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앙키(Bianchi)의 2019 올트레 XR4 시승
전설적인 명차 비앙키(Bianchi)의 기함급 사이클(2019 Oltre XR4)을 04/28(일)에 시승해 봤다. 이를 "기함급"이라 표현한 것은 이제는 비앙키의 제품군에 진짜 기함인 스페셜리시마(Specialissima)가 새로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격이 물경 12,143,000원이나 한다. 이 프레임에 장착된 캄파놀로(Campagnolo)의 변속기가 전동이 아니다보니 그래도 싼 거(???)란다.-_-
비앙키 사는 1885년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 에도아르도 비앙키(Edoardo Bianchi)에 의해 창립되었으니 2019년 현재 무려 134년의 역사를 지닌,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초의 자전거 회사이다. 이런 장구한 역사를 가진 회사가 오늘 날에도 그 창업 정신을 잊지 않고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비앙키 사와 체레스터 그린(상징색)
위의 도안은 비앙키 사의 창립자인 에도아르도 비앙키가 왕에게 자전거 타기를 가르친 후에 사용하게 된 문장과 청록색의 비앙키 로고타입, 그리고 이 청록색이 이탈리안(라이더)의 정열임을 암시하고 있다. 위의 청록색은 비앙키의 공식 색상이고, 대부분의 자전거 라이더들은 그 색깔 하나로 비앙키를 연상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바이크의 수많은 색상 중에서도 최고의 아름다운 색깔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색깔은 비앙키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책자 등의 인쇄 상태나 모니터의 특성에 따라 색상이 좀 달라보이는 경우는 있지만, 비앙키 사는 원래 시장 표준으로는 Pantone 사가 정한 색깔 규격 #332(번)의 체레스터 그린(청록) 색상을 택했었다. 하지만 비앙키 사는 #333C를 선택하기도 하는 등 비교적 다양한 12색의 옵션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227 색을 공식 색상으로 선포하고 이 색깔 위주로만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한 때 비앙키 사가 보다 다양한 색상으로 제품을 출시하려했으나 그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이 있었고, 그에 따라 소비자 선호 색깔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던 사실과 관련된 일이다. 결국은 총 51,000표 중 7:1의 압도적인 표가 #227에 몰렸던 것이다. 그로써 체레스터 #227은 비앙키의 공식 색상(official color)으로 정해진 것이다. 아래는 그 사실을 토대로 한 광고이다.
비앙키 올트레 XR4의 시승
내가 비앙키 자전거에 대해서 가졌던 환상도 바로 저 색깔의 프레임을 본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설의 자전거, 전통의 청록 색상을 한 비앙키를 한 번 시승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마침 바이클로 일산점이 비앙키+캄파놀로의 완성차로 시승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첫 번째로 시승해 보기로 했다.
- 바이클로 일산점 매장 앞의 시승 관련 POP(Point Of Purchase) 홍보 자료.
위의 POP에서 비앙키 자전거는 (사진에 말고는) 온데간데 없이 "캄파놀로 최신 12단 무료 체험 이벤트"라고만 나온다. 그리고 그 후원사는 이탈리아의 캄파놀로 사이다.(주관사인 (주)대진인터내셔널은 수입사이다.) 물론 12단의 최신 변속 및 구동계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비앙키의 신제품에 대한 관심을 보일 듯한데...(나만 해도 12단 변속기는 이미 체험한 바 있고, 그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바이클로 일산점 내의 중앙 전시대에 놓인 비앙키 올트레 XR4 / 아직 페달조차 장착되지 않았고, 바 테입도 감아져있지 않았다.
바이클로 일산점에 처음 들렀을 때 이 멋진 비앙키 올트레 XR4를 보고 눈이 번쩍 띄었다. 내가 알기론 이게 비앙키의 기함이었기 때문이다.(나중에야 최근에 "스페셜리시마"가 비앙키의 새로운 기함으로 등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비앙키 프레임과 캄파놀로 부품들을 다 합친 가격인데, 프레임의 가격만 5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시승차의 준비
- 시승 자전거를 위한 세팅 작업. 청록색의 바 테입도 감고, 물통도 달고, 가민(Garmin) 사이클링 컴퓨터도 달고, 페달을 달기 직전이다.
- 바 테입도 역시 깔맞춤으로... 이봉조 대표님이 무늬를 맞춰서 정성스레 감으셨다.
아직 페달이 장착되지 않은 상태여서 내 룩(Look Keos) 페달을 임시로 장착했다. 그리고 속도계도 내 가민 사이클링 컴퓨터를 장착해서 테스트 시에만 쓰기로...(물론 속도 센서와 케이던스 센서도 내 자전거에서 잠깐 떼어서 달고...) 시승을 하다가 펑크가 날 것에 대비하여 임시로 키후(Kihu)의 작은 공구통에 CO2 개스 2개와 어댑터, 그리고 튜브를 넣어놨다.(근데 나중에 보니 기 장착된 것이 튜브리스 타이어라 내가 공구통에 준비한 건 쓸 모가 없었다. 만약 시승을 하다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면 택시를 타고 돌아오거나 바이클로 일산점의 픽업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이 점은 앞으로의 일산점 시승에서도 동일할 것이다.)
- 이젠 페달도 달고, 마지막 파인 튜닝(fine tuning) 단계.
비앙키 올트레 XR4의 시승
이 2019 올트레 XR4는 내가 처음 바이클로 일산점에 갔을 때도 매장 중앙에 전시되고 있었기에 이게 시승행사용인 줄은 몰랐다. 페달도 장착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시승행사용 자전거라고 해도 수입상에서 무상 제공하거나 빌려주는 것이 아니고 행사를 주최하는 샵에서 적지 않은 일정 가격을 치르고 매입하는 것이어서 샵마다 이런 행사를 하지 못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런 행사는 이를 주최하는 샵의 고객에 대한 높은 서비스 정신에 의해 행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잘 세팅된 자전거를 타고 킨텍스 앞에서 이산포 IC쪽으로 달렸다. 평화누리자전거길에서 타보기 위함이었다. 오르막길이 별로 없는 평탄한 도로가 대부분이라는 게 좀 흠이기는 하지만 아스팔트 길, 시멘트 길, 심지어는 일부 오프로드의 흙길까지 다양한 도로조건을 경험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현장이 바로 그 길이다.(하기사 그 길 중엔 약간 벗어나면 자잘한 자갈이 깔린 길까지도 있다. 사이클로 크로스 자전거가 아니니 그런 테스트까지야 필요 없는 것이지만...)
- 여유있는 평화누리 자전거길에서의 시승. 내 얼굴에 즐거움이 묻어난다.(난 원래 사진을 찍으면 얼굴이 굳는 사람이다.-_-)
- 달리면서 핸들 바를 찍어보기도 하고...
- 룩(Look) 페달을 달았고, 이즈니(Ezni) 카본 슈즈를 사용하고 있다. 청록색 자전거에 빨간색 슈즈라니...-_-
- 시승을 하면서도 셀피 놀이는 여전히...^^; 비앙키 자전거를 처음으로 타 보는 내 모습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인터벌 훈련을 하는 식으로 끊어서 달려보기도 하고, 몇 킬로를 전속으로 달려보기도 하고, 급격한 코너를 더욱 래디컬하게 에지 카빙(edge carving)으로 파고 들어보기도 하고, 코너를 자전거과 몸의 각도를 일치시켜 기울이는 내경(inclination)으로 달려보기도 하고, 허리를 꺾어세우고 자전거의 각도만 기울이는 외경(angulation)으로 타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비앙키 올트레 XR4와 캄파놀로 변속 및 구동계에 대한 고찰
달리다 자전거 전체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도 했다. 손님들로 어수선한 매장에서와는 달리 밝은 야외에서 올트레 XR4를 살펴보니 그 아름다움은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 역시 이탈리아 제품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앞부분에 이탈리아에서 디자인 된 것임을 Italian Design이라고 국기 도형과 함께 써 놨다. 사이클 업계에서의 이탈리아의 위상은 워낙 대단한 것이니까. 그 아래는 국제사이클연맹의 인증을 받았음을 의미하는 UCI 인증 로고가 붙어있다.
- 비앙키의 물통 케이지를 두 개 달고 다른 회사의 것이 아닌 바로 그 비앙키에서 만든 같은 색깔의 물통을 달았다. 완전 깔맞춤이다. 역시 사이클에서는 "깔맞춤의 간지"라는 걸 무시할 수가 없다.
쉽게 눈에 띄는 게 이 자전거의 에어로다이내믹한 형태이다. 자전거 전체에 걸쳐서 공기역학적인 고려가 깃들어 있다. 우선 싯 포스트(sit post)부터 그러하다.
카본 에어로 싯 포스트는 통합형이라 비앙키 사이클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자전거 제품들도 전엔 프레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부품들이 타사 간에도 호환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많은 것이 프레임 통합형으로 바뀌는 추세이다.(이런 추세는 스키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스키판과 바인딩이 일체형으로 출시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통합형이 되면 디자인을 단순화할 수 있고, 일체성을 더 높일 수 있어서 강성이 높아지며, 생산단가도 더 낮출 수가 있는 장점을 가진다.
- 에어로 형태의 싯 포스트는 바람을 헤집고 달릴 수 있고, 풍동 시험(wind tunnel test)을 통해 기초 설계를 하거나 기존 제품을 수정하기에 공기의 난류, 와류를 막아 속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싯 포스트가 프레임 안으로 완전히 숨는 히든 타입(hidden type)이기에 이를 고정하는 싯 클램프(sit clamp)도 프레임과 일체형이며, 이 역시 공기역학적으로 난류와 와류를 없애서 속도 향상을 도모하게 만든다. 아래 사진에 보면 싯 포스트를 고정하는 클램프가 탑 튜브와 싯 포스트가 교차하는 부위에 내장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히든 싯 클램프는 공기 저항을 없애는 에어로 효과를 가짐은 물론 보기에도 깔끔하고 좋다.(가끔은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들을 만난다.^^)
- 히든 타입이 아닌 경우에는 이 자전거에서 볼 수 있듯이 싯 포스트를 고정하는 외장의 싯 클램프가 필요하다. 이는 불쑥 튀어나와 보기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공기저항을 일으키는 요소가 된다.
이 자전거는 캄파놀로의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의 Record 12 다운 레버는 엄지를 사용하여 누르게 되어 있다. 이것은 뒤 변속기(스프라켓)에서 4단이 한꺼번에 내려가도록 만든다. 또한 업 레버 역시 4단을 한꺼번에 올라가도록 만든다.(시마노의 경우는 한꺼번에 2단을 올릴 수는 있어도 내릴 때는 한 단씩 다운된다.) 이런 장치는 재빠른 변속을 통해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그리고 댄싱으로 출발하여 급가속을 하는 경우에도 아주 유용하다.
- 엄지로 누르게 되어 있는 다운 레버.
- 업 레버의 형태는 타사 제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업 레버가 브레이크와 통합되어 있는 것은 시마노 변속 장치와 같다.
시승 자전거의 특징 중 하나는 이것이 캄파놀로의 12단 변속기를 장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2단과 합쳐 24단이다. 비교적 새로운 이 변속기는 당연히 업힐에 강하다. 테스트 라이딩을 한 지역이 본격적인 업힐 테스트를 할 수 없는 곳이라 아쉬웠지만 몇 개의 낮은 오르막에서 테스트한 바로도 그 성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난 전에 이미 이 변속계에 대한 경험이 있고, 그게 가진 장점에 대하여 친숙하다.) 역시 기계는 신 개발품이 좋다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캄파의 뒷 기어가 수동변속기 임에도 4단씩 신속하게 오르내리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그것도 인상깊었다.(난 오래 전부터 시마노의 전동변속기 Di2를 사용하고 있어서 버튼 하나로 3단 연속 오르내리기에 친숙하다.)
- 12단 변속기의 위용. 이는 당연히 언덕을 오를 때 훨씬 쉽게 오를 수 있는 기어비를 선사한다.
최근 스프라켓(카세트)이 커진 이유는 새로운 12단 구동계가 변속을 할 때 근육이 받는 충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더 커진 스프라켓 덕분에 업힐에서도 보다 효과적으로 회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니 상대적으로 체력소모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그러므로 업힐에서도 평지와 유사한 케이던스(cadence)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34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장거리 업힐에서의 지구력이 상당히 증가한다. 이러니 12단 구동계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비로소 느낀 캄파(놀로) 장비의 매력
사이클을 타는 사람이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은 이탈리아산 제품들은 가성비는 떨어지고 감성비와 가격만 높다는 것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일제 시마노(Shimano) 제품의 경우는 기능 대비 성능이 워낙 좋고 비교적 튼튼하다는 점에서 이탈리아산 제품과는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캄파놀로의 변속계와 구동계에 대하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은 조작이 까다롭거나 작동이 원활하기보다는 껄끄럽고, 고장율도 많다는 것이다. 난 이번에 캄파 제품을 처음으로 사용해 봤기에 편견 없이 말할 수 있는데, 조작 방법이 다르나 직관적이어서 헷갈리거나 까다로운 점은 없었고, 의외로 쓰기 편했다.
캄파의 변속기를 조작하면 대체로 살짝 무겁고, 뻑뻑한 느낌이 드는데 대신에 정확한 조작감을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기기의 작동 시에 시마노 만큼 부드럽지는 않았지만 작동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현대자동차의 기기들은 매우 부드럽고도 소음 없는 작동이 가능한데, 독일제 포르쉐(Porsche)의 기기들은 오히려 작동 시에 좀 거친 맛이 있고, 짤깍이거나, 딸깍대고, 혹은 찌걱대는 소음이 크다. 하지만 후자는 역시 그로써 작동 여부를 명확히 알게 하는 장점이 있다. 그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은 후자가 훨씬 더 강하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캄파가 약하다느니 고장율이 많다느니하는 소문에 대해서도 그게 사람들이 괜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모르면 미신이 되고 그게 쌓이면 신화가 되는 법이니까. 새로 자전거를 꾸밀 일이 있다면 감성 만이 아니라 기능까지 겸비한 캄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앞 브레이크가 붙어있는 헤드 튜브.
앞 브레이크가 장착된 헤드 튜브는 오목하고도 빈틈 없이 통합된 디자인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공기와의 접촉 면적을 최대한 줄임으로써 그에 따른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공기역학적인 조치를 한 것이다. 에어로 형태의 프레임에서는 대부분이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이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매우 깔끔하고도 얄상한 디자인에 브레이킹의 기능성도 대단한 캄파의 브레이크. 수퍼 레코드 12는 잘 알려진 좋은 브레이크인데, 이번에 그 성능을 몸소 체험했다. 원래 디스크 타입의 브레이크를 주로 쓰는 MTB의 브레이킹 성능은 대단하면서도 안전하다. 하지만 기존의 사이클 브레이크는 브레이킹 장치라기보다는 감속장치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비앙키를 시승하면서 캄파의 브레이크가 엄청난 브레이킹 파워를 보여주어 깜짝놀랐다. 아직 길이 덜 든 탓이 있기는 하지만 이 브레이크를 사용함에 있어서 앞뒤 브레이크를 함께 사용하여 정지하고자 할 때 이 사이클은 아주 찢어지는 삐리릭 소리를 내면서 마치 디스크 브레이크를 단 자전거처럼 정지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른 브레이크들은 앞뒤 브레이크 레버를 조화롭게 사용하지 못 한 경우 앞으로 다운포스(노즈 다운 형태)를 받거나 앞뒤 바퀴의 움직임이 달라지며 바퀴의 스키딩(skidding)이 일어나 좌우로 자세가 불안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캄파의 경우는 자전거가 가속력에 의해 한 편으로 치우치거나 자세가 흐트러는 일이 없이 매우 빠르고 안정되게 정지했다.
- 앞 브레이크
- 굳이 안 써줘도 앞 브레이크인데...^^; 친절의 이탈리안 "갬성"을 강조하기 위한 표기라 생각된다. 역시 반도인인 이탈리아인들은 emotionally 우리에게 attached되어 있다.^^;(이런 식으로 쓰지 말라고 배웠지만 반항심에서 한 번 써 본다.)
- 뒷 브레이크
- 누가 봐도 뒷 브레이크인데 거기 유난스레 REAR라고 친절하게 써 줬다. 이런 것도 캄파의 감성이다.
변속기의 케이블은 당연히 프레임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프레임이 깔끔해 보이기도 하고, 케이블이 늘어져서 거추장스러울 일도 없다. 그러므로 모양새와 실용성면에서 튜브 안쪽으로 케이블이 라우팅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프레임 내부를 통과하는 케이블은 프레임을 매우 깔끔하게 만든다. 당연히 이는 에어로 효과도 낸다. 공기저항을 받던 케이블이 튜브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 다양한 인터널 케이블 라우팅(internal cable routing) 방식.
비앙키 OEM의 산마르코 안장. 역시 체레스터 그린색과 검정색으로 프레임과 깔맞춤을 해서 보기에 좋다. 왠지 그래서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는데... 보기 좋아서 기분이 좋으면 그 사람이 더 힘을 낼 수 있으니 더 나은 성능을 뽑아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산 마르코의 안장은 장시간 앉아도 샅(가끔은 엉덩이로 쓰이곤하는 실제 "사타구니"의 옳은 표현)이 덜아프다.(개인적으로도 난 산 마르코를 선호한다.)
아래 사진에서는 매우 시인성이 좋은 청록색 프레임과 카리스마있는 캄파 보라 울트라 휠셋의 조화로 비앙키가 대단히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아름다움이라니...(고양 평화누리자전거길) 모양새를 중시하는 사이클리스트들에게는 아름다운 디자인,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 고양대교가 보이는 평화누리자전거길에서 찍은 사진.
벨로프렉스(Veloflex)의 튜브리스 타이어. 뛰어난 성능을 가진 수제 타이어이다. 가격이 높은 만큼 성능도 뛰어나다. 아마도 이 타이어가 사용되고 있었기에 캄파 브레이크가 더 대단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었을 듯하고, 또 승차감도 좋았던 것이라 생각된다. 자전거가 단 하나의 기기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부품이 합쳐서 하나의 완성체가 되는 "시스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자전거의 경우 프레임의 중요성이 크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시스템으로서의 자전거는 그 프레임과 거기 장착된 모든 기기들의 총합이다. 그러므로 이 시승기에 표현된 시승감은 그 총합의 결과이다.
스템은 FSA 사의 제품이 통합형으로 사용된다. 이 Vision Metron 5D 핸들바는 전과 달리 스템 통합형이 아니다. 현재 시승차에는 FSA 비전 메트론 5D 핸들바-스템 일체형과 일반 핸들 바-스템의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내가 시승한 차는 후자였다.
- 핸들바와 분리된 스템(분리형)은 별매품인 비앙키 FSA 메트론 탑캡을 덮었다. 이건 별매품인데 무려 4만4천 냥이나 한다. 난 개인적으로는 핸들바-스템의 통합형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그게 무게면으로나 안전성, 안정성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번 더 강조하고 넘어가야할 비앙키가 채택한 "카운터베일" 기술
싯스테이의 진동제거기술인 카운터베일(CV / countervail), 카본에 복합소재를 특허 기술로 조합하여 도로 바닥에서 자전거로 올라오는 진동이나 충격을 흡수하거나 제거하는 기술이다. 실제로는 끈적이는 탄성 소재를 함침시킨 카본 재료를 카본 천과 결합하는 기술이다. 이는 80%의 진동을 흡수하나 카본 프레임의 경직도나 강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고, 특허의 본질이다. 이런 기술은 엔듀어런스 바이크인 인피니토에서 차용한 진동흡수기술로서 다양한 노면에서 부드러운 주행 품질과 함께 고속에서의 안정성을 제공하게 된다.(이는 흔히 고속에서 깔려가는 느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CV는 MSC 사(Materials Sciences Corporation)의 특허 물질이다.
기존의 카본 튜브에서는 에폭시에 함침된 카본 천의 특징이 탄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바닥으로부터 올라오는 진동이 시간 경과에 따라 점차적으로 감쇄하되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간의 비스코스 형태의 끈적임과 탄성을 함께 가진 층이 있으면 최초의 큰 진동이 시간 경과에 따라서 거의 감쇄가 되어 버린다. 스키에서는 충격이나 진동을 흡수하는 성향을 지닌 아라미드 섬유(상호 "케블라")를 복합소재로 사용하여 같은 효과를 낸다. 그리고 스키에서는 이 카운터베일(CV) 방식의 진동흡수기를 1980년대에 로시뇰 스키 회사에서 채용했으나 그로 인해 스키가 생동감을 잃고, 너무 데드(dead)한 느낌을 주게 되어 폐기한 바 있다.
비앙키 올트레 XR4 프레임은 하이 모듈러스(high modulus)의 고급 카본 프레임으로서 고급 자전거 제작 방식인 모노코크(일체형) 성형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전체적인 내구성이 높고, 각 부위의 안정성 또한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카운터베일 기술이 구사된 포크(forks)나 튜브들이 진동흡수를 통해 프레임 전체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있다고 하겠다.
BM Works의 플라스틱 폼/지퍼 형태의 공구통을 두 번째의 물통 케이지에 끼웠는데 이게 부피가 커서 잘 안 들어갔다. 그래서 억지로 그걸 구겨넣었는데(?) 시승이 끝난 후에 그걸 빼내다가 케이지의 아래 부분이 좌우로 깨졌다.-_- (비앙키의 케이지는 좌우가 분리되어 물통을 감싸게 만드는 것과는 달리 아래쪽이 둥글게 이어져 있어서 이런 경우에 조심해야 한다. 당연히 일반 물통이나 물통과 같은 사이즈의 공구통은 아무 문제가 없다.)
- 라이딩 시 응력이 집중되기 마련인 사각 형태의 체인 스테이(chain stay)는 페달링 파워가 직접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사각 형태의 디자인이 이런 목적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이런 체인 스테이는 효율적 힘 전달을 위한 강성 향상과 케이블 내장에 유리하게 커지고 직선화된 것이다.
캄파 보라 울트라 50 휠셋과 카운터베일 기술이 녹아든 포크
- 포크 풀 카본 CV(카운터베일). 당연히 바퀴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포크에 설치된 CV가 받아낸다.
- 보라 울트라 50 휠셋
- 이 휠셋은 기존의 스틸 베어링에 비해서 구름성이 9배 정도 향상된다는 소문을 가지고 있는 세라믹 베어링을 채택하고 있는데... 어쨌든 잘 구르고, 가속했을 때도 안정되게, 속도의 지속성을 가지고 잘 굴러갔다.
앞 변속기의 마운트는 브레이즈드 온 마운트(brazed on mount)로 처리되어 있는데 그건 극소의 무게라도 더 줄이기 위해 리벳으로 마운팅한 것이다. 스포츠 자전거에서의 감량은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업힐을 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아래는 에어로 프레임의 모양을 보여준다. 풍동 시험을 통해 최고의 공기역학적인 결과치를 끌어내고 그걸 에어로 튜빙 형태의 프레임 제작에 응용한 모델이 올트레 XR4이다.
- 프레임의 에어로다이내믹한 형태. 탑 튜브나 다운 튜브(위의 사진)의 모양에서 그 형태를 잘 알 수 있다.
- 풍동 시험. 강한 바람을 일으키는 대형 선풍기를 뒤에 두고 가느다란 연기를 원하는 부위에 집중 시키면 그 연기가 원하는 부위를 지나가면서 생기는 난류나 와류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잡기 위해서 조금씩 문제 부위를 에어로다이내믹하게 잡아가면 된다.
- 대규경 비비쉘에 장착된 크랭크, 캄파 레코드 12.
41mm 대구경의 프레스핏 비비쉘(BB/Bottom Bracket Shell) 이 채용되어 있어서 라이더의 페달링 파워가 거의 감쇄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올트레 XR4의 지오메트리(참고)
시승차의 경우는 55 사이즈 기준으로 프레임의 무게는 980g, 기타 부속들을 포함한 무게는 7.6kg 정도라 한다.
- 시승을 마치고 바이클로 일산점으로 돌아오니 밤.
- 내가 시승을 마치고 온 비앙키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손님에게 이 차에 대해 설명하는 이 대표님.
내 페이스북의 시승 관련 포스팅을 본 김창길 전 선수가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다.
김창길(고교 시절 MTB 선수, 대학시절 사이클 선수)
저도 오늘 살짝 시승을 해보았습니다. 바이클로 일산점 주위만 돌았는데, 댄싱 반응과 함께 스프린팅을 했을 때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비록 시승차의 사이즈는 저와는 잘 안 맞지만 댄싱을 할 때 제가 타 온 비앙키보다 반응이 상당히 더 좋았습니다. 물론 09년의 카본 재질과 기술력을 고려할 때 현재가 우수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요.(현재 저는 09년 비앙키 982 c2c를 타고있습니다.)
댄싱을 할 때 편안하게 받아주는 것과 스프린팅(아웃터+6단 , 아웃터+최고단, 이너+6단, 이너+최고단)을 했을 때 처음에는 묵직하게 뻗어나가다 속력이 붙으면 프레임이 저한테 “나는 너의 힘을 더 받아줄 수 있다. 그러니 더 높은 파워를 보여달라."고 말하는 듯한 감을 받았습니다.
한 가지의 아쉬운 점은 제가 클릿이 아닌 일반 신발로도 저런 느낌을 받았다는 것인데 클릿을 착용하고 시승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요?
예전에 올트레가 아닌 인피니토를 탄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캄파의 탕탕 거리는 구동계 소리가 잊혀지지 않습니다.(박사님의 다양한 리뷰를 잘 보고 있습니다.:) 저는 어찌 써야할지 몰라서 그냥 저의 생각을 있는 대로 한 번 써 보았습니다. 한 말을 또 한 기분이라 죄송합니다.)
시승 소감
가격이 높은 걸 단점이라고 해야할 지는 모르지만 그로 인해 접근성이 높은 게 유감인 건 분명한 일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가운데 고성능을 보여주는 차이기에 이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체에 내장된 카운터베일의 진동 억제 기능은 실제로 잘 느껴진다. 왜냐하면 필자는 오랫동안 강하기로 유명한 피나렐로(Pinarello) 사의 두 기함 모델인 프린스(Prince)와 그 후속인 도그마(Dogma) 기종을 타 왔기 때문이다. 이 차를 타다가 스페셜라이즈드의 타막을 타 보니 때에 따라 프레임이 휘청거린다는 느낌까지 받은 일이 있다. 그 후에는 쿠오타(Kuota)의 기함인 칸(Khan)을 타고 있는데, 이의 싯스테이는 납작한 판 형태의 형상을 하고 있고, 뒤쪽에서 올라오는 진동이나 충격을 잡는 데 기능이 집중되어 있었다. 당연히 이는 엔두로(enduro) 모델이었고, 그래서 편안한 라이딩을 할 수 있었으나 순간적인 가속이나 속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면에 있어서는 이 기종이 피나렐로의 두 기종을 당하지 못 함을 절감한 바 있다.
그런데 비앙키의 올트레 XR4는 딱 도그마와 칸을 적절히 타협시킨 듯한 감이 들었다. 도그마 만큼 딱딱하지 않으나 매우 강하고, 칸 만큼 부드럽지는 않아도 진동에 강해서 장거리를 달려도 허리가 아플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실제로 칸은 100km 혹은 150km 정도의 장거리 라이딩에서도 등뒤 쪽에서 올라오는 진동에 의해 허리가 아픈 일이 없었다.)
그리고 비앙키는 의외로 고속에서의 안정성이 뛰어난 느낌을 주었고, 댄싱 출발시의 가속력에서도 만족할 만한 감을 주었다. 그리고 이건 좋은 수제 타이어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겠지만,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물론 좋은 타이어를 잘 받혀주고 있는 캄파 보라 울트라 500 휠셋과 비앙키 프레임의 보조역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완성차(레디 메이드 시스템)로서의 비앙키 자전거는 각 부품 간의 조화로운 통합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량화와 효율적인 변속 및 구동계를 바탕으로 한 빠른 업힐과 빠른 다운힐은 시승 환경이 제대로 받혀주지 못 하여 확실하게 경험하지 못 했으나 짧은 업힐에서도 그 효과를 느끼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다운힐에서의 안정성은 프레임의 완성도에 대한 좋은 평가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보는데 비앙키가 가진 안정성은 탁월했다.
카운터베일 기술로 인한 영향이겠지만, 올트레 XR4가 가져다 준 좋은 승차감은 몸을 덜 피로하게 만든다. 그래서 힘이 덜 들게 하고 라이더는 그로 인해 남은 힘으로 더 멀리, 혹은 더 빠르게 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좋은 수제 튜브리스 타이어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외국의 시승자들이 표현한 바에 따르면 이 차는 튜블러 타이어를 사용했는데도 튜브리스 타이어 만큼의 편안함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로 인한 접지력이나 안정성 등은 좋으나 도그마 같은 강성 프레임에 튜블러 타이어를 사용하여 극단적으로 승차감을 추구하는 라이더라면 현재 시승차의 조합은 무르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이건 개인적인 선호도에 의하여 좋다나쁘다가 갈릴 일이니 내가 뭐랄 문제는 아니라 본다.
이 자전거의 대부분의 특징은 에어로 프레임에 엔듀런스의 기술이 합쳐져 탄생한 제품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된다. 사실 에어로는 평지 스프린트 위주인 경우에 유리하고, 이를 평평한 도로에서 타면 그 특성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 제품은 무게의 경량화와 24단의 뛰어난 변속, 구동계 등의 보완으로 인해 업힐에도 대단히 유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얘기한 바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에서 아직도 이런 첨단 제품을 통해 그 찬란한 전통을 이어간다는 사실이 매우 경이로웠다. 비앙키 올트레 XR4, 비앙키의 기함에서 상위 두 번째의 기종으로 물러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기능은 유수의 타 회사들이 가진 기함 제품에 필적하거나 그들을 능가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시승 문의: 바이클로 일산점
전화: 031-913-2020
* 시승은 예약이 필요하며, 무료 시승을 할 수 있고, 시승 후에 캄파놀로 로고가 프린트된 금속제 머그컵을 선물로 주고 있다.
올트레 XR4는 비앙키의 기함이 맞습니다.
비앙키에게 스폰을 받는 UCI 월드투어팀인 네덜란드의 Jumbo NL Visma(윰보 NL 비스마)도
Time Trial 경기시 타는 TT 전용차 Aquila CV를 탈 때를 제외하고는 올트레 XR4를 탑니다.
스페셜리시마와 위치를 굳이 구분하자면
스페셜리시마는 경량 올라운드 기함, 올트레XR4는 에어로 기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타 브랜드들도 경랑 올라운드 기함과 에어로 기함을 각각 발매하는 경우가 많지요.
(트렉의 에몬다-마돈, 스페셜라이즈드의 타막-벤지, 서벨로의 R5-S5, 자이언트의 TCR-프로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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