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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얘기를 찾다가 우연히 읽어보게 된 글. 재미있어서 계속 끝까지 읽어봤다. 들어본 얘기들이다. 근데 맨 뒤에 있는 게???




어느 아날로그 매니아의 "바늘 이야기"

http://www.phono.co.kr/goodsView.do?goodsNo=622287

레코드의 음질을 극적으로 바꾸는 첩경은 뭐니 뭐니 해도 전축바늘-다른 말로 스타일러스 혹은 카트리지-입니다.

바늘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바늘의 원리는 발전기와 똑 같습니다. 자계(磁界) 안에서 코일이 움직이면 코일에 전기가 유도됩니다. 물론 코일을 움직일 수도 있고 반대로 코일을 고정시키고 자계를 움직이는 방법도 있겠지요. 모로 가든 외로 가든 움직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자석을 움직이는 방법을 쓰는 회사가 그 유명한 슈어(Shure)입니다.

자석이 움직인다는 의미로 무빙 마그넷 -줄여서 MM 타입이라고 하지요. 코일을 움직여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의 제품을 무빙 코일-줄여서 MC 타입이라고 하는데 만드는 회사가 하도 많아 일일이 다 이름을 들 수 없습니다. 가끔 철심을 움직이도록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건 무빙 아이언(MI) 방식이라고 합니다. MM 타입의 카트리지는 슈어에서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특허를 피해가기 위한 다양한 트릭들이 회사마다 있습니다. MI 방식도 바로 그런 맥락입니다.

MM 타입의 카트리지는 코일을 많이 감아주면 전압을 많이 발생시킬 수 있어 자석이 작아도 됩니다. 가동 질량(Moving Mass)이 작으므로 따라서 트레이스 능력이 우수하며 신호 대 잡음비에서 유리합니다. 무빙 코일 방식은 반대입니다. 코일을 많이 감으면 무빙 매스가 증가해서 트레이스 능력이 떨어지므로 어느 한도 이상 코일을 감을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출력 전압이 작습니다.

결국 많은 양을 증폭해야 하기 때문에 신호 대 잡음비가 나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잡음에 취약합니다. 쉽게 말씀드려 부웅하는 노이즈가 훨씬 많이 낍니다. 턴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진동도 더 많이 증폭하게 되는 부작용이 수반됩니다. 그런데 우습게도 고급 카트리지는 이 단점 많은 MC 형식에 많이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음질이 좋다는 것 때문입니다.

MM 방식은 자석의 움직임을 통해 코일에서 전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부분과 전기가 발생되는 부분이 다릅니다. 에너지 변환 단계가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근데 MC 방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움직이는 부분에서 전기가 바로 나옵니다. 이것이 주는 효과는 대단합니다. 대다수 오디오 파일들이 가장 즐거워할 때가 바로 이 MM에서 MC로 바늘을 바꾸었을 때입니다. 금방 압니다. 마치 뿌연 유리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그것을 잘 닦아 놓은 것처럼 음악의 세부가 생명력을 갖고 생생히 살아납니다.

가격도 비쌉니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양산이 어렵고 또 가격을 비싸게 불러서 그렇습니다. 설마하시겠지만 이 MC카트리지를 만드는 것은 거의 예술에 가깝습니다. 현미경 들여다 봐가며 만듭니다. 예를 들면 와이어를 이용하여 코일의 뒷부분을 카트리지 몸체와 고정시키는데 이 와이어의 크기도 크기이려니와 와이어에 가하는 텐션 크기에 따라 음질이 팍팍 바뀝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거의 장인에 가깝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생산 비용과 시장 가격을 고려한 가격 책정이 아니라 적어도 내 작품은 몇 냥은 받아야 된다는 그런 스타일의 가격 책정이 많습니다.

바늘 팁의 모양도 여러 가지가 있고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원뿔형. 타원형. 그리고 소위 시바타 타입이라는 단면이 길쭉한 월남미(越南米) 같은 팁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길쭉할수록 음구의 트레이스를 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격이야 당근 반대겠지요?

어쨌든 바늘 끝의 형상은 가능한 음구를 잘 추적하고 음구 깊숙이 들어가서 음구의 모양대로 진동해주는 것이 좋습니다만 작으면 금방 닳고 또 양쪽 음구에 잘 닿지 않는 한편 크면 그 반대에 떠올라버리고 해서 이것이 주는 음질 차이도 적지 않습니다. 바늘 이야기를 어떤 분께 들려 주었더니 그게 그렇게 큰 음질차이를 줄 수 있냐고 의문을 가지시더군요. 기타를 비유해서 설명드렸습니다.

클래식 기타에서 손톱을 다듬는 모양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 것을 아시지요. 일반 포크기타도 피크를 이용해서 연주할 때 피크의 모양에 따라. 굵기에 따라, 그리고 특히 피크가 기타줄에 부딪치는 각도와 깊이에 따라 음색이 바뀝니다.

바늘 팁도 마찬가지입니다. 팁이 음구와 접촉하는 각도, 팁의 길이, 단면 등등의 모든 것이 음질을 많이 변화시킵니다. 여기서 버티컬 트래킹 앵글이라는 톤암의 한 중요한 조정요소가 나오게 됩니다. 바늘이 음구에 직각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음색이 변조됩니다. 바늘 끝은 음구와 수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걸 위해선 톤암의 높낮이가 조정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시중 평판이 좋은 한 암은 이 기능이 없습니다. 그 브랜드 이름이 "레가"라고는 절대 말씀 못 드립니다. 소리는 좋은데 톤암의 높낮이 조절이 안 된다는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레가 측에선 이런 잡다한 기능이 없어서 레가 암은 소리가 좋다는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런 말이야 말로 "우리 회사의 자동차는 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차가 가벼워서 잘 나갑니다."라는 말하고 비슷합니다. 제가 레가 암을 너무 씹었나요?^^ 바늘 이야기를 드리려다 톤암으로 빠져버리고 말았는데 하여튼 바늘 바꿈질로 오디오하는 재미를 많이 느껴보십시오.

바늘 팁(끝)은 컨틸레버라는 길쭉한 막대기에 달려있고 컨틸레버 중간 부분에 피봇이 있으며 건너편엔 코일 뭉치 혹은 자석 뭉치가 달려있습니다. 말로 설명 드리려니까 좀 어려운데 자석이 움직이는 MM 카트리지는 전선이 연결될 필요가 없습니다. 코일은 카트리지 몸체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래 사용하여 마모된 바늘을 교환할 때 이것은 바늘 뭉치만 뽑아서 다른 걸로 교체해주면 됩니다. 그런데 MC 스타일은 그게 안 됩니다. 바늘을 뺀다는 것은 코일을 끊어버린다는 말과 같습니다.

머리카락 굵기의 십분 지 일도 안되는 이 코일을 어떻게 손대겠습니까. 해서 MC 카트리지는 바늘이 다 닳으면 생명도 끝입니다. 물론 이런 카트리지는 회사로 다시 보내면 재생해 주긴 합니다만 송료에 세금에 이것 저것 합하면 새로 사는 것이나 바늘만 교환해 오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어 그럴 바에야 다른 바늘로 바꾸어 들어보자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고 실제 그렇게들 사용합니다. 결론은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겠지요.

전축 바늘 하나에 몇 백만 원 짜리도 있는 모양인데 전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은 못 씁니다. 그래도 다른 것은 평생 가지고 놀아도 마모되는 것은 없는데 이 바늘은 한 1,000시간 사용하면 금방 생명이 다 되는지라 하루에 판 다섯 장 듣는 식이면 일년이면 바꾸어주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또 이 1,000시간이란 게 회사에서 하는 말일 뿐 사용자의 환경이나 걸리는 침압 여부에 따라 삼백 시간도 못 버티는 모델도 있습니다.

그래도 가능한 바늘은 자주 바꾸십시오. 귀한 레코드 해 먹는 것 보다는 바늘을 바꾸는 게 여러 가지로 좋습니다. 바늘이야 또 사면 되지요. 하지만 레코드는 일단 절판되고 나면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손상된 레코드는 절대 원상복구가 안됩니다.

윤세욱(netadm@dreamwiz.com)
Comment '3'
  • ?
    나원규 2006.08.19 11:55
    [ afagom@gmail.콤 ]

    카트리지 타입중에 (윤세욱 선생님도 요거 모르셨나보네요) 압전식 카트리지가 있습니다. 바늘을 시계나사로 고정했었죠. 음질요? 형편없죠. 침압요? 수십그램 단위의 살인적인 침압을 자랑합니다.
    일반 턴테이블에 붙일 수 없죠.
    그래도 진짜 빈티지의 최정점에 있는 소리를 들려 주었었습니다. 지금은 박물관에나 있으려나요.
  • ?
    박순백 2006.08.19 12:00
    [ spark@dreamwiz.com ]

    나 선생님, 윤세욱 선생이 오디오와 관련해서 모르거나 못 들어본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 ?
    김민수 2007.02.24 08:07
    [ fixall@axion.net ]

    압전식은 작은 나사 고정식 뿐아니라 33.45/78 등의 바늘을 한 캔틸레버에 붙이고 돌려 선택학 수 있는 레버가 붙은 T 타입도 있었읍니다. 실제로는 일반 헤드셀에 붙여 쓸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들도 많습니다. 보통 3-10 그램이 권장 침압이며 아주 드물게는 15 그램까지도 있읍니다만 15 그램을 넘지는 않습니다. 압전식 뿐 아니라 스트레스에 따라 저항값이 바뀌는 소자나 빛의 반사를 이용한 카트리지 등도 있었읍니다. 윤선생님께서 설명을 다이나믹형에 국한한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의 실용적 가치가 이미 희박하여 굳이 설명할만한 생산적 이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압전식에 대한 상세한 모델별 제원은 http://www.garage-a-records.com/astatic.html 에 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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