file 2021.10.19 411 Dr.Spark 0 박순백
38 소개 우중등산 후 비에 젖은 등산화를 말리는 방법과 편리한 도구들 file 2021.10.14 1820 Dr.Spark 0 박순백
37 소개 워터 블래더(water bladder) 사용의 필요성, 구입 방법,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청소 도구 세트 file 2021.10.14 929 Dr.Spark 0 박순백
36 후기 포천 백운산 및 도마치봉(주봉보다 더 높은 봉) 등산 2 file 2021.10.10 897 Dr.Spark 0 박순백
35 후기 북한강을 보러 간 화야산-고동산 종주(삼회리 사기막 출발) file 2021.10.09 511 Dr.Spark 0 박순백
34 후기 용문산 정상, 가섭봉을 다른 두 분과 함께... file 2021.10.07 282 Dr.Spark 0 박순백
33 리뷰 워터 블래더(수낭, 물주머니) 튜브 고정용 자석식 클립 file 2021.10.07 1218 Dr.Spark 0 박순백
32 후기 문호리 푯대봉과 알바 천국, 매곡산 file 2021.08.31 597 Dr.Spark 0 박순백
31 소개 [아웃도어 큐레이터] 외국인이 엄청 놀라는 한국의 독특한 등산문화와 풍경 BEST 5 4 file 2021.08.26 1465 Dr.Spark 0 박순백
30 후기 어드벤처 게임을 하듯 재미나게 오른 홍천 팔봉산(八峰山) 2 file 2021.08.19 348 Dr.Spark 0 박순백
29 소개 설악산 중청대피소 철거 논란 9 file 2021.08.19 1151 Dr.Spark 0 박순백
28 후기 경기도에서 가장 멋진 산, 운악산(雲岳山) file 2021.08.13 757 Dr.Spark 0 박순백
» 후기 축령산(祝靈山, 886.2m)과 서리산(霜山, 832m) 종주 file 2021.08.12 456 Dr.Spark 0 박순백
26 후기 경기오악(京畿五岳) 중 하나, 감악산(紺岳山) file 2021.08.09 612 Dr.Spark 0 박순백
25 후기 두물머리가 내려다 보이는 예빈산(禮賓山) 등산 file 2021.08.07 395 Dr.Spark 0 박순백
24 후기 철원(鐵原)의 명산, 금학산(金鶴山) file 2021.08.05 467 Dr.Spark 0 박순백
23 후기 운길산, 수종사, 그리고 등산 file 2021.08.05 252 Dr.Spark 0 박순백
22 후기 광주시-하남시의 진산(鎭山) 검단산 등산 file 2021.08.03 363 Dr.Spark 0 박순백
21 후기 아차산, 용마산 산행 - 가벼운 트레킹이 가능한 347m의 낮은 산 file 2021.08.01 322 Dr.Spark 0 박순백
20 후기 연천, 철원 접경의 고대산-등산 가능한 최북단의 산 file 2021.07.29 664 Dr.Spark 0 박순백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