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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2.04.23 19:59

"시간의 숲" OST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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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를 잘 알고 지내며, 그가 누구인지를 알기에...

정중한(@Hanclef)이 작곡한 영화 "시간의 숲"의 OST 레코드를 듣다.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곡에 대한 해설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곡에 대해서는 현상학적인 판단중지를 한 상태에서, 그러나 표제를 보며 음악을 들었다는 점에서는 확실한 판단중지를 하지 못 했고, 그로 인한 편견이 개재되었음을 인정하며, 음악을 처음 들으면서 느껴지는 것만을 바로 메모하다.

시간의 숲

01. 숲이 부르는 노래
02. 만나러 갑니다
03. 딸바보
04. 숲은 바다의 연인
05. 바닷가
06. 조금씩 조금씩
07. 술래잡기
08. 마음을 주다
09. 내려 놓는다 그리고 비운다
10. 아쉽지만
11. 바다, 좋아, 예뻐
12. 시간의 숲
13. 함께 가는 여행

한가로움, 깊음, 여백, 그런 감정이 어쿠스틱한 멜로디에 섞여 흘러나오는 숲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의 평안을 느끼게 된다. 숲은 부르되 소리치지 않는다. 만나러 갈 때는 단조로운 리듬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멜로디에서 기대감 같은 것이 느껴지고... 딸바보란 의외의 제목에서 갈팡질팡하면서 '음악은 그냥 음악으로 들어야 돼!'하는 마음이 된다. '그냥, 듣자.'며 흘러나오는 기타소리에 몰두한다. 가끔 기타의 지판을 눌러 손가락을 올리고, 내리는 소리에서 기타를 치던 시절 손끝에 느껴지는 살폿한 아픔을 느낀다. 숲이 왜 바다의 연인이 될 수 있는가를 에냐의 노래에 나올 법한 신비로운 멜로디 속에서 고민해 본다. 하지만 그 건 중반의 여유로운 멜로디 속에서 자연의 체험이 된다. 그렇게 바닷가에 이르고, 긴 여운의 울림에서 바다의 광활함과 거기에 흐르는 물과 그 위를 멀리 흐르는 구름도 느껴지고, 그러나 그 바다는 폭풍이 아닌 고여있는 광대한 짠물의 잔잔함으로... 그렇게 조금씩 한가로우나 깊어진다. 거기에 잔잔한 음악의 작은 떨림들로 파문이 일고... 그게 허밍으로 더 고요해 지는 가운데 더 다가오고, 그게 다시 기타의 선율로 바뀌며, 아까 들은 음률을 되뇌이게 하며 멀어지고... 비로소 경쾌한 술래잡기가 시작되며, 마음을 주고 받는 일련의 대화가 악기들의 협연으로... 미묘한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는 첫 마디를 시작으로 하는 "마음을 주다." 다른 노래들에 비해서 변화가 많은 그 부위. 수많은 마음의 편린들을 전해 주려는지? '아... 표제에 얽히면 안 돼!'하며 다시 음악으로 돌아가야한다는 내 다짐. 아주 작게 서서히 다가오는 음악 속에서 채워진 걸 비워내고, 비움으로써 자유로워지려는 움직임을 느끼며, 음악은 고요함 속에서도 많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매체란 걸 느낀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되, 그건 또다른 한 부분에서 이뤄져 평형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중간에 삽입된 어떤 여운을 표현하는 교묘한 음향으로 Hanclef가 뭘 나타내려는지 고민하게 하는 부분. 그리고 여운이 많은 아쉬움은 길다. 바다는 역시 파도로 시작하는구나. OST답게 주인공들의 대화까지 담은 그곳은 워낙 설명적이어서 Hanclef답지 않다. '아, 어설픈 듯한 한국말을 하는 그 여주인공의 이름이 "리나"로구나.' 생각하며, 그 부분을 지나치려할 때 '아 다행이다.'하는 생각. Hanclef의 음악이 그걸 마무리한다. '그 답구나!' 생각하며, "바다, 좋아, 예뻐"를 지나간다. 그리고 이 여유로운 음악에서 가장 긴, 무려 7분 38초의 길이를 가진 한 개의 곡이 "시간의 숲." 임을 본다. 앞서 그 많은 준비를 통해 이미 보여줬다고 생각했으나 그게 다가 아님을, 이 신선함과 여유로움과 비어있음을 통해 들려주는 음악이 바로 그 주제임을 보여준다. 중간에 그 장엄한 역사를 담은 숲의 정경이 그려진다. 그 숲에 대한 음악의 끝은 사람의 목소리. 숲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그리고 술래잡기처럼 경쾌한 또다른 음악이 이 긴 서사시를 마무리하려 한다. 이 여행은 즐거움과 기대감이 동반하는 그런 것. 한가롭고도 여운과 여백이 많은 음악이나 결코 슬픔이 내재되지 않아서 마음이 평안해 지던 일련의 음악들을 지나 이런 경쾌하나 결코 가볍지 않아서 좋고, 끝에서는 장난끼마져 느껴져서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정중한이 정중하게 우리에게 던져 준 좋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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