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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6.10.26 16:42

윤세욱의 자동차 칼럼

조회 수 4718 좋아요 735 댓글 6
이민 온 지 5년이 넘었습니다만 마음은 아직도 부평초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부평초라고 해서 무관심을 인증 받은 것은 아닐 겁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도출됩니다.

“윤세욱은 게으르다”

“2005년 7월 18일”이 제 낙서의 “최근” 기록입니다.
하여튼 그동안 기막히게 잘 놀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좋은 시절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 여유만만을 절대 호락호락 넘기실 Spark 박사님이 아니시지요.

“네 그 알량한 칼럼 좀 보자꾸나.”

동네 찌라시에다 끄적끄적 글이랍시고 쓰고 있었는데 이걸 이동구 선생께서 박사님께 “꼬아 바쳤고(^^)”,
그래서 이런 경고장이 날아온 겁니다.

아래 낙서는 밴쿠버에서 발행되는 “교차로”라는 무가(無價) 광고지에 일주일에 한번 실리는 제 글입니다.
제목은 “윤세욱의 자동차 칼럼”
워낙 자료 관리를 등한시하는 인간이라 언제부터 연재를 시작했는지조차 기억이 안납니다.
몇 달 전?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이라,
그리고 똑같은 내용을 여기저기 도배하는 것이 추해 보여
전재(轉載)를 할까 말까 몇 번을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이게 제 게으름을 치료할 계기가 된다면,
그리고 조그만 정보이나마 만약 다른 분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 면구스러움이 조금은 감면될 수 있지 않겠나 싶어 자경문 겸해 옮겨 싣습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실릴 원고입니다.
확실히 한국이 시차도 빠르고 신문 발행도 이릅니다.(^^)

해량 부복앙망(海諒 俯伏仰望)

************************************

<어떻게 쓸 것인가>

며칠 전, 옛날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예전 고교 시절의 자격증을 발견했습니다.
“철도동력차 기관정비 2급”이라고 표지에 씌어진,
30년이나 된 사진이 붙어있는, 누렇게 바랜 자격증입니다.
스포츠머리에  교련복을 입은 십대 후반의 사진을 보노라니
아무리 30여 년 전 사진이라지만 ‘이게 나였나’’ 싶을 정도로 생경한 느낌이 들더군요.
시간을 이기는 것은 없나 봅니다.

개인사를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만 몇 가지 이유로 철도 관련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 모교는 국립이었던지라 학비가 국고 부담이었는데,
공짜로 학교 다닌 대가는 6년의 의무적 공직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눌러 앉은 게 십년 간다고, 그게 1976년 겨울부터 1993년까지
17년 동안을 커다란 기계와 인생의 황금기를 같이하게 되어버린 계기가 되리라곤
특수목적 고등학교에 입학해 “특수학과”에 들어가기 위한 적성검사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전혀 몰랐습니다.
하기야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서 이렇게 캐나다까지 이민 와 자동차로 먹고 삽니다만...

3년 동안 기계” “전기” “전자” “토목건축” 심지언 “법률”과 “사회제도”까지 36개 과목을  배우는, 한마디로 “제너럴”한 교육을 받은 뒤,
현장 최일선으로 발령 받아 나중 전산으로 담당업무를 바꿀 때까지,
기계만 보고, 엔진소리만 듣고, 쇳덩이만 만졌습니다.
그래서 지나가는 동력차의 엔진 소리만 들어도
‘저건 무슨 형식이고 어느 부분에 어떤 말썽이 생길 여지가 있는 지’ 소위 “감”을 잡을 수 있는 생활을 했습니다.
물론 어찌어찌해서 쓰나미에 휩쓸리듯 전산 담당업무를 통해 이민 오긴 했습니다만
젊고 튼튼하던 시절(특히 결혼 전)을 기계와 함께 지낸 것을
“저와 같은 방 쓰는 여자 친구”는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제가 독자 여러분께 어줍잖게 올리는 자동차 관련 이야기는 바로 이런 제 배경이 바탕이 된 겁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중 제가 극력 조심하는 것은 칼럼의 주제나 내용이
제 호구지책이나 다른 분의 직업에 가급적 연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직업이 있고, 제가 다루는 내용이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과 많은 연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일반인의 관점과는 약간 다른 그 나름대로의 형식과 내용이 존재할 겁니다.
그것을 각자의 이익의 잣대로 재단하다보면
가급적 중립적 입장에서 독자께 자동차와 관련된 쓸모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던 제 취지가
곡해의 여지를 발생시킬 개연성도 적지 않습니다.
때문에, 가급적 중립적 입장에서, 그리고 객관적 정보를 이용해
제 칼럼의 독자께 자동차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을 독자께서 해량해 주시길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달포 전 “VSA”에 대해 안내를 드렸습니다.
VSA는 미끄러운 도로 등에서 자동차가 슬립(slip)이나 스핀(spin)하는 것을 막아주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이 기능은 혼다자동차에서 안전과 관련된 첨단기능이라고 광고하고 있고, 또 판촉에 이용하고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걸 언급한 까닭은 굳이 혼다가 강조하지 않더라도
TV 프로그램에서까지 다룰 만큼 안전과 관련된 획기적 기능인데다가,
여타 자동차 메이커에서도 명칭은 다를망정 같은 성격의 기능이 장착된 차량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의 “ESP" 같은 것은
제가 동료 마이크에게 한국 자동차의 품질을 이야기 할 때 자랑스럽게 인용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현대자동차의 구입을 고려하고 계신 분이라면 제 이야기를 통해 이 기능의 장점을 좀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타이어도 그렇고 엔진오일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께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를 자동차 판매 프로페셔널로서,
그리고 혼다자동차에 재직하고 있는 입장 때문에,
어떤 경우엔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런 게 뭐냐고요?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신품 혼다자동차에 적재되어 있는 오일은 일반 오일이 아닌, 여러 가지 화학물질이 첨가된 특수오일입니다.
첨가된 특수 화학물질 가운데는 “엔진 트리트먼트”도 들어 있습니다.
혼다자동차는 신품자동차의 “엔진 트리트먼트”를 위해
이 오일을 8000km 정도 사용해주는 것이 좋다고 “내부 자료”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려 8000km 주행할 때까지는 오일 갈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항간의 미스(myth)야 어디 그렇습니까?
신품 자동차는 1000km에 오일 갈아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정설인데요.
요즘은 그게 3000km로 성능이 좀 개량된 것 같긴 합니다만...

오늘은 별 영양가도 없는, 제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만 그래도 안전은 중요합니다.
안전은 옵션이 아닙니다. 살피시고, 안전운전 하십시오.
Comment '6'
  • ?
    박순백 2006.10.26 18:51
    [ spark@dreamwiz.com ]

    이 놈이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_-
  • ?
    박순백 2006.10.27 08:07
    [ spark@dreamwiz.com ]

    박용호 (2006-10-26 19:00:53 IP:221.153.65.138 )


    [ hl4gmd@dreamwiz.com ]

    오늘은 맛 만 보여주고 앞으로 시리즈로 올릴 거라고 이해했습니다.
    오랜 만에 뵙게 되서 정말 반갑습니다. ^--^




    정한철 (2006-10-26 19:12:31 IP:218.151.138.10 )


    [ incu76@엠팔닷컴 ]

    오호.. 오너가 된지 3년 조금 안됐는데.. 앞으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겠네요 ^^
    다른데 안 찾아보고 기다릴거에요~ ^^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박용호 (2006-10-26 19:17:34 IP:221.153.65.138 )


    [ hl4gmd@dreamwiz.com ]

    이곳의 댓글도 나중에 붓 가는 대로에 옮기셔야 겠습니다.
    벌써 정한철 선생님께서 속편을 기다리는데요. ^^




    나원규 (2006-10-26 21:33:15 IP:61.111.173.65 )


    [ afagom@gmail.콤 ]

    윤세욱 선생님의 철학이 담긴 자동차 이야기 뿐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들도 두손모아 기다립니다.
    (선생님 홈페이지도 감동스럽게 뒤져 보았던 터라서요.




    김홍순 (2006-10-27 06:19:37 IP:24.80.96.132 )


    [ hongsunkim@gmail.com ]

    윤선생님...

    지난 봄에 뵌 뒤로 전화 한 통 못 드렸네요. 이 곳에서 윤선생님 글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그럼 조만간 전화 한 번 드리겠습니다.
  • ?
    고형모 2006.10.28 02:35
    [ xx24k@hanmail.net ]

    반갑습니다. 건강하시지요?^^ 謹啓時下 晩秋之節 尊體錦安 仰祝.
  • ?
    김명준 2006.10.31 00:08
    [ allthatski@naver.com ]

    윤선생님 글을 다시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자동차 이야기라니 그것 또한 반갑습니다.
    저는 서울에 들어와서 바쁘게 지내다가, 요즘은 그 '악명높은' 한미 FTA협상에 관여하고 있어 그야말로 심신이 피곤한 형편입니다. ^^ 멀리서나마 윤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
    이동구 2006.10.31 11:03
    [ ccomjipp@chol.com ]

    사실 밴쿠버에서 교차로를 펼쳐 윤선생님의 글을 보는 순간 '꼬아 바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
    암튼 다음글도 기다려 봅니다. ^^
  • ?
    박순백 2006.10.31 15:14
    [ spark@dreamwiz.com ]

    유종국 (2006-10-27 08:14:15 IP:59.21.45.244 )


    [ figarojk@dreamwiz.com ]

    대장간에 칼이 없다고 저도 자동차회사(A/S) 에 근무한지 20여년이 넘었는데
    차량을 다루는 부서가 아니어서 누가 차량에 대해서 물어보면(A/S 에 근무한다 하니까)
    그야 말로 우물쭈물..칼럼 기대해 보겠습니다.




    윤용호 (2006-10-27 10:14:53 IP:61.74.237.20 )


    [ daddyoon@dreamwiz.com ]

    깊은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읽어보겠습니다.
    유이하고 좋은 내용 많이 써 주시기를 기대 합니다. ^^*




    안동진 (2006-10-27 16:02:03 IP:210.92.61.3 )


    [ dj1959@dreamwiz.com ]

    역시 윤 선생님의 글은 맛깔나고 신선합니다. 귀족적입니다. 가끔 구사하시는 멋진 단어들을 저는 한참동안이나 황홀하게 바라봅니다.

    윤 선생님의 멋진 글을 계속 보게되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이런 분들이 게시판에 찾아 올 수 있도록 하는 박사님의 놀라운 흡인력!
    수호지의 '송강'이 생각 납니다.




    강명성 (2006-10-30 23:28:47 IP:222.119.178.163 )


    [ liemania@nate.com ]

    세우기성님^^ 이제 오디오뿐 아니라 자동차네요.
    간만에 글로나마 뵈니 너무너무 좋습니다. 건강하시죠?
    캐나다 가시기 전 말씀해주셨던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아직도 제 가슴속에 두고두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장터에도 좀 들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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