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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밥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래되었지만 본인이 직접 고심끝에 고른 스키는 지금 타고 있는 99/00 Rossignol Viper (우리나라에는 9DO로 출시, Viper는 일본에 판매된 모델의 이름)가 유일했다. 그전엔 그저 별 생각없이 최근 생산되는 스키가 어떤 제품들인지, 특성이나 평판, 사용 대상이 어떤지도 모르고 구입했었다.

이 99/00 시즌 스키를 여태 탔으니 햇수로는 6년이 되었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이 스키는 20세기말에 만들어진 세기말의 스키니 꽤 오래된 스키가 맞긴 맞는 것 같다.

Viper는 그런 의미 외에 특별한 의미가 하나 더 있다. 이전까지 스키 튜닝이란 것에 대한 의미와 필요성을 전혀 모르다가 박순백 박사님의 튜닝 캠페인(?)에 자극받아 자가정비를 공부하고 실습에 응용한 스키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내 정비 실력이 미천하다보니 제대로 된 정비 결과가 나오지 않았겠지만 정비 후엔 스키에 대한 믿음이 생겨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Viper는 카빙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 Semi carving 스키의 성격을 지닌 스키로 대부분 만족해하며 타왔지만 사용기간도 짧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카빙 숏턴을 제대로 배워보고싶은 내게 항상 아쉬움이 있는 스키였다. 이 역시 스키 자체의 아쉬움보다는 스키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새 스키에 대한 욕심이 조금씩 더해가니 리프트에 앉아 옆 사람의 스키 팁을 보면 팁이 둥그런 모습부터 자극을 받기 시작해 내 스키에 대한 애착이 점점 사그라드는 것이었다.(요즘의 카빙 스키들은 팁이 옛날 같지 않고 둥그랗쟎습니까?)

그러던 차에 지난 달 말에 우연히 학교후배의 작년 모델 카빙 스키를 타보고 새로 장비를 구입해야겠다는 마음을 확실히 굳혔다. 지금의 Viper는 167cm로 스키를 강하게 타지 않는 내 성향에 숏턴을 배우기엔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는데 160cm의 후배 카빙 스키를 신어보니 확실히 스키가 수월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 장비 구입을 맘속으로 굳혀두고 있었으나 지난 가을 스키복을 새로 장만한데다 또 스키까지 사려니 아내에게 도저히 미안해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을 뿐 겉으로 마음을 내비치지 못했다.

그래도 그제까지 줄기차게 새로 장만할 스키들에 대해 정보를 구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추세가 카빙 롱턴이고 그에 따라 스키가 길어지면서 마치 복고하는 것 같아 시대에 역행하는 듯 하지만 나는 여태껏 열망했던 카빙 숏턴을 배워보고 싶어서 숏턴 스키(회전용)를 고르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Salomon Demo 10 3V였다. 일단 살로몬에 대한 브랜드 선호도-브랜드 호기심이라는 말이 더 적당할지도 모르겠다-도 있지만 밥주걱같은 스키의 사이드컷이 강하게 나를 유혹했다. 160cm의 경우 123-66-103mm이라는 사양은 왠지 특별한 노력없이 저절로 숏턴을 만들어주지 않을까 하는 환상을 갖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브랜드 선호도가 높은 스키였던 탓인지 더군다나 160cm라는 길이는 웬만한 곳에서는 찾기 힘들었고, 몇몇 지인의 말이 '살로몬 스키는 너무 부드럽지 않을까'라는 말에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사실 가장 구입하고 싶은 스키는 Ogasaka Keo's GT였다. 사토 히사야의 스킹을 동경하며 비디오로 사 본 나로서는 사토가 애용하며, Digital training I/II에서 비디오 끝에 직접 소개하는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서 언제부터인가 오가사까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아마도 사토도 의도적으로 그런 장면을 삽입했겠지만.

게다가 항공사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아주 싼 가격에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GT를 사면 우리나라의 고가에 반해 아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일본으로 뜨려고 했다가 마음을 가라앉히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가. 그러나 이마저도 인연이 아니었는지 다음달 만료될 미국VISA를 재발급 해야하기때문에 회사에 여권을 제출해야 하는 바 하루라도 빨리 지름신을 모셔야 하는 나에겐 여권과 비자를 재발급받고 일본으로 나서기엔 내 인내력이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FISCHER RC4 RACE SC를 생각했다. 지난달 타봤던 후배의 스키가 Fischer 스키라 RC4에도 긍정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충 이 정도로 생각하고 혹시나 해서 지인에게 샵을 소개받아서 좀 더 나은 조건에 스키를 구입하고 상담도 받고 싶어서 소개받은 샵에 전화를 해보니 위에 생각한 스키가 하나도 없었다. 기껏 일주일 넘게 고심하며 조사한 것인데 허망할 뿐이었다. 결국 마음을 추스리고 매장에 있는 스키 중 추천을 해달라고 했더니 직원분이 Kneissl Red Star를 추천하시는 게 아닌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브랜드 선호도에서 볼 때 그리 마음이 가지 않는 스키라 전화상으로 생각해보고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다시 전화드리겠다는 말을 다들 아시겠지만 '일 없다'라는 뜻으로 드린 말이었다.

그러다가 '대체 Red Star가 어떤 스키길래 추천을 하시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어 Winter City에서 검색을 했더니 반호석 천리회장님께서 쓰신 03/04 Red star 사용후기가 있길래 다소 흥미로운 마음으로 글을 읽어내려갔다. 글을 워낙 잘 쓰셔서인지 제 귀가 짧아서인지 글과 댓글을 읽고 마음이 심히 동하여 뜻하지 않은 곳에서 지름신을 뵙고 결국 사랑방까지도 내드리게 되었다.

급물살을 탄다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주일 넘는 고민 뒤에 예상하지도 않은 스키를 구입하는데 불과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비록 03/04 사용후기를 읽고 05/06 제품을 산 것과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고 구입한 것이 맘에 걸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반호석님의 글과 댓글을 신뢰하고 구입하는데 큰 망설임이 없었다. 05/06 시즌도 한달 이상 지나 신제품을 산다는 것이 약간 금전적으로 석연치 않았으나 작년 모델이 156cm 밖에 남은 것이 없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해 모델 160cm를 구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구입을 한 것이 그제인데, 오늘 모 사이트의 장터게시판을 보니 올해 05/06 오가사까 GT 160cm를 LEKI 폴까지 덤으로 아주 저렴하게 판다는 글을 보고서 경악을 금할 길이 없었다. 폴까지 주는데 내가 산 Red Star보다도 10만 원가량 싼 가격이다. 구한 지 1달이 되었다는 말로 봐서 한달 정도 탔는지 아직 타진 않고 새 스키인지 알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도 없고... Red Star가 제 인연이고 적토마려니 생각하고 열심히 타려고 합니다. 후회없이 Red Star를 타려면 열심히 Red Star의 장점을 찾아내어 이게 내게는 최고의 스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기껏 소란스레 새 스키를 장만했는데 스키가 나아진 게 없다는 말을 들을까봐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모르겠네요. 반대로 스킹의 신세계를 본다면 너무도 좋겠지만.

지금 LA에서 이글을 쓰고 있는데 앞으로 4시간 후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붉은 별 새색시를 안고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하여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 용평을 찾을 계획입니다.

비행중에 딴 생각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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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난 10월 여행과 스키복 구입의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다녀온 동경의 스키상가 밀집지역(간다역 부근)에서 사온 05/06 Mizuno 슬로베니아 팀복도 원하던 M사이즈가 없어 L로 사와서 입고 있습니다. M을 살 수 있었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그래도 큼직하니 스노우보드복 스타일이라고 자위하며 입고 있습니다. 올 해 스키장비와는 예상치 못한 인연을 많이 맺게 되는군요
Comment '11'
  • ?
    임형찬 2006.01.08 00:44
    [ limm21@yahoo.co.kr ]

    오랫만의 스키 구입을 축하드리고,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사용후기도 기대 되네요. ^^
  • ?
    이순재 2006.01.08 12:26
    [ babahi@한메일.넷 ]

    '일주일 넘는 고민 뒤에 예상하지도 않은 스키를 구입하는데 불과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폴까지 주는데 내가 산 Red star보다도 10만원가량 싼 가격이다.'
    갖고 싶던 스키를 갖는 기쁨도 꽤 클텐데요... 다음 스키를 구입할 때 까지 위의 두줄이 머리에 남을 것 같습니다. ^^;

    그렇지만 사실 우리 일반스키어들의 실력이 장비를 따라가지 못하니 어느 브랜드를 사든 비슷하겠죠.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참! 6년만에 구입이라고 하시니... 전 부츠가 9~10년은 된 것 같습니다. 살로먼 eq 8. ㅎㅎㅎ
  • ?
    김재곤 2006.01.08 14:22
    [ daminkim@dic.co.kr ]

    허승씨 정말 오랜 만이군요 그러고 보니 세월참 빨라요~~
    이글루시절에 보고 못봤을걸요?
  • ?
    이혁제 2006.01.08 17:00
    [ winteri75@hanmail.net ]

    [ winteri75@hanmail.net ]

    저도 비슷한 경험들이 많은데요 음 뭐라 그럴까 몇날몇일 고심하다가 고른 모델이 막상 사려면 없고 이런저런 이유로 사지못했을때의 그 기분이란 허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지만 바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다가와 저와의 인연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그것이 인생사 아니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말이죠 어쨌든 자신이 선택한 것에는 결코 후회를 하지 말아야 하는것 같습니다. 미련이 남는다는건 현재의 선택을 아주 부끄럽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멋진 스키 구매하셨네요 안전 스킹하세요
  • ?
    한상률 2006.01.08 21:31
    [ 19940@paran.com.nospam ]

    아니 이거 얼마만에 보는 이름입니까? - 구 스킨라인 멤버-
  • ?
    정제원 2006.01.08 21:45
    [ plasticmania@dreamwiz.com ]

    허승선생님(?) 안녕하세요 ^^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요
    여기서 선생님을 뵈니 정말 반갑네요
    저두 여기 열혈눈팅입니다. 대리만족이랄까... ㅋㅋㅋ
    지오결혼식이후로는 첨인가요?

    참 여기 3기 진영민선생님두 들어오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요즘들어 15년전 같이 스키타던때가 그립네요 (나이를 먹나...)
    연락즘하구 삽시다~~~



  • ?
    최용득 2006.01.09 08:25
    [ kal1999@nate.com ]

    동생, 갑자기 전화해서 고민을 하고 하더니 결국 red star구만 ^^
    축하하네 이제 열심히 타보자구 이번 용평 번개는 못가고
    담에 같이 타자^^ 동경도 가야 되는데 ....^^
  • ?
    공천규 2006.01.09 11:06
    [ kck1009@hanmail.net ]

    혹시나 하며 계속 글을 읽다가 비행이야기가 나오길래 그제서야 형님인줄 확신이 들었답니다.

    잘 지내시는것 같군요. 스키장에서 함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절 모르실수도... 저역시 저기 위의 한상률형님처럼 구 스킨라인 멤버 입니다.^^
  • ?
    허승 2006.01.09 22:43
    [ huhs1031@hotmail.com ]

    김재곤, 한상률, 공천규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셨는지요. 제가 워낙 성함과 용안을 match시키는 능력이 없어서 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성함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과 함께 열심히 인라인을 타던때가 5-6년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비행기술과 기종전환, 회사적응등을 핑계로 회사내 동호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제작년은 결혼으로 작년은 2세의 탄생으로 더욱 더 그러했지요. 하지만 제 글처럼 올 시즌은 새 스키도 사고 다시 용평에서 재활?운동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스키부터 인라인도 열심히 탈 생각입니다. 올팍이나 천마산에서 조만간 뵙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답글 감사드립니다.
  • ?
    허승 2006.01.09 22:46
    [ huhs1031@hotmail.com ]

    제원형. 회사, 가정내 별일 없으시지요? (흠. 말투 너무 부담스러운거 아니유?)
    지난 달 말에는 후배들 교양스키에도 하루 참가하고 올 시즌부터는 다시 스키를 열심히 타려고 하고 있어요. 형도 나름대로 시간날 때 스킹하시는지 모르겠네요. 후배들 1,2월에 훈련도 길게 진행하던데 언제 같이 가서 후배들과 인사도 하고 형과 같이 스킹도 하면 좋겠네요.
  • ?
    허승 2006.01.09 22:49
    [ huhs1031@hotmail.com ]

    득사마. 여기서 만날줄이야. 하긴 둘 다 스키매니아이니 이 곳에서 만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료.
    오늘 해문형, 홍중형과 용평에서 엄청난 전투스킹을 하고 돌아와서 지금은 노트북을 무릎에 올려놓고 족욕을 즐기며 베란다에서 맥주를 즐기고 있는 중이오. 형 올 시즌부터 한동안은 가족꾸리느라 현장?에서 자주 못볼 것을 생각하면 옛날이 그립고 형이 안스럽고 하네. 그래도 사랑스런 형수님과 깨소금 볶고 있는 것이니 그렇게 땅을 칠 필요는 없겠지?
    1월말에 같이 하루 시간이 되니 그 때는 꼭 전투스킹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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