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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홀로 라이딩이 아니고 모글계의 수퍼스타 이해정(닉네임 Aiko/아이꼬)과의 라이딩 약속 날이다. 늘 모글 밭에서만 즐겁게 만나다가 비시즌에 함께 로드 바이크를 탄다니 괜스레 즐거워졌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인 천호대교 아래 7 ELEVEN 편의점에서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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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만나 라이딩 시작이다. 오늘 제일 먼저 암사 절터 업힐을 한다. 지지난 주와 지난 주 중에 세 번 남편과 올랐던 길이다. ‘잘 할 수 있을까?’ 내심 살짝 걱정도 하며 달려갔다. 해정이에게 앞에서 달리라고 했다. 업힐을 할 때 누가 가까이 있으면 나의 초기 페이스가 엉망이 된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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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하성식 선생님과 남편의 조언이 업힐만 보이면 좀 무겁게 가던 그 상태 그대로 탄력을 받아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업힐이 시작되면서 기어를 조절하기 시작하여 계속 편하게 올라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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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해 보는 거다.’ 그냥 내리 올라가다가 앞 기어 내리고 천천히 살펴가며 뒷 기어를 하나씩 올린다. 음... 잘 올라간다. 뒷 기어가 두어 개 남아있다. 안도의 마음으로 계속 업힐을 했다.

 

미사 대교 아래까지 달린다, 달려. 해정이는 봄부터 로드 바이크를 탔다던데 어쩌면 그리도 예쁜 폼으로 타는지... 완전 선수 같은 폼이다, 케이던스 라이딩, 즉 페달링 위주로 경쾌하게 달려간다. 스키도 여자들이 타는 게 아름다운데 로드 바이크도 마찬가지로 여자가 타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나홀로 라이딩보다는 역시 함께 하는 라이딩에서 즐거움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미사대교 아래에서 젤리를 나눠 먹고 달린다. 해정이는 보통은 그 정도에서 다시 되돌아 가타곤 했다고 한다. 오늘은 내가 달리는 코스로 안내하기로 했다. 강변길을 계속 달려오다가 오른쪽 팔당대교 쪽으로 올라갔다. 이곳이 주말에는 많이 위험한 구간인데 오늘은 오가는 라이더가 없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신나게 달려본다. 아니 2주 정도 이곳을 달리지 않았는데 풍광이 확 바뀌었다. 왕원추리가 만개하던 곳에는 해바라기가 그 큰 키로 모두 내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서 있다. 워낙 넓은 곳을 차지한 해바라기가 참 더없이 아름답다. 언젠가 여름 휴가 때, 해바라기 축제를 보러 태백까지 갔던 기억이 난다. 때가 너무 일러서 해바라기가 채 피지도 않았던. 그런 해바라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많이 볼 수 있다니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멀리 홍능천이 보인다. 지난 장마에 물이 넘치는 홍능천을 건너던 한 여성 라이더가 물쌀에 휩쓸려 목숨을 잃은 곳이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굳게 하며 입술을 꾸욱 깨문다. 속도 죽이지 말고 다운힐, 그리고 업힐 중간까지 변속하지 말고 탄력으로 달리기. 업힐만 보이면 탄력을 붙이기 위해 죽겠다고 달리게 되는 건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무사히 홍능천 고개 업힐도 성공이다.

 

미음나루 깔딱고개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그곳으로 달려 가는 길에는 코스모스가 한창이었다. 해정이가 아이들 케어 때문에 시간이 없어 해바라기 꽃밭도 지나쳐 왔지만 코스모스 꽃밭에선 재빨리 한 컷 남기고 무정차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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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음나루 깔딱고개에 거의 이르렀을 때 다시 죽겠다고 달려 올라간다. 그러나 여기는 탄력만으로 되는 곳이 아니다. 슬그머니 평지 비스무리 한 것이 두 번 정도가 나오고 다시 계속되는 업힐이다. 업힐 시작 시에 아주 앞 뒤 기어가 다 무겁다 싶을 정도 이상으로 무겁게 올라갔다. 지난 주 분원리에서 뒷기어를 아껴 쓰며 업힐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서 정말 아껴가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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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고지가 바로 코 앞인데 이거 왜 이리 무겁고 버티기다 어려운가??? 잠시 오른 쪽 클릿을 빼고 섰다. 완전히 오른 쪽으로 선 게 아니고 중간으로 잠깐 섰다. 난 오른쪽으론 한 번도 내린 기억이 없다. 무의식적으로 왼쪽으로 기울어졌고, 왼발을 채 빼지를 못 해 바로 왼쪽으로 자빠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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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바를 하며 올라오다 보니 아니 세상에나 뒷기어가 이거 몇 개가 남아 있는 거냐? 한 단만 더 썼어도 올라갈 수 있었는데 무려 다섯 단이나 남아있었다. 아쉽다 정말. 해정이가 뒷기어를 이렇게 많이 남겨 두고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 왔느냐고 사진을 찍어 보내 주었다.

 

road9028.jpg
- 아이꼬가 찍어 보내준 사진.

 

하도 뒷기어를 내려다 보면서 탄다고 구박을 받다 보니 이번엔 업힐하며 한 번도 뒷기어를 내려다 보지 않았다. 구박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딱 한 번만 내려다 볼 것을...ㅋ

 

다음 번 라이딩엔 업힐 등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기어 단수를 아껴가며 쓰다가 마지막 기어까지 잘 활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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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5'
  • profile
    apple 2014.09.03 00:07

    멋진 시간들을 멋진 추억에 꼭 담아 두셔요

  • ?
    고성애 2014.09.06 19:00
    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천천히 잘 적응해서 잊지못할 기억들 많이 만들어야죠.
  • ?
    전선영 2014.09.03 10:48

    대박 ㅡㅡ;;

    기어를 저렇게 많이 남겨 두시고 미음나루 깔딱 고개를 올라 가시다니...

    진짜 한 칸만 더 쓰셨어도 훅 올라 가셨을 듯. ^^

    저도 정보도서관쪽에서 올라가는 미음나루 깔딱고개는 너무 무서워요. ㅜㅜ

  • ?
    고성애 2014.09.06 19:01

    선영이는 이제는 펄펄 날아다니던 걸?
    멋진 모습의 아름다운 라이더야.

  • ?
    최구연 2014.09.03 11:51

    기어를 안 보고 몇 단인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쵸?^^


    제 오도바이는 계기판에 기어와 RPM이 나오는데
    계기판을 보지 말고, 바이크의 진동과 엔진 소리로 변속하래요.
    그래도 저는 몰래몰래 계기판의 기어와 RPM을 보고 변속한답니다.ㅋ

  • profile
    Dr.Spark 2014.09.03 19:47
    자전거는 카세트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리면서 변속 느낌으로 알도록 노력해야...ㅋ 어느 순간부터는 그게 잘 되니까...
  • ?
    관광모드/하성식 2014.09.03 20:07
    그게….평지 한 50까지는 되는데 15% 정도나 내리막 60 넘으면 아래 위 끝에서 없는 걸 자꾸 변속하게 되던데요…
    적응하시는데 시간이 걸리니 조급하게 마음먹지 마시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가세요. ^^
  • ?
    고성애 2014.09.06 19:02

    뒤늦게 '급할 때는 살짝 보아야지.'하고 생각합니다.^^ 아직 감으로는 모르니까요.
    MTB 처럼 즐겁게 탈 날 오겠지요.

  • ?
    고성애 2014.09.06 19:11
    하 샘 덕분에 재미도 더 많이 붙였고, 의욕도 생기고 즐겁네요.
    더운 여름 날, 저 이외에 HanRider 모두에게 베풀어 주시는 배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
    아이꼬 2014.09.04 00:49

    전 아직도.... 머리를 떨구고 뒷기어를 확인하는 버릇이... ㅠㅠㅎㅎ 그것도 업힐 전에는

    꼭 확인하는 버릇이,,,(아직 촉으로는 알 수 없어서요.ㅠㅠ)

     

    언니~ 해바라기, 금불초, 코스모스 지기 전에 평일 라이딩 한 번 더 가고 싶어요...^^

     

     

     

     

     

  • ?
    고성애 2014.09.06 19:07
    그래, 꽃들 지기 전에 가도록 해 보자.
    함께 달리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더라.
    선수 폼의 네 모습 보는 것도 즐거웠어.
  • profile
    NOMSKI 2014.09.05 23:34
    <p>고성애 박사님의 발전 속도가 정말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p>

    <p>저도 스프라켓을 저렇게 놓고서는 이 언덕 오르지 못할 거에요.</p>

    <p>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즐겁게 하나씩 익혀 나아가세요.</p>

    <p>올 가을 춘천에서 멋진 코스 시원하게 달리실 수 있으리라 예상이 됩니다.  ^^</p>
  • ?
    고성애 2014.09.06 19:08
    네,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조만간 익숙하게 되겠지요.
    가을 춘천 삼악산 라이딩 기대됩니다.
  • profile
    NOMSKI 2014.09.06 22:49
    <p>고박사님, 삼악산은 자전거로 갈 수가 없는 산입니다. ^^;,,<br />
    <br />
    양구 옛길로 불려지는 소양호로가 로드바이크<br />
    초급자들에게 가장 좋은 코스로 추천하는 곳 입니다.<br />
    <br />
    배후령이라는 큰 산과 추곡령과 추곡터널의 자동차의 위협에서<br />
    벗어나는 것이 초급자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기에<br />
    초급자들은 가급적 자동차로 추곡 약수터 부근으로 오시는 것을 권합니다.<br />
    <br />
    왕복 60 km 가 조금 안되는 거리인데<br />
    가을의 소양호로는 정말 아름답거든요.<br />
    그리고 자동차도 거의 없고 말이죠.<br />
    <br />
    조만간 소양호로 라이딩으로 초대하겠습니다. ^^</p>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4.09.07 08:45
    그 삼단 고개 지난 번 봄에 싱글기어차로 춘천 갈 때 안 끌고 서서 페달링하며 그냥 올라갔는데, 참 힘들었어요. 기어가 40-18이니까 앞 1, 뒤 67단과 비슷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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