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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크 티를 마시면서 몇 분이 생각났다. 이 티는 워낙 깨끗하고도 맑은 뒷 맛을 지닌 홍차인 TWG 사의 Why Sky Tea이다. 심지어 이 홍차는 숙차임에도 불구하고 백호은침에 필적하는 좋은 반발효차를 일부 섞어놨다. 밀크 티로 마시는 데도 뒷끝에 그 좋은 백호은침(白毫银针)의 옅은 맛이 감돌다 목구멍으로 스며 들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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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함께 감탄하며 마시던 와중에 생각난 몇 분은... Kyungduk Han, Daniel Daeyeol Lee,  김형준, 고형모, 그리고 이소라. 다 차를 좋아하는 분들이다. 요즘 페북에 뜸한 한경덕 교수님은 진실로 차의 고수이시니 당연히 생각이 날 수밖에 없었고 그분의 해박한 차에 대한 지식을 통해 우러나는 이 밀크 티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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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다방의 주인장 이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포트메리온 머그컵에 우려낸 차를 마시다가 찻잔도 차 맛의 일부란 생각에 일부러 다방 커피잔을 찾으니 나온 게 에스프레소 줄리엣의 로고가 박힌 삼거리다방의 “다방 커피잔”이다. 차 받침이 안 보여서 급한 대로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잔 받침에 올려놓긴 했지만... 대니얼 리는 커피, 와인, 티(블랙 티)에도 해박한 차의 명수이니 그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김형준 네베 사장님도 생각 났다. 무지하게 맛을 따지는 분이다. 덩치는 산만 해도 그의 기업 네베(눈)처럼 맑은 영혼을 가진 분이다. 술이고, 커피고, 녹차고 그냥 적당히 마시는 분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차를 마시니 김 사장님 같은 분이 함께 마시면 이 차에 대해 무슨 말을 하실까 그게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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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두 분. 사진가 고형모 (전) 교수, 고 작가님이라고 해야겠지만, 이분이 사진과 교수 시절에 만난 스키어이다보니 자동으로 따라 붙은 호칭이 교수이다. 또 한 분은 이소라 선생. 수의사인데, 같은 스키 클럽에서 고형모 교수를 만나 알게 됐고, 고 교수의 행적 중에서 자주 보이는 기적 및 이적을 경험하면서 팔랑귀가 된 분이다.^^ 고 교수는 자신의 전문분야는 물론 스키, 자전거, 커피 등등 본인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 “따지는 걸” 좋아하는 분이다. 그런 성향을 가진 나보다 족히 열 배는 더할 만큼 더럽고도(?) 독하게 따지는 분이다. 그런데다 달변이다. 그러니 착하고도 순진한 이 수의사님은 고 교수의 현란한 말빨, 글빨로 치장된 커피 얘기 등에 홀려서 이젠 고 교수가 뻥을 쳐도 믿고 따를 만큼 고 교수 홀릭의 팔랑귀가 되어 있다.^^;

 

왜 일요일 아침에 스키장에도 안 가고 커피도 아닌 홍차 얘길할까? 그건 홍윤기 선생 때문이다. 어제 지산리조트에서 만나 거의 오전내내 쉬지도 않고 함께 스키를 탄 홍 선생은 스키계에서 잘 알려진 분이다. 스키 튜닝에 관한 한 ”융커스 홍“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아주 오래전에 레벨 2의 스키강사 자격을 따기도 한 이 스키 전문가와 함께 단 한 번의 쉼도 없이 빡센 스키를 탔던 것이다. 그러다 홍 선생이 리조트 베이스의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한 잔하자고 했다.

 

근데 항상 카페 라떼를 마시는 나의 취향을 아는 홍 선생이 “형님은 밀크 티죠?”라고 지나가듯 물었다. 밀크 티와 카페 라떼는 당연히 다른 음료이다. 하지만 그가 의미하는 게 카페 라떼였겠기에 가볍게 끄덕였다. 그렇게 홍 선생이 밀크 티를 시켰는데, 그 작은 한두 평짜리 로드샵 카페 메뉴에 무려 6,500원짜리 밀크 티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졸지에 라떼 아닌 밀크 티를 마시게 됐다. 그런 관광지(?)의 작은 스탠딩 카페에서 무슨 맛을 기대할까? 거기서 전에 서너 번 커피를 마셔봤지만 단 한 번도 맛에 반한 일은 없었기도 했고... 그런데 오랜만에 밀크 티를 마시니 그게 시원찮은 카페 라떼보다 열 배는 낫게 느껴졌다. ’맛이 없네...‘라고 생각하며 마시는 커피와 ’와, 오랜만에 밀크 탄 홍차를 마셔보네.‘하는 경이로움으로 마시는 티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제 워낙 폭설이 심해서 시야가 안 좋아지는 바람에 안전을 고려하여 스키장을 떠나왔고, 폭설에 덮인 위험한 고속도로를 평소의 1.5배나 더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아침나절의 눈발을 보며 스키장에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내일도 휴일이니 내일 가도 되겠다는 생각에...

 

그러면서 아침을 먹고나자 홍차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났던 것이다. 홍 선생이 사 준 밀크 티의 후유증(?)이다. 집에 있는 여러 개의 홍차 캔 중에서 TWG의 차를 선택했다. 그걸로 우려낸 밀크 티의 깊고도, 깨끗하며, 부드러운 뒷맛이 여러 사람들을 생각나게 했다. 

 

함께 커피나 홍차를 마시며 여유있게 환담을 나누고픈 분들이다.

 

* 아래는 Active response의 대명사 FB Friends의 댓글 중 몇 개를 고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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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정재영  
Comment '2'
  • ?
    kct 2024.01.01 12:45

    twg사 홍차가 브랜드 자체는 역사가 깊지 않은데 가향홍차류가 맛있는 것들이 많더라구요~ 저는 이 회사 시그니처 홍차를(1837) 좋아라 해서 싱가폴 갈 때 많이 사오곤 했었네요... 근데 가격이 좀 많이 비싼 느낌도 있습니다 ㅎ

  • profile
    Dr.Spark 2024.01.07 02:43
    예, 가격은 좀 비싼데 질이 좋은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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