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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자동차 여행 XXX] 여섯 째 날(6/2, 수)






이탈리아는 유럽 문화 예술의 원형이자, 근대의 출발을 알리는 르네상스의 고향입니다. 그 중에서도 토스카나의 주도인 피렌체(Firenze)는 꽃의 도시라는 명성답게 자연 역시 아름답습니다. 구릉의 초원들은 연초록으로 빛나고, 하늘 위로 삐죽삐죽 솟아오른 키 큰 사이프러스 나무들은 서로 키 재기를 하고, 언덕에는 양귀비 꽃과 해바라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도시의 골목마다 중세와 르네상스시대의 유적과 유물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피렌체. 바로 그 피렌체로 향한다는 생각만으로 전날 밤부터 가슴이 뛰었습니다.

어제는 베로나에서 부세토가 130km, 부세토-피렌체가 220km, 피렌체-시에나가 74km로 도합 424km를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여행기를 올리다 보니 4시 반에 잤으니 4시간 정도 잔 거네요. 아침엔 많이 피곤하지만 또 멋진 유적을 발견하면 언제 힘들었냐는 듯 신나서 돌아다니곤 한답니다.


- 에밀리야-로마냐 주의 부세토를 뒤로 하고 달립니다.

어젠 원래 친퀜테레로 갈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일정을 바꿔 부세토로 향했습니다. 그건 순전히 제 의견에 동의해 준 승연 씨 덕분이었지요. 전 베르디의 고향을 꼭 한 번 가 보고 싶었거든요. 가는 길에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기가 막힌 장관을 연출하는 자연 풍경에 한껏 마음을 빼앗기곤 했습니다.


- 토스카나의 전형적인 꽃, santa flora입니다. 우리가 양귀비꽃이라고 부르는 것인 듯 해요.

대도시인 피렌체도 예정에 없던 곳인데 그곳으로 간 이유가 이제까지의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는 말에 저는 동유럽의 폴란드와 체코, 러시아 그리고 피렌체라고 했었지요. 승연 씨도 피렌체가 가장 좋다고 하는 바람에 의기 투합해 잠깐만이라도 피렌체에 들러 가기로 한 것입니다.

토스카나에 들어서니 자연 풍경이 달라집니다. 이제까진 화창한 맑은 날만 있어서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많았는데 구름까지 한 몫 하는 바람에 사진들이 좀 괜찮았던 것 같아요. 워낙 해가 쨍쨍한 것이 모든 사물과 풍광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만들어 주어 어제 올린 사진 은 포토샵은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었는데 운전 중 달리면서 찍은 사진이라 약간 아쉽습니다.


- 파아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들, 넓게 펼쳐진 들판과 차창에 비쳐진 우리들의 여행의 귀한 동반자 지도책이 어울려 묘한 매력을 풍깁니다.



부세토를 떠나 피렌체로 가는 오토스트라다(Autostrada/고속도로)는 길이 뻥 뚫여 있어서 달리다 보면 150km를 상회하곤 했습니다. 이 날은 모처럼 스트레스 하나 받지 않고 3차선에서조차 맘껏 달릴 수 있었습니다. 딱 한 번 1차선에서 내 차 뒤꽁무니를 쳐박으려는 듯 꽉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고 위협하며 달려오던 차가 있긴 했었지요.


- 오토스트라다에 들어서서 달리는데 내 고향산천을 달리는 듯 친근합니다. 차 뒤에 자전거를 매달고 휴가 떠나시나요?


- 스포츠카가 아주 멋지더군요. 좋아하는 스포츠카를 발견하면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 2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느껴지는 것은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6월의 자연의 모습들, 푸른 하늘과 산과 구릉과 들판과 나무들까지 그리고 특히나 고속도로의 모습까지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흡사하다는 점이었어요.

피렌체로 넘어 오는 구간의 구불구불 험한 산길에서 운전 조심하라던 재호 씨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피렌체로 오는 도중에 쏟아진 장대같은 비는 운전하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짙은 운무와 비로 지척의 구분이 힘들 정도였으니까요.


- 2시간 이상 달리다 보니 시커먼 구름들이 몰려옵니다.


- 제대로 피어나는 운무입니다. 이 구간을 지나갈 때는 이곳이 강원도 한계령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했습니다.


- 갑자기 계속 비가 퍼부어 신경이 많이 곤두서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피렌체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내 마음과 그대로 닮은 구슬픈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여행을 가게 된다면 다시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곳이 피렌체였어요. 늘 피렌체를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뜨거워지곤 했으니까요. 1998년 여름, 햇살이 이글대며 대지를 삼킬 듯 너무도 뜨거운 태양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두오모에서, 베키오 다리 위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큰 아이와의 대화가 떠오릅니다. “붉은색 지붕의 건물들이 가득한 피렌체는 정말 동화의 도시 같이 예쁘고, 그 중에서도 두오모와 종탑이 어울려 더욱 아름답다고. 메디치가의 사람들이 맘 놓고 우피치와 강 건너편에 위치한 피티 궁을 왕래하기 편하게 다리 위에 지붕이 덮인 긴 복도를 만들어 독특한 풍경을 자랑하는 폰테 베키오 다리도 예쁘고, 피렌체는 이 다음에 엄마랑 다시 한 번 꼭 찾아오고 싶은 곳이라고.”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 혼자 오게 되어 가슴 시림이 느껴져, 두오모에서는 눈시울이 뜨거웠으나, 12년 전 그 날의 즐거웠던 추억을 그 때 그 피렌체에서 다시 그리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 비 오는 피렌체와의 첫 대면입니다. 전체적으로 핑크 빛이 살아나는 아름다운 두오모의 모습입니다. 사람들과 자동차와 건물과의 대비로 인해 두오모의 장대함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피렌체는 기원전 1세기에 로마인들이 세웠습니다.(위키피디아에는 기원전 80년으로 나오고, 수잔나 파르취의 ‘집들이 어떻게 하늘 높이 올라갔나’와 위키백과에는 기원전 59년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당시 로마제국이 20년간 군에 복무한 군인들에게 농경생활을 할 수 있는 땅을 나눠 주자, 피렌체에는 많은 인구가 모여들었습니다. 마을은 도시 계획 하에 건설되었고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성벽이 시민들을 보호하도록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세계인이 열광하는 피렌체는 20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고스란히 축적하고 있는 셈입니다.

피렌체는 꽃의 도시(Santa Maria del Fiore)라 부르고 영어로는 플로렌스(florence)라고 합니다. 이탈리아어로 피오레(fiore), 영어로 플라워(flower)는 꽃을 의미하는 Flore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란 ‘꽃의 성모 마리아’를 뜻하며, 그것은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당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피렌체의 기원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이저)가 기원전 59년 아르노 강에 식민지를 세울 때, "꽃피는 마을"이란 뜻으로 '플로렌티아(Florentia)'라고 명명할 때 부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피렌체 공화국의 문장인 백합꽃이 그려져 있는 방패.

피렌체는 아르노(Arno) 강을 도시의 젖줄로 해 발전해 왔으며, 아르노 강 없는 피렌체는 생각할 수조차 없습니다. 피렌체는 일찍부터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고 로마에서 밀라노와 베네치아로 가는 중간에 위치해 있고, 로마에서 233km 떨어져있습니다.

피렌체 성당은 13~14세기의 피렌체의 번영을 보여주는 성당입니다. 예전 산타 레파르타(Santa Reparta) 성당이 있던 자리에 산타 크로체 성당과 베키오 궁전을 건축했던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pio)에 의해 1296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70년에 걸쳐서 건설된 것입니다. 19세기 말까지 여러 명의 건축가들이 더 참여해 1887년 완성되었는데, 6세기에 걸친 대공사였고 완성 당시엔 유럽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습니다.

두오모의 파사드(Facade: 건축물의 정면)는 처음엔 아래부분만 완성되어 있었고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었는데, 1871년 현상 설계안이 당첨되자 1876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1년만에 완성을 보았습니다. 파사드 위의 상단에는 가로로 12사도가 있는 벽감(조상 등을 두기 위해 벽이 움푹 들어간 곳)이 있고, 중앙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가 있습니다. 전체 파사드는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졌다고 합니다.


- 두오모(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Santa Maria del Fiore)의 파사드는 가장 나중에 완성되었습니다. 이탈리아어 두오모는 영어에서 말하는 ‘돔’(일명 쿠폴라, 반구형(半球形)의 둥근 지붕, 둥근 천장)이 아니라 '대성당' 자체를 말하는 것이고, 주교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카테드랄(Cathedral, 주교좌 대성당)이 있는 곳을 의미합니다. 1296부터 170년에 걸쳐서 완성되었습니다.

피렌체는 13~16세기의 약 3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와 유럽 전체를 이끌었던 선두주자였습니다. 피렌체의 보물인 단테의 고향이고, 이탈리아어와 르네상스의 고향이며 시오노 나나미의 친구이며^^, 군주론으로 유명한 마키아벨리와 미켈란젤로의 고향인 피렌체. 이탈리아에 대해 학교 다닐 때 늘 궁금했던 점 하나가 어떻게 르네상스 시대에는 천재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을 만큼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1096년부터 시작돼 200년간 계속된 십자군 원정은 이탈리아가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을 제공합니다. 십자군에게 전쟁 물자를 제공하고, 십자군이 동방에서 약탈해 온 물품을 싸게 사 비싸게 되파는 중계무역으로 북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에 부가 집중되었지요. 이탈리아는 무역 강국이 되었고, 대규모 은행들이 성장해 금융업이 발달했으며 피렌체는 금융의 중심지가 됩니다. 이처럼 유럽 다른 나라와 달랐던 이탈리아의 환경이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예술적 사고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


- 비에 젖은 두오모가 전체적으로 핑크 빛이 돌아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그리스, 로마 문화를 간직하고 있던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의 몰락(1453년)으로 수많은 학자들이 이탈리아로 망명해 고대 그리스, 로마의 문화가 이탈리아로 흘러들어 고전 문화가 부흥한 것도 그 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인간과 닮은 신들을 소재 삼아 중세 천년간 잊혀져 있던 인간적 특성을 되살릴 수 있었으니까요.

밀라노, 제노바,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등의 도시들이 독자적인 세력으로 번영해서 학문과 예술에서 라이벌 관계로 서로 견제하고 그 우위를 겨루고 있었고, 거기에 고대 로마의 역사가 이탈리아 곳곳에 살아 숨 쉬며 빛나고 있었던 것도 그 이유가 되겠지요.

피렌체의 메디치가 처럼 대규모 부를 축적한 상인계급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등장하여 예술의 새로운 후견인이 되었던 것도 르네상스의 천재들이 종횡무진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입니다.


- 파사드를 줌 인 한 모습. 정교하고 세련된 조각 장식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룹니다. 반원형 공간에 있는 모자이크는 성모 마리아와 성 요한 세례자와 함께 왕좌에 오른 그리스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두오모의 파사드는 이탈리아식 고딕 양식으로 되어 있고, 성당의 외부는 카라라(Carara)산 화이트 대리석, 프라토산 그린 대리석, 시에나산 레드의 삼색 대리석으로 마감되었습니다. 이 대리석의 배열은 이미 건축된 산 조반니 세례당과 조토의 종탑의 벽과 동일하게 배치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길이 153m, 폭 90m, 궁륭 꼭대기까지의 높이 90m. 대성당의 쿠폴라는 14년간 공사 끝에 완성된 브루넬레스키의 작품입니다. 463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대성당 옥상에서는 아름다운 피렌체 시가지 전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극도로 웅장하고, 화려하고, 섬세한 성당 외부와는 달리, 성당 내부는 간결하고, 소박하기 그지없습니다.

예전 내가 갔던 피렌체는 여름 성수기의 피렌체로 우피치(Uffizi) 미술관에서의 명화 감상은 사람들끼리 어깨를 부딪치는 것은 예사인, 한 곳에 제대로 서서 볼 수조차 없이 복잡하고 정신없는 곳이었습니다. 봄의 피렌체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신경전을 벌일 필요가 없고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습니다.


- 비가 내려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오모 앞에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들. 오른쪽 문 위의 반원형 공간의 모자이크는 신심에 경의를 표하는 피렌체의 예술가와 상인과 인문주의자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 외벽은 수직과 수평으로 교대하는 여러 색의 대리석 배열로 되어 있는데, 사진은 두오모의 세 가지 색상의 대리석의 조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관광객입니다.


- 청동문의 세부 장식. 파사드의 세 개의 청동문들은 성모 마리아의 삶에서 따온 장면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의 연인처럼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위해서라면 두오모 옥상으로 올라가야겠지만, 두오모의 쿠폴라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조토의 종탑으로 올라가야만 두오모의 아름다운 주홍빛 쿠폴라를 찍을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의 모습과 견주니 쿠폴라가 얼마나 장대하던지...

두오모의 기둥 한 면에는 피렌체의 첫 번째 주교인 성 제노비우스(Saint Zenobius/Italian:San Zanobi, Zenobio) (337–417)의 화려한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 성 제노비우스 주교의 양편에는 그의 부제(副祭, deacons)들인 St. Crescentius와 St. Eugenius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습니다. 맨 아래의 장식 부분에 환약 모양(6알)의 메디치 가문의 문장이 보입니다.

화려하고, 장엄하면서도 섬세한 두오모의 외관과는 달리 두오모의 내부는 밀라노보다 간결하고 소박함이 넘치고, 따스함이 느껴져 보다 인간적으로 다가옵니다. 밀라노의 두오모와 처음 마주쳤을 땐 백색 성채의 너무나 빼어난 아름다움에 숨이 턱 막혀버릴 것만 같았지만, 피렌체의 두오모를 마주했을 때는 장엄하긴 하지만 삼색 대리석의 조화로움 속에 섬세한, 은은함이 빛을 발해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질리지 않는 고귀한 모습에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 깔끔하고 소박한 공간은 두오모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더욱 평안함이 깃들도록 해 줍니다.

쿠폴라(Cupola/두오모의 둥근 지붕) 내부의 천정에는 1574년에 완성된 바사리(Vasari)의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과 ‘창세기의 이야기’가 4년 작업 끝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간혹 가이드 북이나 여행서에는 쿠폴라 내부 천정의 프레스코화를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최후의 심판이란 제목의 그림은 여러 개인데 인류 역사 상 위대한 걸작인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은 바티칸 궁의 시스티나 예배당 벽화에 그려져 있습니다.

돔의 안쪽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는 원래 쿠폴라를 건축한 브루넬레스키가 모자이크로 장식하려고 했습니다. 그는 찬란한 금과 함께 둥근 천장이 희미하게 빛나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의 죽음으로 계획이 빗나가자, 코시모 데 메디치가 바사리에게 프레스코화로 주문을 했다고 합니다. 랜턴에서 가까운 위쪽은 요한 묵시록 4장의 24명의 장로를 묘사한 것으로 1574년 바사리가 자신이 죽기 전에 완성했습니다. 페데리코 추카리(Federico Zuccari)와 도메니코 크레스티는 다른 부분을 완성했습닌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사들의 합창, 그리스도, 마리아, 성인들, 덕, 성령의 선물들, 더없는 행복, 그리고 돔의 맨 아래 부분에는 중대한 죄와 지옥이 있습니다.


- 최후의 심판과 창세기를 주제로 한 프레스코화입니다. 이 프레스코화들은 추카리의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작품은 시기별로 예술가들의 개성과 다른 기교들로 인해 균일하지 않습니다. 바사리는 회반죽이 마르기 전에 그리는 ‘프레스코(buon fresco)' 기법으로 그렸고, 추카리는 회반죽이 마른 후에 그리는 ’프레스코-세코(Fresco-secco)' 기법으로 그렸습니다.


- 가족의 건강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촛불을 밝히는 관광객들.


- 수직 상승의 미를 자랑하는 드높은 열주들.


- 두오모의 실내는 44개의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 도메니코 디 미켈리노(Domenico di Michelino)작.(1465) 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되어 사형 선고까지 받아 떠돌다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끝내 라벤나에서 객사합니다. 이 그림은 피렌체를 배경으로 단테가 자신의 걸작 신곡을 들고 시인의 상징인 월계관을 쓰고 서 있는 장면입니다. 신곡의 내용과는 동떨어진 단테가 볼 수조차 없었던 피렌체 시의 정경을 그려 넣어 피렌체를 상징하는 건축물과 피렌체의 위대한 시인을 드높이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두오모의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단테의 모습.(사진 출처: Wikipedia)



두오모에는 종교적인 그림 이외에 피렌체를 구한 영웅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왼쪽 벽면에는 두 개의 기마상이 나란히 걸려있었는데 하나는 호크우드 경의 기마상이고, 다른 하나는 니콜로 다 톨렌티노의 기마상입니다. 호크우드는 1364년 피렌체와 시에나의 카시나 전투에서 피렌체를 승리로 이끈 영국의 용병대장(콘도티에르)입니다.


- 호크우드 경의 기마상(Sir John Hawkwood)(사진의 오른쪽 그림). 파올로 우첼로(Paolo Uccello)작.(1436) 이 그림은 단색에 가까운 프레스코화로 그려져 있습니다. 두 프레스코화는 용병대장을 의기양양하게 말에 탄 영웅적 인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 니콜로 다 톨렌티노(Niccolo′ da Tolentino)의 기마상. 안드레아 델 카스타뇨(Andrea del Castagno) 작.(1456) 그림은 대리석에 가까운 색상을 띄고, 우첼로의 작품에 비해 장식이 풍부하며 운동감 역시 뛰어납니다.(사진 출처: Wikipedia)

실내에 들어서면 거대한 시계가 눈에 띄는데, 시계의 네 모서리에는 파울로 우첼로가 1443년에 그린 4대 복음서 저자들(마태오(마태), 마르코(마가), 루카(누가), 요한)의 프레스코 초상화가 있습니다. 분침이 없이 시침만 있는 이 시계는 24시에 해가 질 때 끝나는 시간 주기인 ‘이탈리아 시각’(hora italica)의 24시간을 보여줍니다. 이 시계는 1부터 24까지 라틴어로 표기하고 있는데 시계의 도는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이 시간표는 18세기까지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15세기에 만들어진 시계가 아직도 작동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 사진 출처: Wikipedia.


- 평안이 깃들어진 공간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안식을 희구하며. 중앙에 파울로 우첼로의 시계가 보입니다.


- 상단의 원형 창 아래엔 피렌체 공화국의 문장인 백합꽃이 새겨져 있네요.


- 화려한 무늬로 수놓아진 대성당의 바닥은 16세기에 대리석 타일로 만들어졌습니다.


-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더라도 두오모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 견줄 수 없이 빼어납니다. 두오모는 도시 중심부에 넉넉한 자태로 자리잡고 서 있으며 피렌체 사람들에게 변함없는 사랑과 위로와 평안을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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