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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즌 처음 딸아이를 스키장에 데리고 갔습니다.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로체스 부츠와 90Cm 살로몬 스키를 사주는 성화를 부린 지 세 시즌만이네요. 첫 시즌 30개월 때 아이는 부츠를 무서워해서 보기만 해도 울었고, 헬멧을 씌워도 울었지요. 지난 시즌엔 눈이 무릎까지 쌓인 집 앞 공원 거의 눈치챌 수 없는 경사에서 겨우겨우 조금 미끄러지는 것까지 했는데, 올해는 말귀를 좀 알아듣길래 갔습니다.

 

제가 사는 지린(吉林)시 복판에 베이샨(北山)이라는 공원이 있습니다. 사찰로 유명해서 70년 전 딸애 외증조모가 의좋던 첫 남편과 불공드리러 왔다고도 들었지요. 지난해 늦여름 저는 이 산 남쪽 런민(人民)광장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고요. 산 북쪽엔 ‘스키장’이 있다고 전부터 듣긴 했는데 규모가 작을 것이 틀림없어 간 적은 없었습니다.


 

noname01.jpg
[사진] 여름 새벽의 베이샨 남쪽 런민 공원. 까만색 옷은 숏트랙 빙상 선수

 

중국에 막 왔을 때 스키나 보드나 썰매나 비료부대를 타더라도 모두 ‘滑雪’라고 하니 어디에 ‘滑雪場’이 있다고 들어도 그게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백 여 킬로미터를 가서 찾은 스키장의 면적이 그 곳을 광고하는 입식 간판만 해서 기가 찬 적도 있었지요. 이번에 간 ‘북산빙설대세계(北山冰雪大世界)’도 그러했는데, 이번엔 만 네 살짜리를 태우기에는 더 적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 스키를 처음 신어 보는 시민들이 스키를 빌려 그저 하루 눈 지치고 노는 곳으로, 슬로프 두 개 가운데 하나엔 턴 하는 사람이 없고, 경사가 아주 느려서 썰매 타듯 폴질 하지 않으면 중간에 서는 곳. 십 년 전 중국 어느 스키장의 초급자용  슬로프에 ‘S자 스킹 금지(S자를 之字라고 썼는데)’라고 써 붙이고 직활강밖에 못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말라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다른 하나 슬로프는 조금은 더 급한데, 앞에 비키라고 외치는 광경은 비슷합니다.

 

걱정을 했으나 아이는 한 두 번 넘어지고는 속도가 익으니 그런대로 내려갔습니다. T 바는 탈 수 있을까? 그것도 하네요. 지난 여름 인라인 스케이트를 사 주었으나 유난히 겁이 많아 타지 못하던 아이를 보고, 이제 무엇도 기대하지 않기로 했는데, ‘한 번도 안 넘어졌어요!’하고 자랑스레 선언하는 아이가 대견해서, ‘오늘은 내 인생에서 참으로 큰 의미가 있는 날 중의 하나’라고 잠시 크게 감동했습니다.

 

중국 스키장이 500곳을 넘었다는데, 그 80퍼센트는 이런 데예요. 인간이 이런 곳에서 어떤 기쁨을 느낄 수 있을까? 예전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하게 되었네요. 돈도 적게 들어요. 집에서 차로 십 오 분, 이용료 50위엔(8천 원). 이런 스키장이 지린시에 대여섯 군데 있습니다. 알고보니 여기가 중국 전국 가장 먼저 생긴 소규모 스키장의 하나라는데요. 중국의 도시는 대개 평원에 자리잡는데 여기 땅은 여기저기 솟은 데가 있고 눈도 많으니까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noname02.jpg

 
딸내미 사진을 올리는 게 쑥스럽네요. 뒤에 보이는 정자는 안 가 봤지요.

 

 

Comment '1'
  • profile
    Dr.Spark 2014.01.06 22:05

    정말 썰매장 비슷한 스키장들이 많은가 보군요.^^

    이 글에서 대박은 아래 내용.

     

    "초급자용  슬로프에 ‘S자 스킹 금지(S자를 之字라고 썼는데)’라고 써 붙이고 직활강밖에 못 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말라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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