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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06.11.16 06:16

윤세욱의 자동차 칼럼-디자인과 색깔

조회 수 4534 좋아요 701 댓글 7
<디자인과 색깔>

아들 녀석 옷을 하나 사주려고 했더니 온 집안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집사람과 저, 그리고 아들 녀석까지 세 사람 의견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비의 관점으론 벙거지나 핫바지 같기만 한데 아들 녀석 눈엔 최첨단 유행으로 보이는 모양이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색깔을 골라놓으면 이번엔 아내가 투정을 부립니다.

‘당신을 닮아서 아들 녀석 미의식이 형편없다’고 진실을 말해주었더니
‘앞으론 밥도 당신 취향에 맞추어 스스로 해 먹으라’고 앙칼지게 쏴 붙이더군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것은 캐나다나 한국이나 매일반인 모양입니다.
굶는 것 보다는 낫다 싶어 ‘그래도 당신 심미안이 나보다는 윗길’이라고,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을 했습니다만
자존심이 좀 구겨진 느낌이 들어 기어이 이 말을 입 속으로 우물거렸습니다.

“마누라 목청이 아무리 커도 지구는 돈다!”

어쨌든 수백 종, 그리고 색깔의 조합까지 포함하면 수천 종이 넘는 자동차가 다 팔려나가는 것을 보면
디자인이나 색깔에 대한 취향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인 게 틀림없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제 취향은 복고풍 혹은 고전적인 것을 선호하는 스타일입니다.
예를 들어 페라리와 벤틀리 가운데 고르라고 말하면 당연 벤틀리 쪽이라는 말이겠지요.
그래서 포드에 합병되어 버린 뒤 예전의 성가를 많이 잃어버린 재규어에 대해서도
영국적 고풍스러움이 좋아서 전 아직도 실제가치보다 점수를 약간쯤 더 주고 있습니다.
반면에 캐딜락 CTS처럼 모서리가 날카롭고 분위기가 모던한 것은
집이라면 모를까 자동차 따위의 “취미품”으로선 제겐 “꽝”표입니다.

근데 문제는 아들 녀석 세대는 그런 디자인이나 분위기를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크롬이나 알루미늄 부품을 두어 개만 더 붙였다간 바퀴 달린 ‘마징가 제트’나 로봇 태권브이’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디자인을
눈에 불을 켜고 찾으러 다닙니다.
심지언 자동차 회사에서 출고 된 것으로도 부족해
실내에 네온등을 붙이질 않나, 차 밑바닥에 스커트를 두르지 않나,
엔지니어가 밤새워 설계해 놓은 머플러를 연탄난로 굴뚝같은 것으로 바꿔 달아 온 동네를 시끄럽게 하질 않나,
하여튼 속된 표현으로 차에다 대고 “여러 가지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세대차라고 표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런 것이 세대차 문제의 범주에 포함된다면 그리스시대에도 이미 존재했던 이 문제는
이천 년 동안 아직 풀리지 못한 난제일 겁니다.
세대차 문제만 푸십시오.
이것만 풀면 노벨평화상은 따 놓은 당상입니다.

흰소리가 너무 많았습니다.
어쨌든 디자인과 색깔은 “취향의 관점”에선 호오(好惡)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만
“과학적, 실용적 관점”에선 좋거나 나쁜 우열(優劣)의 구분이 생깁니다.
60년대의 디자인을 보면 엔진 후드가 길쭉합니다.
그 당시로선 후륜구동이 주종이었고 V8등의 대형엔진이 흔해 커다란 엔진룸이 필요했던 까닭이겠습니다만
길쭉한 후드의 좋은 점이라곤 “뽀대” 외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후드가 길면 회전반경이 길어 주차나 조작이 무척 불편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캡 포워드 디자인이 점차 일반화 되고 있습니다.
캡 포워드 디자인이란 운전석-정확히 말씀 드리면 윈드쉴드(앞 유리창)가 엔진룸 앞쪽으로 많이 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이런 방식의 디자인은 공기 저항이 적어서 연비 향상에 유리하고 또 윈드노이즈도 작습니다.

색깔의 문제라면 밝은 계통이 사고 발생확률이 낮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실버 계통의 색깔이 가장 사고 발생확률이 낮은 걸로 나와 있는데,
그 이유는 상대방 차에 대해 인식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은색(銀色)은 외부가 어두컴컴할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색깔에 대해 확신이 없을 때 제가 권해드리는 것도 바로 이 색깔입니다.
은색의 장점은 이 외에도 많아, 관리가 용이하고 중고차 판매 시 구매자의 저항(objection)이 작습니다.
다시 말해 쉽게 되 팔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특정 색깔, 특정 디자인의 장점이 많다 하더라도 자동차란 역시 감성(感性)의 물건.
차의 구입에 대해선 뭐니뭐니해도 소비자의 취향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사람도 이 색깔 저 색깔 다 좋다고 말씀 드려가며 먹고 살고 있는 것이고요.

사족 삼아 말씀 드리면 생산 원가가 가장 높은 색깔은 빨간색 계열이랍니다.
발색율이 낮아 다른 색깔보다 두어 번 더 칠해주어야 제 색깔이 나온다고 하는군요.

안전은 옵션이 아닙니다. 안전보다 중요한 성능은 없습니다. 살피시고 안전운전하십시오.
Comment '7'
  • ?
    김용빈 2006.11.16 07:03
    [ 김용빈@gmail.com.nospam ]

    요즘은 이렇게 윤세욱 선생님 글이 올라오니 '붓 가는 대로' 게시판에
    올 낙이 생겼습니다. 너무 달게 읽고 있습니다. ^^
  • ?
    유성열 2006.11.16 08:54
    [ yoosy69@hotmail.com ]

    저도 자동차에 대한 취향이 윤세욱 선생님과 비슷한걸 보니...구세대인 듯 합니다...^^;
    구입할 형편은 안되지만, 재규어의 카리스마가 영원하길 바랄뿐이지요.
    그런데, 돈이 생겨서 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되더라도... 마음엔 재규어지만, 실제로는 Honda나 Infinity를 타고다닐 듯 합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만 현실적 조건을 따지게되는 결혼 앞둔 여자의 마음도 이럴까요..?

    대부분의 자동차 디자인을 보다보면, interior가 맘에 들면 exterior가 아쉽고...
    exterior가 맘에 들면 interior가 아쉽고..그렇습니다.

    이래저래 생각만 복잡하고..세월만 갑니다.^^;
  • ?
    김명준 2006.11.18 12:25
    [ allthatski@naver.com ]

    윤선생님 글을 자주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는 죽으나 사나 비머 밖에는 눈에 안들어 오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비머 얘기도 좀 해주십시오. 2004년에 9년된 중고 비머(320 ci)를 사고 그랜져 XG는 와이프에게 주었더랬는데, 9년된 비머가 2년된 그랜져보다 훨씬 좋아서 그거 타는 몇 개월 동안 인생이 아주 행복했었습니다. ^^

    자동차 얘기가 나와 여담으로 한말씀드립니다만, 지난 번에 얼핏 말씀드렸듯이 요즘 제가 하는 일이 한미 FTA 협상입니다. 그런데 협상을 하면서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우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것 만큼, 우리 산업이 우리 국민들을 대우해 주지 않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외국보다 국내에서 훨씬 비싼 값에 차를 팔고 있고, 수입업체들은 외국차에 비도덕적일 만큼의 마진을 붙여 판매학고 있습니다. 현대는 신차개발비용을 전부 내국민에게서 받으려고 하는 것 같고, 비머, 애큐라, 렉서스 등 외국차 수입업체들은 천박한 귀족마케팅으로 미국 내 가격의 2배를 받습니다.

    지금 제가 정확한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관세와 모든 세금과 적정 마진을 붙여도 100만원 짜리 차는 150만원이 되지 않을 텐데, 200만원에 팔리는 것이 요즘 우리 수입차 시장입니다.

    하긴 자동차 뿐만이 아니지요. 미국에서 2.5불 하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우리나라에서는 4500원 정도 하니, 양국간 소득 격차를 생각하면 정말 고리대금업에 가까울 정도로 비도덕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엔 NGO들이 국내산업보호를 위한 한미 FTA 반대 보다는 소비자보호 운동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윤선생님 읽고 나시면 적당히 시기를 보아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좀 정리해서 하고 싶었으나, 요즘 정말 시간도 없고, 여러모로 적절치 않은 듯 하여 망설이고 있었는데, 윤선생님 자동차 글 읽은 김에 한마디 올렸습니다.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 ?
    윤세욱 2006.11.25 12:49
    [ netadm@dreamwiz.com ]

    [김명준 선생님]
    글을 지우시다니요.
    성의가 없어 답글을 드리지 못하는 게 송구스럽긴 합니다만 김 선생님의 말씀에 유익한 정보나 얼마나 많은데요. 더구나 글을 읽는 즐거움까지 합하면 뭐라 감사드려야 좋을 지 모를 지경입니다.
    FTA로 업무가 바쁘시더라도 건강 살피시길 기원드립니다..
    나중 기회가 되면 딜러쉽에 들어왔던 비머들에 대해, 그리고 그 녀석들을 테스트 드라이브 해 본 느낌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겠습니다. 달팽이 날개 돋기 전에요.^^
  • ?
    박순백 2006.11.27 21:50
    [ spark@dreamwiz.com ]

    [세욱] 김 선생님이 지우시지 못 하게 만드는 더 적극적인 방법을 아래에 게시하오.^^

    김명준 (2006-11-18 12:25:15 IP:222.120.165.233 )
    [ allthatski@naver.com ]

    윤선생님 글을 자주 보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는 죽으나 사나 비머 밖에는 눈에 안들어 오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비머 얘기도 좀 해주십시오. 2004년에 9년된 중고 비머(320 ci)를 사고 그랜져 XG는 와이프에게 주었더랬는데, 9년된 비머가 2년된 그랜져보다 훨씬 좋아서 그거 타는 몇 개월 동안 인생이 아주 행복했었습니다. ^^

    자동차 얘기가 나와 여담으로 한말씀드립니다만, 지난 번에 얼핏 말씀드렸듯이 요즘 제가 하는 일이 한미 FTA 협상입니다. 그런데 협상을 하면서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우리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걱정하는 것 만큼, 우리 산업이 우리 국민들을 대우해 주지 않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외국보다 국내에서 훨씬 비싼 값에 차를 팔고 있고, 수입업체들은 외국차에 비도덕적일 만큼의 마진을 붙여 판매학고 있습니다. 현대는 신차개발비용을 전부 내국민에게서 받으려고 하는 것 같고, 비머, 애큐라, 렉서스 등 외국차 수입업체들은 천박한 귀족마케팅으로 미국 내 가격의 2배를 받습니다.

    지금 제가 정확한 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관세와 모든 세금과 적정 마진을 붙여도 100만원 짜리 차는 150만원이 되지 않을 텐데, 200만원에 팔리는 것이 요즘 우리 수입차 시장입니다.

    하긴 자동차 뿐만이 아니지요. 미국에서 2.5불 하는 스타벅스 커피 한잔이 우리나라에서는 4500원 정도 하니, 양국간 소득 격차를 생각하면 정말 고리대금업에 가까울 정도로 비도덕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생각엔 NGO들이 국내산업보호를 위한 한미 FTA 반대 보다는 소비자보호 운동을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윤선생님 읽고 나시면 적당히 시기를 보아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좀 정리해서 하고 싶었으나, 요즘 정말 시간도 없고, 여러모로 적절치 않은 듯 하여 망설이고 있었는데, 윤선생님 자동차 글 읽은 김에 한마디 올렸습니다.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때? 좋은 방법 아닌감?ㅋㅋ
    김 선생님 지우시고 싶으시면 지우십시오.ㅋ
  • ?
    김명준 2006.11.28 22:41
    [ allthatski@naver.com ]

    박사님, 윤선생님,

    사실은 한미 FAT 협상에 대해서 진솔하고 합리성에 기초한 토론을 해보고 싶다고 느낀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게 gag order가 내려져 있고, 바쁘기도 해서 좀처럼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윤선생님께서 올리신 글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답글을 달다가 그만 삼천포로 빠지고 말았는데, 재미있는 윤선생님 글의 주제를 좀 무겁게 돌려 놓은 듯 해서 나중에라도 지우고자 했었던 것입니다.

    한미 FTA 에 대해서 협상 당사자 중의 한 사람으로서 합리적인 토론을 해 보기에 이곳 '붓가는 대로' 만한 공간도 사실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주 협상 다녀와서 시간되는 대로 공무원 복무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한미 FTA 얘기를 올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 ?
    김홍순 2006.12.06 10:53
    [ hongsunkim@gmai.com ]

    그냥 제 선호도입니다. 그려려니 하시면 됩니다.^^
    검정색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해치백을 좋아합니다. 해치백이 유사시에 큰 짐을 실을 수 있기도 하지만 모양 자체가 자연과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캠핑장에서 보는 세단들은 이상하더라구요. 물론 SUV나 미니밴은 다른 이야기입니다만....ㅋㅋ
    그런데 검정색은 조금만 더러워져도 티가 잘 나는 것이 단점입니다. 특히 이 곳 밴쿠버의 겨울은 제 차와 잘 안 맞는군요. 아, 제 아내 차는 은색으로 골랐습니다 (제 아내는 그런 곳에는 무던합니다). 두 대를 자주 세차하기는 너무 벅차서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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