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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에 관한 "질문"[스키 Q&A]에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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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주제는 백컨트리 스킹입니다.(편의를 위해 스키, 스키어라 명명하겠습니다. 이 명칭엔 스노보드, 스노보더가 포함되어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미국 스노우스포츠업 협회의 보고에 의하면, 지난 겨울에 미국에선 2백만명의 스키어와 보더가 백컨트리 스킹&보딩을 경험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소식을 접하면 한국의 스키어와 보더들은 생소하게 느끼실 겁니다.

 

'아니, 백컨트리가 뭐야?' '뒷동산이란 말인가?' 라며 궁금해하실텐데요. 한국의 스키장처럼 산을 인위적으로 깎아서 슬로프를 만들고 그 위를 인공설로 덮어 스킹을 하는 조건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 당연합니다. 세계적인 스키장들은 대개 자연설로 뒤덮힌 높고 광활한 산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여러 산들 가운데 접근이 용이하면서도 스킹에 적당한 사면들이 많은 산이 개발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지요. 그러므로 스키장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도 스키장보다 몇 백 몇 천배나 거대한 스킹 가능 지역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스키장에서 이러한 넓은 영역을 개발하고 관리하기에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 그저 Ski Area Boundary(스키장 경계)라는 표지판을 붙여 놓고 방치하는 것이죠.

 

'백컨트리'란 이처럼 스킹은 가능하지만 스키장이 관리하는 영역 이외의 지역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리프트나 식당, 화장실, 패트롤 등 편의시설이나 안전시설이 없습니다. 스키를 탈려면 대개 걸어서 올라가야 하고 음식은 싸 가지고 가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1936년 리프트가 설치되기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간 것이죠. 제 생각엔 이런 흐름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갔다고 보기보다는 사람들이 스킹의 보다 근원적인 본질을 찾아 나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져로서의 스킹의 근원적인 본질은 

(1)눈 덮힌 자연의 한 복판에서 자연과 동화되어,

(2)온 몸의 근육을 다 동원하여 열정적으로 신체 운동을 수행하며,

(3)스키를 이용하여 원하는 속도로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하며 쾌감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백컨트리 스킹은 이 세 가지를 아주 잘 체현하고 있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인구를 보면 이미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의 통계는 모르겠지만 휘슬러블랙콤의 추세를 보면 이러한 백컨트리 인구의 증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일단 스키장 관리 영역에서 보면 그들이 눈에 띄지가 않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백컨트리에서 스킹을 즐기는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컨트리 영역의 진입로을 살펴보면 대략 짐작이 가능합니다. 백컨트리 영역으로 진입하는 구간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클라이밍 스킹'을 착용하는 모습이 점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클라이밍 스킨(Climbing skin)은 스키의 베이스에 붙일 수 있도록 제작된 표면이 까칠한 제품으로 비탈진 설면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 스킨을 착용하면 적당한 경사의 설면을 스키로 걸어 올라 갈 수 있죠. 이런 스키어들의 인구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음을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스키장 위 뿐만 아니라 스키장 아래의 빌리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키샾들이 늘어선 거리를 걷다보면 백컨트리 장비만을 판매하는 전문샾들이 하나 둘 늘어 가고 있으며, 지역 신문이나 Craigslist 등에서도 백컨트리 중고 장비를 사고 파는 광고가 많이 늘었습니다. 눈사태 예방교육(Avalanche Safety Training)과 백컨트리 가이드 투어의 광고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캐나다 눈사태 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눈사태 안전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수가 250% 증가하였다고 하니 통계적으로 입증이 된 셈입니다.

 

 

 

 

스키산업의 흐름이 알파인 스킹에서 스노우 보딩과 프리스타일 스킹을 거쳐 백컨트리 스킹&보딩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한국의 자연환경이 백컨트리 스킹을 즐기기엔 극도로 불리한 환경이지만 한국의 스키어와 보더들도 전문적으로 파우더만을 찾아 백컨트리 투어에 참가하는 흐름이 발견됩니다. 강원도의 산들, 한라산이나  울릉도 등에서 백컨트리 스킹이 행해지고 있으며, 가까운 일본으로 떠나는 백컨트리 투어팀의 수는 예전에 비해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적절한 안전교육과 체계적인 기술의 보급을 통해 한국의 스키어나 보더들에게도 널리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산악인 출신의 스키어으로서, 휘슬러의 로컬 스키어로서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알리는 것이 겠지요.

 

제가 몇 년전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스피어헤드 트래버스를 했던 기록을 링크합니다. 

 

한국인 최초의 스피어헤드 트래버스(Spearhead Traverse) 스키횡단 

 

스피어헤드 트래버스(Spearhead Traverse)는 유럽의 Haute Route(샤모니와 쩨르마트를 잇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백컨트리 트래버스 코스)에 비견되는 북미에서 손꼽히는 백컨트리 투어 코스입니다. 블랙콤 정상에서 시작해 13개의 빙하를 가로질러 휘슬러로 이어지는 40km에 이르는 코스로 매년 4,000 여명의 백컨트리 매니아들이 도전하는 필수 코스입니다. 최근에 이 트래버스 구간에 세 개의 산장을 지어 환경 보호, 안전성을 높이는 스피어헤드 헛 프로젝트가 진행중입니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휘슬러의 또 다른 Must To Do 코스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영상에서 보이는 멋진 풍경들이 모두 이 스피어헤드 트래버스 구간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왠지 도전해보고 싶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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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4'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6.11.19 23:57

    스키는 원래 등산에서 갈라져 나온 거니 산으로 돌아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겠죠.

    저도 백컨트리용 장비가 하나 있습니다. 로시뇰 프리벤처 FreeVenture라는 이름의 스킨과 클로(크랑폰)이 포함된, 뒤꿈치가 떨어지는 바인딩이 붙은 일 미터 남짓한 스키보드지요. 2003년부터인가 갖고 있었는데 그냥 스키보드로는 썼어도 그걸 백컨트리에서 쓴 적이 없습니다. 탈 데가 없으니까요.

    T_T

     

    국내 산은 많은 곳이 군사 보호 구역이고, 보이지 않는 철조망과 지뢰와 인계철선이 있고 밀렵꾼의 올무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매우 위험합니다. 통일되고 나야 되려나...야생 동물 서식지와도 겹치기 때문에 환경 문제도 대두되겠지요.

     

    흘리에 있는, 폐쇄된 지 오랜 알프스 스키장 같은 데라도 오프 피스테 전용으로 되살린다면 좋을 텐데, 기존 스키장도 내장객이 줄어 운영이 어려워져 힘들어 하는 판에 재개장이 쉬울 것 같지는 않아 걱정입니다. 동계올림픽 앞두고 부분 개장 소식이 나오긴 했는데, 최순실 바끈혜 게이트(케이스포츠) 까지 끼어들어서 동계스포츠계 전체가 매우 골치아픈 상황으로 가는 중이라 개장할 가망이 없는 것 같네요.

  • ?
    정우찬 2016.11.21 08:04

    한상률 선생님, 요즘은 한국 스키어들도 백컨트리 스킹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저처럼 등산을 했던 사람들은 더욱 더 관심을 많이 갖고 있지요.

    예전에 텔레마크 스키가 산악스키라는 이름으로 산악인을 중심으로 활동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도 97년 맥킨리 등정시 해발 2,000미터부터 3,500미터 모터사이클 힐까지는 스키를 이용해 등반하였습니다. 당시 설피(Snow Shoe)를 이용하였던 다른  산악회는 체력소모가 심하고 속도도 늦어 무척 고생하였지요.

    요즘은 AT(Alpine Touring) 바인딩과 장비의 발전으로 산악인들도 굳이 텔레마크 스킹을 익힐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일반 다운힐 스킹 기술로도 충분히 스키 마운티니어링이 가능해졌으니까요. 그래서 텔레마크 스키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엔 오히려 감소하던 텔레마크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하니 복고현상인가 봅니다. 물론 그 나름의 장점이 있으니까요.

     

    알프스 스키장의 운영은 정말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차라리 일본의 폐장 스키장처럼 제설차를 이용해 캣스킹을 즐기도록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정설면이 없으니 자연범프와 파우더로 덮힌 백컨트리의 성지가 될 수 있을겁니다. 해외 스키장의 자연설이나 자연범프에서 속수무책인 한국 스키어들이 미리 연습할 수도 있으니 마케팅만 잘하면 스키장 렌트비와 캣 유지비는 충분히 나올텐데... ^^

  • profile
    일월여신|한상률 2016.11.21 14:04
    맞습니다. 스노모빌 몇 대와 매점/식당을 겸한 쉴 데 정도만 있어도 개장은 할수 겠죠. 흘리엔 기존 건물이 그대로 있으니 일부만 유치권 행사를 풀어 주어도 되겠고요. 알프스 눈 좋은 건 가 본 사람들은 다 아는 거니까 입소문 나면 프리스키어의 성지가 될수 있습니다. 잘 하면 일본 프리스키어까지 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프리 장비 전용 렌탈샵도 열리고, 숙박 업소도 다시 열려 마을 경제가 살아나는 거죠. 동계올림픽 전에 철도가 완공되니까, 전보다 가기도 편해지겠고요.
  • profile
    영화배 2016.11.23 18:38

    예전에는 씰이라 하였는데 그것도 이제는 크라이밍스킨이라고 부르는군요

     

    저도 91년에 맥킨리 등정시 미국의 어느방송사에서 다큐메타리 촬연팀이 안자인랜에 4명이 함께 텔레마크 스키로 네려오는데

     

    반해서 한때는 배워보려고 유타주의 솔트레이크한스키장에서 배운다고 배웠는데 이제는  엣추억일뿐이지요

     

    일반 스로프에서의 스키와는 또다른 멋이 있지요

     

    60년대 초까지만해도 지리산 한라산 동계등반에 스키를 사용하곤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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