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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3.05.13 12:36

식혜 만들기 세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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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만들기 세 번째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던 식혜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그걸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이 처음 해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그걸 이제껏 못 하고 있다가 얼마 전에 그걸 직접 만들어 보게 되었다.( https://www.drspark.net/sp_freewriting/5744628 )

 

처음 만드는 것이라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만든 게 처음부터 제대로 식혜 맛이 났다. 실은 처음 만든 걸 마셔보며 ‘이맛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유는 냄새는 비슷한데 맛이 너무 밋밋했기 때문이었다. 음식이라는 게 향과 맛이 다른 게 아닌가? 생각해 보니 그 당도(糖度)를 맞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설탕을 적당히 넣었더니 “어머니의 식혜” 그대로의 맛이 났다.

 

식혜를 만들 때 재료의 양을 정확히 한 것도 아니었고, 발효 시간을 정확히 정해준 것도 아니었다. 하긴 발효를 4~6시간, 혹은 그 이상으로 해도 된다는 거였고, 모든 재료의 양이 딱히 정해진 게 없었으니까.(웹에서 찾아본 식혜 레시피는 만드는 사람마다 달랐다.) 그러니까 적당히 만들어서 맛만 좋으면 되는 게 식혜였다.^^;

 

처음 만든 것은 엿기름가루를 물에 풀고 그걸 우려내다가 베보자기에 넣고 짠 물을 앙금을 가라앉힌 뒤에 그걸 전기밥솥에 넣었다. 거기다 미리 만든 고두밥을 넣고, 발효가 더 잘 되게 설탕 한두 스푼을 넣은 후 4시간 정도 보온을 해주면 되는 것이다. 나중에 식혜를 큰 남비 등에 옮긴 후에 설탕으로 당도를 조절해 가며 살짝 졸여주면 모든 일이 끝나게 된다. 이 작업 중에 생강(生薑)을 썰어넣어 그 향을 입혀도 된다고 했다.(생강은 발효 과정에서 넣어도 된다고...)

 

그렇게 만든 게 성공적이어서 두 번째로 만들 때는 엿기름의 앙금을 덜 가라앉힌 상태에서 발효를 시켰다. 그걸 다 가라앉힌 비교적 맑은 물을 발효시키는 이유는 결과물이 보기 좋게 하기 위함이란다. 근데 두 번째 시도에서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앙금이 더 포함된 상태에서 발효를 시키면 식혜의 풍미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해서였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그러는 편이 훨씬 더 진한 향과 맛을 내주었다.

 

페트병 댓병 두 개를 꽉 채울 만큼 만든 걸 오늘 아침까지 다 마셨다. 그래서 좀 전에 세 번째로 식혜를 만들었다. 이번엔 발효를 시키면서 생강 조각을 미리 넣어주었다. 한 번 하는 게 어렵지 그 후부터는 생각나면 만드는 게 가능해 진 것이다. 이번엔 발효 시간을 6시간으로 늘려 보기로 했다. 뭔가 맛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시작이 반이 아니다. 시작이 전부를 결정한다. 그래서 시도해 보는 게 성공이 될 수도 있다.

 

IMG_6237.jpeg

- 식혜를 발효시기키 위해 전기밥솥에 넣었다. 위에 생강 조각들이 떠있다.

 

IMG_6238.jpeg

- 두 번째로 만든 식혜의 마지막 한 컵. 사실 식혜를 이런 스테인리스 컵에 마시는 건 반칙이다.^^; 그 재질은 향과 맛을 날려버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집사람이 너무 찬 게 싫다고 해서 이 컵에 담아 찬기를 날려보내는 중에 찍은 것이다.

 

IMG_6235.jpeg

- 엿기름 가루를 물에 불궈 베보자기로 짜낸 찌꺼기이다.

 

IMG_6236.jpeg

- 보리를 싹을 낸 후에 그걸 갈아서 만든 엿기름. 그렇게 하면 거기 아밀라제(아밀레이스) 효소가 많이 생긴다는 걸 알아낸 조상님들의 지혜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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