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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Who's Phillip Yoon?), 조용훈 칼럼, [PC-Fi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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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욱 칼럼
2010.12.16 12:55

[오디오 잡설] 계륵 들이다-2 (발굴5)

조회 수 929 좋아요 68 댓글 0
아래 글의 원작자는 윤세욱 선생님입니다.



값이 비싼데다가 거래가 드물어 K241-D는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E-bay를 지켜봤습니다만 물건이 전혀 나오질 않고,
그러다보니 가격도 알 수 없더군요.
설사 물건이 나오더라도 저로선 살 그릇이 안 됩니다.
그래서 여태 그래왔듯 우회로를 찾기로 했습니다.

“4665처럼 이 녀석도 앰프의 부속물로 굴러다닐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자료를 찾았더니 260A의 인풋 트랜스로 이 녀석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나오더군요.
260A는 알텍의 진공관 파워앰프로서 설계는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한 것인데
출력이 자그마치 260와트(!)나 나오는 거함입니다.
무게도 장난이 아니어서 186파운드나 되고요.
그러나 시중엔 물건도 없고 설사 나온다 한들 저로선 살 수도 없습니다.
돈도 돈이려니와 이렇게 커다란 출력을 어디다 쓰겠습니까.
그래서 또 궁리를 합니다.

“이것과 같은 세대의 믹서라면 거기에도 K241-D를 사용했을 확률이 높겠지.”

저, 잔머리 잘 굴리죠?
그러면서 다른 트랜스 만지느라 이건 일단 열외가 되었습니다.

여담 내지는 정보 한 마디.
342A 믹서의 인풋 트랜스가 4665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명한 포스터-한쪽 다리를 앞으로 딛고 몸을 숙이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나오는 마이크의 별명이 펜슬인데
펜슬의 마이크앰프 M-20의 인풋도 4665가 받습니다.
그러나 같은 342계열인데도 342B 모델의 인풋 트랜스는 가격 문제 때문인지 4722로 바뀝니다.
이런 게 정보가 될까요.

에니웨이........
어떻게 E-bay에서 이 물건-알텍 230B를 보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박사님 말씀에 의하면 귀신 나오게 생긴,
혹은 아마추어가 대충 주물딱거려 만든 것 같은 믹싱 앰프가 경매에 올라온 걸 발견했습니다.
그 동안 믹서를 여러 대 사들였기 때문에 믹서의 구조는 대충 압니다.
입력 채널 숫자만큼 인풋 트랜스가 붙고,
트랜스 출력을 인풋 스테이지가 받은 뒤
적당히 레벨을 조정해서 라인 앰프로 출력시키는 게 대부분 믹서의 얼개입니다.
그런데 판매자가 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올려서
가운데 앞부분의 내부 위쪽으로 4629 트랜스(K241-D의 쌍둥이 동생)가 달려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다른 사진도 꼼꼼히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요.
진공관과 콘덴서 뒤로 인풋 트랜스가 주르르 박혀 있는 게 슬쩍 내비치는 겁니다.
유감스러운 것은 트랜스의 형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은 트랜스 모습조차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을 뿐
믹서에 대해, 혹은 이 20-20 플러스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으신 분은 알 수 없는 사진이었습니다.

“4629가 따로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인풋 트랜스는 아마도 K241-D일 게 틀림없다.”

이렇게 통박을 굴리고선
제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고가격으로 지른 뒤 마침내 사들이게 됩니다.

수중의 물건의 99퍼센트는 다 미국에서 구입한 겁니다.
캐나다엔 쓸 만한 게 거의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미국 소재 물건을 사들이려 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판매자가 아예 외국으론 안 팔겠다는 것.
둘째 설사 판다하더라도 송료가 비싸다는 것입니다.
판매지역 제한도 그렇거니와 송료 문제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심한 경우 송료가 물건 가격의 절반이 더 되는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서 몇 년 동안은 시애틀 거주 지인의 주소를 이용했는데
나중 좋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국경 바로 근처에서 물건을 수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이용하는 겁니다.
이 앰프도 그렇게 배달 받았습니다.

서비스 회사에 가서 보니 엄청나게 크더군요.
사진으로 볼 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는데
막상 배달된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습니다.
사진 보십시오.
크기를 가늠하시라고 제 손목시계를 올려 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트랜스 몇 개 뽑아 쓰겠다고 이 큰 걸 사 들인 내가 제 정신이 아니네.”

궁시렁거리면서 박스를 열었는데........

아니, 이게 뭡니까.
워낙 무겁고 덩치가 커서 그랬던지 노브 두 개가 파손되어 박스 안에 가득 찬 완충용 스티로폼 알갱이 사이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겁니다.
어차피 트랜스만 쓸 요량이지만 그래도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기왕 산 것 외관이 멀쩡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이미 깨져 버린 것 어쩔 수 없죠.
포장을 풀고 깨진 노브(유골)를 이리저리 수습한 뒤
앰프만 대충 트렁크 안에 실으려고 하는데 워낙 커서 안 들어가네요.
풀사이즈 쉐비 임팔라-트렁크가 무지막지하게 커서 캐나다 경찰이 경찰차로 사용하는 모델-인데도 말이죠.
한참 실랑이 끝에 겨우 뒷좌석에 구겨 넣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깨진 노브 쪼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쓸 수 있었겠습니까.
‘이게 전부려니’ 눈에 보이는 것을 대충 챙기고
스티로폼 알맹이는 주르르 부어서 쓰레기통에 쳐 박는 것으로 상황을 종료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아참!
지금 생각하니까 제가 끙끙대는 모습을 본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 간신히 실었다는 게 기억납니다.

집에 돌아와 근 100파운드가 나가는 쇳덩이를 패밀리룸에 부려놓고
부서진 노브 쪼가리를 레고블록처럼 맞춰 봤습니다.
결과는 왕 실망.
빈 게 많은 겁니다.
쓰레기-스티로폼 버블- 버릴 때 같이 휩쓸려 가버린 게 틀림없습니다.
약간 짜증이 나더군요.
첫눈에도 이 노브가 쉽사리 구해질 물건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거든요.

“차분하게 찾아 볼 걸.”

후회가 물밀 듯 했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입니다.
캐나다 사는 녀석이 미국에 쓰레기를 버렸으니 어떻게 그걸 다시 찾으러 가겠습니까.
엊그제, “아무 거나 질문에 올린 글”에 깨진 쪼가리 보충하는 법을 문의한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노브는 포기하고 이제 트랜스를 확인 할 차례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이 물건은 전혀 일반적 믹서와 모습이 다릅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고 묘사력이 부족해서
실물을 보시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우시겠습니다만
앞부분을 들어 올려야 내부가 노출이 되고
내부 역시 힌지가 또 하나 더 붙어서 있어서 그것 뒤편으로만 부품을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트랜스는 앞뒤로 부품에 막혀 있는 바람에 전혀 형번을 확인 할 수 없더군요.







하지만 트랜스 때문에 난리를 피웠으니 패는 까봐야 합니다.
틈새에 거울을 넣고 거울에 빛을 비춰가면서 형번을 확인했더니.......
제길!
아쉽게도 4629입니다.

무척 실망스럽더군요.

엎친 데 덮친다고, 내부 배선도 몇 군데 끊어지고
부품이 매달리는 보드를 지지하는 힌지가 어디서 충격을 받았던지
고정 브라켓이 비틀어지면서 빠져있는 있는 겁니다.






“에이.......  떡 사먹은 셈 치자. 부품만 팔아도 본전은 건질 터이니........”

그리고선 구석에 치워 놨습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저는 사들인 물건은 뜯고, 쪼개고, 가르고, 째고, 자료를 조사해서 끝장을 보는 스타일입니다.
이 믹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뒤져도 230B의 자료가 없습니다.
대신 찾아낸 게 340입니다.

아래의 사진이 340입니다.





그리고 해결의 실마리가 이곳을 통해 나왔습니다.


http://www.vintageaudio.net/members/view.php?item=55

http://www3.telus.net/radiomuseum/


230B는 웨스턴에서 알텍으로 막 넘어간 뒤
웨스턴의 물건을 상표만 알텍으로 붙여 나온 것이란 걸
이곳을 시발점 삼아 찾아 낸 자료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알텍, 노던 일렉트릭, 기타 몇 개의 브랜드가 바로 이런 겁니다.

이걸 알고 난 뒤 갑자기 고민에 빠졌습니다.
믹서 안에 박혀 있는 5개의 4629 트랜스와 10개의 데이븐포트 저항
그리고 이십여 개 가량의 빈티지 진공관을 “빼내 팔아먹는 게” 원래의 계획이었습니다만
이걸 분해해 없애버리는 게 죄악이라는 느낌이 드는 겁니다.

340은 실물이 몇 개 있지만 아무리 자료를 찾아 봐도 230B는 사진 외엔 없고,
예전, 방송국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재활 치료해서 자원봉사 성격으로 운영하는“SPARC"라는 유명한 사이트에도
이것에 대한 정보는 사진만 있을 뿐입니다.
결국 사료적 성격이 강한 믹서를 부품 빼먹겠다고 찢어발기는 것은
투탄카멘의 황금가면을 금값이 비싸다고 녹여 팔아먹는 것과 같은 만행이라는 것만 확인하는 걸로
K-241-D의 사냥이 끝나고 말았습니다.

돈, 수억 들이고,
시간, 많이 없애고,
고생, X 빠지게 해서 가져온 덩치 산더미만한 물건을
부가가치를 붙이기는커녕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패밀리룸 한구석에 치워 놓은 상황이니 제가 왜 저걸 계륵이라고 안 하겠습니까.

캐나다 이민 온 후,
최소한 오디오에 대해서만큼은 팔자가 쭉 늘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필립의 오디오 행로가 그리 순탄치는 않군요.
하지만 세상 일 모두 그렇듯 나쁜 게 있으면 좋은 면도 생깁니다.
이런 난리 블루스를 피우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프로는 못 이긴다는 겁니다.

하오니 독자 여러분.
잘 모르는 기계가 값이 비싸거든 일단 잘 째려보십시오.
혹시 그것이 식자재-춘천 닭갈비가 될지도 모릅니다.

“처치 곤란하면 그것 내 다오.”

“형님. 옥당박물관에선 갈비 도네이션은 안 받습니다요.”



IP Address : 70.71.101.25  



박용호 (2010-10-07 14:30:55 IP:125.132.85.13 )    



[ hl4gmd@dreamwiz.com ]

사진, 글 잘 봤습니다. 미국제 기기는 만든 게 튼튼해서 대물림이 가능하게 보입니다.

형님, 고생 많이 하셨네요.^^  




방형웅 (2010-10-07 14:33:14 IP:218.152.177.72 )    



[ hwbang@blueway1.co.kr ]

흔히 볼 수 없는 물건구경도 하고...

재미나고 지루하지 않은 형님의 글솜씨를 볼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박순백 (2010-10-07 14:35:45 IP:116.41.93.89 )    



[ spark@dreamwiz.com ]

전에 지니 메신저로 세욱이와 대화하면서 이 제품의 사진을 보고는
"아무리 트랜스가 좋아도 이런 역사적인 물건을 뜯어발기면 너 벼락맞는다."는 얘길한 적이 있습니다.ㅋ
제가 그런 얘길하기 전에 이미 이 캐나다 신사는 전문가답게 그걸 인지하고 있더군요.
결국 아무리 트랜스에 미쳐 저걸 구입했어도 손을 못 대고, 오히려 복원을 하고 있군요.
좋은 사람입니다.

이런 칭찬하면 안 되는데...-_-
이런 칭찬을 하면 저 촌놈이 또 기고만장하는데...ㅜ.ㅜ  




박순백 (2010-10-07 14:37:27 IP:116.41.93.89 )    



[ spark@dreamwiz.com ]

근데 큰 일 났다.
이런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로 가득한 글에 감동하고,
저 놈의 먼지 가득한 알텍 피어리스 트랜스만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보물찾기하는 느낌이 드니...ㅜ.ㅜ

이러다 나도 빈티지에 미치면 어카냐고요?ㅜ.ㅜ
그럼 안 되는데...  




유신철 (2010-10-07 15:12:15 IP:182.208.100.49 )    



[ sinclair@chol.com ]

저런 이상한 물건들을 집안에 쌓아 놓는 게 묵인되는 걸 보면
사모님께서는 원래 방송국 엔지니어 출신이시거나,
그게 아니라면, 가브리엘 천사의 재림이 틀림 없습니다.  




박순백 (2010-10-07 16:57:14 IP:116.41.93.89 )    



[ spark@dreamwiz.com ]

유 박사, 캐나다는 땅이 넓어서 창고들도 크게 지을 수 있고,
세욱이네 집엔 부인이 포기한 일부 영역이 있는 게 틀림 없어.ㅋ

그 집에서도 저런 물건은 집안엔 못 들이게 할 거야. 귀신 나온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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