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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번쯤 해봤나? 나라시?

여하튼 그렇게 대회장 도착하자마자 바로 카메라 셔터질부터 시작했던 지피.
하긴 제가 이짓거리 어디 한 두해 해본답디까... 뭔 번개, 뭔 모임, 뭔 행사에 가서 불시에 카메라 꺼내어
이런 풍경 저런 풍경 무작위로 셔터질 하는 수준은, 박순백 박사님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가히 가공스럽습니다.
다만 카메라 그지같고, 찍사 수준 형편없는 것만 빼고요. -_-;;

남들은 갤러리 석에서 열심히 지인들의 경기를 응원하며, 사진 촬영, 동영상 촬영, 점수판 확인 등등에 여념 없는데
솔직히 딱히 응원할만한 선수도 없었던 제 입장(어... 이러다 대명모글스쿨 유태섭 코치님한테 돌 맞을라. -_-)에서는
선수들의 순위고 뭐고, 자세고 뭐고 언능 사진 찍어 버리고, 언능 벗어나 내 스키 타러 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만
똘똘 뭉쳐있습니다요. (역시 넘 솔직한 지피. -_-;)




17. 경기장 전경. 멀리서 보면 꼭 무슨 놀이동산에 온 듯한 귀여운 꼬깔모자 지붕들.




18. 다음 종목 경기를 위해, 리프트를 승차하는 출전 선수들.




19. 슬로프 한켠의 전광판에서는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이름과 비브번호, 그리고 점수가 바로 공개되었다.




20. 리프트 위에서 바라본 경기 모습. 정오가 다되도록 첫번째 종목인 롱턴이 아직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이윽고 오전 10시 30분.
대략 찍을만한 풍경은 다 찍은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셔터질만 하는데, 꼬박 2시간 걸렸네요. 아... 힘들어....

스키장 다닐 때마다 제가 필수장비로 착용하는 "의료용 허리벨트(벨트 자체가 딱딱한 플라스틱 와이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2시간 동안 정신없이 사진 찍다보니, 벌써부터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괜챦습니다.
이제 카메라를 집어 던져 버리고, 드디어 슬로프에 스키타러 나갈 수 있겠습니다?
아이, 신나라, 신나라, 신나라~~~

...했는데, 하필이면 그 순간, 카톡으로 문자가 날라옵니다.

"지피님 빨리 오세요. 저희 나라시 올라갑니다."


다름 아닌... 살로몬더들 문자였습니다.
딱히 할 일도 없을 거라더니, 결국 경기 중간에 나라시(슬로프 설질 정비)로 동원되는군요.

헌데, 고작 이 나라시 하나만으로도, 순진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살로몬더들은
드디어 뭔가 회사에 일조할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입이 귀에 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봤자 나라시 인원 고작 5명 뿐입니다.

살로몬더 총 10명 중, 7명이 참석했고, 아래 글에 박세은님이 써놨다시피
노기삼님은 촬영담당으로, 무주 이용진님은 대회에 선수출전하시는 중이었습니다.

최대한 쪽수를 채워야했던 고로, 대명모글스쿨에 카메라를 버려두러 갔다가, 부랴부랴 다시 챙겨들고 슬로프로 오른 지피.
가보니, 살로몬더 아닌, 다른 동호회 분들(자원봉사)이 더 많이 나라시 타임에 올라와 계시더군요.

당장 나라시 할 것 같이 급히 호출하더니만, 막상 올라가보니 이제나 저제나 [5분 대기조]로 한참을 기다립니다.
아... 시간 간다. 시간 간다... 빨리 하고 내 스키 타러 가야하는데. 내 스키타러 가야 하는데.

솔직히... 그 순간까지도 한번 더 느꼈습니다.
스키판때기 하나에 발 꽁꽁 묶여버린, 이 망할 놈의 의무감이여. T-T




21. 슬로프 설질 정비를 위해, 상단에 대기중인 "꿔다놓은 보릿자루들"-1.



22. 슬로프 설질 정비를 위해, 상단에 대기중인 "꿔다놓은 보릿자루들"-2.



이윽고 첫번째 나라시 시작.
저 아래 갤러리들 쫙 깔려있는 그 슬로프 한가운데를, 천천히 슬로프 정비하며, 보겐으로, 사이드 슬립으로 내려간다는 것.
아... 나라시 처음 해보는데, 이거 은근히 요상한 기분이 듭니다.

혼자도 아니요, 열댓명 단체로 우르르 내려가는 그 나라시(슬로프 설질 정비)인데
단지 저 아래 대회장이 있고,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어쩐지 그 사람들 모두가 나만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저 아래의 저 많은 사람들이 전부다 나만 쳐다보며, 저 지지배가 도대체 보겐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사이드 슬립은 삐뚤삐뚤하지나 않는지 일제히 시선집중하며 감시하는 듯한 그 기분. -_-;

제가 작년에 레벨1 시험을 딸 때조차도....  그처럼이나 정신집중해
슬로프 단면단면 고이고이 정성들여 사이드 슬립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건 뭐... 눈 앞에 관람석 펼쳐놓고, 슬로프라는 무대를 내려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진짜 바싹 긴장이 되더군요.

아... 이런 기분이라니.
고작 슬로프 설질 정비하는 것조차 이런 기분일진대, 하물며 저 많은 시선들을 받으며
이 슬로프를 단독으로 내려와야 하는 선수는 오죽할까요?

갑자기...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존경스러워집니다.
특히나 이런 기분들을 짜릿한 스릴감으로 승화해서, 타인과의 경쟁을 즐기는 선수들.

역시 대회 출전이라 함은, 실력의 용기요, 자부심의 용기인가 봅니다. 짝짝짝.... (...개중, 오만함의 용기는 거론 생략.)




25. 보겐으로 내려가는 지피의 정설모습조차, 이처럼 예쁘게 찍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진제공: 노기삼님)



10. "아C, 우리가 왜 살로몬더야?"


암튼 그렇게 태어나 처음, 나라시(슬로프 설질 정비)라는 걸 해보며, 이윽고 피니쉬 지점에 다다르니
장내 진행방송을 담당하시는 김동선 과장님께서, 멘트 하나를 날려주십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슬로프 정비를 도와주신, 10명의 살로몬더들이었습니다!!!"  <-- 대충 이런 멘트들이었던 듯.

아마도 진행자님께서는, 그래도 살로몬 대회라고, 자사의 [살로몬더]들을 챙겨주시려던 목적이셨나 봅니다.
하지만 저는... 그만 들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그 멘트가 나간 후에, 함께 슬로프 설질 정비를 했던 동호회 회원분(그냥 목소리만 들었습니다. 뉘신지 모름)
갑자기 짜증을 확 내면서, 이렇게 말씀 하시더군요.


"아C, 우리가 왜 살로몬더야???!!!!"

...
...
...

제가...  곤지암 리조트에서 열렸던 살로몬더 첫 모임 후기글에서,
가장 첫번째 문단으로 썼던,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습니다.


-서두 생략-

아울러 나를 떨어뜨리고, 당선된 그 대단한 10명의 인간들이 허벌나게 부러울 것 같은 반면에
솔직히 말하자면... 뭐 부럽다기 보다는, 이젠 나와 상관없는 완벽한 이질감의 또다른 스키팀(?)으로서
그제서야, 살로몬더 늬들님들 그러거나 말거나 방관 모드가 될지도 모를 일입지요.

게다가, 자칫 게시판을 온통 살로몬 찬양글로 도배라도 해버린다면, 행여나 질투심에 불타올라
오히려 꼴보기 싫어질 수 없다고 장담하지 아니할 수 없지 아니한 게 아닐 수도 아닌 것인게,
사람심리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씀까? "

--이하 생략--


그렇습니다.
우려한대로 사랑방 게시판은 이렇게 살로몬더들의 설쳐대고,
심지어 대회장에서까지 니네 살로몬더들만 잘났다 기특하다 열라리 띄어줍니다.
저라도... 꼴보기 싫고, 짜증날만 하겠네요.

하여 대회장을 떠나면서, 혼자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나중에 후기글을 쓰게된다면, 이 사실은 꼭 정정시켜 놓을 것을요.

그날 대회에서,  나라시(슬로프 설질 정비) 함께 하신 분들은
살로몬더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로 올라와주셨던 동호회 분들이었으며,
대회가 끝나는 그 마지막까지, 우리 살로몬더들조차 미처 함께 하지 못했던 그 마지막 슬로프 정비 시간까지
원활한 진행을 위해 슬로프 설질을 자원봉사 해주신 분들이라는 것을, 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혹여 제가 여기서 동호회 명칭까지 거론해 드린다면, 현장에서 짜증내신 그 분께 오히려
동호회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뉘를 끼칠까봐 걱정스럽지만,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대명비발디파크 스키세상 동호회 회원님들...
뒤늦지만 그날 슬로프 정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모르는 다른 동호회 분들이 그 자리에 계셨다면, 그 분들도 함께요.




27. 슬로프 설질 정비에 참여해주신 고마운 동호회 분들1.




28. 슬로프 설질 정비에 참여해주신 고마운 동호회 분들2.



어쨌건간에... 명예만 살로몬더요, 결국 대회장에서조차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되어버린 우리들.
그리고 그 보릿자루 살로몬더 중 한사람인, 일곱번째 살로몬더 지피는...
모두들 스키타러 가는 이 주말조차도, 항상 변함없던 금요일 야간스킹도 포기한 채,
꼬박 1주일째 이렇게 후기에 매달리는 중입니다. T-T.


다음부터는 게시판에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피글]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은...
그 분들도... 죄다...
...
...
...
...
...
...
...
...
...
...
...
...
...

죽여버리겠습니다. -_-+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써야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번 후기만큼 진짜 힘들게 쓰여지는 후기도 없네요.
며칠째 몇번이고 썼다 지웠다 하다가, 결국 자포자기 상태로, 그냥 되는대로 대충 씁니다.

마지막 4탄의 이야기에서는, 이윽고 대회 우승자들과 시상식 이야기....는 대충대충 적어드리고(-_-+),
밥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가고,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없이 혼자 슬로프에서 총 2만장의 사진들 찍느라,
나중엔 카메라도 제대로 못 들고 계셨던, 노기삼님(클릭)
의 세세한 뒷 이야기들과...

가공할 스파이 카메라를 소지한채,
남 따라다니며 앞에서 뒤에서 스킹모습을 모조리 찍어대셨던 이승환님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참으로 놀랍고 경이롭기 그지없는,
살로몬더들의 현장 스킹영상들을 직접 공개합니다.

  
-다음 글에 계속...-



*추신: 근데 저 이거, 다음 주에 마저 써도 되나요?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졸립고...
         저도 이번 주말엔 스키타러 가고 싶어요... T-T




-일곱번째 살로몬더, 지피(Zipy)

Comment '7'
  • ?
    신명근 2012.01.14 01:40
    [ moveshin@naver.씨오엠 ]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죠?
    지피님 글 쓰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_-
  • ?
    허준 2012.01.14 09:34
    [ deuce@nate닷콤 ]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셨네요. ㅎㅎ
  • ?
    강정선 2012.01.14 10:27
    [ 1629kk@hanmail.net ]

    이런 모습도 좋지만 지피님 수준으론 기술대회 선수로 뛰던지 내일 있을 피셔 듀얼 레이싱에 선수로 출전하는게 더 어울리는데 ..예전 용평 반팔대회 처럼

    내일 시간되면 휘닉스대회 현장 접수 되니 나와봐요, 지피 실력이면 한 8-10게임 뛰면서 상위권을 즐길만 할텐데~~~내 특별히 현장에서 튜닝 왁스는 책임 지지요.^^
  • ?
    유신철 2012.01.14 12:51
    [ sinclair@chol.com ]

    재미나게 보았고요.

    사진들이 tiltshift 처리 되어서
    마치, 지난 시즌 휘슬러리조트 홍보영상 같아요.^^
    http://youtu.be/YDBc0tfCM14
  • ?
    박기호 2012.01.15 06:36
    [ euac8814@hanmail.net ]

    '아울러 나를 떨어뜨리고, 당선된 그 대단한 10명의 인간들이 허벌나게 부러울 것 같은 반면에
    솔직히 말하자면... 뭐 부럽다기 보다는, 이젠 나와 상관없는 완벽한 이질감의 또다른 스키팀(?)으로서
    그제서야, 살로몬더 늬들님들 그러거나 말거나 방관 모드가 될지도 모를 일입지요.'

    '게다가, 자칫 게시판을 온통 살로몬 찬양글로 도배라도 해버린다면, 행여나 질투심에 불타올라
    오히려 꼴보기 싫어질 수 없다고 장담하지 아니할 수 없지 아니한 게 아닐 수도 아닌 것인게,
    사람심리이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씀까?'

    역시 프로모션을 받으시며 오랜시간 스키를 타보신 지피님이 갖추신 최고의 안목과 혜안이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날 도움주신 동호회분들께 죄송함과 감사의 표시를 하신 점도 잘하셨습니다.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야 서로서로 공생과 상생을 할 수 있잖아요!^^
    글도 사진도 끼깔나게 잼나며 임팩트 있고 정말 각 스키 업체에서 헤드헌팅 영입 1순위인 분입니다.^^;

    프로모션을 받는다는 건 어쩌면 고양이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아놓은 일일 수도 있는데...
    역시 세상엔 공짜는 없다는 건...캬캬캬
  • ?
    차재문 2012.01.16 12:26
    [ cjmcjm1@hanmail.net ]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피님글" ..... 함 죽여주시지요,,그래야 바쁜 짚여사 얼굴이라도 함 뵙지요..^^
  • ?
    박순백 2012.01.16 12:36
    [ spark@dreamwiz.com ]

    차 선생님의 말씀이 딱 제 심정을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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