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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에 관한 "질문"[스키 Q&A]에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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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엘란 스피드웨이브(Elan Speedwave) 14 - 회전 반경 10~16m의 올라운드 스키

엘란(Elan). 이 이름을 대하면 제일 먼저 로터스 엘란(Lotus Elan) 스포츠 카가 생각납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을 하면서 이 차를 봤습니다. 파이버글라스 차체의 정말 멋진 차입니다. 자동차 문화가 아직은 덜 정립되어 클래식 카에 대한 개념이 아직은 없는 우리 나라에서 그 차는 우리 나라 최초의 진정한 클래식 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복원해 가면서 대대손손 탈 수 있는 그런 차 말입니다.

하여간 엘란이란 이름은 왠지 감(感)부터가 좋고, 사랑스럽고, elan vital을 생각나게 하는 이름이어서 정말 생기(生氣)발랄한 느낌이 드는 이름입니다. 이 스키는 지금 슬로베니아에서 나옵니다. 아직도 슬로베니아라고 하면 나라 이름조차 생소하다는 분들이 많은데, 예전 유고 연방이 존재하던 시대에는 엘란 스키에 그냥 “메이드 인 유고슬라비아”로 쓰여졌었는데, 이제는 “메이드인 슬로베니아”로 변경되었더군요.

어쨌든 슬로베니아는 동구권의 한 나라입니다. 대개 동구권이라고 하면 공업이 덜 발달된 나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부터 유고슬라비아는 지역적으로는 동구권에 있으되 나라의 분위기는 완전히 서구 분위기였고, 경공업이 대단히 발달되어 있는 나라였죠. 특히 엘란 사는 원래 소형 항공기나 파워 보트 등을 만들던 회사로서 기술력이 대단히 높은 회사입니다.

제가 이번 시즌에 들어서 시승해 본 07/08 신제품 엘란 스피드웨이브(Elan Speedwave) 14은/는 올라운드 계열의 스키입니다. 이 스키는 아주 독특한 구조적, 외형적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스키입니다. 아래는 이번 시즌 엘란 스키의 카달로그 겉표지에 있는 사진인데, 이게 바로 스피드웨이브 기종의 상판 일부를 찍은 사진입니다. 기종 이름 중에 “웨이브(wave)"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상판에 이런 파도형 물결이 일고 있습니다.^^ 실제로 울퉁불퉁하게 웨이브가 져 있는 상판입니다.




- 기왕 얘기가 나온 길에 물결진 상판의 아래, 즉 스키의 속에는 어떤 것이 들어있는가를 그래픽으로 보여드리는 것입니다. 스키 속이 이렇다니 좀 황당하지만 이건 일단 대단히 아름다운 구조이군요.^^

이 스키에 대해서 제가 정보란에서는 처음 리뷰를 하는 거지만, 시승 소감은 이미 Q&A란에 질문에 대한 댓글 답으로 올려 놓은 바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이미 읽어보신 분들도 계시겠으나 미리 읽어보셔도 별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하지만 아래 내용이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이 댓글을 쓴 이후에 다시 이 스키를 타 봤고, 약간 다른 느낌을 가진 것도 있으므로 이 리뷰의 말미에 나오는 내용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이 스키 상판의 웨이브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를 아래 자료를 통해 보시기 바랍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안에 파이버글라스가 적침(積沈)되어 있으며, 실제로 물결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의 이름도 웨이브플렉스(WaveFlex)입니다.



위 그림의 우측 하단에 보시면 이 웨이브플렉스의 특징이 잘 그려지고 있습니다. 상판이 평평한 것은 스키의 수평 방향으로 판(板)의 비틀림(torsion)이 많지만, 웨이브가 져 있는 것들은 가로 지른 수많은 늑재(肋材/일종의 반원형 프레임)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비틀림에 대한 견고성(torsional rigidity)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하나있습니다.

그리고 아래 있는 그림과 설명은 상판 판재(板材)가 평평하면 스키가 수직 방향으로 좀 딱딱해 지지만, 이 부분이 물결처럼 만들어져 있으면 스키의 앞뒤로는 상대적으로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럴 듯한 얘기고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아주 당연한 것이니까요.

이 웨이브플렉스 기술을 이용한 스피드웨이브 시리즈는 현재 4종이 출시되어 있습니다. 각기 14, 12, 10, 8입니다.(아래 자료 참조)





제가 타 본 것은 이 스피드웨이브 시리즈의 기함(旗艦) 모델인 14입니다. 가격대가 최고급 경기용 스키급의 고급 스키로서 성향은 올라운드입니다. 대개 올라운드 스키는 올 마운틴(all mountain) 및 올 터레인(all terrain) 성향의 스키로 함께 분류되기도 하나 엘란 사는 이 스피드웨이브를 두 가지의 후자와는 구별되는 기종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스피드웨이브 시리즈를 특별하게 “스피드 카빙 스키”로 호칭하고 분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엘란의 올 마운틴/올 터레인 스키인 매그파이어(Magfire) 기종보다 한 단계 상위에 둔다는 것이지요.

전체적인 모양은 위의 카달로그 자료에도 있습니다만, 오른편의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이 더 리얼합니다.^^ 그 사진을 클릭하시면 더 큰 사진이 나옵니다. 살펴보시기 편하게... 아래에서는 여러 사진을 보아가며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제품은 최신 경향에 따른 X 구조로 만들어져 있고, 특유의 웨이브플렉스 구조를 채용했으며, 내부는 최고급 나무 심재(wood core)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타이태늄 판재가 들어가 있습니다. 거기다 캡(cap) 방식의 스키가 아닌, 적층식(積層式) 스키입니다. 어느 모로 보나 비싼 공법과 비싼 소재를 동원해서 만든 최상급 스키임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카달로그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스키는 길이에 따른 회전 반경이 동일하게 표시되고 있습니다. 이건 좀 말이 안 되는 얘기지요. 다시 말해서 스키의 옆들림(sidecut)이 116/70/105mm로 동일한데도 네 가지의 길이 즉 152, 160, 168, 176cm에서 같은 회전 반경을 표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으로 얘기가 안 되는 것 같지만 특정 길이의 스키에서 특정한 한 숫자가 아닌 10~16m라고 표기하고 있으니 틀린 표기는 아니라고 하겠지요.


- 하지만 위의 표기(스피드웨이브 14의 상판에 적혀있는 것을 촬영한 것.)를 보시면 이 제품의 물리적인 회전 반경이 나와 있습니다. R=13.3m인 것이지요.(요즘 스키 상판에는 꽤 많은 정보들이 적혀있습니다. 거기 적힌 정보만으로도 그 스키의 쓰임새나 특성을 다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왜 이렇게 10~16m로 표기했는가를 나중에 설명하면 헷갈리실 수 있으므로 그걸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스키의 수직방향으로의 소프트 플렉스(실은 상대적인 softer 플렉스) 때문입니다. 스키어가 체중을 어떤 전후 움직임을 통해 옮기며 스킹하는가에 따라서 회전 반경이 조절되는 것이지요. 딱딱한 스키에 비해서 부드러운 스키들은 체중을 어느쪽에 두고 타는가에 따라서 회전의 반경이 큰폭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 스키의 탑벤드(topbend)는 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뭉툭한 편입니다. 스키 탑 부분이 겹침 등으로 쉽게 상하지 않도록 알루미늄제의 디플렉터(deflector)가 달려있습니다.(이는 반대편에서 두 개의 나사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잘 들여다보시면 디플렉터에 조금씩 흠이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스킹할 때 생긴 것인데, 다른 스키들에 비해서 이의 효과가 적지 않음을 사진 상으로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아래 쪽에서 보면...

위의 사진의 아래 쪽 엘란 로고타입 아래 보면 회전 반경이 쓰여있습니다. 10-16m.






10~16m의 회전 반경이라면 숏턴에서 미디움 턴을 모두 포함하는 반경입니다. 이런 스키들은 숏턴도 되고, 롱턴도 된다는 식의 올라운드 스키가 지향하는 회전 반경이지요. 서로 성향이 다른 회전 방식인 숏턴과 롱턴이 둘 다 잘 되는 스키가 있을까요? 있다면 그건 꿈의 스키이겠지요. 대개 그건 좀 과한 꿈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스키들의 단점은 극단적으로, 그리고 약간 부정적으로 표현하면 숏턴도 제대로 되지 않고, 롱턴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 제가 타 본 스키는 168cm짜리입니다. 스피드웨이브 14의 상판에 적혀있는 길이입니다.

168cm라는 길이는 176cm의 키를 가진 제게 회전용으로는 너무 길고, 대회전용으로는 너무 짧은 스키이지요. 하지만 올라운드용이라고 할 때는 적당한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웨이브플렉스 구조는 상판 표면에서도 다 들여다보입니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것입니다.


- 내부의 확대 모습.


- X 구조에 의한 상판 양쪽의 보강재만 없다면 이 스키의 옆모습은 완전히 파도의 문양 그대로일 것입니다.

왜 이 제품이 스피드웨이브인가 하면, 카빙 스키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이유도 있지만, 이런 굴곡진 상판에서의 공기의 흐름이 빠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역시 항공기 회사의 전력을 가진 엘란은 좋은 풍동(wind tunnel) 시험 장치를 가진 티를 내는군요.^^

그리고 이런 상판일 경우 웨이브가 진 곳에서의 빠른 와류(渦流) 때문에 눈이 잘 달라붙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실제 이 스키를 타 보면 다른 스키들과 비교해서 눈이 잘 안 달라붙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합니다.

위에서 제가 편리하게 부츠 길이에 맞출 수 있는 바인딩 얘기를 했는데, 그 사진을 좀 보도록 하겠습니다.







엘란 상표를 달고 있는 ELD12라는 최대 DIN 계수 12(3.5에서 시작)의 바인딩입니다. 이 12라는 계수는 당연히 웬만한 스키 상급자는 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무게가 좀 나가는 사람도 별 문제가 없는... 그리고 3.5에서 시작하니 몸무게가 아주 가벼운 사람도 사용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바인딩이라는 것이 DIN의 최소치와 최대치의 대략 중간 정도에 맞춰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하니 대략 딘 계수를 7~9 사이에 놓는 스키어가 사용하면 최적이겠지요.(저는 DIN 9에 설정.)

이 바인딩은 Full Diagonal System(전방위이탈 시스템)이라고 쓰인 걸 보니 티롤리아(Tyrolia) 사의 제품인 것 같습니다. 이 바인딩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은 앞 바인딩에 있는 한 가지 장치입니다. abs라고 쓰인... 다른 제품들은 이곳에 미끄러운 패드(대개 테프론 재질의 패드) 하나만 달랑 붙여 놓거나 옆으로 슬라이딩되는 장치를 설치하기 마련인데, 이건 좀 특이합니다. 아래와 같은 톱니 달린 띠가 옆으로 힘을 받으면 회전하게 되어 있습니다.


- 아무래도 이렇게 만들려면 제품이 더 비싸질 텐데... 그래도 효과는 좋으니 고급 제품.^^

이 바인딩의 길이를 조절하는 장치는 앞뒤 바인딩 사이에 있습니다. 앞뒤 바인딩이 하나의 바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 중간에 길이를 조절하는 톱니 장치가 만들어져 있고, 눈금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숫자에 맞춰서 앞뒤 바인딩의 길이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도 쉽습니다.


- 중간에 있는 검정색 뚜껑에 “OPEN"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걸 왼쪽 모서리의 틈을 위로 당기면 열립니다.


- 뚜껑이 열리면(??? 뚜껑이 열리면?^^;) 그 위쪽으로 톱니가 보이고, 아래 쪽에 쇠로 만든 레버가 보입니다.


- 이 레버를 위쪽으로 젖혀놓으면, 바인딩의 길이를 마음 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길이 조절이 끝나면 다시 레버를 아래로 젖혀 잠그면 됩니다. 물론 그 후에 다시 뚜껑을 닫고...

이 바인딩은 당연히 중앙을 중심으로 해서 중간점이 고정된 상태에서 앞뒤 바인딩이 등간격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츠의 센터와 스키의 센터가 항상 일치하는 가운데 크고, 작은 부츠를 쉽게 바인딩의 길이를 조절해 가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의 렌탈용 스키를 사용하듯이 한 개의 스키를 여러 사람들이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바인딩을 살펴보다가 갑자기 뭔가를 깨닫게 한 것입니다. 바로 이 스키의 허리 굵기이지요.


- 이 사진으로 보아서는 구별을 잘 못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 스키의 허리(허리의 상판 가로 길이 말고, 측벽/사이드월 쪽의 두께)가 보통 굵은 게 아닙니다.

올라운드 스키의 특성이지요. 부양력을 좋게 하면서도 강한 에징을 보장하기도 하는... 이 제품은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높은 플레이트(plates/더비)를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바인딩의 플랫폼이 좀 높기는 하지만 중앙에는 바인딩의 길이 조절을 위한 판만 연결되어 있고, 중앙 부위를 플레이트가 아닌 스키 자체의 두께를 늘려 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 정말 궁금해서 제가 대충 중간으로 추정되는 부위를 미쓰도요 디지털 캘러퍼로 재봤습니다.




- 이 두께 보이십니까? 21.47mm.-_-(앞서 사진에서 잴 때는 21.87mm 약간의 오차는 어느 부위를 쟀는가에 따라서 조금 차이가 난 듯합니다.)

21.47mm라면 이건 정말 두꺼운 것입니다. 같은 올라운드 계열의 로시뇰 Zenith Z9 Oversize가 스키 자체만 가지고 보면 이 부위의 두께가 13.54mm이고, 거기 붙은 플레이트의 높이까지 하면 16.52mm입니다. 경기용 회전 스키인 R9S Oversize는 각기 13.77/17.61mm이고, 대회전 스키인 R9X Oversize는 각 15.04/19.00mm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허리를 두껍게 한 이유는 뭘까요? 그건 독립적인 플레이트를 단 것과 같은 효과를 일부 가져오면서도 보다 반응이 빠른 스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설면으로부터의 느낌을 보다 정확히, 신속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중앙의 플랫폼이 높아져서 더더욱 강한 X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이 스피드웨이브가 추구하고 있는 Softer Flex를 만듦에 있어서도 훨씬 유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즉, 스키의 허리 두께가 두꺼운 가운데, 스키어의 하중이 중앙 부위에 전해 질 때 이 체중이 앞뒤로 빠르게 분산되면서 웨이브플렉스의 부드러운 구조를 통해서 하중이 스키 전체에 고르게 퍼지고, 이는 스키의 설면 밀착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가장 컨트롤하기 쉬운 스키는 가장 설면에 많이 밀착해 있는 스키인 것(공중에 뜬 스키는 조종 불가이지요.)이고, 또 그런 스키의 안정성은 극대화되기 마련이지요.


- 이 스키의 테일은 대개의 올라운드 스키처럼 살짝 들려있고, 양쪽이 라운드(round)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테일이 너무 깊이 물리지 않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 바닥면입니다. 스키를 타고 나서 바로 물기를 모두 말렸어야 하는 건데, 차에 싣고 온 후에 꺼내 보니 살짝 녹이 슨 흔적이...^^;

위의 스피드웨이브 14의 바닥면에서는 두 가지를 보면 되겠습니다. 하난 베이스 에지의 넓이입니다. 약 2mm입니다. 경기용 스키에 비해서는 상당히 넓지요. 아무 걱정 않고 열심히 에지 샤프닝을 해서 써도 좋은 넓이인 것입니다.(의외로 이런 거 걱정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에지를 자꾸 갈면 나중에 스키가 멀쩡해도 날이 없어서 스키를 못 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에지를 밀어도 대개 한 번에 갈려나가는 높이는 복사용지 두께의 1/5에서 2/5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걱정 않아도 좋습니다.)

위의 바닥면은 이틀을 스킹한 상태에서 찍은 것입니다. 출시 때 스트럭쳐링(structuring)된 것과 거의 같은 상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걸 보시면 이 제품이 상급자용 제품인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이런 스트럭쳐 상태에서 나는 속도도 대단할 것이라는 것도 추정할 수 있고요. 역시 스피드 카빙용.^^



이 제품을 보면서 특이했던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위의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이 제품은 중앙의 캠버(camber)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 나온 스키들은 재질이 워낙 좋은 것들이어서 굳이 캠버를 높이지 않아도 스킹 시 이 캠버가 역캠버(reverse camber/위쪽으로 배가 나온 만큼 거꾸로 둥글게 휘어지는 것.)를 이루면서 회전하는 데 별 지장이 없습니다.(그래서 일부 카본 스키들은 거의 캠버 자체가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까지 생긴 것이지요. 실제로 구디 카본 스키 등은 캠버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제품은 두 개의 스키를 마주 놓았을 때 디지털 캘러퍼에서 아래와 같은 숫자가 나올 정도로 캠버가 확연하게 들려있습니다.



캠버의 역할 중 하나가 역캠버를 이루는 것도 있지만, 체중을 빠르게 스키 전체로 분산하는 것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이 스키는 원래의 제작 의도를 구현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스피드플렉스는 아주 성의있게 만든 스키이고, 성능도 그에 부응하는 스키입니다.

이미 이 스키를 처음으로 타 본 소감에 대해서는 댓글로 쓴 바가 있고, 그걸 위에서 소개했습니다만, 몇 가지 덧붙일 내용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 스키를 탔을 때는 설질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야간 스킹이었는데 낮에 녹았다가 밤에 약간 꾸덕꾸덕해 진 눈으로서 중간에 아주 자잘한 얼음알갱이들이 많은, 그래서 날이 박히기 쉽지 않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느낀 것(위에 소개한 댓글에 있는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1. 미디움 턴에 최적인 스키.
2. 롱턴에서는 약간 불안정.
3. 짧고, 리바운드가 강한 숏턴보다는 상대적으로 진폭과 낙차가 큰 카빙 숏턴에 나음.
4. 강한 에징 능력.
5. 제품의 마무리가 대단히 좋은 스키.

나중에 비교적 좋은 설질의 주간 스키에서 이 스키를 타 보면서 느낀 것은 1번 사항의 재확인, 2번 상황에서의 극적인 반전(反轉), 즉 롱턴에서 상당히 좋은 느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처음 탈 때는 롱턴을 하면 앞부분이 좀 떨리는 듯한 감이 많았는데, 그게 설면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3번의 경우도 재확인했는데, 그것 이 스키가 숏턴용은 아니라는 것입니다.(이건 최초 테스트시의 느낌과는 달라진 것이지요.) 즉, 이 제품은 숏턴보다는 미디움 턴 이상의 턴에 더 적합한 스키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첫 번째와 두 번째 테스트 시의 느낌이 부분적으로 상반되어 있으나, 두 번째 테스트는 첫 번째의 감을 기억한 채로 그걸 더 깊이 테스트해 보려고 노력한 결과이고, 또 설면의 상태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스킹하는 정도의 설면에서 주간 스킹을 한 것이므로 후자가 더 정확한 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길이의 회전을 할 것인가에 따라서, 그리고 자신의 스키 실력과 키를 고려하여 이 스키가 가진 4가지의 길이(각 152, 160, 168, 176cm) 중에서 선택을 해야할 것이라는 겁니다. 숏턴 쪽이라면 152, 160cm 중에서 미디움 턴이라면 160, 168cm 중에서, 그 이상의 턴이라면 168cm, 176cm 중에서...

또 한 가지 특징은 이 스키는 비교적 다루기가 편하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편안한 스킹이 가능하고, 조금 길게 타면 크루징(cruising)하는 느낌입니다. 순항(順航)하는 듯한... 소프트한 플렉스와 적절한 체중 분산 효과, 설면에 대한 밀착성이 강해서 컨트롤이 매우 좋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서 월드컵 경기용 스키나 양판용의 경기용 스키를 탈 때처럼 긴장하지 않고 타도 좋은, 다루기 편하지만 대체로 원하는 바를 잘 구현해 주는 스키입니다. 특히 이 스키의 특징으로 지적할만한 것은 대개의 올라운드 스키들, 혹은 올 마운틴 스키들처럼 반응이 좀 무딘 듯하면서도 딱딱한 느낌이 없다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스피드플렉스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에지 그립이 이 스키의 가장 현저한 특징입니다. 올 마운틴/올 터레인 스키의 일반적인 특성과는 좀 다릅니다.)

이 스키가 채용한 웨이브플렉스 구조(+기능?)는 08/09 시즌에 이르면 거의 모든 시리즈에서 도입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개발로부터 알파, 베타 버전의 시험을 거쳐 제품화되는 기간이 대략 4시즌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구조의 장점은 이미 엘란 사에 의하여 확증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구조를 제품의 거의 전 계열에 걸쳐서 적용하려는 것이겠지요.

제품 문의:

(주)동보아이엔티
http://www.dongboint.co.kr
서울 강남구 논현동 98-4 구룡빌딩 2층
전화: 02-3444-7570

과장 황태수(010-3038-1485)
timh@dongboint.co.kr

Comment '4'
  • ?
    최규진 2007.12.31 20:54
    [ hahagomm@hanmail.net ]

    박사님의 리뷰로 또 이 스키가 매진사태가 벌어지는 거 아닐까 추측됩니다.
    전 엘란 gs fusion pro 178cm을 타고 있는데 다음번에는 이런 올라운드로 한번 가볼까 아니면 더 긴 제대로된 대회전과 회전용 두 대를 준비해볼까 미리부터 고민하고 있답니다. 이 올라운드는 꼭 가져보고 싶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
    김성연 2007.12.31 22:34
    [ tiger74kim@nate.com ]

    그래도 최소한 내일이나 되어야 스피드웨이브 14 리뷰/시승기가 올라오겠구나 생각했는데 놀랍습니다.^^

    엘란에서 중심이 되는 기술이 waveflex이기에 그에 대한 안내가 상당히 필요했는데 박사님께서 너무나 자세히 알려주셔서 많은 스키어에게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저 또한 많이 알게 되었고 갑자기 스피드웨이브가 타보고 싶어졌습니다.^^
  • ?
    박순백 2007.12.31 22:44
    [ spark@dreamwiz.com ]

    [김성연 선생님] 이미 타 봤던 것이고, 감을 느껴본 것이므로 사진 찍고 자료 정리해서 올리면 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래서 김 선생님의 SLX 월드컵 리뷰가 올라온 시점에서 마무리를 한 것입니다.

    다른 스키들과 좀 다른 느낌은 설면에 더 잘 밀착한다는 그런 것입니다. 이 제품도 에지 그립이 강하기는 하지만, 순경기용의 엘란 SLX 월드컵에서 느껴지는 그런 강력한 에지 그립과 튀어나갈 듯한 강한 반동(리바운드)은 기대하시기 힘들 것입니다. 부드러운 가운데, 편하게, 지속적인 컨트롤이 가능한 스킹을 하는데는 딱 어울리는 스키입니다.
  • ?
    하성식 2008.01.01 19:17
    [ fastride@paran.com ]

    사고가 안났으면 올해 구입예정이었던 스키입니다. 전년도 12를 타봤는데 안정적이고 무난했던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구입했으면 14를 샀겠습니다만 내년엔 재활차원에서 12를 구입고려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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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 엘란 스피드웨이브 14 - 회전 반경 10~16m의 올라운드 스키 07/08 엘란 스피드웨이브(Elan Speedwave) 14 - 회전 반경 10~16m의 올라운드 스키 엘란(Elan). 이 이름을 대하면 제일 먼저 로터스 엘란(Lotus Elan) 스포츠 카... 4 박순백 2007.12.31 15664 791
1055 공지 [김지훈/女] 여성 스키어에게 권할만한 가격 좋은 장갑 구매기. - Spark: 김지훈 선생께서 [자유 갤러리]에 올린 리뷰를 옮겨 온 것입니다. 제목: 카테고리: 스키/보드 촬영자: 김지훈 등록일: 2007-12-31 16:15 var str_saveCo... 3 박순백 2007.12.31 4880 503
1054 정보 [동영상] 모글 코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이 게시물은 홈페이지 관리자에 의하여 " 서준호의 모글 스킹"란으로부터 복사되었습니다.(2007-12-31 09:44) * 위 버퍼링이 완료될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십시... 2 서준호 2007.12.31 4281 582
1053 칼럼 알파인 선수 전용 연습코스에 대한 나의 생각 * 이 게시물은 홈페이지 관리자에 의하여 " 스키장 정보"란으로부터 복사되었습니다.(2007-12-31 09:36) 07-08 시즌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국 알파인스키대회 및 ... 6 김진덕 2007.12.31 4680 547
1052 공지 엘란(Elan) SLX Worldcup 시승기입니다.^^ * 이 게시물은 홈페이지 관리자에 의하여 " WCT 리뷰/시승기"란으로부터 복사되었습니다.(2007-12-31 09:31) 1. Elan과의 첫 만남 04~05년 시즌이 막 시작할 무렵... 7 김성연 2007.12.31 5857 509
1051 정보 [동영상] 우리 함께 해요~ 즐거운 모글스킹.. 2007년 12월 23일 (일요일) * 이 게시물은 홈페이지 관리자에 의하여 " 서준호의 모글 스킹"란으로부터 복사되었습니다.(2007-12-29 22:43) * 위 버퍼링이 완료될 때까지 잠시만 기다리십시... 서준호 2007.12.28 3078 380
1050 기타 07/08 NEW CARVE CSI-BK901(미들 웨어) CSP-BK801(바지) 새창에서 보기 박순백 2007.12.27 4410 390
1049 기타 07/08 익스트림게릴라 스키양말, G Zone PLUS 신규 상품 새창에서 보기 1 박순백 2007.12.27 4291 536
1048 기타 겨울 시즌의 필수 아이템 07-08 EXIT 보호대 세트 새창에서 보기 박순백 2007.12.27 3529 439
1047 정보 스키장에서의 방수제의 위력. 스키장에서 항상 스키를 타면서 불편했던 것은? 스키를 잘 타지 못 하여 자주 넘어지곤 한다. 그래서 항상 스키장갑과 스키복은 축축하게 젖어있다. 스키를 잘 타... 2 김미경 2007.12.27 5796 656
1046 정보 익스트림 게릴라 07-08 G Plus (vs 06-07) 작은 정보 안녕하십니까. 반호석입니다. 시즌 초에 올려 보려 했던 작고 간단한 정보입니다. 먹고사는 일이 너무나 바빠서 이제야 짬을 내서 작성해 봅니다. 누구나 인정해... 11 반호석 2007.12.27 4279 450
1045 정보 드디어 코스타 레이스 일정이 공지 되었습니다. 코스타 대회일정이 발표 되었네요. 스키 레이싱란에 소개 되었지만 더 많은 분들이 보실수 있게 스키 정보에도 올립니다. 1. 대회횟수 : 총 5회 ( GS : 5회, SL :... 9 강정선 2007.12.27 3622 470
1044 정보 [동영상] 스키 배운 지 이틀만에 용평 레드 슬로프 내려오기 이재학 선생님과 함께한 아주 특별한 스키 강습 후기 스키를 한번도 타보지 않은 제가 딛고 일어서기를 통해 스키를 접한 부분을 생각할때 정보성의 글이 될 수 ... 36 권순영 2007.12.24 10387 250
1043 정보 일본 탑 데몬스트레이터와 함께하는 워크샵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이문진이라고 합니다. 항상 이곳에서 좋은 글과 정보를 통해 새로운 스키세계를 접하고 있는 ... 4 이문진 2007.12.24 5067 559
1042 공지 Taubert 3layer 장갑 착용기 오랜만에 스키장 장갑을 샀습니다. 그동안 데쌍트 스키장갑 두 켤레를 번갈아 사용하는 관계로 쉽게 닳거나 그러지 않더군요. 잘 말려서 사용했었고 데쌍트 장갑... 3 최길옥 2007.12.22 4674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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