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세종시에 내려왔다.

작년 7월부터 오늘까지 세종시 내려온 걸 세어보니 29번째로 한 번만 더 내려오면 30번을 채운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가운데,

한쪽 손엔 서류가방과 쇼핑백

쇼핑백 안에는 원목 팬꽂이에 시계가 장착된 홍보용품 5개가 꽉차게 들어있다.

그리고 다른 손엔 KTX에서 내린 오송역에서 산 호두과자 2상자가 들려져 있다.

이렇게 노는 손이 없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니

그냥 비를 맞고 갈까 하다가 우산을 받치기로 하고 호두과자 2상가를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왼손으로 몰아 버린다.

조금 가다보니 왼손은 가방이 무려 4개라 팔이 떨어지려 한다.

서울역에서부터 KTX와 BRT버스를 갈아타고 오는 내내 담배를 피우지 못 한 터.

팔도 아프고 해서 정부청사 머릿돌 앞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담배를 한가치 꺼내서 빨아본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국토교통부의 2개 부서의 심사를 통과하고

이제 마지막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2월부터 5개월간 씨름을 하며 이제 막바지에 이른듯 하다.

호두과자는 국토부 한통, 기재부 한통.

그리고 홍보용품은 기재부를 줘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주기가 싫다.

사실 왠지 모르게는 아니고 기재부는 하도 슈퍼 갑질을 하는지라,,,

그냥 그 동안 많이 도와준 국토부 직원에게 줘야겠다.

지난번에는 과장, 부장과 몇 번 같이 기재부를 방문했는데

기재부 당담사무관이 서기관인 우리 부장을 인간 취급을 안 하니 이제는 오려고 하질 않고

내가 같이 내려가자 할까봐 나를 슬슬 피하는 눈치.

이제 지난 1년간의 노력이 이번 달에 결론이 날 것이다.

난 할 바를 다 했으니 후회가 없다.

사실 사무실에만 있는것 보다는

이렇게 세종시를 오가며 KTX에서 느긋하게 머리를 식히며 바람을 쏘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그동안 갑질만 하던 내가 기재부라는 슈퍼 울트라 그레이트 갑을 상태로

이렇게 잘 다니면서 느낀 점이

내가 직업 선택을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일반 회사 영업직을 뛰었다면

아마 날고 기었을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