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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년간 시나노 폴 위주로만 폴을 썼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부터는 오스트리아제 컴퍼델(Komperdell) 폴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컴퍼델 폴 중에서 좀 특이한 걸 골랐습니다. 레트로(retro/복고)풍의 폴입니다. 언뜻 보면 아주 오래 전에 사용되었던 폴 같지만 실은 16/17용의 신형 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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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의 오른편에 있는 폴입니다. 폴은 가죽(진짜 genuine leather) 그립에 대나무 스틱입니다. 아주 오래된 클래식 폴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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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무리 복고풍 폴이 좋아도 요즘 알루미늄이건 카본이건 좋은 폴들이 무지 많은데 왜 대나무 폴을 쓰느냐고 할 분들이 계시겠지요.^^ 실은 저도 그렇습니다. 디자인과 멋도 좋지만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도 굳이 대나무 폴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겉으로 대나무 같아 보이는 이 폴이 실은 카본 폴입니다. 클래식한 대나무 제품이 아니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는 최신의 카본 폴인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걸 가리켜 복고(retro) 제품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레트로는 근과거(recent past)의 제품이 가진 스타일이나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한 제품인 것이지요. 키자키 사에서 나온 폴 중에도 이런 것과 비슷한 폴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플라스틱에 대나무 무늬를 프린트한 시뮬레이티드입니다. 대나무를 직접 입힌 폴은 예전에 보그너(Bogner) 사에서 나온 일이 있고,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는 이게 혹 처음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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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본-뱀부(bamboo/대나무) 폴은 16mm 카본 폴 위에 대나무 베니어(veneer)를 얇게 에폭시로 붙여놓은 것입니다. 컴퍼델 측은 카본에 대나무를 보강(reinforcement)했다고 표현합니다만, 그건 좀 과장스러운 것이고, 대나무 베니어는 복고풍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장식 효과가 더 크겠지요.

 

카본 뱀부 폴은 그립까지도 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끈도 가죽입니다. 아주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꿰매서 그립을 만들었고, 가죽 끈에는 컴퍼델이라는 이름을 도드라지게, 멋지게 새겨놨습니다. '귀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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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이 폴의 무게입니다. 한 개에 150g, 둘 합쳐서 300g밖에 안 됩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무게이지요. 등산용 폴 한 개가 250g 정도합니다. 잘 알려진 시나노의 카본 폴은 한 개에 220g 정도합니다. 그러므로 한 세트를 합쳐서 300g의 무게라면 그게 얼마나 가벼운지 짐작이 가시지요? 무게 면에서는 대단히 놀라운 폴입니다.

 

이 폴에 대해서는 호/불호(Pros & Cons)가 갈립니다.

 

좋다는 쪽은 대개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0. 복고풍(retro) 폴의 아름다움. --> 뭐, 이게 가장 큰 장점이지요.


1. 인간공학적인 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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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인간공학적인"이라는 면에서는 cons도 있습니다.


2. 뛰어난 충격 흡수.

 

그립 내부의 가죽이 감싸고 있는 게 충격 흡수를 해주는 소재입니다. 물론 그 소재만의 기능으로 충격이 흡수되는 건 아니겠지만요.


3. 적절한 스윙 웨이트와 폴질의 정확도.

 

일단 이 폴은 폴을 휘두를 때(내밀고, 들이고 할 때)의 무게가 많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폴질도 가능한 것이겠고요.


4. 폴대가 대단히 딱딱(stiffness면에서)하면서 설면에 잘 꽂히고, 반응을 빨리 전하는 특성.

 

16mm의 카본 폴이고, 아주 좋은 카본 필라멘트 소재를 사용한 것이기에 폴대 자체가 상당히 딱딱합니다. 하긴 컴퍼델 사의 주장 대로 대나무 베니어가 단단한데, 그게 표면에 에폭시 접착으로 덮고 있어서 그게 stiffness를 더 강화시켜 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컴퍼델 사는 분명히 reinforced되었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5. 엄청난 가벼움.

 

이 얘긴 위에서 했는데 120cm의 제 폴 한 개의 무게를 CAS 디지털 저울로 재니 150g이 나왔습니다. 깜놀!!!

 

나쁘다는 쪽은 희한하게 장점과 겹치는 것도 하나가 있는데...

 

1. 보는 사람마다 "대나무 폴이냐?"고 묻는 것.(리프트 라인에서나 리프트에서나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물어봄. 그런데 사실은 이 때문에 이 폴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함.^^)

 

이건 단점이라기보다는 장점 쪽으로 가야할 게 아닌가 합니다.^^ 이런 거 재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겐 분명한 장점이죠.


2. 그립이 안 좋음.

 

이게 장점 1번과 동일한데, 단점으로도 꼽히는 이유는 멋진 가죽 그립이기는 하지만 플라스틱으로 다양하게 악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에 비해서는 폴을 쥐는 면에서나 슬립이 없게 하는 면에서나 좀 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3. 왠지 허약해 보이는 그립 손잡이 끈 고정용의 플라스틱 핀(pin).

 

그립 손잡이 끈이 그립 상단부의 옆면에 파인 구멍에 꽂힌 플라스틱 핀 하나로 고정되고 있는 게 좀 우려스럽긴 합니다만, 그런 건 잘 고려해서 만들었겠지요? 전 그게 못 미더워서 금속 핀으로 교체해서 사용합니다.

 

다시 한 번 이 폴의 전체 사진을 보십시오. 대단히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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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최신의 카본 폴이지만 레트로풍인데, 폴 끝의 팁과 스노우 바스켓은 레이싱용입니다. 이걸 최근의 파우더용 넓은 바스켓으로 바꾸면 훨씬 더 복고풍의 멋진 폴로 보일 듯합니다만... 그래도 무겁고도 그루밍된 사면에서는 커서 불편한 파우더 폴로 바꿀 수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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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폴의 팁은 역시 최신의 폴들에서 사용하는 아주 강한 텅스텐-카바이드 팁입니다. 어떤 설면에서도 잘 찍힙니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전 16/17에 이 폴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선택한 폴의 길이는 120cm. 원래 제가 그간은 길이 조절 폴 위주로 썼고, 길이를 115cm로 사용해 왔었습니다. 어쩌다 110cm로 줄이는 일도 있긴 했었습니다만...(모글에서는 105cm를 쓰기도 했었지요.) 일단 좀 길게 써보면 어떤 기분인가 알고 싶어서...ㅋ 제 키가 176cm인데, 폴 길이 결정용 공식이 원래 "자신의 키 x 0.7"이잖아요. 그럼 제게 맞는 길이는 123.2cm이므로 120cm 폴을 쓰는 건 별 문제가 없는 것이기도 하니까요.(뭐 이런 소리를 하면서도 쓰면서 길다 싶으면 잘라야겠지요. 근데 현재까지 4번을 탔는데, 약간 어색한 적이 있긴 해도 쓰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근데 좀 잘라 쓰면 폴질을 더 빠르게 할 수는 있겠더군요. 긴 폴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몇 번 써 본 경험으로...^^)  

 

이 폴의 가격은 외국에서 리테일로 170불 정도합니다. 우리나라 가격은 아무래도 그런 가격보다는 많이 높아지지요.

 

제품 문의: 스포츠파크

 

http://www.sportspark.co.kr/

 

PS: 폴을 잘랐습니다. 115cm짜리로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평소에 폴을 짧게 써서 110cm만 들고 다녔던 제게는 120cm가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알파인 종주국인 오스트리아는 서서 타기 위주라 "자신의 키 x 0.7"이란 폴 길이의 공식(?)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에겐 그게 너무 긴 듯합니다. 본문에서 말했듯이 그런 공식으로는 제가 123.3cm의 폴을 써야하는 것인데...

 

나중에 알았습니다. 5cm를 줄여 쓰면서 왜 그게 생각보다 엄청나게 긴 것인가를... 평소의 폴 잡는 자세로 팔굽을 굽혔다가 손을 5cm 올려보십시오. 무지 많이 올라가고, 무지 불편해 집니다. 폴질을 할 때마다 그 5cm를 극복하려고 애를 써야 하는 거죠. 근데 전엔 제가 110cm로 폴을 짧게 썼던 것이니 그것과는 10cm가 차이가 나니까 이건 뭐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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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을 자르기 위하여 그립을 제거한 상태입니다.

 

폴을 자를 때 기존의 폴 커터(poles cutter)를 쓰면 안 됩니다. 그건 알루미늄 폴 전용이니까요. 카본 폴을 그걸로 조여가며 돌려 끊으려 하면 카본 폴은 쪼개지고 맙니다. 그래서 전 드레멜(Dremel) 전동 툴의 다이아몬드 커터를 사용했습니다. 일단 자를 곳에 표시를 한 후에 그걸 전동 툴로 돌려가면서 끊은 것이지요. 아무 흠 없이 끊어집니다. 카본 먼지가 나니까 그런 경우는 꼭 마스크를 해야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진공 청소기로 그 가루가 날린 곳을 다 청소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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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립 안쪽엔 이런 모양으로 오른쪽 카본 위에 왼편과 같이 대나무가 입혀진 것인데, "보강"이란 말이 맞다고 볼 정도로 그 두께가 생각보다는 두꺼웠습니다. 0.8mm 정도는 되는 두께입니다.

 

스킹하면서 에지로 폴 하단을 좀 긁었는데, 안전하게 대나무 부분만 긁혀 나가더군요.^^ reinforcement되었다는 게 맞습니다. 그게 카본을 보호합니다. 대나무 부분만 에지에 갈려 나갑니다.^^

 

그리고 그간 가죽 그립의 그립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손에 잡히는 마찰력이라는 면에서 가죽 그립이 악력을 좀 덜 받아들인다는 느낌이었지요. 가죽 표면 부분이 좀 건조하다는 느낌이요. 그래서 가죽이 좀 촉촉해질만큼 가죽용 왁스를 발랐습니다. 그랬더니 그간에 느끼던 문제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같은 제품을 쓰시는 분들이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Comment '8'
  • 신명근 2016.12.07 17:59
    전 얼핏 보고 진짜 대나무인 줄.
    무게가 ㄷ ㄷ ㄷ 하네요.
    저같이 폴질 못하는 사람에게 폴 무게 1g이 마치 1톤 같이 느껴지는데 (왼폴이 앞으로 나가질 않음 -_- )
    무게가 무기가 될 수 있겠음. ^^
  • 조용현 2016.12.12 18:11

    좋은 정보 잘 보고갑니다~!
    얼마 전 스포츠파크에서 뵈었었는데.. 반가웠습니다 박사님~!
    좋은 글 공유 좀 하겠습니다~^^

  • Dr.Spark 2016.12.14 15:39
    예, 반가웠습니다.^^
    공유 환영입니다.
  • 후광 2016.12.14 15:13

    글 잘보았습니다.

    근데 손잡이에서 폴이 쉽게 빠지나봅니다. 

    일체형 폴은 단단히 접착제로 붙여놔서 안빠지는경우가 대부분이던데요

  • Dr.Spark 2016.12.14 15:40
    일체형 폴도 잘 빠집니다. 물론 도구가 있어야죠. 바이스에 그립이 안 상하게 그립을 물린 후에 폴대를 잡아당기면 아주 쉽게 빠집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폴대를 장갑 낀 손으로 잡고, 그립의 아래부분은 막대기 같은 것으로 힘을 너무 쓰지 말고 천천히 여러 번 두드려 줍니다. 그럼 다 빠집니다.
  • 후광 2017.02.24 17:17
    시나노 CX Falcon폴을 수년전 샵에서 잘랐는데 접착제로 고정해놔서...
    접착제를 발랐으면 안빠진다고 봐야겠죠?
  • Dr.Spark 2017.02.24 18:14
    어떤 접착제인가에 따라 다릅니다. 만약 에폭시가 아닌 실리콘 등이라면 뜨거운 물에 담가 놓으면 다 뺄 수 있습니다.
  • 풀먹는망아지 2016.12.15 20:54

    글 잘봤습니다. 좋은글 공유 해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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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퍼델 두 개 한 세트의 폴이 겨우 300g인 컴퍼델 카본-뱀부 폴 8 file 박순백 2016.12.07 0 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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