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6, 화] 오늘 지산리조트에 가서 모글 스킹을 했다. 지난번까지는 샤먼(Shaman) 스키를 타다가 카빙형 모글 스키를 좋아하게 된 동생에게 샤먼과 케블라(Kevlar+Carbon Composite) 모글 폴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난 전에 타다가 동생에게 준 하트(Hart) F17S(WC) 모글 스키(173cm)를 다시 타기로 했다. 기존의 샤먼 모글 스키는 약간 부드러운 편으로 역시 카빙형 모글 스키인 로시뇰 히어로(Rossignol Hero) A20과 여러 모로 비슷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하트의 F17S는 엄청나게 단단하고도 빠른 스키이다. 이 스키는 회전반경이 무려 29.2m나 되고, 머리-허리-꼬리의 비례는 91-64-78mm의 살벌한 스키이다.(기존에 타던 샤먼 모글 스키는 회전반경이 훨씬 작은 19.9m이고, 머리-허리-꼬리의 비례는 100/68/90mm의 카빙형 모글 스키라서 훨씬 타기 편하다. 게다가 스키가 전반적으로 부드럽다.)
어쨌건 오늘 이 하트 F17S를 가지고 오후내내 스킹을 했다. 스키 종료 시간인 16:00에 스키 베이스에 내려와서 우연히 스키의 테일을 보니 한쪽 스키의 테일 끝에 부착되어 있던 알루미늄 가드(guard/plate)가 떨어져 나갔다. 모글 코스에 떨어진 것인지 이게 보이질 않았다. 같은 부속을 구해서 고치기도 힘들고 하여 그냥 자가 수리를 하기로 했다.(내가 그런 DIY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 이런 식으로 한쪽 스키의 알루미늄 가드가 떨어져 사라져 버렸다.
- 알루미늄 가드가 사라진 테일 끝은 이런 모양이 되어 버렸다. 안에 있는 에폭시(epoxy)에 적침된 카본 시트가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은 계속 스킹을 하다보니 끝부분 모서리는 약간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알루미늄 부속이 있다면 이걸 에폭시로 접착시키면 된다. 에폭시 A액(레진/resin/플라스틱)과 B액(hardener/경화제)을 섞은 후 젓고, 문제의 부위에 바른 후에 알루미늄 가드를 그 자리에 놓은 후에 바이스 등으로 물려놓고 열을 좀 가해주면 완벽하게 해결된다. 물론 이 알루미늄 가드가 특별한 게 아니므로 같은 두께의 알루미늄을 구해서 그걸 모양 대로 자르고 그걸 접착시켜도 된다. 하지만 그건 성가신 일이고,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기에 알아서 해결키로 한 것이다.
그 부분을 각종의 철제 제품 수리용 스틸 에폭시(Steel Epoxy) 접착제로 채워버리면 된다. 그게 잘 붙게 조치를 해야하고, 그게 깨져 달아나지 않도록 방비를 해주어야 한다.
- 고성능의 스틸 에폭시 / A액인 레진과 B액인 경화제를 같은 비율로 짜내서 그걸 섞어주면 된다. 스틸 에폭시는 레진에 쇳가루(알루미늄 가루)가 들어있다.(이 제품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일단 접착 부위를 메틸 알콜로 철저히 세척했다. 이물질이나 기름기가 있으면 접착 효율이 대폭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카본 시트에 흠집을 좀 내주기로 했다. 흠집은 약간의 깊이로 홈을 몇 개 파주는 것이다. 그럼 에폭시 접착제가 그 홈 안으로 스며들어서 마치 휘스커(whisker)처럼 뿌리(?)를 내리고 접착력이 강화된다.(스키 밑판도 그런 식으로 접착시키는 것이다.) 그런 홈을 파주는 기계는 아래와 같은 드레멜(Dremel) 전동공구이다.
- 드레멜에 다이아몬드 회전칼을 달았다.
드레멜 공구로 문제의 부위에 몇 개의 홈들을 파주었다. 그 후에 에폭시 A액과 B액을 섞었다.
이 부위를 에폭시를 칠한 후에 이 에폭시 플라스틱을 보강(reinforcement)할 재료로 철망을 선택했다. 카본이나 케블라 천이 집에 있는데 먼저 눈에 띈 게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가느다란 철망은 플라스틱이 깨지면 그걸 인두로 녹이면서 플라스틱 구조재 내부에 침투시키는 재료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보강재로 사용할 예정이다. 철판 가위로 철망을 필요한 모양으로 잘랐다.(이 철망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한다.)
다음은 에폭시 레진을 경화제와 섞는 작업이다. 그래야 액체 상태의 에폭시가 고체가 되고, 접착력을 발휘한다. 에폭시는 접착제이기도 하고 충전재이기도 하다.
- 레진과 경화제를 같은 비율(양)로 짜낸 후에 이를 막대로 섞으면 된다.
- 송곳으로 이렇게 두 액을 섞었다. 경화제가 섞인 에폭시는 빨리 굳기 때문에 서둘러 작업을 해야한다.(경화 시간은 제품마다 다르다.)
약간의 에폭시를 송곳에 칠해서 미리 파놓은 홈들에 칠했다. 그게 메워지면 에폭시 접착제가 그 안에 스며들어 뿌리내린 것처럼 된다. 그래야 잘 안 떨어진다. 홈들을 철저히 메운 후에 여분의 에폭시를 아래와 같이 발랐다.
위와 같이 처음 섞어놓은 에폭시를 모두 발랐다. 그리고 그안에 철망을 침투시킬 것이다.
- 이런 식으로 철망을 밀어넣는다. 지금 상태는 철망이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쳐있지만 그건 다시 밀어넣어 맞추면 된다.
- 철망이 에폭시 안으로 다 들어갔다. 이제는 알루미늄 가드의 두께 만큼 에폭시를 더 발라주면 된다.
처음에 약간 비벼놓은 에폭시는 다 썼기 때문에 두 번째로 레진과 경화제를 튜브에서 짠 후에 다시 섞었다. 원래 에폭시는 양이 많을수록 빠르게 굳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작업 속도에 따라서, 혹은 필요에 따라서 양이 많다 싶으면 두세 차례로 나눠서 사용하는 게 현명한 일이다.
- 에폭시 레진과 경화제를 더 많이 섞었다.
섞인 에폭시를 모글 스키의 테일 부위에 두껍게 발랐다. 여분의 에폭시는 경화된 후에 디스크 그라인더(disk grinder)나 줄(files)로 갈아내면 된다.
위와 같이 두껍게 도포한 에폭시가 굳은 후에 그걸 적당한 두께로 갈아낸 결과물은 아래와 같다. 스틸 에폭시는 굳으면 정말 돌덩이처럼 강한 플라스틱으로 변모한다. 알루미늄 가루들 전체가 에폭시 접착제 속에서 강하게 결합하며 굳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해놓으면 알루미늄을 붙여놓은 것과 모양은 다르지만 기능은 거의 비슷하게 된다. 전에 이런 식으로 테일 수리를 해서 써 본 적이 몇 번 있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런 글은 써 본 일이 없는데, 혹 이런 경우를 당하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기에 한 번 정리해 본 것이다. 이런 작은 작업을 하려고 해도 준비물이 꽤 많다. 위에 보이지 않는 도구들 중에는 거친 줄과 고운 줄도 있고, 사포(sandpaper)도 있다.
테일의 에폭시는 내일 아침부터 스킹을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이 강하게 접착된 채로 단단하게 굳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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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03/08)인 오늘 다시 모글 스킹을 했는데 반대편 스키의 알루미늄 가드도떨어지는 중이더군요(사진 참조) 그래서 그 부속을 떼고 집에서 다시 어제와 동일한 방법으로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 수리한 부위는 제대로 잘 붙어있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멋집니다.!!
완벽하게 자가 수리를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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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어제 수리하고 오늘 탔는데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ㅋ(근데 이게 이번 한 게 아니고 오래전부터 이렇게 해 온 거라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한 거죠.)
오늘 반대편 것도 또 떨어질 것 같아서 미리 떼버리고 다시 어제 같은 작업을 반복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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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출신인 저도 잘 못 하는 것을 박사님께서 너무 멋지게 하셨습니다.
어느분들은 스키가 상당히 비싸니, 애지중지 하시고 상판의 아주 작은 기스도 민감하지만,
저희 모글스키어들은
스키가 걸레짝이 다 돼가도록 험하게 타고 있으니,
뒷테일이 떨어져 나가면 박사님 수리 후기 잘 보고 잘 따라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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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야 DIY 취미와 관련된 것이니까 이과, 문과가 없죠.^^ 모글리스트들이 험하게 탄다는 것보다 모글 스킹의 상황 자체가 험한 거라 그렇죠.^^
그러잖아도 테일 가드(프로텍터)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모글 스키 말고, 인터 스키용 알파인 스키에도 의외로 많이 일어납니다. 다들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없는 상태로 계속 타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그럼 그게 계속 상황이 안 좋아져서 테일쪽 베이스가 들떠서 망가질 수도 있죠.
그래서 도움받을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 글을 쓴 겁니다. 지산에서 오늘 만난 최재현 교장도 관심이 많아서 직접 수리한 부분을 살펴보더라고요. 그 문제를 겪는 분들이 주위에 몇 분 계신다고...^^
실은 오늘 하트 스키의 남은 하나도 같은 문제가 생기는 중이라 그 부속을 떼고 집에서 다시 어제와 동일한 방법으로 수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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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현금으로 드리면 좀 DC 되나요???
(넝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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