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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Who's Phillip Yoon?), 조용훈 칼럼, [PC-Fi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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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
2010.12.17 04:15

현대음악 실마리 잡기-5 : 간결함의 미학

조회 수 1183 좋아요 91 댓글 0
물론 조성을 따르는 작곡가들도 무조성파들이 열나게 설치고 다닐 때
손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홈플레이트로 돌아오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대성을 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공부까지 잘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대표적인 예가 드뷔시입니다.
드뷔시는 전음음계(全音音階)를 사용한다든가 음의 중심부를 임의적으로 움직이는 기법을 통해 조성을 약화시키겠다고 용을 씁니다.
하지만 그의 “어정쩡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때문에)
실제론 조성이 오히려 더 강조되는 효과를 만들었습니다.
어쨌든 그의 중요하고도 영향력 있는 실험에 대해선
조성을 폐기물로 묘사했다기보다 조성이 존재하는 새로운 분위기를 제공하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겁니다.
어떻게 보면 드뷔시는 순수한 중간적 입장이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음악은 현대음악의 입구로서 역사적 위치를 지닙니다.
드뷔시의 조성은 무조성파 같은 목숨을 건 모험은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무엇이 평범한 현대인의 귀를 “목신의 오후”보다 더 안락하게 줄 수 있겠습니까.



드뷔시의 시도는 새로운 시각에서 조성을 구제하는 것이고,
그래서 프랑스 인상주의 산물은 그의 노력의 결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세계의 음악 중심이 바그너에 의해 유행되었던 독일낭만주의운동으로부터 파리로 넘어오게 됩니다.
물론 드뷔시만이 이런 운동의 주창자는 아닙니다.
“에릭 사티”라는 선구자적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파리에 한 음악 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짐노페디”와 같은 가장 단순하고 짧으며 침착한 음악, 반주가 적은 곡을 통해
사티는 “거대함”이라는 것을 간단히 거부함으로서 그 운동을 대변했습니다.
이 곡은 철저한 현대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아주 “편안하게”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강한 영향에 대항하여 1888년에 작곡된 이 곡은 얼마나 신선합니까.
이것이 사티가 조성을 구제하는 방식입니다.
사티는 20세기에 접어들 시기에 이러한 간결성과 객관성을 통해
드뷔시, 라벨, 미요와 또 이 수하에서 배웠던 다른 위대한 프랑스 작곡가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객관성과 간결성이야 말로 새로운 느낌의 열쇠였던 겁니다.
특히 객관성은 음악의 분위기를 깨끗하게 했고, 새로운 음을 부여했으며
기름기 없는 팽팽한 근육을 만들었고-그렇게 해서 음악 안에서의 바그너 스타일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랫동안 무시되었던 개념이던 유머 감각이 음악 속에 다시 나타나게 됩니다.
거대하고 풍염하던 독일낭만주의에 대항하는 반작용으로서
사람을 놀리는 듯한 재미와 풍자가 포함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틀리고 우스운 음들이 특이성을 지니게 되는 “웃기는 음악의 학파”라고 불리는 사조가 자라났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초기 작품 “폴카”에서처럼,
잘 짜여 지고 오만불손한 놀라움들이 틀린 음을 통해 고안되어 청중을 웃게 만드는 겁니다.
평론적 의미로 본다면 의외성의 확장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객관성이 좀 더 진지해지기 시작하면
쇼스타코비치의 훨씬 후기 작품인 5번 교향곡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발가벗음에 비유될 만한,
낭만주의적 구식 장식물이 거의 제거된 깨끗한 소리의 분출 같은 꾸밈없는 텍스처 등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간결성, 분명함, 썰렁한 유머, 심플한 짜임새 등등을 지닌 객관적 영혼은
자연히 “신고전주의”라고 불리는 운동의 양태로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음악이 낭만주의에 의해 달콤해지기 이전인,
18세기의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등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영감(靈感)입니다.
1923년 파리에서 스트라빈스키에 의해 주창된 신고전주의적 음악의 상세하고 건조하며 바흐적 감각의 충만함을
“Little Octet for Wind Instruments"를 통해 느껴보십시오.





이제 바흐로 돌아가고 보니, 거기서 찾아지는 새로움은 너무나 달랐습니다.
그래서 작곡가들은 마치 가장 현대적인 앰플리파이어가 레트로 풍을 지향하듯,
고전의 재조명을 통해 현대를 음미하려고 합니다.
이, 고전과 현대의 상이점에 현대 조성음악의 핵심이 놓여 있습니다.
작곡가들은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식 조성을 신선하고 새로운 소리로 변화시킴으로서
현대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듭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12음 기법의 악몽으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잠시 동안 반음계는 잊자.”고 말하면서 한때 좋았던 옛날 음계와 같은 기초적인 음악자료로 돌아오는 것이 그것입니다.
낡은(!) 7음 음계 또는 다이아토닉 음계의 숨결을 새로운 각도에서 다듬어
코플랜드의 “아팔래치아의 봄” 같은 작품이 나옵니다.






작곡가들은 때때로 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대 그리스 음계를 넘어 원시시대의 5음 음계까지 돌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아리랑을 연주할 수 있었던 5개의 검은 건반을 기억하십니까.
물론, 옛 음계들에 대한 이러한 재음미는 멜로디에 대한 새로운 흥미,
즉 우리가 후기 바그네리안 숲속에서 잃었던 흥미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로이 헤리스”의 3번 교향곡 같은 현대음악은 그레고리안 성가처럼 풍요롭고 순수한 멜로디 흐름으로 시작됩니다.
이 “의고(擬古)”적, 그러나 틀림없이 현대적인 멜로디의 특성은
옛날 바그너의 기름진 호화로움과는 분명 비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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