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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본인들을 '왜넘' 혹 '쪽발이'라고 부르고
중국인은 '뙤넘'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비하하는 뜻이지요.
일본인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알겠는데 중국인을 '뙤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좀 아리송합니다. 혹자들은 대국(大國) 즉 큰 나라 사람이라는 뜻의 '대국넘'이
경음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데 비하하는 의미로는 좀 아이러니 합니다.

이 '뙤넘'은 여진족을 가르치는 '도이(刀伊)'가 경음화 한 것으로 보여 집니다.
도이는 일본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종족인데요. 받침이나 이중모음이 없는 일본어에서
‘되’라는 발음이 도이로 기록되고 우리는 ‘되’가 경음화 된 것이 아닌가 보입니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맞물려 상당히 조심스러운 대목인데요.
우리가 전통적인 한족 중심의 중국을 비하하는 단어를 붙일 가능성은 조금 낮고요.
우리 민족이 보기에 오랑캐인 여진족을 이렇게 불렀을 확률이 높습니다.
(원수의 청나라 병자호란을 일으킨 여진족이지요.)

고구려- 발해 - 요, 금- 청으로 이어지는 북방국가는 조선시대까지 쭉 우리 위에
존재했었고 마지막 청이 중국을 점령하여 중국화 되면서 거의 이 천년 동안 존재했던
독자적인 언어, 역사, 문화를 가진 국가가 사라지자 그 무주공산을 중국과 우리가
자리다툼을 하지 않는가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만약 우리가 사라지면 일본과 중국이 서로 자신들의 선조와 그곳의 연고를 따지며
한반도 연고권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거지요.

일본이 역사에서 도이의 난이라고 부르는 1019년에 일어난 사건은 이렇습니다.
926년 발해가 망하자 그곳은 거란과 여진이 차지했는데 그 중 여진이 세를 키워
발해의 옛 땅 중의 하나인 연해주(블라디보스토크 부근)에서 발해의 항로를 따라
남진하여 우산국(울릉도)를 점령하고 대마도, 일기도를 걸쳐 일본본토를 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역사에서 본토가 공격당하는 몇 안 되는 사건으로 당시 일본은 이들의 실체를 몰랐고
고려가 그들이 도이라고 가르쳐 줬습니다. 이 여진족 도이는 당시만 해도 고려와 진공관계인
울릉도 우산국을 황폐화시켜 버렸고 그 이후 빈 섬이 된 울릉도는 나중에 고려에 예속된 후
비로소 우리 땅으로 귀착된 사건입니다. 그 전에 신라 때 이사부가 울릉도를 예속한 일은 있으나
당시만 해도 동양적인 질서 즉 조공관계였지 신라에 편입된 것은 아닙니다.

고려는 일본을 공격하고 포로를 잡아 귀환하던 도이를 공격하여 배를 침몰하고
일본인 포로를 일본으로 송환하는 외교적 능력도 발휘합니다.
당시 건국 초기인 고려는 일본과의 외교관계 복원에 노력했는데
일본은 고려와의 외교관계에 좀 시큰둥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는 일본이 국제적인 흐름을 모르는 대외적인 좁은 시각도 있었지만
우리로서는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 즉 당시 일본은 한반도에 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상당히 과신하여 고려를 약간 아래로 보는 경향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우리가 잘 모르는 즉 안 배우는 대목인데 일본 역사 전체를 흐르는 맥락을 보면
일본은 항상 한반도보다 더 우위에 있었단 우월적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이 꼬우면 우리가 일본보다 우월적이었다는 근거를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세종 1년(1419년) 당시만 해도 병권은 세종의 아버지인 태종이 잡고 있을 때인데
대마도에 대한 3차 군사공격이 시작됩니다. 가장 규모가 큰 대규모 공격인데요.
우리는 이 걸 기해동정(기해년에 벌어진 동쪽 정벌이란 뜻)이라고 부르고 일본은
應英의 外寇(응영(일본왕의 연호)년에 일어난 외적의 침입이란 뜻, 외구란 동양 한자어
에서 외적이란 뜻으로 우리는 외구도 쓰지만 주로 왜구 일본 도적을 씀.)

물론 이 대마도 정벌은 성공하진 못했죠. 정벌의 주인공인 이종무가 작전실패를 이유로
귀향을 갈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태종은 끝까지 이종무를 비호해 귀향 1년만에 환송시킵니다.
이는 대마도 공격이 영토의 확장 측면이 아니라 중국 즉 명측에 대한 정치적 문제였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키웁니다.

문제는 이 정벌 3년 후인 세종 4년 세종은 어전회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무용지물인데 일본이 간절히 원하니 주는 게
어떠냐?‘ 하는 우리가 들으면 깜짝 놀랄 말을 합니다.

또 세종 19년 세종은 ‘일본이 자꾸 팔만대장경을 주라고 하니
이 대장경을 아예 서울 쪽으로 옮기는 게 어떤가?’ 하는 말도 합니다.
이에 대한 신하들의 의견은 ‘일본의 요구를 자꾸 들어주면 나중에 우리가
들어 줄 수 없는 것도 달라고 할지 모르니 불가하다.‘ 라는 매우
옹색한 발언들을 합니다. 우리가 아는 상식하곤 틀리죠.

일본 측 기록엔 세종이 일본 막부에겐 대장경과 범종을
기타 영주들에겐 면과 곡식을 준 기록이 있습니다.
(왜구의 분란을 막아주라는 일종의 무마비 성격이 강하죠)
그 후 세종 25년 대마도주가 주관하는 무역선만 출입항 한다는 조건으로
삼포를 개항하고 대마도 사태를 진정시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당시 일본의 국력은 고려 말기와 조선 초기에 창궐하던 왜구의 발호를
조정할만한 국력이 되지 못했단 겁니다. 이 당시 왜구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를 가지고
있었고 일본은 이를 통제할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단 겁니다.

이 당시 왜구는 매우 미묘한데 본토 일본에서도 이들을 왜구라고 부를 정도로
이상한 왜구라는 것이죠. 물론 본토왜구도 조금 있었죠. 일본도 통일신라말기
즉 견훤, 왕건, 궁예가 다투는 분란 시기에 신라 외구들이 일본 본토를 공격한다고
불만을 가질 정도였으니 한 국가(신라)가 통제력이 없을 때 생계형 해적들이
발호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한반도를 휩쓸고 태조(이방원,) 태종, 세종 때까지 우리를 괴롭힌 왜구들은
일본 본토 왜구라기 보단 중국 쪽 왜구 즉 명 태조 주원장의 해금정책에 저항하는
중국 내 해민들의 반란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대마도 공격 때 우리 사신에게 대마도 측에서 궁금한 것은 원과 고려가 연합하여 일본을
공격했듯이 조선이 명과 같이 일본을 공격할 거라는 의구심을 계속 드러내며 질문합니다.
또 세종원년의 대마도 공격도 명이 토벌군을 뽑아 일본을 공격할거라는 명 조정 내
소문이 계속되자 만약 이 같은 일이 있을 시 당연 시 되는 명 따까리 작업에 곤혹한
조선 정부가 자발적으로 벌인 전쟁이라는 설도 많습니다.

명이(물론 중국도 공격받았지만) 왜구를 토벌대까지 만들어 공격하겠단 이유도
이 왜구가 단순히 일본 내나 대마도 내의 생계형 왜구가 아니란 반증이기도 합니다.

명조 때 가정의 난이라고도 불리는 이 중국 내 해민의 대대적인 민란은
명을 건국한 주원장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일이였습니다.
이들은 중국 동해안 해안을 노략질하고 한반도를 휩쓸고 일본 규슈와 대마도를 거점으로
끊임없이 중국에 복수하고자 노력했기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중일 삼국이
공동으로 노력했다고 보는 게 좀 더 사실적이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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