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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07.06.13 10:34

[맹수] 고추가 고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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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516 좋아요 493 댓글 2
맹수 준성의 홈피에서 퍼 온 글. http://hompy.dreamwiz.com/mjs231/cgi-bin/bbs/myhome_bbs.cgi?b=9&c=v&n=1&pos=1&f=myhome&m=&lc=15&vo=1&lo=0&page=1&sort=0&up=




고추를 사들고 孟水 2006.03.21 13: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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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 가슴이 답답했다.

아침에 아버지가 속이 울렁거리고 뼈마디가 쑤신다면서 괴로워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현재 전립선암으로 투병중이시다. 그동안 먹성만큼은 건강하셨는데, 며칠 식음을 건너뛰고 구토와 통증을 느끼면서 누워 계신 모습을 보고 나오니 온종일 마음이 초조하다.

 

전립선은 고환과 항문 사이에 있는 생식기관이다. 남자만 갖고 있고 정액의 수액을 생성하는 역할을 한다. 크기는 밤톨만하다고 한다. 전립선암은 바로 이 전립선 속에서 생기며, 발생후 아주 천천이 증식하다가 노년이 되면  전립선을 뚫고 나와 골반,척추 등에 전이가 되고 결국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지금까지도 그 원인은 명확하지가 않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병하고 남성호르몬의 영향, 유전, 기름진 식생활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서는 폐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원인이 불분명해서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고 호르몬 요법과 채식 위주의 식단 그리고 스트레스 없는 생활이 전부라고 한다.

 

인터넷 지식검색을 쫓아 들어가 보니 전립선암에 대한 동향뉴스가 잘 나와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얼마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을 밝혀내서 세간을 흔들었던 “브릭(Bric)”이라는 사이트였다. 거기서 전립선암에 관한 최근 뉴스를 훑어본 결과 역시 두렷한 처방은 없고 대부분 “~하더라.”라는 식의 기사들이었다. 게 중에는 현재 치료받고 계신 호르몬 주사가 부작용이 심하다는 등 읽어도 혼란스러운 소식도 있었고, 고추의 주성분인 캅사이신이라는 물질이 암세포의 자살을 유도한다는 보고도 눈에 띄었다.

 

작년에 이미 선고된 아버지의 지병을 두고 인제 와서 유난스럽게 자판만 두들기는 나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다. 이리된 구차한 이유는 형에게도 있다. 처음 의사의 얘기를 들은 형이 당시 내게 전해줄 때는 암세포가 좀 뜸뜸히 퍼져 있고 나이가 많이 드셔서 수술하기에는 벅차고 그저 식생활 개선하고 편하게 해드리면 10년은 더 사실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기름진 육식을 즐기셨던 식탐의 결과이니 지금부터라도 잘만 관리하면 된다는 뉘앙스였는데, 엊그제 형에게 다시 진지하게 물어보니 뼈까지 전이가 되어 수술도 못하고, 10년은 기적이며 그저 지켜볼 뿐이라는... 좀 절망적인 분위기로 말해 주었다. 9살 터울인 마음 착한 큰형은 아직도 내가 어린 막내로 보이나 보다.

 

불효막심한 내가 앞서 알았다 한들 의사도 아닌 놈이 어찌했으랴마는, 직접 모시고 있는 이 막내가 채식 위주의 식단이라도 좀더 신경을 썼을 텐데......

이래저래 자식의 마음은 일렁인다.

 

퇴근할 때 마트 식품매장에 들러 고추를 사들고 집에 들어가야겠다.

그냥 막된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잡수시기는 부담스러우실 테니 달콤한 쌈장을 준비하고 잘 생긴 놈으로 골라 접시에 담아 드려야겠다.

 

고집스럽고 꼼꼼하게 일만 하셨던 아버지. 살갑게 대해주시지는 않았어도 우리 삼형제 뒤에 서서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나의 아버지. 이제는 구부러진 몸으로 소파 끝에 앉아 아들 그리고 손자의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계신 당신의 얼굴 속에서, 난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그저 쉽고 단순한 해답을 얻을 뿐이다.

 

아침에 본 고추 기사가 예사롭지 않은 오늘.

장난스런 글이지만 내겐 결코 무시하지 못할, 조금이라도 희망을 걸고 싶은 그 기사의 댓글이 다시금 떠오른다.

 

“고추가 고추를 낫게 한다네.”

 

 

 

2006년 3월 20일

Comment '2'
  • ?
    맹준성 2007.06.14 12:58
    [ mjs231@yahoo.co.kr ]

    요즘 공사다망(핑계-_-;;)하고 겨울동안 지친 심신을 보하고자
    은둔하면서 눈팅만 하고 있었는데 박사님께서 혼내시네요.^^;

    누구는 엠티비다 낚뻥이다 심지어 제길재테크까지 사업다각화를 꾀하는데,
    전 안방마님처럼 눌러앉아 손가락만 까딱거리고 있으니…
    제가 생각해도 참 전 게을러요.-_-

    위에 글은 아버지 병간호를 하면서 느낀 점을 틈틈이 쓰려고 만든 게시판의
    첫 글인데, 그놈의 게으름 때문에 이후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아예 자물쇠로 닫아 놓았었네요.

    이 글을 올린 후 아홉 달이 지나서 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
    대부분의 항암치료가 그렇듯
    피골이 상접하는 부작용으로 고생하시다 가셨습니다.

    최근 “웰다잉(Well-dying)”이 유행을 타더군요.
    그걸 보고 마음 한편으로 후회를 했습니다.
    그렇게 항암치료를 받으며 고통스럽게 돌아 가실 줄 알았으면
    좋은 곳 두루 가보시게 하고
    좋아하시던 고기라도 맘껏 드시게 할걸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의사의 진단을 무시할 수 없어
    살을 말리는 약봉지와 주사처방 그리고 채식단만 차려드린 게
    이제는 가슴을 저미게 하는군요.

    하루 속히 부작용 없는 좋은 약이 개발되어
    고통 없이 암을 치료하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신체적 고통도 무섭지만,
    그에 따른 정신적 위축이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결국 이건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음까지도 병들게 하니까요.

    근데 엠티비 회원님들이 생소하시겠어요.
    맹수는 아직 산뽕을 잘 모르는데… ^^;

  • ?
    유인철 2007.06.14 14:13
    [ richell@엠팔.컴 ]

    오랜만에 맹준성 선생님의 글을 보니 반갑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아픈 글이군요.
    저도 처숙부께서 암으로 돌아가셔서, 어제 시골로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환갑 지나신지 얼마 되지 않은 아직 창창한 연세였는데..

    예정되어 있었거나 아니거나 간에..
    이별은 슬픈일이죠.
    늦게나마 맹선생님 아버님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산뽕 중독 초기인 저도 이곳에서 잘 놀고 있습니다. ^^
    동네로 자전거 마실 다니시는 조무형 선생님도 들르시지 않습니까?
    사랑방인데요. 뭐~
    스키 비시즌에도 좋은 사진들과 주옥같은 글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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