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4959 좋아요 766 댓글 0
두물머리의 연꽃과 쉘러(Schoeller) 사의 나노스피어(NanoSphere)

제목이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내용 중에 이 제목과 관련된 부분이 나옵니다.^^ 두물머리, 양수리는 제가 전에도 많이 지나가 본 곳이기는 한데, 양수리에 위치한 어떤 지형지물을 찾아가 본 일은 없었습니다. 사진 찍는 분들이 자주 찾는 두물머리 느티나무가 있는 곳은 사진을 통해서 많이 봤었기에 ‘언제 한 번 가봐야지.‘하는 생각은 하면서도 갈 기회가 없었습니다. 특별히 좋아보이는 풍경도 아니고 하여 안 갔다고 하면 되겠지요.^^;

이번엔 집사람이 가르친 학생들과 함께 한 양평에서의 오카리나 레슨 등을 위한 웍샵의 일정 중에 두물머리와 세미원(역시 양수리 소재) 방문이 포함되어 있어서 가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 특별한 일이 아니면 꼼지락거리는 걸 싫어하는 제가 거길 가보게 되지 않지요.

아래는 두물머리의 느티나무가 있는 곳입니다. 8월 20일(일) 오후에 그곳에 갔는데, 의외로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 느티나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컸습니다. 이를 둘러 싼 세 방향이 모두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물이기 때문에 경치는 꽤 좋았습니다.

느티나무를 바라보면서 오른쪽은 아래와 같은 poetic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 이 날은 온다던 태풍 우쿵(이름도 참 묘하게 지은...-_-)이 일본에 갔다가 소멸되었기에 바람만 좀 불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사진에 보이는 구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맑은 날은 아니었지요. 이 사진에 나오는 저 돛이 없는 돛단배는 설정인 듯합니다. 거기 닻을 내려 고정시켜 놓은 것인 듯.


- 느티나무 부근의 연지(蓮池)에서 동북쪽을 보면 두물머리 위로 지나가는 신 양수대교가 보입니다.


- 이 신 양수대교를 달리는 차에서 찍은 동영상 캡춰 사진에서 오른쪽 상단의 옆으로 긴 섬처럼 보이는 것의 끝부분이 두물머리 느티나무가 서 있는 곳입니다.


- 두물머리에 함께 갔던 분들.(일부는 이 날 아침 집으로 갔기에 사진에 없습니다.

느티나무 옆에는 이런 연지가 있습니다. 이건 언제 조성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만들어진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두 개의 연지가 있어서 중간에 그걸 가로 지르는 길이 있는데, 한쪽엔 홍련, 백련이 어울려 있고, 한 쪽에 백련만 있었습니다.




- 신 양수대교 바로 아래가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는데, 거기 이런 광고도 있습니다. 연 갈비찜은 연잎으로 갈비를 싸서 찌는 것이고, 냉연국수는 연을 갈아 밀가루와 버무려 뺀 국수를 차게 내는 것이고...


- 양수리와 양평 사이에 있는 국수리에서 본 이 연 칼국수 집에는 “두물머리 연 칼국수”라고 쓰여 있는데, 그 연 잎을  “두물머리(양수리)”에서 가져다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백련지의 귀퉁이에는 이렇게 부레옥잠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 부레 옥잠의 연보랏빛이 참으로 아름답더군요. 전 부레옥잠의 꽃은 이번에 처음 보았습니다.

전 그곳에 가서 몇 번이나 들고 있던 생수통의 물을 넓은 연잎에 뿌려보았습니다. 물이 연잎에 떨어지자마자 작은 흰 물방울로 변해 가운데로 굴러 들어가, 큰 물방울로 뭉치는 모양이 참으로 신기했기 때문입니다. 아래 있는 사진은 두물머리 연지에서 그 생각이 나서 일부러 물을 뿌린 후에 찍어온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연의 불염성(不染性)이라 합니다. 오염(汚染)되지 않는 성질의 일부인 것이지요.

"나는 연꽃을 유난히 사랑한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나왔지만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잔잔한 물결에 씻겨 요염하지도 않다." - 중국 宋 나라의 문인 주돈이(周敦頤)의 글, “愛蓮說”에서...

연꽃잎(연잎)은 밀납 질의 표면을 가지고 있어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인데, 이 연잎의 표면이 많은 돌기로 덮여있습니다. 그래서 손으로 그 표면을 만져보면 상당히 까칠까칠합니다. 이 돌기의 집단에 물을 뿌리면 물이 튀기면서 그것이 모두 동그란 물방울로 말려 굴러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비오는 날 연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는 것은 대단히 재미있는 구경꺼리가 됩니다. 전 비싼 생수를 뿌려가면서 그걸 다시 구경하고 싶었을 뿐이고요.^^

이렇게 흙탕물 속에서 자라면서도 꽃은 물론 잎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연꽃의 불염성과 자정(自淨) 능력의 신묘함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경이와 감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는 물론 연꽃이 오랜 기간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해 온 진화(進化)의 결과, 실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돌연변이들이 집적된 결과일 뿐입니다.

이런 현상은 많은 시인들에게도 영감을 주었겠지만, 일부의 과학자들에게도 매우 과학적인 영감을 주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자연현상을 연구하고, 그걸 흉내내는 일에 있어서 가장 앞서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과학자들이 신(神)을 뛰어넘을 수 없는 한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일인데, 그들이 연꽃으로부터 얻은 지혜는 바로 그 불염성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는 연꽃잎 표면의 조직을 극히 흡사하게 모사(模寫)한 표면 디자인 완성해 냈습니다. 이런 연구에 의하면, 연꽃잎이 가진 불염성은 연꽃잎 표면의 돌기가 물방울에 비해 매우 작고, 이 돌기들이 서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물방울이 돌기들 사이를 뚫지 못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는 연꽃잎의 표면 돌기를 크게 확대하여 그 모양과 같은 것을 다양한 소재를 통해서 구현해 냄으로써 가능해 진 것입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서 만든 표면이 적용된 물체들은 연꽃잎의 성질을 닮게 되는 것이므로 일상생활에 여러 모로 응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물방울을 밀어내는 성질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물질까지 털어내는 자정 기능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꽃은 항상 그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극히 가깝게 인접된 미세한 돌기들은 일종의 미세한 에어 포켓(air pockets)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잎과 물과의 접촉 면적이 적어서 물이 달라붙지 못 하고, 그렇기 때문에 물이 방울져 흘러내리는 것입니다. 이로서 방수 플라스틱 코팅 기술이 착안된 것이지요.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 코팅제 같은 초강력 방수 피막은 바로 이런 기술을 적용한 것입니다. 즉, 초미세기술(nano technology)에 의한 발수성이 높은 불소화합물을 극히 작게 미러의 표면에 분산시켜 그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은 울퉁불퉁한 피막을 만듦으로써 물방울이 달라붙지 못 하게 되는 것입니다.

물체가 물과 친하지 못 한 이런 성질을 소수성(疏水性 /hydrophobic)이라고 합니다. 연꽃잎의 돌기는 전자현미경으로 봐야할 정도로 작은 미세한 돌기를 가지고 있기에 소수성의 정도가 극심하여 이를 초소수성으로 부릅니다. 최소의 물방울도 이 미세한 돌기의 크기에 비하면 100만 배나 되기 때문에 연꽃잎에 달라붙지 못 하는 것이고, 그 미세 돌기 위에서 표면적이 최소화되는 단계를 거쳐서 동그랗게 말려들어 연꽃잎의 표면을 또르르 구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연꽃잎 효과(Lotus effect)와 비슷한 일은 복숭아에서도 약간 다른 방식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현재 이런 기술은 스포츠 분야에도 많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등산복이나 기타 스포츠용 섬유로 유명한 쉘러(Schoeller) 사는 이를 통해서 소위 NanoSphere(나노스피어)라는 기술을 개발해 내었는데, 이는 오염물질이 섬유 표면에 붙는 것을 방지하는 최첨단 가공기술입니다. 생활방수는 물론, 바지나 상의에 커피 등의 음료수, 케첩이나 소스 등이 묻더라도 그것이 얼룩을 남기기 전에 천의 표면을 따라 그냥 미끄러지게 하는 것입니다.(이런 기능을 가진 바지를 엄청나게 싼 가격, 즉 한 벌 가격으로 3~4벌을 주는 식으로 CATV의 홈 쇼핑에서 팔아 대히트한 회사도 있지요.^^ 요즘도 그 회사의 판매는 활황 중.) 어쩌다 옷 표면에 묻는 오염물질은 세탁제도 필요 없이 물을 뿌리면 그와 함께 간단히 씻겨 내려갑니다. 복숭아 껍질에 붙어있는 아주 가느다란 흰 솜털 같은 것이 나노 휘스커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서 이것도 연꽃잎처럼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지요. 나노텍스 사의 기술은 직물에 나노 휘스커(nano whisker/나노 수염)를 발생시켜서 복숭아 껍질처럼 물방울이 묻지 않고 굴러 떨어지게 합니다. 물이나 오염물이 섬유 표면에 떨어지면 그 미세 수염(10nm 길이의 몇 개의 탄소 원자로 구성된 극미세 털들)이 액체 방울들을 강하게 떠받쳐서 섬유에 액체 방울이 닿지 않고 바로 굴러 떨어지는 것입니다.

최근에 개발된 페인트 중에 자기정화력을 가졌다는 것들은 모두 페인트가 건조되면서 표면에 미세 돌기가 생김으로써 이를 칠한 외벽이 구조적으로 물에 젖지 않게 하고, 먼지나 때가 안 생기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도 먼지나 때가 안 생기거나 생겨도 물로 씻어 내리면 되기 때문에 세척할 필요가 없거나 세척비가 절감되는 것이지요. 이런 페인트를 칠한 중국팀의 요트들이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결국 같은 기술을 잘 활용한 것이고요.


- 위의 전자 현미경 사진은 수련의 표면에 만들어져 있는 돌기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꽃잎, 이거 우습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이것이 지구 탄생 이후 식물이 발생한 이래 지금까지 잘 버텨온 것은 나름 대로 이런 훌륭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표면의 자정 기능 이외에도 연꽃은 수질(水質) 자체를 개선시키는 자정 기능까지 가지고 있는 좋은 식물입니다.(위의 사진에 나온 부레 옥잠 등 많은 수생 식물들도 수질을 개선시키는 자정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혹시 연꽃잎을 보실 기회가 있으시면 촉감으로 하나님의 나노 테크놀로지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2722 여행 후기 보은강 연꽃단지에서 본 연꽃 얘기 박순백 2006.08.10 4313 503
2721 여행 후기 변산반도에서의 요트 크루징(yacht cruising) 11 박순백 2006.08.11 6296 656
2720 여행 후기 미당, "질마재로 돌아가다." 5 박순백 2006.08.14 4608 548
2719 여행 후기 결국은 못 먹어 본 닭요리 17 박순백 2006.08.16 4344 554
2718 여행 후기 여행 중에 많이 본 꽃 두 가지 1 박순백 2006.08.16 4252 850
2717 취미 [오디오 질문] SME Tonearm 사용 시 스케이팅이 되는데... 16 박순백 2006.08.17 4788 645
2716 단상 영어강사가 아니라 인생의 스승 1 file 최재원 2006.08.17 3774 712
2715 취미 이런 골수도... 2 박순백 2006.08.18 4807 810
2714 취미 어느 아날로그 매니아의 "바늘 이야기" 3 박순백 2006.08.18 4847 763
2713 취미 골아픈 아날로그와 문제 해결 4 박순백 2006.08.18 5308 829
2712 문화 흑단 오카리나 제작과정 취재기 2 장선희 2006.08.21 5711 960
2711 잡담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티가 난다.(혹은 "티를 낸다.") 5 박순백 2006.08.21 5831 980
2710 상식 약국 유감 4 안동진 2006.08.22 6176 862
2709 작은 정보 간디의 비폭력 선언 100주년 기념 에세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1 최재원 2006.08.22 4033 832
2708 사는 얘기 이젠 사랑합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인생의 아버지, 스승을 향해서 최재원 2006.08.23 3018 594
2707 작은 정보 포르쉐 911 터보 2006년형 한국주행 동영상이 있네요. 4 차재문 2006.08.23 5530 884
» 사는 얘기 두물머리의 연꽃과 쉘러(Schoeller) 사의 나노스피어(NanoSphere) 박순백 2006.08.23 4959 766
2705 문화 시와 음악이 있는 작은 음악회 2 정덕수 2006.08.24 4395 748
2704 단상 개인적으로 간디의 비폭력 선언 100주년을 기념하며.. file 최재원 2006.09.11 3553 832
2703 상식 발수의 과학 7 안동진 2006.09.15 6636 86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44 Next
/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