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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1189 좋아요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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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35년만에 만난 사람"이란 글을 쓴 일이 있다.(참고: https://bit.ly/3vXzCQ6 ) 그 후에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며칠 전에 그 사람과 연락이 됐다. 카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위의 글에 있는 대로 20대 초반에 일본으로 건너가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일본에 간 게 1970년대 초반이니 생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낸 셈이다.

 

카톡을 통해 아래의 두 사진을 받았다. 강변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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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전국민이 어렵게 살던 시절이라 집에 카메라가 있는 사람이 거의 없던 때인데, 다행히 난 고마운 부모님 덕분에 내 개인용 미놀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다. 정작 나는 위의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는데 내가 저 빛바랜 사진들을 찍어줬다고 한다. "그 때 오빠, 명철이 제민이 이렇게 넷이서 광나루 한강변에 갔고, 그 때 오빠가 저 사진들을 찍어줬어요."라고 했다.

 

그 당사자인 (배)현실이는 내가 고교 2학년 시절에 중학생이었다. 우린 천호동의 성결교회를 다니며 알게 되었는데, 나는 초등학교에 1년 일찍 들어갔고, 현실이는 1년 늦게 들어가서 학년은 3학년이나 차이가 났다. 그래서 난 걔를 그냥 여중생 꼬마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우리의 나이 차이가 한 살밖에 안 난다는 걸 알고 놀랐다.

어쨌건 현실이는 나를 호감이 가는 "교회오빠"로 만났고, 우리집에도 많이 찾아와서 놀고 가기도 했다. 현실이는 내가 잊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거의 포토그래픽한 기억(photographic memories)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카톡 대화에서 현실이는 내가 우메보시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그걸 보내주겠다고 했다. 아주 맛있는 게 있으니 한 번 먹어보란다. 나나 우리 식구들은 우메보시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도 박스째로 산 일본산 전사매가 7-8개 정도 남아있고, 매일 그걸 반찬으로 내놓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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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마존 박스에 담긴 소포가 도착했다. 우메보시용 포장으로는 너무 큰 박스였다. 개봉을 하니 다양한 물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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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메보시 박스는 이렇게 오동나무 포장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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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우메보시를 한 개씩 포장하다니...-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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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먹고 있는 전사매와 현실이가 보내온 우메보시의 크기를 비교해 본 것이다. 이 우메보시의 맛은 엄청나게 시고도 짠 일반적인 우메보시들과 한 가지 차이가 있었다. 약간 달다는 것이었다. 꿀에 잰 우메보시라한다. 상당히 매력적인 맛이었다. 기존에 다양한 우메보시들을 먹어봤는데 이건 그것들과는 구별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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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보내온 현미차는 "현미말차"였다. 이것도 고급이다. 비싼 말차와 볶은 현미를 섞은, 꽤 큰 봉투에 가득 담긴 현미차였다. 

이 현미차를 마시면서 위의 우메보시를 조금씩 떼어 함께 맛을 보는 것이라 한다. 그도 괜찮을 듯했다. 밥을 먹으며 우메보시를 곁들이던 상태에서 구수한 현미차와 함께 달콤, 새콤, 짭짤한 우메보시 조각을 입에 넣어 맛보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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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꽤 많은 양의 이 찹살보리과자가 함께 왔는데, 역시 이것도 현미차와 함께 먹으면 좋은 것이라 한다.

 

현미차는 꽤 구수하면서도 짙은 차향을 내는 것이었다. 내가 마셔본 현미차 중에서 가장 좋은 제품이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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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고급의 말차를 기반으로 한 현미차여서 그 옥빛 색깔 만으로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선물 박스에 담긴 또 하나의 선물. 이탈리아제 린트 린도 초컬릿이다. 다양한 맛의 초컬릿이 한데 들어있는 것인데, 동그란 초컬릿 안쪽에 껍질보다 부드러운 다양한 소재들이 들어차 있다. 이 역시 꽤 맛이 좋았다. 특히 집사람은 거기 담긴 청색의 다크 초컬릿을 제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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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가 보내온 선물박스에 담긴 것들 하나하나가 뭔가 좋은 걸 내게 맛보게 해주려는 의중을 담고 있는 고마운 것들이었다. 오래전의 아름답고도 순수한 Church-related Friendly Relationship이 가져다 준 귀한 선물이다. 

그러고 보니 위의 저 두 사진이 링크된 글 속에 있는 네 사람이 한강변에 가서 유일하게 용돈을 지닌 내가 사 준 사이다를 마셨다는 내 기억엔 희미한 그날의 기록인 듯하다. 돌아오는 길에 현실이가 자기 걷는 거 힘들다고 징징거려서 내가 한동안 업고 와야했다던 그 일화를 가진 날인가 보다. 

저 사진은 한 살 연상녀인 현실이를 좋아했던 내 동생 순관이가 보관하고 있던 걸 현실이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준 것이라 한다.^^ 현실이는 당시에 한 살 어린 내 동생을 애티 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역시 요즘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단어가 된 "오빠"의 위력이 크다. 그게 또 "교회오빠"일 때는 그 단어가 주는 환상이 더 커지는 듯하고...^^

아름다운 추억의 편린들이다. 

 

https://bit.ly/3vXzCQ6

Comment '8'
  • ?
    기로기 2024.01.31 20:28

    이런 씨(?) ㅋㅋㅋ

    삼각관계? 그것도 그 지독하다는 형제를 포함한 거잖아요.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거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하~~

    예나 지금이나 무섭다. 교회오빠... 이곳에도 교회오빠한테 진 사람들 많을 텐데...

  • profile
    Dr.Spark 2024.02.01 11:14
    교회의 분위기가 주는 신뢰감과 같은 커뮤니티 내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상대가 어떤 사람인가를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이 교회오빠를 만드는 거죠.ㅋ 근데 교회누나란 말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고 그게 있다고 해도 연상녀라서 뭔가 좀 쉽지 않은...^^
  • ?

    박사님 항상 부족한 글에 도움 주시니 감사합니다.

    실례지만 주소와 전화번호좀. 알려 주십시요.

    발열깔창 보내드리겠습니다.

    3년에 걸쳐 시험하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습니다.1704964913858.jpg

     

  • profile
    Dr.Spark 2024.02.01 11:15
    감사합니다.^^ 쪽지 드리겠습니다.
  • profile
    일월여신 2024.02.01 07:46

    린트는 취리히에서 시작된 다국적 초콜릿 전문 회사입니다. 이탈리아제로 써 있다면 현지 공장 생산이겠죠. 

  • profile
    Dr.Spark 2024.02.01 11:17
    아, 그렇구나. 역시 스위스 초컬릿이 세계를 지배한 지 오래이니... 그건 이탈리아 제조인 거네.
  • ?
    으악(박기호) 2024.02.02 11:46

    피천득님의 인연이 생각납니다.

    아! 아사꼬...

    차라리 만나지 말고 저렇게 우메보시나 보내주지...

  • profile
    Dr.Spark 2024.02.02 13:52
    ㅋㅋㅋ 그런 생각으론 이런 인연을 못 만날 수도... ㅋ

    근데 분명 그 눈웃음과 현란한 글솜씨와 아직도 통할 게 분명한 그 젊은 아재감성 덕에 많은 여자들이 몰려들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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