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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05.4.17) 아침 9시에 잔차를 챙겨 수리산으로 향했다.

MTB를 타고 싶어 중곡동에서 안양까지 단숨에 달려온 천마산리스트 김랑호를 집근처에서 만나 수리산입구 아파트 단지에 파킹하고 잔차를 꺼내 기름칠하고 상태점검하고.. 산은 처음이라는 수줍은 김랑호와 무식한 내가 수리산을 오른다. 잔차 경력이 짧아 어설프지만 MTB지식 공유를 목적으로 뭔가를 알려줘야 겠다는 의무감에 길을 나선것이다. 하지만 강습말미에 학생과 강사의 상황은 역전되어 버리는데...ㅠㅠ

산본 한양아파트앞 상연사들어가는 수리산입구는 콘크리트 직선 업힐 포장로가 약 560m 뻗어 있다.



엄청난 경사는 아니지만 도로만 타던 초급 라이더에겐 하나의 도전이었다. 김랑호에겐 더더욱 그랬다. 입구로 들어서며 업힐에 대한 요령을 설명하기 위해 중얼거리며 뒤를 돌아 본 순간.. 이미 랑호는 그 길을 쉭쉭대며 올라가기 시작한다. 망설이지도 않고..ㅠㅠ

어.. 이게 아닌데.. 하는 찰라에 멀어지는 랑호를 바라보며 따라 오르기 위해 나도 페달을 밟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내가 못따라 가고 있었다..^^ 랑호는 최선을 다해 힘껏 업힐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거참..

뭐 한번 빡세게 시작하는 것도 괜찮긴 하지.. 하면서 천천히 뒤를 따라 올라간다. 콘크리트 포장이 끝나는 지점은 자갈이 수북히 쌓인 길이라 더 타고 갈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잔차에서 내리는 랑호의 안색을 살피니 표정이 심상치 않다. 카메라 들이대며 사진한장 찍고.. 랑호는 표정관리상 웃고 있지만 다음순간은 정말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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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구역질을 하고 숨쉬는게 거북하단다. 난 그런 랑호에게 "그렇게 타면 죽음이야.. 체력안배가 정말 중요해.. 천천히 올라가야.."라고 연설하는데 랑호가 저만치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정말 상태가 않좋은 모양이다. 말하는 기세가 오늘 라이딩을 포기할 기세다..

한참을 쉬다가 랑호는 예전에 천식증상이 도진다고 했다. 기도가 좁아지고 숨쉬기가 어려워 이상태라면 더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에고.. 아까 입구에서 쫒아가서 말리는 건데하고 후회가 밀려온다.ㅠㅠ

초입에서 그냥 올라간건 처음부터 약한모습 보이기 싫어서 두말않고 기냥 올라갔다는 것이다. 업힐 도중에 서면 다시 못올라 갈 것 같았단다. 흑.. 대단한 깡인데.. MTB 특히 XC는 깡으로 타는 종목이 아니라서 문제다..^^

급사면 업힐 중간에 올라가는 요령은 스탠딩(정지자세)을 잘해야 균형을 잡고 출발할 수 있다고 시범을 보였다. 시범보일때 자만심으로 순간 방심하여 왼쪽으로 기우뚱한다. 어어어..!! 하며 클릿이 안빠진 상태에서 그대로 왼쪽으로 자빠링했다. 마지막 순간에 클릿이 빠져서 왼쪽 장딴지쪽에 살짝 기스만 입었는데 시범보이다 처참하게 땅바닥에 널부러진 조교의 절망감은 아무도 모른다. 음.. 쪽팔림.. 예전 스키 이재학데몬님이 자신있게 말씀하신 "누구보다도 빨리 일어나서 안넘어진 척"해도 소용없었다. 주위에는 등산객이 많았다.ㅠㅠ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 안정이 되어서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천천히 수리산을 다시 오른다. 이번에는 내말대로 천천히 저단의 무부하 페달링으로 조금씩 오른다. 한결 낳다고 한다. 진작에 안내해 줬어야 하는데..^^

수리산 오거리 정자 쉼터에는 등산객들이며 먼저 오르신 라이더분들이 휴식을 취하고 계셨다.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 라이딩의 요령에 대해 설명했다. 요령은 단한가지 최대한 쉬면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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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A코스를 시작했다. A코스는 정자오거리에서 조금 오르면 계속 수리사입구까지 다운힐이다. 자갈들이 많아 처음 겪는 랑호는 뒷바퀴가 자기 맘대로 밀린다고 어려워 한다. 거만한 나는 원래 그렇다고 설명했다.. ^^ 고속으로 쏘는데 뒷바퀴가 혼자 좌우로 돌아갈때 섬찟함은 상상에 맡긴다.^^ 커브길 전에서는 최대한 브레이킹을 해서 속도를 죽이고 커브를 돌아야하고 앞브레이크 30~40%의 비율로 뒷브레이크와 항상 같이 조합해서 잡아줘야 한다고 알려줬다. 노면에 날카로운 돌은 펑크의 원인이 되니 피하고.. 급한경사에서는 Weight Back(안장 뒤로 엉덩이를 넘기는)자세가 앞으로 전복되고 뒷바퀴가 밀리는 것을 잡아준다고 했다. 너무 친절하지 않는가? ^^

C코스에서 랑호가 찍어준 내사진한장..



A코스를 내려와 B코스 초입으로 들어간다. B코스 초입은 급한 업힐에다 바리케이트가 떡 버티고 있어 바리케이트를 돌아 코스로 진입해야 한다. 시범보인다고 저단으로 부지런히 오르다 앞바퀴 벌떡에 좌절했다.ㅠㅠ 굵은 자갈이 많은 B코스 초반 업힐은 뒷타이어 그립이 어려워 안되면 내려서 쉬엄쉬엄 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랑호의 상태는 심상치 않았다. 업힐 할때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이게 아까 골골대던 천식환자의 모습이란 말인가?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한다.

B코스도 초반 업힐을 제외하면 다시 신나게 다운힐이다. A코스 다운힐보다는 양호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곳곳에 자갈이다. 속도를 내어 쭉 빠져 보다가 랑호가 멀리 있을 것 같아 뒤를 힐끗 바라보았는데.. 허참.. 바로 뒤에서 따라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이다.. 점점 내가 힘들어 지기 시작하는 것은 왜일까?

기도원 B코스 탈출구를 통해 콘크리트 로드를 타고 C코스로 간다. 엥.. 열심히 달리는데 랑호가 나를 추월하려 한다.. 마이갓!! 랑호의 기세를 당할 수 없다.. 내가 천천히 가자고 애원해 본다.^^ 그렇게 가면 오래 못가느니 힘을 아끼자는 둥 랑호에게 핑계를 대어 보지만 물이 오를대로 오른지라 주체할 수가 없나보다.

C코스는 벌떡서있는 콘크리트에다 B코스 초입보다 더 가파른 곳에 바리케이트를 비켜가야 한다. 난 세번정도 다녀본 길이라 저단으로 놓고 치고 올라가 본다. 무난하게 바리케이트를 지나 오르다보니 랑호가 안보인다. 입구 한참전에서 체인이 풀린 것이다. 벌떡 서있는 경사에 맞게 미처 체인이 셋팅되지 않았던 탓이었다. 내려가니 이미 체인을 끼우고 올라갈 채비를 하고 있다. 나는 다시 입구를 부드럽게 올라서서 기다리고 랑호는 두번째 시도를 했다.

C코스에서 중반에서 사진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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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슨 조화란 말인가.. 알샵을 졸업하고도 C코스초입에서 헤멘 내가 부끄러운 일이 발생했다. 랑호가 그 C코스 초입의  경사를 한방에 오른 것이다. 할 말을 잃었다. 하루에 너무 많은 일을 해냈다고 내가 나무랐다. 나중에 이곳에 와 심심하지 않으려면 과제를 하나씩 남기고 가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ㅠㅠ 오늘 다해버리면 다음에 오면 무슨 재미로 여기를 가느냐고 말이다.. 참 궁색하다..^^

C코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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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C코스도 무난히 넘어가고.. D코스는 정자오거리로 회귀하는 코스인데 괴물로 돌변한 랑호는 라스트 스퍼트까지 하여 나를 추월해 가고 있다.. 허참.. 강사와 학생이 바뀐 순간이다..

나는 딴전을 피면서 밥먹으러 가자고 랑호를 꼬시고 A코스를 다시 내려와 예전에 알샵 선배님들과 점심을 먹었던 곳으로 갔다. 여전히 랑호에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추월 당하며 존심에 상처입으며..어흑..

반나절의 보람찬 라이딩후에 먹는 점심은 꿀 맛이다. 랑호는 가슴이 벅찬지 MTB예찬을 하기 시작한다. 나의 마수에 빠져든 것이다. 또하나의 뽕환자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랑호가 사주는 오리주물럭 쌈밥에 간단한 소량의 알콜로 몸을 적시고.. 마지막 D코스 업힐을 한다.

먹는데 정신팔려서 찍사의 본분을 망각한채 다먹고 난 밥상을 찍어버렸다..ㅠㅠ



알콜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페달링이 자동으로 두배에서 세배정도 무거워지고 땀은 비오듯이 온다. 마지막 가쁜 숨을 몰아쉬고 정자오거리에 올라 오늘 라이딩의 총평을 하고 곧 다가올 알샵 산드릅소식을 전했다. 다음라이딩때는 푸대자루 메고 알샵라이딩에서 만날것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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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리에서 아파트까지는 초보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싱글을 탔다. 하지만 물오른 랑호를 말릴 수 없었다. 운동감각이 있는지 싱글 다운힐도 잘 내려온다. 말그대로 하루에 MTB에서 겪을 수 있는 모든 로드환경을 체험해본 소중한 시간 이었으리라.

이래저래 마일리지를 살피니 수리산 25Km를 돌았다. 초급자에게는 쉽지 않았을 길을 잘 따라와준 랑호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리고 초급자라도 체력이나 운동신경에 따라 상급코스도 별문제가 되지 않음을 오늘 새삼 발견하게 되었다. 그 무한한 가능성은 놀라웠다. 앞으로 김랑호를 라이딩에 포함시킬때는 코스의 등급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행복한 라이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오늘 거쳐간 수리산코스관련 정보는 수리산관련 라이딩후기에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Comment '10'
  • ?
    정이석 2005.04.18 19:02
    잘 봤습니다.

    수리산 코스도 멋지군요.

    언제 같이 라이딩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겠지요.^^
  • ?
    임시욱 2005.04.18 19:40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에 c 코스로 해서 정자오거리..정자오거리서 헐떡싱글인가? 철탑싱글 말고 아래로 내려가는 싱글 타고 왔습니다..싱글코스 재밌더군요..싱글코스중간쯤인가? 바위라 하긴 그렇고 좀 큰돌이 있던데..뒷디레일러 해먹을까봐 끌고온 ㅠ.ㅠ 안전라이딩 하세요..
  • ?
    된장 2005.04.18 19:48
    잔차(게리) 멋지군요...

    멋진 피셔맨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 ?
    김태선 2005.04.18 20:07
    허허~~
    예로부터 스승에 그림자는 밝지도 못하는 법~~
    스승을 처참하게 앞지르기하시다니...ㅋㅋㅋ
    김랑호님...내공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배준철스승님..더욱 정진하셔야할 듯 합니다...(글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 ?
    정소영 2005.04.19 02:22
    본문 글 중에 웨이백의 의미는 Weight Back으로 무게중심을 뒤쪽 아래쪽으로 옮겨주는 걸 말합니다. wayback은 아닌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
    배준철 2005.04.19 08:59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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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랑호 2005.04.19 11:36
    젊은 혈기가 남아있어 감히 스승님을 압지르는 우를 범하였으나 향후 이런일은 없을 듯 합니다. 사부님께서 마지막에 데몬스트레이션 해주신 겁나빠른 패달링을 바탕으로한 무지막지한 업힐과 적절한 스키딩 타이밍을 유지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보여주신 절벽코스 다운힐과 계단 다운힐은 감히 초보자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 ?
    남궁준 2005.04.19 12:00
    수리산 가본지도 오래 됐네요...조만간 한번 가서 달려 줘야하는데...먹고 사는게 몬지...ㅠㅠ
  • ?
    양희정 2005.04.21 18:15
    음...저도 수리산 가본지가... 글구 싱글라인을 한번도 못타봐서 ㅜㅜ 말만으로는 무섭다는데 ㅋㅋ 저 처럼 초보에 몸치가 언제쯤이나 싱글 라인을 탈 수 있을까여? 야간 라이딩은 꼭 한번 빠른 시일내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
  • ?
    한상률 2005.04.27 16:12
    이거 우리 동네 뒷산인데...상원사에서 좀 더 가서 있는 수리동 성당이 제가 가는 데고요. 정작 원주민은 걸어서 한 번 올라가 본게 전붑니다. 자전차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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