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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07.03.02 05:46

[밴쿠버 일기] 가장 비싼 차-1

조회 수 4475 좋아요 781 댓글 2
"가격의 구애 없이 작품을 만들어보라(Money is no object)"는 것처럼
엔지니어나 설계자에게 즐거운 일은 없을 겁니다.
재료나 공구도 마구마구 사들일 수 있고,
물건 만들다가 스트레스 쌓이면 밖에 나가 가끔 룸살롱도 다녀오고...
물론 구입하는 처지라면 “아무리 비싸도 상관없으니 최고 좋은 걸 주쇼!”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거리낌없이 툭툭 내뱉을 만큼 훌륭한 사람이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만
아쉽게도 지갑이 호기를 뒷받침해주질 않아서 아직 그래보지는 못했습니다.
뭐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복권만 맞추면 점두(店頭)에서 얼마든지 대접 받을 수 있습니다.
“성공이란 결국 확률게임”이란 게 좀 씁쓸하긴 합니다만...

폐일언하고요.
일전, “최고로 좋은 자동차”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모든 게 ‘제 눈의 안경’이라 관점에 따라 최고자동차의 기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게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최고자동차의 척도를 숫자로 따져보면 최고를 골라내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성능. 크기 등등의 숫자 가운데 제일 와 닿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가격일 겁니다.
자동차의 가격은 참 천차만별입니다.
저희 회사에서 파는 자동차 가운데 제일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게 오만이천 불짜리 “S-2000”입니다만
두어 주 전 미국 애리조나의 컬렉터카 경매장에서는
1967년 산 빈티지 “쉘비 코브라(Shelby Cobra)”가 물경 육백삼십만 불에 팔렸습니다.
S-2000보다 자그마치 백스물한 배나 비싼 겁니다.

포드자동차에 재직하던 “캐롤 쉘비(Carol Shelby)"가 만든 쉘비 코브라는
그 당시론 천문학적인 성능인 800마력짜리 엔진이 달려 있고 제작도 몇 대 되지 않았습니다.
수집용 차량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서 부르는 게 값이고,
돈 많은 사람이 그걸 탐내는 지경에 이르러 호가(呼價)가 바로 거래가가 되어버린 것이니 정해진 가격이라는 게 있진 않겠지요.
어제 본 잡지에 의하면 추정가격이 이천만 불이나 되는 빈티지 자동차도 있답니다.
어쨌든 비싼 자동차는 백퍼센트 수집용 차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소위 ‘가격보다는 가치에 주안을 두고 만든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몇 몇 자동차는
양산(量産)형 차량인데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쉘비 코브라”만큼은 아닙니다만...

이 아래 리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 열 개 브랜드입니다.
속도나 출력, 크기로 따지지 않고 오로지 가격만이 선별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물론 이보다 더 비싼 자동차도 있습니다만 그런 것은 아집이나 독선에 가까운 물건이라서
적당한 수준에서의 물량 공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별에서 배제했습니다.

10위. 포르쉐 카레라 GT(Porsche Carrera GT).
그 유명한 독일의 포르쉐 회사에서 나온 겁니다.
5.7리터 V10엔진을 달고 있고 605마력의 출력이 나옵니다.
금속이 아닌 세라믹 클러치가 달려있는 최초의 양산형 차량입니다.
탄소섬유와 허니컴 구조의 차체라서 무척 가벼우면서도 강합니다.
회사의 발표에 의하면 이전 모델보다 무게를 100kg이나 줄일 수 있었답니다.
정지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0 to 100) 걸리는 시간은 3.9초.
최고속도 328km/h 이며 가격은 $509,696입니다.
오십만 구천 불... 집 팔아야 살 것 같습니다.

9위. 메르세데스 벤츠 SLR 맥라렌 722.
고급자동차의 대명사 벤츠에서 만든 겁니다.
맥라렌은 유럽의 유명한 스포츠카 회사인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요즘은 고급 오디오까지 손을 대고 있습니다.
모델명의 722는 1955년도에 벌어졌던 전설적 자동차경주 “밀 미글리아(Mille Miglia)"의 시작 시간
오전 7시 22분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요즘 벤츠의 스포츠 모델에 주로 올라가는 AMG 엔진을 달고 있는데 이 차에 올라간 엔진은 수제(手製)입니다. 손으로 엔진을 만들면 이렇게 비싸지나 보죠 뭐...
650마력의 출력이 V8 5.5리터 엔진에서 폭발적으로 나와 0-100은 3.6초이며 최고 시속은 337km.
50대 한정생산입니다.
가격은 $546,594인데 아쉽게도 북미에는 안 판답니다.
유럽, 일본, 홍콩의 부자나 되어야 이 차를 타 볼 수 있을 듯.

다음 주에도 질식할 만큼 비싼 가격표를 달고 있는 자동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안전보다 중요한 성능은 없습니다. 살피시고 안전운전 하십시오.
Comment '2'
  • ?
    박순백 2007.03.02 21:57
    [ spark@dreamwiz.com ]

    예전에 난 큰 덩치에 8기통, 12기통의 끔찍한 미국차(스포츠 카)들, 특히 쉘비 머스탱 같은 머쓸 카(muscle cars)들은 기름먹는 하마 같고, 무식해 보여서 아무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었는데...

    그 놈의 Discovery Channel에서 하는 몇 개의 미국 차 튜닝에 관한 찬양(?) 프로그램들을 시청하면서 그런 머쓸 카에 대해서도 흥미를 느끼게 되고, 특히 쉘비가 만든 차에는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_-
  • ?
    윤세욱 2007.03.05 08:37
    [ netadm@dreamwiz.com ]

    엇그제 잡지에서 쉘비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원래 자동차 경주 선수였더군요.
    사진으로 본 쉘비 코브라는 좀 언밸런스 해 보였습니다.
    레디에이터 그릴에 촌스럽게도 "선풍기"가 두 개나 노출되어 있고...

    육백 만 불에 거래 된 게
    증여나 기타 세금 탈루 수단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좀 의외다 싶은 모습이었습니다.
    하기야 모든 게 다 제 눈의 안경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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