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2008.07.01 10:25

영화 "WANTED"를 보고...

조회 수 3604 좋아요 523 댓글 0
"WANTED"를 보고...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당신들이 보고 느끼고 살고 있는 세계는 모두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당신들이 꿈이라고 생각하는 세상은 사실은 실재일지 모릅니다."
라고 우리를 일깨우려 한다. 바로 노자나 장자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마크 밀러
마크 밀러는 현재 미국 코믹스에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마크 밀러는 도시의 샐러리맨들을 '돈 잘 버는 노예'라고 혹독하게 비꼬아서 말한다.
큰 대형 TV와 최신 컴퓨터를 집에 갖추고 자기 승용차를 악세사리로 장식하고 근사한 먹을거리들로 여가를 즐기며
'나는 다른 사람과 뭔가 다르다.'라며 으스대는 것 같지만 결국은 '노예' 노릇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인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이 이야기는 평범하게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주인공 웨슬리(제임스 매커보이)가 '진실'을 접한 후
'엿 같은 일상'에서 '탈출'하고 '진실'과 대면하는 이야기다.


-----------


평범한 직장인이 자신의 '엿 같은 삶'을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지며 빗발치는 총알 속에서 숨막힐 정도의 미녀가 그를 구해준다. 자신을 구해준 매력적인 여인 폭스(안젤리나 졸리)가 나타나 데려간 곳에서 믿음직해 보이는 인물 슬로안(모건 프리먼)이 자신의 아버지가 천 년을 이어져 내려오는 지하암살조직 '프래터니티'의 킬러이고 그는 다른 암살자 크로스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말해주며, 믿을 수 있게끔 몇 가지 증거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조직은 천 년 전 산업혁명의 초기시대에 방직공장의 노동자들을 착취하던 악덕 부르주아지를 암살하여 정의를 지켜왔던 거룩한 조직임을 암시한다.)

그리고 조직의 거룩한 명령에 어떠한 의심도 하지 말고 한 번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목표인물을 죽이는 것)이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폭스의 아버지는 강직한 판사였는데 그의 재판에서 중죄를 선고받아야 하는 피고인의 사주에 의해 살해되었다. 그런데 그 무고한 살인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실은 그 킬러를 죽이라는 거룩한 임무가 하달되었었는데 조직에서 그 목표물을 죽이는데 실패했기 때문에 자신의 아버지가 무고하게 죽었던 것이었다. 그 살해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폭스는 조직에서 내려오는 거룩한 임무가 완수되었더라면 자신의 아버지가 무고하게 죽지 않았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 조직의 거룩한 임무는 아무 의심을 품지 말고 인정사정없이 해 내야만 한다는 사명감이 폭스에게 생긴 것이었고, 그 뼈 아픈 경험담을 웨슬리에게 얘기해 주며 그에게 남은 마지막 의구심마저도 날려 버리게 만든다.

그렇게 살인기계로 키워진 웨슬리는 자신의 일에 추호의 망설임 없이 일을 수행해 나간다. 그리고 또한 그들의 조직원들도 배신한 전 조직원이었던 크로스에 의해 하나씩 죽어간다. 상대방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심은 극에 달하게 된다. 이제 웨슬리와 크로스의 정면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물론 폭스가 도와주러 따라나선다.

그 대결에서 크로스는 웨슬리를 구하고, 웨슬리는 크로스를 죽이나 그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폭스는 웨슬리를 죽이려 하나 구사일생으로 웨슬리는 살아난다.

그리고 깨우치는 진실들...



---------------------


사람들은 잘 속는다.

몇 가지 증거와 거룩한 정의를 내세워서 부추기면 으쓱하며 집단 히스테리에 빠진다.

그렇게 믿게 된 '믿음'은 여간해서는 깨지지 않는다.


'믿음'으로 무장한 '들쥐' 같은 인생들은 자신들이 조정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 철저했던 '믿음'이 깨지고 나면 대개는 그들을 속인 조종자들에 분노하고 오히려 그 조종자들을 향하여 칼을 겨누게 되기도 하지만, 특이한 일부 사람들은 '인지부조화 현상'에 의해 다른 핑계를 대며 그냥 믿는다.

어쨌든 속아서 조종 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 '들쥐'들은 이제는 속지 않고 정의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노라고 외친다.

그러나 어느 순간까지는 '정의' 그 자체였던 것이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썩기 시작한다. 이제는 부패해져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신들의 '정의'를 위해서는 왜곡과 선동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자신의 부정부패는 자체적으로는 정화할 수 없는 또 다른 부패권력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들 새로운 부패한 조종자들에 의해서 '들쥐'들은 또 속는다.

과연 사람들은 언제쯤이 되어야 '들쥐' 신세를 면하게 될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은 누가 면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한 영원히 '들쥐'일 뿐이며 영원히 '속아서 집단 히스테리 부리다가 속은 것을 알고 나면 분노하는' 쳇바퀴를 돌 뿐이다.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는 한, 정의를 가장하는 교묘한 조종자들은 언제든지 또 나타날 테니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31 문화 바르샤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쿨 1 이상훈1 2005.10.11 5295 1006
30 문화 앞서 갔던 전자 카페(e-Cafe) 6 박순백 2006.01.25 8265 866
29 문화 초당(草堂) 박순백 2006.07.17 3751 652
28 문화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는가! 정덕수 2006.07.29 3587 551
27 문화 흑단 오카리나 제작과정 취재기 2 장선희 2006.08.21 5711 960
26 문화 시와 음악이 있는 작은 음악회 2 정덕수 2006.08.24 4395 748
25 문화 송승환의 "난타"와 메모 쪽지 1 박순백 2007.07.31 4290 817
24 문화 바람처럼 살다간 조선의 천재 화가 3 안중찬 2008.01.11 4512 723
23 문화 Les Miserables 의 "미리엘 주교" 8 유신철 2008.04.28 5422 869
» 문화 영화 "WANTED"를 보고... 이선호 2008.07.01 3604 523
21 문화 The Art Of Catching Train (by Rod McKuen) 유신철 2009.02.05 4929 454
20 문화 일본 제일(?)의 생선 구이 이종국 2009.09.15 4536 452
19 문화 전어철.. 과연 다른 나라에서는 전어를?? 이종국 2009.09.14 4230 393
18 문화 어떤 노배우.. 유신철 2009.10.04 3886 574
17 문화 커피 이야기 전승민 2009.12.24 3453 388
16 문화 마법사의 제자 유신철 2010.07.06 3571 337
15 문화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 유신철 2010.11.08 3403 303
14 문화 복원용 조무형 2011.03.22 2286 106
13 문화 한국 미라의 기원을 찾아서 file 전승민 2011.06.01 2109 129
12 문화 영화 “자백”의 장르에 대해 고민하다. 5 file 박순백 2016.10.06 1724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