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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6.11.25 13:13

<밴쿠버 일기> 중고차에 대하여

조회 수 4971 좋아요 767 댓글 4
아래 글은 올 봄, 3월 5일에 작성된 겁니다.
켸켸묵은 글을 올리려니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놀고 있다는 지청구를 듣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구나" 정도로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한국 사정과 맞지 않는 글이 있을 때도 있어서 못 올리는 경우도 있긴해도 그거야 몇 번이나 되겠습니까?
모든 이유는 대부분 핑계에 가깝고, 증상은 다양하되 병인(病因)은 한 가지.
게으름 때문입니다.

<중고차에 대하여>

겉은 멀쩡한데 내용은 엉망인 중고 자동차를 속칭 “레몬(Lemom)"이라고 합니다.
겉보기는 좋으나 먹을 수는 없는 과일 레몬을 빗대어 이런 말이 나온 것 같습니다.

“명반 가이드” 혹은 좋은 레스토랑 백선(百選)“ 같은 책을 펴내는 영국의 출판사 ”펭귄 북“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름의 책 ”레모네이드(Lemon-aid)"를 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레몬 선별 지침서”정도나 될까요?
북미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를 자동차 회사의 입김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중립적 입장에서 별(star) 갯수로 등급을 매겨 평가해놓았습니다.
별 2개면 천하에 몹쓸 물건, 별 3개면 신통찮고, 별 4개면 제법 괜찮은 정도이며
별 다섯 개를 받은 차라면 최고의 신뢰성을 가진 차가 됩니다.
“필 애드먼스턴(Pill Edmonston)"이라는 사람이 필자인데,
각 회사의 자동차에 대한 이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적나라하다는 말이 어울릴 만큼 호
오(好惡)에 대한 기준이 명확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영국에서 만드는 물건을 살 생각이라면 ”스파이시 걸“의 CD나 사는 게 낫다.”

“포드(Ford)"에 합병된 이후 품질이 형편없어진 영국 자동차 ”재규어“에 대한 평가입니다.
반면 좋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선 이렇게 말합니다. .

”포르쉐나 메르세데스의 사용기를 신문에 게재하는 어떤 저명한 평론가가 슈퍼마켓에 갈 때 타는 자동차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자기가 어떤 사람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현대자동차 엘란트라에 대한 평가입니다.

이렇게 애매모호함이 없이 좋고 나쁨을 평가하는 에드먼스턴이
2005년도 판 레모네이드 말미에 이런 말을 적어 놓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라도 중고차를 구입하는 것은 현명한 아이디어다“

자동차의 핵심부분은 동력장치(엔진), 조향장치(핸들), 그리고 제동장치(브레이크)입니다.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작동하면 일단 자동차로서의 기본 덕목은 갖춘 셈입니다.
나머지 기능은 대부분 편의장치로서 실제 자동차 운행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보링(Boring)"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분이 계실 겁니다.
엔진을 오래 사용하면 크랭크샤프트의 측면 압력을 받아 실린더가 편마모됩니다.
이것을 다시 원통형으로 연삭(硏削)한 후 늘어난 직경만큼 더 큰 사이즈의 피스톤을 장착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 이십여 년 전만해도 주행거리가 10만 킬로미터가 넘으면 자동차 엔진이란 당연 보링해서 사용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들어선 최소한 승용차에 대해선 20만 킬로미터 이상 주행하는 차도
엔진을 보링해서 사용하는 차는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말 자체가 아예 없어져버린 듯합니다.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상용차에서도 요즘은 거의 보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엔진뿐만 아닙니다.
핸들과 브레이크 기타 자동차의 모든 부분에 걸쳐 기술의 진보가 눈부셔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부분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요즘은 거의 없습니다.
기계공업의 꽃이라는 기왕(旣往)의 평가와는 달리 요즘 자동차는 전장설비(電裝設備)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5%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자동차의 고장이라면 실제 운행관련 장치가 아닌 감성(感性)에 관계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잡음이 나거나 이상한 진동이 생겨 신경이 곤두서게 만드는 것일 뿐 운행에 지장을 주는 요소는 거의 없고,
설사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해도 문제가 발생되는 곳은 기계장치가 아닌 전기전자장치라는 말이지요.

자동차를 신분의 상징이 아닌 생필품 정도로 치부하는 북미의 자동차 문화에서라면
요즘 자동차에 대한 에드먼스톤의 의견이 맞는 것 같습니다.
창문이 잘 안 올라가거나 시도 때도 없이 엔진 체크에 불이 들어와 “산소센서” 등속이나 교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길거리에서 “퍼져 앉아” 토잉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요즘 자동차의 현황일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의 감가상각은 구입 첫해와 두 번째 해가 가장 큽니다.
첫해엔 도매가격 기준 구입 가격의 거의 30% 정도 그리고 그 다음해엔 20%정도의 가치가 감소됩니다.
차 구입한 뒤 2년만 지나면 최초 구매 가격의 절반만 남는 셈이지요.  
험하게 사용한다하더라도 10년은 무난하게 버티는 요즘 자동차의 신뢰성을 생각하면
아무리 잔고장이 있을 수 있다하더라도 새 차량의 가치의 하락이 너무 신속한 셈입니다.
결국 그것은 중고차에 그만큼 많은 가치가 숨어 있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새 자동차의 판매대수 만큼의 중고 자동차가 탄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께서 중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습니다.
딜러쉽의 감언이설이나 겉모습만 말쑥한 외모에 속아 레몬을 구입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실 이런 일이 예전엔 드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성능과 신뢰성이 향상된 요즘의 자동차라면, 그리고 소유의 목적이 아닌 운송의 수단으로서 자동차를 바라보신다면,
아울러 내게 필요한 자동차의 기능이 어떤 것이란 것을 명확하게 하신 후 레몬을 잘만 골라내면,
결국 언젠간 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인 자동차라는 물건을 아주 저렴하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동일양의 재화의 사용가치가 다르다’는,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한계효용의 법칙 때문에 ‘돈 더 주고서라도 속 편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새 차를 구입하는 분도 계시듯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으로 중고차가 좋다고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공간이동의 수단으로서만 자동차를 바라보신다면 “잘 고른 중고차 한 대 열 새 차 부럽지 않다(?)”는 말이 과장이 아닐 수도 있을 만큼,
요즘의 중고차는 예전과는 다른 신뢰성을 갖고 있습니다.

다음 주엔 중고차 고르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Comment '4'
  • ?
    안우섭 2006.11.26 12:16
    [ tossv@naver.com ]

    다음글이 정말 기대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 ?
    김용빈 2006.11.26 13:07
    [ ybkim108@gmail.com.nospam ]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캐나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미국에는 Lemon Law 라고 해서 1년 혹은
    만이천마일 (일리노이주의 경우) 4번의 고장 그리고 운행불가날짜가 30일이 될 때 차를 교환해
    주도록 하는 법이 있습니다. 이는 주마다 다른데 모르고 계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아 이 기회에
    알려드립니다. 위에 일리노이주를 언급했듯이 주마다 다릅니다. 마침 Lemon Law 에 대하여
    정리해 놓은 웹싸이트가 있어 이곳에 올립니다.

    http://www.autopedia.com/html/HotLinks_Lemon2.html

  • ?
    김홍순 2006.12.06 10:16
    [ hongsunkim@gmai.com ]

    "창문이 잘 안 올라가거나 시도 때도 없이 엔진 체크에 불이 들어와 “산소센서” 등속이나 교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딱 제 차의 문제를 말씀하시는군요.....ㅜ.ㅜ
    이 센서를 갈아끼는 예산이 만만치 않아서 그냥 불 들어온 채로 다닙니다. 가끔 회사 친구가 스캔을 해줘서 다른 이상이 있는지 알아보면서요.
    물론 창문은 예전에 다 고쳤습니다. ^^
  • ?
    김홍순 2006.12.06 10:21
    [ hongsunkim@gmai.com ]

    그리고 용빈 선배,
    그 lemon law는 다른 주도 많이 있습니다만 실속은 별로 없죠.
    같은 부품의 4번의 고장도 드물지만 dealership의 mechanic이나 manager들이 그렇게 진단을 내릴리가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잘 아는 mechanic이 증거를 대준다고 해도 자동차 대기업들을 상대로 차를 얻어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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