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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저는 이제 겨우 풀시즌 2년차의 풋내기임을 밝힙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저같은 레벨에서 스키를 저와 비슷한 이유로 선택하시는 스키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함입니다.
또한, 이 두 스키가 올라운드 스키 중에서 나름 좋다고 소문이 난 스키이기 때문에 글을 써봅니다.
상급자 보다는 주로 초보와 중급 사이의 분들께서 보시고 판을 고를 때 참고 하셨으면 합니다.

작년 겨울 처음으로 시즌을 무주에서 보내기로 마음 먹고,
장비를 고르기 시작했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탈 마음이었고,
'좋은' 스키를 사서, '열심히' 타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여를 이곳 박순백 칼럼에서 살았습니다.

그리하여 얻은 결론은..
'회전계'스키를 타면 쉽게 스키를 탈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배우고자 하면 그것이 방법은 아닐 것이다.
좀 더 긴 스키로 가자.
'대회전' 스키는 내 레벨에서는 오버다.
대세는 '올라운드'다. 제대로 배울 거면, 올라운드로 가자.

그래서 올라운드 스키들을 뒤져보니, 오가사카  Keo's AM, 노르디카 도베르만 스핏파이어, 엘란 스피드웨이브 등이 보였습니다.

이 중에서 고민했던 스키가 오가사카와 노르디카 였는데,
오가사카 스키가 동양인에게 더 맞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과..
스키가 편하다는 말을 듣고, 오가사카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리고 구입을 하게 되었구요.

그런데.. 시즌을 처음 맞이하고, 중무장을 하고 슬로프에 올라서,
강습을 하려고 하는데..
선생님께서 "보겐부터 다시 하셔야겠네요."
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뿔싸..
저의 위치가 딱 그 정도 였던 거지요.

그래서 열심히 기본부터 탔습니다.
베이직 페러렐까지 정말 열심히 탔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동호회 사람들한테 한 소리 들었습니다.
'내 레벨에 맞지 않는 스키'라고..
참 싫었습니다.
열심히 타서 내가 맞추면 되지 않냐고..


시간은 흐르고 흘러, 2009년이 왔습니다.
풀타임 마지막 시즌.
지금도 그렇지만 비장한 각오로 타고 있습니다.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세상의 모든 것이 절박하리 만큼 절실하듯이
저에게 스키는 정말 절박하게 다가옵니다. 일분 일초가 아까운 정도로..

어쨌건 올해 빡세게 탔습니다.

드디어 어설프나마 숏턴도 치고, 카빙도 흉내내고, 스키의 리바운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경쾌한 스키의 바운스가 만들어주는 리듬과 그로 인한 힘의 경감은
스키의 재미를 배로 만들어주었지요..

근데 문제는..
제가 스키를 누를 때마다 너무 힘이 들더라는 겁니다.

그 느낌을 받기 위해 제가 겪는 고통이 심하더라는 거죠.
'아.. 이 때 좋더라.'하는 느낌이 오는데, 그때가 저에게는 '제 레벨'에서는 힘이 드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나서..
AM이 쉬운 스키다라는 말을 항상 믿고 있던 저는 슬슬 의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엘란 스피드웨이브 14 리뷰를 읽고,
스피드웨이브 라인업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봤더니 8~14까지 스키 판의 경도와 소재 등을 기준으로 다양하게 분류가 되어있더군요.

편하게 타고 싶다는 저의 열망과 어느 정도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같은 올라운드 스키지만,
10과 12 중에서 고민하다가 12를 선택했습니다.
저에게는 10이 맞겠지만, 조금 더 열심히 타고 싶은 저에게는 12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리고 오늘 엘란 스피드웨이브 12로 스키 판을 바꿨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만족입니다.

용수철 같은 바운스를 더 자주 느끼게 되었고, 중 저속에서의 컨트롤이 AM에 비해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베이직 패러렐 연습을 항상 꾸준히 하는 저에게는 정말 좋았습니다.

또한 숏턴에서 스키를 확 잡아주는 그립력 역시 엘란이 우위에 있습니다.
이 그립은 고속의 미디움 턴에서도 보다 안정감있는 스킹을 가능하게 해주더군요.


하지만, AM 역시 비교하면 장점이 있습니다.

스키가 앞으로 나가는 활주성은 AM이 앞섭니다.
이런 특성이 저에게는 컨트롤에 상당히 애를 먹여서 스키를 바꾸게 되었는데..
막상 또 타다 보니, 그 빠른 활주성이 그리울 때가 있더군요..
참 나...

그리고, 고속에서의 민첩함 역시 AM이 다소 앞섭니다.
특히 카빙에서 그 탑엣지가 먹히면서 말려들어가는 느낌은 엘란보다 더 나은 것 같습니다.
또 엣지 체인지의 예리함에도 약간 더 우위인 것 같구요..

같은 동호회에 레벨 2 시험 준비하시는 분께 AM 한 번타라고 드렸더니..
거품 물고 칭찬하시데요. 카빙 잘 된다고.. 그 분 스키가 Keo's TE던가 하는데, AM이 훨 좋다고 하시네요.


앞의 내용이 정말 길었는데 결론은 짧네요.

고속에서의 카빙 미디움 턴을 즐기시는 분은 AM이 좋을 듯 싶구요.
보다 안정적이고, 중 저속에서의 스킹도 함께 즐기시는 분께는 엘란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단 14는 모릅니다.
제가 가지고 놀 수 있는 스키를 사고 싶었기에, 14는 제외했거든요.

마지막으로 이번 스키 바꾸면서 느낀 점은...


아무래도 스키를 많이 타신 분들이 리뷰를 잘 쓰시겠지요.
그렇다 보면, 좋은 스키라고 올라오는 스키들은 대부분 그 분들의 레벨에 맞는 상급자용 스키들일 겁니다.
그 아래급 들의 스키는 스키를 많이 타보지 않았거나, 스키를 그렇게 까지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분들이 이용할 테니까요.
아무래도 멋진 리뷰를 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제가 돌아보면 작년에 AM을 샀던 것은 정말 '오버'였습니다.
AM이 나쁜 스키라는 것이 아닙니다.
쉬운 스키가 아니라는 것도 아닙니다.
저에게 어렵고 힘든 스키였다는 거죠.

저에게는 그렇게 힘든 스키가 아까 말한 lv2 준비하는 형님께는 턴이 정말 부드럽게 잘 먹힌다고 느껴졌다니까,
분명히 그 분 레벨에서는 편한 스키일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내 레벨'에서 좋은 스키를 골라야 한다는 중요한 명제를 제가 몰랐다는 거죠.

첫 시즌을 나고 계시는 분들, 혹은 다음 시즌을 노리며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해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제 레벨에는 스피드웨이브 10이나 12 처럼 보다 만만한 스키가 맞는 듯 싶습니다.
12로 바꾼 지금 훨씬 더 편하게 타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AM이 그립습니다.
정말 빠르게 내려오면서 에지 바꿔가면서 이상한 턴(?) 할 때는 신났거든요.
ㅋㅋㅋ

암튼 허접 비교기였습니다.

처음 스키 사시려는 분들이 이걸 좀 꼭 보셨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담아봅니다.
  • ?
    하성식 2009.01.15 02:47
    [ fastride@paran.com ]

    제가 아래 쓴 speedwave 14시승기에 이런 대목이 적혀있습니다.

    [체중이 적게 나가거나 중급에서 고른다면 SL이나 speedwave12가 나을듯 합니다.]

    강습 받고, 카빙도 되며 리바운드를 스스로 끌어내실수 있다면 이미 중급입니다.
    시중에 있는 스키 중에, 소량 수입되는 커스텀메이드 스키는 물론 좋은 스키이지만
    상급자용만 생산하거나, 수입합니다.
    저도 이것저것 다 타봤지만 (1~2년새 월드컵부터 초급자용까지 다 타봤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스키는 따로 있습니다.

    제가 elan SL 시승기를 쓰며, 저에게 딱 맞는다 했는데 다른 분은 심심하다고 하고, SLX가 좋다고 하지만 저는 버겁습니다.
    좀 타면서 실력이 늘어도, 근력이나 체중이 따라주지 않는 이상은,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힘들것 같아
    한급 낮춘 스키를 고른겁니다. 성공이지요.
    좀 타다보시면, 이 스키가 정말 심심하고, 재미없고, 맘대로는 되는데 뭔가 부족할겁니다.
    그때 윗등급으로 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제 시승기는 잘 안보나봐요. 박사님 시승기는 잘 읽는것 같은데...
  • ?
    박순백 2009.01.15 06:09
    [ spark@dreamwiz.com ]

    좋은 시승기입니다. 글 중에서 말씀하신 대로 이렇게 다양한 레벨에 있는 분들의 시승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게 필요한 분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상급 스키에 관한 리뷰는 상급자들을 위한 가이드일 뿐입니다.

    그리고 하성식 선생님, 아래 글 지금 이 시각으로 1,834회 조회를 했습니다.^^
    많이 읽은 거죠 뭐, 그 정도면...

    http://drspark.connect.kr/cgi-bin/zero/view.php?id=ski_review&page=1&sn1=&divpage=1&sn=off&ss=on&sc=off&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52
  • ?
    조민 2009.01.15 12:17
    [ madskier@드림위즈.컴 ]

    그렇지요. 무조건 최상급의 스키를 타는 것 보다는 적당한 스키를 타시는 것이 편하고 좋습니다.

    이젠 중상급자용의 스키들도 충분히 리뷰를 해야겠어요.

  • ?
    김영훈 2009.01.16 09:37
    [ younghun1.kim@hanabank.com ]

    저도 두시즌째 오가사카am 170을 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am 참 좋은 스키입니다.
    심한 카빙숏턴을 제외하고 모든 턴을 구사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스키입니다.
    am을 타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스키의 즐거움이 커졌습니다.
    자신있게 내인생 최고의 스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준강을 준비하는 정도의 레벨이라면 진가를 느낄 수있는 스키인 것 같습니다.
  • ?
    이재민 2009.01.16 14:29
    [ skywalk80@hanmail.net ]

    저도 AM 좋아해요.
    단지 너무 달려나가는 것 때문에 제가 컨트롤에 애를 먹어서 바꾼 것 뿐이에요.
    정말 샤프하고, 빠르고 좋은 스키에요.
    시집 보내려니 마음이 아프네요.. 제 인생 첫 스키였는데..
    멋진 주인 만나렴.. AM아..
    그리고 어제 노르디카 도베르만 pro sl 08/09도 타봤는데.
    와.. 회전은 정말 잘 되데요..
    고속에서도 안전하고..
    단 너무 딱딱해서, 타긴 타는데.. 이건 뭐 정말 비싸고 좋은 썰매를 타고 얼음 위를 나르는 느낌이랄까..
    ㅋㅋ 암튼 그랬다는..
  • ?
    김영민 2009.01.17 00:10
    [ bbibop09@hanmail.net ]

    하성식 선생님~ 저 선생님 팬이에요..^^(몇분 더 계십니다.. 조민 선생님, 박용호 선생님, 한상률 선생님, 한상철 선생님 등이요..ㅎ) 선생님과 한상률 선생님의 리뷰를 보고 SL 퓨전프로로 구입했씁니다..(오 스펙이기는 합니다...;;) 저도 중급자 분들의 리뷰가 많이 올라왔음 좋겠습니다..^^
  • ?
    이현정 2009.01.27 19:42
    [ hjlee8133@hanmail.net ]

    이재민 마지막 겨울 끝까지 화이팅 ㅋㅋ 누나가 나중에 검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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