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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부터 스키와 인라인을 타기 시작했으니 연륜은 제법 쌓였을 법도 하다. 몇 년 전 아주 친한 지인 한 분이 인라인을 타다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후 인라인에서 자전거로 전향을 했으니 이 또한 유행에서 그다지 뒤쳐진 것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다지 시리어스하지 않은, 주말에만 대충 동네 한 바퀴 도는 수준의 라이딩을 즐기는 수준일 뿐더러 최근 몇 년 간은 스키장조차 가 보질 않은 입장에서 스포츠글라스의 리뷰를 작성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일이다. 

왼쪽과 오른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큰 데다가 양쪽 모두 심한 난시, 난시의 각도는 90도 정도로 어긋나 있다. 80년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했지만 세 번에 한 번은 눈에 제대로 맞지 않는 안경 때문에 다시 맞추곤 할 정도로 까탈스런 눈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맞추고 적응해 놓은 안경을 벗고 다른 무엇을 눈에 걸친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슬로프를 내려 올 때는 자외선과 바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글과 도수클립의 조합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눈이 편하지는 않았다. 늘 눈에 맞는 안경과 선글라스를 함께 가지고 다니면서 슬로프를 내려와서는 고글 대신 쓰고 다녔었다. 

인라인을 탈 때는 그다지 스포츠글라스의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었던 것 같다. 한참 탈 때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양재 시민의 숲에서 당산역까지 인라인으로 퇴근을 했었지만 평소 쓰는 안경으로 충분했다. 지는 햇살이 불편할 땐 선글라스로 해결했다. 어쩌면 스포츠글라스의 튀는 디자인이 부담스러웠던 것일수도 있고, 스키 고글의 불편함이 머리에 남아 있었던 탓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스포츠글라스를 하나 장만해 볼까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기회가 생기면 지인의 것을 빌려서 써 보기도 했었지만 워낙 동양적인 두상을 가지고 있던 터라 어떤 모델은 코받침이 닿지를 않고 렌즈가 광대뼈에 얹혀 지기도 하고, 어떤 모델은 도수를 넣으려면 고가의 맞춤 렌즈를 사용해야 했다. 뱃살 확장 방지 차원의 동네 한바퀴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뚜르 드 몽드 선수 수준의 장비는 낭비일 뿐이다.

이런 와중에 스키돔에서 진행한 안나푸르나 스포츠글라스 체험단 행사는 나로서는 아주 유익한 행사였다. 실제 모델을 받아 한 달 여 사용하면서 그간 가지고 있던 생각도 바뀌기도 했고, 아쉬운 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저런 내용을 가감없이 정리하여 공유하는 것이 체험행사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1. 외관 및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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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에서 무작위로 꺼내 받은 모델은 01번, 샤이니 블랙이란 모델이다. 렌즈는 주황색으로 코팅되어 있고 그닥 심하게 빛을 차단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아주 밝은 대낮에도 눈이 부시지는 않을 정도이고, 꾸루무리한 날이라도 어둡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프레임은 전체적으로 유광의 검정 플라스틱으로 구성되어 있다. 렌즈틀과 다리의 경첩 부분에 안나푸르나라는 로고가 금속성 느낌으로 각인되어 있다. 렌즈 프레임과 다리는 분리될 수 있어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가 용이할 것 같다. 다리 끝 부분에는 고무로 감싸여져 충분한 마찰력을 확보하고 있고 내부에는 신축성있는 금속으로 구성되어 있어 두상에 맞게 다리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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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디자인은 깔끔하다. 전체적인 블랙의 프레임과 주황색 코팅렌즈의 색 배합은 위화감 없이 잘 조화된다. 다만 프레임의 두께를 볼 때 이 모델은 어느정도 heavy-duty용이 아닐까 싶다. 좀 더 가볍게 만들어 무게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커다란 박스안에 있던 다른 모델들이 궁금해진다. 

안경 사용자를 위해 별도의 도수클립이 준비되어 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 밖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예전 스키 고글에는 까만 철제 테두리의 도수클립을 끼우는 바람에 어딘가 곤충스럽게 보였던 것을 생각해 보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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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착용감

튼튼한 다리와 고무 부분의 탄력성 있는 금속 재질 덕분에 확실하게 귀 윗쪽으로 고정되는 느낌이다. 코받침의 높이를 적절히 조절하니 무게감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한 곳 불편하거나 자극이 되는 부분은 없다. 마치 익숙해진 안경을 쓰는 것 느낌이다. 도수클립을 끼우고 나서도 크게 불편한 점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도수클립이 플라스틱 프레임인 관계로 처음엔 시야에 조금 걸리적거리는 듯하지만 금방 익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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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도수클립이 렌즈와 딱 맞닿아 있는 것이 조금 걸린다. 장시간 격렬하게 운동하다 보면 도수클립과 닿는 부분에 상처가 생기지 않을런지... 나야 도수클립을 빼고 쓸 일은 없을테니 상관없지만... 

라이딩시의 착용감도 좋다. 단단히 붙잡고 있어 흔들리거나 빠질 염려는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압박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리 중반 이후 금속과 고무 결합 부분이 탄력있게 고정되어 있는 덕분인 것 같다. 자전거 라이딩과 같이 끈임없이 진동이 발생하는 운동에서 스포츠글라스와 피부 사이에 지속적인 마찰이나 자극이 발생한다면 바로 화상이나 피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안나푸르나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3. 성능

스포츠글라스의 성능이라면 무엇을 내세워야 할 지 고민스럽긴 하다. 일단 일반 안경이나 선글라스의 경우 흔히 겪게 되는 바람으로 인한 눈의 시큰거림이나 눈물 흘러내리는 현상은 안나푸르나 모델에서는 전혀 겪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코받침으로 적절하게 얼굴과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답답함 역시 느낄 수 없었다. 

코받침으로 아래쪽에 공간을 확보하고 곡률을 가진 프레임의 디자인으로 위쪽의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안면에 자연스러운 공기의 흐름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쾌적한 바람을 얼굴 전체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지나친 바람으로 인한 안구의 불필요한 수분 증발은 막을 수 있게 되는 듯 하다. 스포츠글라스의 역할 중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자연스러운 공기의 흐름 덕에 열심히 달리다 보면 체온 때문에 안경에 습기가 생기던 현상 역시 사라졌다. 안경의 습기는 안과 밖의 온도 차이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은 날이 선선해 지는 가을 무렵에 다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그 밖에 렌즈는 아주 튼튼히 보인다. 일부러 낙하 테스트나 충돌 테스트를 해 볼 수는 없었지만 이따금씩 라이딩 도중 작은 돌이 날라와 렌즈에 부딪히는 경우도 있었고, 단단한 껍질의 곤충이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 다시 확인해 보니 렌즈엔 아무런 흠집도 없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돌조각이 와서 부딪힐 때는 '이러다 깨지면 어쩌?'하는 염려를 살짝 했던 것은 사실이다.  

4. 총평

이런 종류의 물건에 문외한인 필자가 제품에 대해 평가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른 고가의 외국 제품을 사용해 본 적도 없고, 기껏 비교할 수 있었던 것이 스키 고글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체험단의 기간이 끝나가는 지금, 이 제품을 반납하는 대신 구입할 생각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예닐곱 번 자전거 라이딩에서 사용하면서 아쉬운 점이 거의 없다. 도수클립도 생각보다 눈에 잘 맞는다. 차광되는 빛의 양도 적당하다. 다만 디자인이 좀 투박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 정도는 튼튼함에 대한 신뢰와 충분히 교환 가능한 부분이다.  

게다가 스키돔에 제시되어 있는 안나푸르나의 AS 정책은 과연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파격적이다. 구입후 몇 년이 아닌 '제품이 단종된 이후 5년' 이라니. 믿기 힘든 분들은 스키돔의 홈페이지를 검색해 보시길. 정밀한 전자부품이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닌 스포츠글라스가 1-2년 이내에 고장을 일으킬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대신 3-4년 사용하다 보면 렌즈에 상처도 많이 생기고, 코팅도 벗겨지고 해서 교체의 필요가 생긴다. 스키돔은 이러한 제품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사용자의 입장을 이리도 철저히 반영한 제품이 있었던가 싶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체험단 활동으로 작성하는 이용후기가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는 없다. 어느정도 호의가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한 달 동안 사용했던 안나푸르나의 제품에 충분히 만족한다. 그리고 그 제품에 책정되어 있는 판매가격을 보며 내심 염려가 크다. 생산 원가야 당연히 커버가 가능하겠지만 마케팅 비용과 재고 비용, 물류비용, 게다가 유상으로 처리된다고 하더라도 단종 이후 5년간의 AS에 소요되는 이런 저런 비용을 그 가격으로 감당할 수 있을런지 심히 걱정이 된다. 

아무튼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도 좋은 평판을 받고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을 지키려는 소비자의 노력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이 내용없는 부실한 사용기도 그러한 작은 노력의 하나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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