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2011.12.26 23:30

살아남은 자의 슬픔

조회 수 1393 좋아요 59 댓글 0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라 오랜만에 이곳에 몇자 적어 봅니다.

---------------------------

지난 일주일간...

몽롱한 상태로 아직도 믿겨지지 않은 충격 속에 흘러 갔다.
상류로부터 커다란 강을 지나 바다까지 조각배에 몸을 싣고 떠내려 간 느낌이다.

- 지지난 주 토요일 정오 무렵...
중국 회사법인으로부터 갑자기 전해들은 내 부하사원의 돌연사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침에 호텔방에서 발견되었다는 데 심장마비라 하고... 믿기지가 않았다.  

- 다음날 일요일...
인사부서에서 유가족들과 연락을 취해 부모님과 부인, 막내 남동생이 밤 늦은 비행기로 중국 현지로 향하고.

- 그리고는 몇 일간...
현지로부터 긴급으로 전해오는 시신 확인, 사인 규명 등 상황들이 시시각각 들려 오고.  

- 목요일 저녁...
후배의 시신이 인천 공항를 통해 온다는 날.
함께 일했던 고인의 동료, 후배들과 함께 공항으로 출발해서 기다리며 도착한 시신을 운구했고.
나는 고인의 남동생과 함께 캐딜락 운구차로 수원 아주대 병원 장례식장으로 떠났다.

출장 잘 다녀오겠다는 후배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한 데...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 온 운구차 뒷공간의 후배의 관을 보니 참으로 비통하고 인생 허망했다.

장례식장 도착해서 후배의 시신을 하관하는 데, 절규하는 유가족들의 모습들을 지켜보며 눈시울이 뜨거워져만 갔다.

문상 받는 것을 도와주며, 새벽에 서울 집으로 향해 잠시 눈을 붙이고 금요일 오전에 다시 장례식장을 찾았다.

- 그리고는 토요일 새벽녂까지...
회사 문상객들이 올 때마다 유가족들에게 소개시켜드리고 주로 부조함 테이블에서 한숨도 안 자고 일을 도왔다.
불쌍한 후배를 생각하고 남겨진 두살, 네살 자녀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았다.

이젠 눈물이 말라서 오열할 기운도 없으신 듯 멍하니 계신 고인의 어머님 모습도 보였고.

- 토요일 아침 발인...
마지막 제사를 지내며 제사상 옆에서 유가족들이 마지막으로 고인에게 올리는 잔들을 따르며
이제 운구차는 화장터(수원 연화장)로 떠났다. 화장터는 처음이였다.

- 토요일 오전...
연화장에 도착해서 동료와 후배들이 마지막 운구를 하고 화장이 2시간 동인 진행되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속에 들어가는 후배의 관을 모니터로 지켜보며 유족들은 다시 오열하기 시작했다.

- 토요리 정오 무렵...
근처 납골당에 옮겨진 한줌 유골이 담긴 작은 항아리를 지켜보며 이제 마지막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납골당에 들어가 본 적도 처음이였다.

----------------

수고했다는 유가족들의 말씀들을 잠시 전해 듣고 부인과 동생들에게 마지막 위로의 말씀도 전하며,
3일장을 마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멍한 상태로 서울로 운전하며 오는 데...

고속도로상에서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한없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팀원 중 하나로 6년간 나와 함께 일했던 후배의 생전 모습들이 떠오르며...
내 막내 동생보다도 한참 어린 젊은 나이에 가다니...

토끼같은 어린 애들을 못 보고 편히 눈을 감지 못하고 떠난 후배와  
장례식장에서 잠시 본 애들이 앞으로 살아갈 모습들을 생각나니 너무도 너무도 슬펐다...

오래 전에 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한없이 펑펑 울었던 때를 빼고는
살면서 이리 허망해서 흐느껴 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의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겠지만, 또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잊혀지며
스스로의 인생을 위해 모두 열심히 살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슬픔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오늘을 희생하며 살 때가 많지만...
그것은 아닌 것 같다.

현재의 나의 삶을 위해 그리고 나의 가족들을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말 한마디라도
노력하는 현실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

다음 주말에는 고인이 된 후배의 사무실 유품들을 정리해서 미망인이 된 부인과 자녀들이
사는 집을 함께 일했던 팀원들 몇몇과 찾아 볼 생각이다.

내 자리 바로 옆의 고인의 책상에 있는 캘린더를 오늘 잠시 넘겨 보게 되었다.

동그라미 쳐져 있던 후배의 글들을 접하니 부인이 보시면 또 얼마나 비통해 할까 눈시울이 다시 뜨거워졌다.

아들 500일, 큰딸 생일, 만난 2000일, 어머니 생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522 사는 얘기 거울 김윤식 2012.03.28 605 19
521 단상 재미교포가 본 한류 4 - 미국 한류 사건 베스트 16 김용빈 2012.02.21 1033 13
520 단상 재미교포가 본 한류 3 - 남미는 거저먹기다 김용빈 2012.02.21 510 30
519 단상 재미교포가 본 한류 2 - 왜 샤이니가 차세대 선두주자인가 김용빈 2012.02.21 426 25
518 단상 재미교포가 본 한류 1 - 한국 걸그룹의 미국 TV 습격기 김용빈 2012.02.21 515 26
» 사는 얘기 살아남은 자의 슬픔 김선교 2011.12.26 1393 59
516 사는 얘기 [re] 살아남은 자의 슬픔 유신철 2012.02.27 545 34
515 작은 정보 대인배 유감 윤세욱 2011.12.25 1564 52
514 사는 얘기 for 탱 조무형 2011.12.23 976 39
513 잡담 반갑습니다. 이기 2011.12.07 1004 68
512 단상 그 때나 지금이나 조무형 2011.12.03 1179 68
511 단상 이제 너희 차례 윤세욱 2011.11.20 1588 53
510 사는 얘기 [펌]요즘 뜨고있는 프라이드, SM3, 크루즈 줄다리기 영상 ㅋㅋ 정다운 2011.11.03 1089 63
509 사는 얘기 슬로프가 처절히 그리운 것은 이기 2011.11.03 793 43
508 단상 세월이 갈수록 멀리해야 할 것들 이민주 2011.08.16 2409 124
507 작은 정보 돌솥비빔밥의 기원은? 이종국 2011.07.01 3942 133
506 작은 정보 이종국 2012.01.24 682 67
505 문화 한국 미라의 기원을 찾아서 file 전승민 2011.06.01 2109 129
504 사는 얘기 꿈을 쫓았던 한 40대 가장의 종결 인증샷 김용빈 2011.05.31 2242 190
503 사는 얘기 김 민수 선생님 댁 방문기 안동진 2011.05.20 2004 98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 144 Next
/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