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날 남편 사무실에서 특별한 생일잔치를 열었다. 남편은 내 친구 9명의 주문대로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등을 각각 만들어 주었다. 에스프레소는 프랑스 장인이 그린 아름다운 커피 잔에, 다른 것들은 고흐 그림이 있는 예쁜 잔을 골라 커피를 내 주었다.
곶감도 썰어주고 훈제 치즈며 친구들이 좋아하던 "미니 Babybel" 치즈는 껍질까지 까서 챙겨 주었다. 과일도 썰어주고 여러 가지 차들(철관음, 보이차 등)도 만들어 주었다.
우리들은 너무 즐거워 점점 더 목소리가 커져 갔고, 끊임없는 남편의 서빙에 친구들은 감동 해 기립 박수를 쳐 주었다. 우리들이 좋아하는 7080 음악 선곡에 멋진, 자막까지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수정한 (힐링이 되는) 영화까지 골라 틀어주기도 했다. “저런 남편은 보다 처음 봤다.”고 친구들은 또 다시 기립 박수를 쳐 주었다.
아래의 글들은 친구들이 카톡에 남긴 글들이다.
* 커피, 키위를 친구 남편에게 대접받는 희한한 경험~ 70년대 말에 컴퓨터를 다루셨던 선구자라 생각도 남다르신가벼~ 좀이 아니고 마이 미안 터라.ㅋ 고마웠고 즐거웠어~
* 참 예쁜 그릇 예쁜 포크 눈 호사도 했다. (축하)
* 맞아. 여러 가지로 호사했네.
친구 신랑한테 서빙 받아 본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정말 너무 즐거운 하루였네.
* 영화관 분위기 좋네. 사진을 찍으니 더 좋아 보이는구먼.
아이구 배 아파라. (으으)
(조금 일찍 돌아가 영화를 못 본 친구)
* 지금 우리 신랑에게 우리가 본 영화 재미있다고 했더니 신랑이 그 영화를 찾는 중.
* 덕분에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 보냈어.~~,
이쁜 잔에 맛있는 카푸치노 잊을 수 없어요~~!!.
* 멋진 하루!!! 고맙구. 성애야, 다시 한 번 생일 축하한다~ 우리 모두의 생일잔치 같더라. ♡♡♡
친구들이 연말 모임을 갖자고 아래와 같이 카톡을 보내 왔다.
* 연말에 Potluck party,
기대한다고 하면, 너의 신랑 도피하시는 거 아녀~~.ㅎㅎ
(지난번처럼 그냥 가면, 안 돼요~~!!!)
성애, 멋져~~!!!
* 남편들 트레이닝을 위해 커플로 하자~~^^
남편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남편은 안 힘드니 연말에 포틀락 파티를 해도 좋고, 커플로 해도 좋고 다 좋단다.
흠, 남편이 조금은 고생하는 게 안쓰럽긴 하지만 워낙 친구들이 즐거워 해서 그 즐거움을 빼앗을 순 없을 것 같다.^^*
연말 포틀락 파뤼 GO GO!*^^*
ㅡㅡㅡ
근데 오늘 오후에 잘 아는 목사님 사모님이 운영하시는 샵에 들렀다. 사모님은 목사님께 전화로 뭘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조금 시간이 흘렀을까, 목사님이 오셔서 또띠아(totilla)에 여러 가지 야채, 토마토, 닭고기를 정성스레 넣어 만든 따꼬스를 세 개나 내밀며 먹으라고 하신다. 처음엔 목사님이 따꼬스를 사 가지고 오신 줄 알았는데, 전화를 받고 자신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가지고 오는 거라 하신다. 목사님은 허브 티도 타서 주시고, 사과도 예쁘게 까서 주셨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한 순간에 다 먹어버렸다. '아, 세상에는 이런 남자도 다 있구나.' 싶었다. 난 이제까지 내 남편만 아내 친구들을 위해 그렇게 하는 건 줄만 알았다. 오늘 보니 아내 친구를 위해 음식을 손수 만들어다 주는, 남편보다 한 수 위인 사람도 있었다니. 그 목사님은 환갑도 훨씬 넘으신 65세이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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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자가 뭘 만든다는 걸 상상을 못 하는 사람이므로 따꼬스를 만들어다 주시는 목사님이
정말 대단하게 보였어요. 근데 그게 일상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최경준 선생님 사모님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분의 간택을 받으신 왕비 정도는 되셨을 듯 싶네요.^^
얼마나 인생이 여유롭고 즐거우실런지... 그렇게나 노력, 봉사를 하시는데 왜 눈치를 보시나요?
부부 사이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조차 없는 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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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도 칭찬 못 받는 남편 여기에 또 있습니다. 음식 만들어 바치기를 항상 하면 그러려니 합니다.
근데 이건 제 솜씨가 더 낫다 보니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고 한 거라...
제가 다음 달 초에 며칠 일본에 가는데, 마눌님 하는 얘기가 "당신이 없으면 그 동안 뭐 해 먹지?" 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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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는 거지만, 명희 역시 하늘의 축복을 받은 여자임에 틀림없어요.
대한민국 하늘 아래 명희처럼 사는 여자가 몇이나 되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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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 집사람이 보면 매우 위험한 글입니다.-_-
저도 최경준 선생님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가끔 두 분의 연세를 잊을 때가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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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나이 생각은 안 하고, 늘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며 사는 스타일입니다.
주위 분들이 저희 부부를 보고 "참으로 연구 대상인 부부야." 말씀하시긴 하죠.
둘이 똑같으니 그게 즐거움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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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 저희 회사에서 자주 하는 말인데
부부간에도 통용되는 말인 듯 합니다.
저도 한 때 베이킹과 오븐요리에 빠진 적이 있는데 그 때는 와이프가 음식할 때 보다 제가 할 때가 더
많았습니다. 첨에 고마워하더니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먹고 싶은 걸 요구 하는 사태까지...
지금도 가끔 먹고 싶다고 한 달쯤 징징대면 가끔.. 아주 가끔(특히 뭔가 구입해야 할 때)
요리하기도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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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상황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텐데 말이지요.
정말 떠받들어 주는 남편들을 휘하에 잡고 편안하게 사는 여성
들이 이 시대에도 꽤 있네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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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답글 달려고 들어 왔더니 강정선 샘 글이 어디로? 소심하시기는. ^^*
강 샘, 인라인 언제 타실 거에요. 날 잡으시고요. 자전거는 토요일 9시 광진정보도서관앞으로 오셔서 함께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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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런 말씀 드리기 뭐 하지만
고 박사님과 별로 세대차이를 못 느꼈는데요. 고 박사님 친구분들 사진을 보니 고 박사님을 왠지 깍듯이 부모님 세대 대하듯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_-::
그리고 따꼬스 세 개에 그리 감동을 먹으심 우리 마눌은 한식. 바비큐에 능통하다 못 해 일식집에서 요리 배우는 저를 떠받들고 살아야 되는데 되려 제가 눈치를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