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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Who's Phillip Yoon?), 조용훈 칼럼, [PC-Fi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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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
2008.04.04 14:00

[윤세욱] 실용 튜너(Tuner) '쿼드(QUAD) FM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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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7106 좋아요 631 댓글 0
(379) 제목 : 실용 튜너(Tuner) '쿼드(QUAD) FM3' / 윤세욱 - 2001-02-26 22:21:51   

식구들을 대전에 놔두고 서울에 혼자 있습니다. 아이들 전학 문제도 그렇거니와 어차피 큰 이사를 한번 해야하는데, 번거롭게 옮긴 걸 또 옮길 필요가 있겠냐싶어 혼자 지내기로 작정한 겁니다. 형편이 그렇다보니 세간이라고 할 게 뭐 있겠습니까. 침대에 책상 하나가 살림의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못된 버릇 하나는 여태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디오지요. 싸구려 앰프(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걸 주워온 겁니다), 파이오니어 LD플레이어, 그리고 쿼드(Quad) 튜너로 책상 위에 오디오 시스템을 구성해놓았습니다. 물론 들을 만한 CD도 몇 장 가져다 놓은 것은 물론이구요.

CD 플레이어로 말씀드리자면 CD와 LD가 모두 재생되는 플레이어인지라 음질이 시원찮습니다. 동조 노브(knob)를 돌리면 바늘이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아날로그 튜너 역시 구수하긴 할 망정 크게 하이파이는 아닙니다. 하드와 소프트 양쪽 모두 부담도 없고 별 볼일 역시 없는 시스템입니다.

귀가하면 오디오의 전원부터 넣습니다. 돈이 별로 들지 않은 싸구려 시스템인지라 예열을 합네, 음장을 잡네, 어쩌고 수선을 떨 필요가 전혀 없으니까 마구 다루어도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 어쩌면 돈이 별로 들지 않았다는 것이 편하게 접근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음악의 소스는 말씀드렸듯 시디와 방송이 전부입니다. 둘 가운데 평소 습관대로 CD를 자주 들었는데, 두어 번 튜너에 손길을 주었더니 나중엔 튜너가 음악 듣기엔 훨씬 부담이 덜하더군요.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지 튜너와 순식간에 배짱이 맞았습니다. 튜너란 게 아시다시피 일단 동조만 잡아놓으면 이것저것 손댈 필요가 없잖습니까.

더구나 우리 나라는 클래식 전문 방송이 하나 달랑 있습니다. 93.1MHZ KBS 제1FM 방송 외엔 다 대중가요 위주라서 클래식 FM방송만 듣겠다고 작정하면 튜닝 노브조차 돌릴 필요가 없이 전원만 넣으면 음악이 나옵니다. 심지어 제 튜너는 전원 스위치도 없는 단순한 물건이라서 파워 앰프 전원만 끄지 않으면 옛날 유선방송(대지방송?)처럼 하루 종일 음악 소리가 찰랑거립니다. 뭐 괜찮더군요. 전기세가 좀 걱정이긴 하지만 그까짓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전기세가 나와봐야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하여튼 그렇게 음악을 들어가며 그럭저럭 살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어제 튜너 이야기를 몇 말씀 올렸습니다. 가격을 초월한 최고급 - 소위 "튜너 지존" "The Day of Sequerra"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기름기 많은 음식을 드시면 좀 느끼하시지요? 해서 튜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반대로 평범하되 비범한(?) - 싸고 예쁘고 그러면서도 사람에게 잔잔한 기쁨을 주는 실용정신에 충만한 튜너 "쿼드(QUAD) FM3"를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제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튜너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 튜너 FM3를 한번이라도 보신 분은 아시겠지요. 디자인이 단순하다 단순하다해도 이 튜너만큼 단순한 모델은 대명천지에 없을 겁니다. 조작부라고 해봐야 아날로그 튜너라서 주파수 선국용 노브(튜닝 노브) 하나 달려있는 게 전부입니다. 말씀 드렸듯 전원 스위치도 없습니다. 그러니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놓으면 낮이나 밤이나 불이 들어와 있는 겁니다. 크기도 아주 아담해서 가로 한 뼘, 세로 반 뼘 정도에 높이는 사분지 일 뼘 정도... 색깔도 넥스텔 회색 도장이라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우습죠? 하지만 모양은 참 귀엽습니다. 전원이 투입되면 스케일 창이 밝은 오렌지 빛을 냅니다. 조그만 크기, 심플하다 못해 아예 회색 블록 같은 외관, 그러나 튀지 않는 도장에 따뜻한 색깔의 호박색 조명이 겹치면 정말 영국 사람의 실용정신이 절절하게 배어들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단순하게 디자인 된 물건이 아주 교묘한 -사용해 보시면 코믹하고 유쾌한 기분까지 드실지도 모를- 조그만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국 위치 표시 기능이 바로 그것입니다.

말로 표현하기가 좀 어려운데, 스케일 창을 들여다보면 크기가 한 2-3mm정도 되는 삼각형 표지가 몇 개 있습니다. 튜닝 노브를 돌려서 이 표지를 원하는 방송국 위치에 가져다 놓을 수 있도록 된 기능이지요. 그 게 뭐가 교묘하나구요? 이게 평범하게 조작하면 절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노브를 누르면 노브 전체가 한 10mm 쯤 안으로 쑥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노브를 돌리면 그때야 비로소 스케일 눈금 지침이 표지들을 물고 움직이는 겁니다. 그랬다가 원하는 위치에 갖다 놓고 튜닝 노브를 놓으면 노브는 원위치 되고 표지는 자리를 잡는 것이지요.

뭐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닌 기능입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 보시면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디자인된 그 얄밉도록 단순한 구조 안에, 의표를 찌르는 기능을 숨겨 놓은 솜씨를 보노라면 참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있긴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니 이런 대목에서 음질이 하이파이조(調)가 아니라 한들 뭐 그리 흠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굳이 따져서 그렇지 음질도 들어줄 만 합니다. 오히려 구수한 맛은 상급 모델보다 더 있습니다.

참 귀엽게 생긴 기능이 한 가지 더 있다는 것을 잊었군요. 튜닝 스케일 창엔 지름 약 5mm 정도의 램프가 세 개 있습니다. 좌측에 연달아 두 개, 그리고 오른쪽에 한 개 있는데 좌측 두 개는 방송이 치우치면 치우친 쪽의 전구가 밝아집니다. 그래서 두 개의 전구가 같은 밝기로 빛이 나도록 하면 "튜닝 끝!"입니다. 오른쪽 하나 있는 전구는 전계강도를 나타내는 것이구요. 다른 튜너처럼 이것이 레벨 미터고 이것이 튜닝 미터라고 전혀 강조하지 않고, 관심을 두지 않으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기능이 램프 3개를 이용해 한 방에 끝내버립니다. 일반 튜너에서는 미터를 따로 디자인하고 미터에 조명을 주는데 이것은 조명 자체로 미터의 기능을 하도록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절묘하지요?

한 밤중에 이 튜너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함박눈이 잔뜩 쌓인 북유럽의 가정집 풍경이 떠오릅니다. 솜이불 같은 눈이 처마 밑까지 쌓여있는데 그 집 유리창으로 흘러나오는 따뜻한 백열전구의 불빛, 정원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빛나고,,,

어떻습니까? FM3의 분위기가 상상이 되시나요. 물론 이보다 더 비싼 FM4라는 디지털 튜너가 있는데, 그리고 값도 조금 더 비싸게 거래되는 것 같은데 제겐 값의 고하를 떠나 이 녀석 FM3가 훨씬 더 정감이 갑니다. 값은 시큐에라 한 대면 이런 것 스무 대 이상 삽니다.

소리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요즘 음악 듣기 편합니다. 어쩌면 사는 것도 그런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욕심을 줄이면 사는 게 편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월급을 조금만 타겠다고 작정하면 윤세욱 끙끙 앓는 소리도 좀 줄겠군요.

허허허...낙서를 하다보니 참 이렇게 도(道)도 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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