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키에 관한 "질문"[스키 Q&A]에 하시기 바랍니다.
칼럼
2018.02.05 14:11

오늘의 교훈 - 헬멧의 효용 外

조회 수 1597 좋아요 1 댓글 9

1. 헬멧의 효용

미국 스키스노우보드 협회 (USSA) 지역 주니어 대회가 다음 날 있을 예정이라 기문꽂아놓고 수십명 아이들이 오전 내내 연습한 바로 그 자리에 나스타 레이싱을 연이어 하는 바람에  여기 저기 깊이 파인 코스를 주행하다가 헬멧의 효용을 온 머리로 느낄 수 있었다.  거의 모글 수준의 기문 두개를 통과하면서 중심을 잃은 순간 다음 기문 직전에 한 쪽 스키가 벗겨지면서 날아 버린 듯 하다.  정수리 쪽에 타닥하는 느낌이 있었고 몸은 고등학교 때 배운 유도 낙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정신차려서 일어나 후주자가 주워서 내주는 스키를 받고, 진행 요원이 깃발을 다시 두 깃대 사이에 고정시키는 걸 보면서 순간 좀 아찔했다.  이렇게 속도 내서 날다시피 넘어진 건 처음이라 몸에 이상이 없는 지 겁도 좀 나고.  오른 쪽 어깨로 착지했는지 오른팔이 뻐근하고 목 바로 밑 등이 쑤시는데, 머리는 멀쩡한 것 같다.  헬멧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니, 끔찍하다. 스킹시 헬멧은 운전시 안전벨트와 비슷한 효용을 가지는 듯 하다.  평상시 거의 쓸모가 없지만, 챙겨 놓고 있으면 안 일어날 듯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제 역할을 하게 된다.  

 

20180203_134953.jpg

 

2. Ski Patrol vs. Mountain Safety

몇 년 전부터 궁금했는데, 이 동네 스키장에는 Ski Patrol 말고 Mountain Safety라고 적힌 상의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마침 리프트 동승자가 그 중 한 명이었기에 물어 봤다,  차이가 뭐냐고.  쉽게 얘기하면 Ski Patrol은 EMT, 그러니까 응급 구조사 역할로 부상자 응급조치 및 운송이 주 업무이고, Mountain Saftey는 police 노릇을 하며 주로 사고 발생시 보고서 작성, 사고 위험 포착 및 방지 등이 주 업무라고 한다.  

 

3. 스킹시 영양 공급

이것 저것 챙겨 오기도 버겁고, 그렇다고 스키장 식당 밥은 사먹기 싫어서 올 시즌은 간단한 간식만 들고 다녔었는데, 오늘은 가볍지만 그래도 밥이 될만한 것들을 싸 와서 중간 중간 챙겨 먹었다. 계란, 핫도그, 부리또, 육포, 바나나, 귤, 옥수수 차, 우롱차...덕분에 아침 9시 첫 리프트 타고 밤 9시에 마지막 리프트 올라갈 때까지 평소와 달리 전혀 몸이 지치지 않았다.  리프트 멈추는 10시까지 탈까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로.  그런데 다른 사람들 보니 아예 슬로우쿠커에 미트볼 소스, 비프스튜 같은 거 들고 와서 벽에 꽃아서 따뜻하게 먹고 있다.  아예 그렇게 해 먹으라고 스키장에서도 선반 (cubby) 뒤 벽에 전원구멍을 여러 개 만들어 놨더라.  나도 다음엔 쿠커 들고 와야겠다.  

 

4. 야간 스킹 주의점

날이 애매하게 어둡고 조명은 충분히 밝아지지 않았을 때 마침 한 번도 안 타 본 슬로프로 들어갔는데, 사람이 별로 없어서 양 사이드로 대회전하다가 모글 밭으로 감속 없이 들어가면서 오늘의 두 번 째 비행을 하게 됐다.  큰 탈 없이 맨몸 착지 후 돌아 보니 한 쪽 사이드를 모글 코스로 만들어 놓은 슬로프였는데, 조명이 충분치 않았는지 내려오면서 전혀 눈치를 못 챈 것이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깨달았는데, 하나는 야간 스키 조명 들어오고 한 동안은 익숙한 슬로프만 들어가야겠다는 것.  두 번째는 처음 들어간 슬로프에서는 숏턴으로 시작하자는 것.  

 

5. 엣지 정비 효과

eT 다이아몬드로 엣지 정비하고 탔더니 새 스키 탈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계획한 연습도 잘 되고.  바다 건너 직구한 보람이 있다.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Dr.Spark  
Comment '9'
  • profile
    Dr.Spark 2018.02.05 21:55

    이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이 스키를 타고 계신 스키장은 어느 주의 무슨 스키장인지요? 갑자기 그게 궁금해집니다.^^

  • ?
    MKBL 2018.02.06 00:24
    사는 곳은 워싱턴 디씨 북쪽 메릴랜드이지만 가는 스키장들은 모두 펜실베니아에 있습니다. Whitetail, Liberty, Roundtop 세군데가 모두 한 회사 소속이라 동일한 시즌패스를 사용합니다. 앞의 두 곳은 주 경계 살짝 넘어서 있어서 한 시간 거리고, 나스타 레이싱 코스가 있는 라운드탑은 조금 더 북쪽이라 한 시간 반 운전합니다. 모두 한국 기준으로도 작은 규모고, 화이트테일만 제가 한국 떠나기 전, 그러니까 20년 전 갔던 성우와 비슷한 규모인 듯 합니다. 슬로프가 그렇고 숙박 등 리조트로 봤을 때는 많이 더 작습니다. 리버티 빼고는 스키장과 눈썰매장만 달랑 있는 셈입니다. 저는 시즌 전에 발 부상이 있어서 새 스키 사놓고도 자주 못 탈 듯 해서 패스 대신 할인권을 사 놓고 다닙니다.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아무래도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Mark가 여기서 쓰는 본명이긴 하지만 왠지 숨어서 익명으로 쓰는 느낌이라 ^^. 이글루 활동했던 이기봉입니다. 한국 떠나 공부하고 정착하느라 어느 새 20년이 지났네요. 그동안 중간중간 사정상 스키를 쉬었지만 지금 이나마 탈 수 있는게 그 당시 박사님과 다른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배운 덕분입니다. 스키 외에 받은 정도 많은데 돌려드리지 못한 게 아쉽네요. 이렇게 필담이라도 할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 ?
    튜브 2018.02.06 02:07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도 펜실베니아에 있는 Blue mountain 에서 스키 탑니다.
    아무래도 거리가 멀어서 같이 탈 기회는 없겠네요.. 아쉽아쉽..
    그나저나 최근에 Blue 에서 야간에 사망 사고가 있었습니다..
    야간에 타실때 특히 조심하세요! 특히 아이스랑 범프는 잘 안 보여서 정말 위험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여긴 펜스라는게 없잖아요..날아서 숲으로 떨어지면 대부분 중상이구요.
    안전 스킹 하세요!
  • profile
    Dr.Spark 2018.02.06 03:03
    김지석 선생님도 미국에서 접속하시는 것이었군요.^^ 역시 반갑습니다.

    외국엔 야간 스키가 대체로 드문 편인데, 이기봉 선생님과 김지석 선생님이 계신 곳에선 야간 스키를 하고 있군요.

    두 분 다 안전히 스키를 즐기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
    튜브 2018.02.06 03:24

    선생님이라뇨....;;
    미국 서부쪽은 잘 모르겠지만.. 동부쪽은 대체로 9시나 10시쯤까지 운영하고 문 닫습니다.
    한국처럼 밤새 하는 경우는 못 봤구요.
    밤에 타는 게 사람이 없어서 좋긴 한데,
    반대로 중간에 숲으로 혼자 떨어지면 아무도 모른다는 단점이 있어서 요즘엔 저녁에는 안 탑니다.;;;
    웬만한 동네 로컬 스키장들은 (동네에서 제법 크다는 곳들도) 스키장 안전 관련 시설물들은 한국에 비해 사실 굉장히 부족하거든요.
    펜스 그물망도 큰 레이싱 시합 때나 한 번씩 경기 열리는 스롭만 치지 보통 때는 아예 없구요.
    리프트 안전망은 본 적도 없구요.
    이곳 칼럼에 올라오는 글들이나 사진을 보면 사실 한국이 스키장 안전 관련 시설면에선 미국보다는 확실히 낫다는 느낌입니다.

  • profile
    Dr.Spark 2018.02.06 03:00

    이기봉 선생님,

    아, 그렇군요.^^ 초기 인터넷 스키동호회인 이글루의 이기봉 선생님이로군요. 성함 때문에 기억이 납니다. 제게 같은 이름의 고교 후배가 한 명이 있어서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었거든요.^^ 반갑습니다.

    다행입니다. 그곳에 그렇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로우컬 스키장이 세 개씩이나 되다니...^^ 스키장의 규모가 무슨 문제이겠습니까?^^

  • ?
    튜브 2018.02.06 08:33

    아 근데 et tuner 는 어떻게 구매하셨어요?

    저도 하나 구입하고 싶은데..어떻게 결재 하셨나요?

  • ?
    MKBL 2018.02.06 09:38

    작은 동네 스키장에서 타는 매력이랄까 장점도 많습니다.  아내가 마침 이번 봄방학 때 콜로라도 가자는 제안을 해서 잠시 솔깃했는데, 그 동네 눈이 많이 안 왔다는 현지 주민 제보를 듣고 보니 좀 심드렁해졌습니다.  거기까지 가서 제대로 된 눈 구경 못 하면 시간하고 돈이 아깝겠지요.  아내는 스키 타러 가는 게 아니라 그 동네 있는 미국 수영대표팀 코치하는 친구 만나고 싶어하는 거라서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애들도 큰 애만 보겐을 조절하면서 타는 정도고 둘째, 세째는 아직 초보 초입, 막내는 유아용 스키를 못 구해서 아직 시작도 못 한 판이라 큰 스키장 가도 저 혼자만 좋은 일이니 가성비가 별로 안 나옵니다.

     

    원래 각도 조절 튜너 (fk sks) 가 있긴 한데 쓸 줄 몰라서인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냥 튜너 없이 다이아몬드 스톤만 쓰다가 eT를 사용하니 편하기도 하고 제대로 효과를 보게 됩니다.  미리 이메일 (yearim@hanmail.net)로 연락을 해서 제품 구성, 입금 내역, 받을 주소 등을 주고 받은 후 한국에 계신 어머니 통해 무통장 입금으로 결재했습니다.  마침 어머니께 송금할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부탁드렸죠.  어차피 웨스턴 유니온으로 보내니 은행에 직접 가셔야 했으니까요.  이 방법이 어렵다면 직접 웨스턴 유니온으로 송금/결재하는 방법도 의논해 보실 수 있겠습니다.  제가 이런 송금이 있다는 정도는 알려드렸습니다.  Paypal도 한국에 송금이 된다면 이게 더 좋긴 할텐데 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블루마운틴 사고는 뉴스 보니 누워 있는 ("was laying down")고인을 위에서 내려오는 스키어가 피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더블블랙다이아몬드 슬로프였고, 헬멧은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간 스키장에서도 마침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슬로프 중간에 잠시 평평해지는 부분에서 그것도 거의 사이드에서 옆으로 서서 아래 내려다보고 있는 스키어를 위에서 내려오는 스키어가 정면 충돌했습니다.  충돌당한 사람이 공중으로만 5미터는 날아가는 걸 리프트 타고 가다 봤는데 한참동안 둘 다 움직이지 않는 걸 보고 오싹했습니다.  다행히 리프트 하차해서 내려다 보니 여러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중에 날아간 사람은 앉아 있고, 가해자는 서 있는 걸 보니 일단 큰 사고는 면한 것 같아 안심이 됐습니다.  나중에 mountain safety한테 물어보니 큰 부상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이런 사고를 접할 때마다 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몇 년 전에는 메릴랜드의 유일한 스키장인 Wisp에서 제 또래 한국인이 새벽스키 혼자 나섰다가 나무 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일도 있었습니다.  헬멧도 쓰고 엑스퍼트 레벨이었다고 하는데.  그 이후 저는 아무도 없는 슬로프 내려 갈 때는 후주자가 있는 걸 먼저 확인하고 없으면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갑니다.  특히 야간에는.  피할 수 있는 위험 요소는 피하는 게 좋죠.

  • ?
    불꽃롸이더 2018.02.06 12:01

    무섭네요....
    갑자기 심근경색이라도 온걸까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한장면 같기도 하고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339 칼럼 한국인 최초 눈사태 프로 자격증 취득 _ Avalanche Stage one 4 file 최정화 2018.10.30 981 5
338 칼럼 스키를 위한 완벽한 몸 찾기! 1 file 정경한 2018.09.30 2410 3
337 칼럼 스킹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4가지 신체 움직임 중 네 번째 - 상/하 움직임 file 정경한 2018.09.13 2038 4
336 칼럼 스킹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4가지 신체 움직임 중 세 번째 - 좌우 움직임 스킹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4가지 신체 움직임 중 세 번째 - 좌우 움직임 좌우 움직임 Lateral Movement       좌우 운동은 스키 판의 중심을 통과하거나, 한쪽에... 정경한 2018.09.13 1019 4
335 칼럼 스킹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4가지 신체 움직임 중 두 번째 - 회전 움직임 file 정경한 2018.09.13 1428 5
334 칼럼 스킹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4가지 신체 움직임 중 첫 번째 - 전/후 움직임 file 정경한 2018.09.13 1918 7
333 칼럼 대한스키지도자연맹의 변화를 촉구하며... 9 file 숫소맨 2018.04.26 4307 9
332 칼럼 올림픽 레거시(Olympic Legacy) 활용 방안을 바라보며... (4) 3 file 문병천 2018.03.20 2366 3
331 칼럼 올림픽 레거시(Olympic Legacy) 활용 방안을 바라보며... (3) 3 file 문병천 2018.03.16 2020 4
330 칼럼 올림픽 레거시(Olympic Legacy) 활용 방안을 바라보며... (2) 9 file 문병천 2018.03.14 1367 3
329 칼럼 올림픽 레거시(Olympic Legacy) 활용 방안을 바라보며... (1) file 문병천 2018.03.12 1196 1
328 칼럼 스키장경영협회의 "티칭1 검정" 관련해서... 35 file 김준호 2018.02.05 4071 23
» 칼럼 오늘의 교훈 - 헬멧의 효용 外 1. 헬멧의 효용 미국 스키스노우보드 협회 (USSA) 지역 주니어 대회가 다음 날 있을 예정이라 기문꽂아놓고 수십명 아이들이 오전 내내 연습한 바로 그 자리에 나... 9 file MarkLee 2018.02.05 1597 1
326 칼럼 [목진형] 스키를 위한 스트레칭은 이렇게... file 박순백 2018.02.02 1277 0
325 칼럼 아련한 80년대 스키장 추억들.... Sysop: 원래 "스키장 정보"란에 있던 글인데, 이리로 한 카피 더 복사해 왔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추억에 잠길 분들이 많을 듯해서요.^^ 요즘 날씨가 너무 춥... 13 서보섭 2018.01.26 2640 10
324 칼럼 10 Rules of PISTE by FIS - 번역: 김종우 - Sysop: 본문 아래 부분에 [김종우] 선생이 번역한 글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장문의 글을 쓰고 등록을 눌렀는데.... 글이 날라가 버렸어요. 의역하고 주석까... 5 조민 2018.01.24 1330 8
323 칼럼 [신한국 글] 겨울 스포츠의 꽃 스키, 안전하고 즐겁게 입문하려면 2 file 박순백 2018.01.16 1539 8
322 칼럼 안쪽 발 스키에 대한 의식 8 file 임종철 2018.01.11 5897 24
321 칼럼 부츠의 캔팅조절에 대하여. - 건들일까? 어디까지 조절될까? 어떻게 조절할까? 4 file 조민 2018.01.08 5243 8
320 칼럼 시니어를 위한 특화된 강습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관한 생각입니다. 우선 며칠 전 초보의 비싼 스키복에 관한 얘기를 썼는데 그 글이 안 보이네요. <-- Sysop 주: https://goo.gl/7rN7vx 애써서 댓글들을 주셨는데 보이지가 않아서 ... 16 김종철 2018.01.08 1498 6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 20 Next
/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