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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5일 금요일...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파란하늘, 하얀구름...

하지만 제색을 잃어가는, 누렇게 떠가는 눈을 바라보는 심정이란...


얼마 남지 않은 애타는 시간의 흐름...

남겨진 눈, 그리고 남겨진 우리의 발자취...


2010년 3월 6일 토요일...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밤사이 내린비...

아직도 마르지 않은 봄비의 따스한 채취가 남아있는 겨울의 공간...


겨울시즌의 마지막주...

연무에 갖혀버린 아쉬움의 공간...

한없이 쓰러져가는 마지막 겨울의 버팀목을,

외로움의 안개... 지상에 내려 그 마지막의 아쉬움과 설움을 나의 시선에서 가려버리다.  



덩그러니 남아있는 빈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짙은 아쉬움을 간직한 수요 모글 클리닉 현수막.


안개... 그리고 안개비.

그 겨울의 끝남이 못내 아쉬워...

그 애절한 그리움의 흔적을 이곳에 흩뿌린다.



작전 회의중...


"박기호 선생님... 뭘 그리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요"

안개비에 젖은 상의를 툭툭 털며 연무에 갖힌 슬로프를 한없이 바라보다 쓸쓸히 담배에 불을 붙히고

한모금 깊이 빨아 한호흡 깊게 내쉬고 있을 때...

지산 이광호 전무님께서 뒤에서 한마디 툭 던지신다.

으악이 한모금 빤 담배를 얼른 끄고 빙그레 웃으며 답한다.

"세상이 너무 슬퍼 보여서요"  

"그러게요. 끝까지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다음시즌에는 이렇게 비 내리는날... 티켓팅을 한 내방객에게는 일회용 우비를 무료로 지급하려구요"

"그래서 전문업체 직원 이곳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상의좀 하려구요."

"조금 더 편하게, 스키나 보드를 탈 때에도 불편함이 없는 것으로 디자인이나 색상 등을 좀 알아보려구요."

그리고는 또다시 지산 패트롤 직원을 불러 설면관리와 웨이브코스라든지에 대해 쉼없이 작전지시를 내리신다.


저런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피기에...  

고객의 불편한 점을 미리 헤아리기에...

경기권 작은 스키장이 커다람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



겨울녀... 인터를 접고 모글로 전향하여 봄처녀가 되다.

한겨울 인터에서 열심히 배워 레벨 1을 땃고...

이제는 멋진 모글리스트로 재 탄생하기 위해...

오늘도 그녀 열심히 넘어지고 깨진다.  

자신의 스킹에 항상 불만을 갖는 그녀...

그만큼의 욕심이 많다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게 이겨울의 끝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 쓸쓸함으로...

그 애절함으로...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이천 으악이 작업장 주변을 스케치 한다.



으악이 작업장 옆, 근사한 전원주택이 하얀눈을 함박 맞았다.

밤사이 눈이 내리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밤거리를 비추는 가로등에 비친 눈내림이 보통이 아니라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은 온통 순수의 하얀색으로 뒤덮혀 있었다.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달려보는데...



아차차! 좋아만 할일이 아니었다라는 것...

몽환의 꿈길같은 길속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다.

이걸 언제 다 치우냠...캬캬캬

눈덮힌 거리를 치우고...

눈으로 가득한 오늘따라 유난히도 넓디 넓은 작업장 앞마당을 치우고...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바닥에 그 무게감의 어깨를 축 늘어뜨린 나뭇가지의 눈을 털어주어

하늘을 향해 다시금 뻗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그렇게 반나절 이상을 땀을 흘려가며 몽환적 주변부가 현실의 세계로 들어서도록...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어제의 그 순백의 흔적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이곳을 서둘러 부랴부랴 찾아본다.


아! 이게 어디 겨울을 보내고 새로이 맞은 봄의 풍경이라더냐...캬캬캬

모글스키를 다시금 차에 갖다놓고 인터스키를 꺼내어 순백으로 뒤덮힌 뽀송뽀송 하얀 숲길을

들뜬 마음으로 내달리는 봄총각을(후고님) 너무도 쉽게 찾아 볼 수도 있었으며...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내내...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정신줄을 놓을 정도였으니...

이번시즌 최고의 하얀길을 이렇게 뒤늦게서야 만날 수 있었다니...



검은빛 삭막한 아스팔트길...

회색빛 적막한 시멘트길...

정겨움의 느릿느릿 황토빛 시골길...

푹쉰푹쉰 형형색색 낙엽진 가을길...

온세상이 눈으로 뒤덮힌 하얀 겨울길...


대학 때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으악이가 신입생 환영식에 나갔더니만...

아! 글씨, 이제 막 입학한 겁모르는 새내기 여자 신입생 한명이 일어서더니...

"저 선배(으악이) 제가 좋아할꺼예요."라며 말했던 그녀...

느닷없는 고백에 술렁이던 좌중과 한없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워 했던 으악이...

그녀가 당차게 나에게 물었다.

"오빠는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주저주저, 쭈볏뿌볏...

'좋아하는 색'... 글쎄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도 없었고...

조화성을 갖춘 색상이라면 뭐든지 좋은 색이라고 생각했던 으악이한테서

"저는 하얀색을 좋아하는데요"라며 느닷없이 튀어나온 답변.

그렇게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했던 그 하얀색을...

무슨 이유였으며, 왜 였을까?

갑작스레 무의식의 세계에서 내뱉은 그 하얀색.

아마도 그때부터 나는 이렇게 하얀세상을 동경하고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얀 세상속 새하얀 길을 그리고 그속에 서있는 나자신의 모습을 가장 사랑했는지도 모르겠다...캬캬캬



오늘도 역쉬 김샘을 가열차게 모글의 세계로 인도하려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에어님 정중하게 부탁한다.

"오늘 강습해주시기로 했던 빔프님이(이홍재) 모친상을 당하셔서 오시지를 못하네요"

"오늘 시간이 되시면 으악님이 강습 좀 해주세요"라며 부탁을 해온다.

"제가 실력이 미천해서 멋진 강습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야... 뭐"

라며 승낙을 해버린다.


사실 무료강습이라는게 그렇다.

하얀눈을 사랑하기에 자기 시간 쪼개고 쪼개어 자기 타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보다도 간절하다지만...

강습을 해주는 자가 약속이라는걸 정해놓고 피치못할 상황이 발생하여

어렵게 시간내어 오신 분들에게 강습을 못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을,

그 마음을 알기에 으악이 순순히 강습요청을 승낙해 버린다.

'뭐... 오늘 한번 뿐인데'라는 생각으로...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히 미천하나마 나의 야매강습이 시작되었다.


빔프님 힘내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들과 함께 너무나도 멋진 길을 내달렸다.

너무나도 멋진 실력을 갖춘 자들...

하지만 너무나도 미천한 나의 강습...

미안함이 함께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혼신을 다해

내가 가진 것들을 풀어놓았다.

'죄송합니다. 가진 것이 미약하여 당신들이 원하는 눈높이 교육이 되지 못하였음을...'

'하지만 하나를 사랑하기에 그 하나를 향해 같이 잼나고 신나게 달릴 수 있어서

저도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곳을 향해 달리는 길위에서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실력 ㅎㄷㄷ, 으악이 단체 무료강습은 이날부로 끝...

한놈만 패야쥐... 단체는 으악이가 정신줄을 자꾸 놓아서리...캬캬캬




땀 쪼옥 빼고, 가뿐 호흡 가다듬고, ㅎㄷㄷ 허벅지도 잠시나마 진정시키는 점심시간입니당...캬캬캬

각자 싸온 김밥도 풀어놓고, 자장면, 탕수육에 간단히 병나발 맥주도 마셔주고, 한잔의 막걸리가 오고가며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으며, 그렇게 행복하고 여유로운 왁자지껄 흥겨운 점심시간도 보내고...  

파란 하늘, 하얀구름 아래 흥에겨운 홍조빛 이쁜 얼굴들...


파란하늘, 하얀구름, 너무나도 환한 하얀길...

그리고 우리들의 힘찬 발돋움...



이렇게 높은 곳에서 저멀리 아랫세상을 내려다 보는 것도...



이 아래에서 저 높은 세상을 올려다 보는 것도...

지금 나의 시선속에서는 똑같은 아름다움 투성이다.

천상과 지상의 아름다움이 이 중간계에 머물러 한없이 그 속에 빠져든다.



어느덧 잼났었던 오후 강습도 끝났고...

그 아쉬움의 마음으로 고마움의 마음으로 한골한골 정성스레 다져준다.

정설의 시간...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얀눈이 봄햇살을 맞아 투명한 눈물이 되어 흐르다.


아쉬움속 슬픔의 시공속에서 고개를 떨구지 마라.

이렇게 하얀눈이 우리의 세상속에 존재하는 한...

우리들의 행복한 하얀시간은 연속됨을 기억하라.

사랑하기에 그래서 떠나보낸다는 그런 상투적인 단어들을 가슴속에서 지워버려라.

하얀눈이 누렇게 변하고 검게 퇴색되어 투명한 눈물방울이 되어 흐를지라도

그래도 사랑한다.  

흐르는 한방울 한방울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그 바로 하얀눈이었기에...

그 순수했던 본질을 절대로 잊지말기를...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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