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
2023.07.26 22:42

"접시꽃 당신"을 생각하며...

profile
조회 수 98 좋아요 0 댓글 0
ban-c_26.jpg ban-c_02.jpg ban-c_28.jpg ban-c_31.jpg ban-c_30.jpg

 

 

"접시꽃 당신"을 생각하며...

 

매주 화요일의 정기(?) 도곡리 방문에서 항상 그렇듯이 어제(07/25, 화)도 도곡리의 꽃들을 찍었다. 페친 제경희 선생이 내년엔 더 많은 접시꽃 사진을 찍어달라는 댓글을 꽃 사진에 단 적이 있다. 

 

사실 접시꽃은 이제 거의 다 졌다. 그래도 아직 지지 않은 접시꽃 몇 개가 남아있기에 그걸 담아왔다. 가장 예쁜 모습은 아니지만 끝까지 버티고 있는 몇몇의 꽃들은 "사랑, 치유, 고난 극복"의 꽃말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기에... 

 

_DSC2137.JPG

 

내가 접시꽃을 보며 떠올리는 "접시꽃 당신"에 관한 생각을 예전 글에 적은 적이 있는데, 상기 제경희 선생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다.

 

_DSC2123.JPG

 

그래서 난 커피 한 잔 마시며, "너, 접시꽃"이란 글을 쓰기로 했다.^^;

 

espresso-juliet06.jpg

- https://www.drspark.net/jia_warehouse/5752638

 

Thou, plate-flower, fair and bright

 

By Dr. Spark

 

With thy hand in her, love's pledge alight,

That promise now forlorn, by one who took flight,

Love's essence mocked, 

As he in shame departed.

Not as the rose in beauty's grandeur found,

Yet in simplicity, the plate-flower crowned,

Enduring sweltering days with patience bound,

A symbol true of steadfastness founded.

The rose, a queen bedecked with thorny grace,

And thee, plate-flower shy, in meek embrace.

A sacrificial love for ailing wife,

An act so touching, moved the heart mid-strife,

But as she left, thy chosen path adrift,

Disappointment deep, from choices rife with rift.

Thou wert the emblem of love, healing, strife,

Yet all these virtues now in pain denied, life.

Thus love hath lost its radiance, grown pale,

And thou, plate-flower, tragic protagonist frail.

The poet's power, tainted with despair,

His fleeting words, but transient whispers air.

 

_DSC2142.JPG

 

너, 접시꽃

 

박순백

 

당신의 손을 잡고 영원히 함께 하겠다는 사랑의 약속.

그 약속조차 민망하게 떠나간 한 남자로 사랑이 허망하다.

장미꽃 만큼은 아니나 수수함 그 자체로 아름다운 접시꽃.

덥고 찌는 날씨를 묵묵히 견뎌내는 인내심의 상징.

가시를 지닌 꽃의 여왕 장미의 아름다움.

수줍은 촌색시 같은 접시꽃의 수수함 .

아픈 아내를 향한 희생적 사랑의 표현이 준 감동.

그녀가 떠나자 바로 다른 길 떠난 당신이 준 실망.

넌 사랑, 치유, 그리고 고난 극복의 상징.

그런데 그 모든 게 한꺼번에 부정되는 아픔.

그로써 사랑은 빛을 잃어 무색해졌고,

너 접시꽃은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인의 부정적인 힘.

시인의 덧없는 단어들.

 

 

Gallery / Plate-Flowers
 

_DSC2108.JPG

 

접시꽃 당신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촟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죽일 줄 모르고

약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읍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읍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 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읍니다

 

_DSC2131.JPG

 

https://youtu.be/zEv6NHwqAi4

 

_DSC2135.JPG

 

https://youtu.be/Ibhe5VMHmi4

 

_DSC2136.JPG

 

https://youtu.be/Ys5---HADBI

 

_DSC2138.JPG

 

https://youtu.be/yPQQWFbbw60

 

_DSC2139.JPG

 

https://namu.wiki/w/%EC%A0%91%EC%8B%9C%EA%BD%83

 

_DSC2140.JPG

 

https://youtu.be/KhAVrczN8h4

 

_DSC2141.JPG

 

https://youtu.be/Cu9ZrzI8gMY

 

_DSC2143.JPG

 

https://namu.wiki/w/%EB%8F%84%EC%A2%85%ED%99%98

 

_DSC2144.JPG

 

https://youtu.be/GGhQSXZHXYQ

 

_DSC2145.JPG

 

https://33jaeseok.tistory.com/1347

 

_DSC2146.JPG

 

http://www.seniorma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7988

 

_DSC2147.JPG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111109_0009711991&fbclid=IwAR3-F22YFyoF4vwGCnw7ZrG920AQHdVhBmsyNKUZMKDBXbFEZnOuBbcC8X0

 

_DSC2148.JPG

 

_DSC2159.JPG

 

c_01.jp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464 문화/예술 제18회 개인전 "박순관 수레질 도예전" file 박순백 2023.05.12 154 0
1463 컴퓨터/통신/인터넷 같은 질문을 OpenAI의 ChatGPT, MS의 Bing, 그리고 구글의 Bard에게 해봤다. 결과는? file 박순백 2023.05.12 43 0
1462 기타 봄-여름 간절기(間節氣)의 꽃들 file 박순백 2023.05.10 43 0
1461 문화/예술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 아니다. file 박순백 2023.05.08 60 0
1460 기타 예빈산(禮賓山) 등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兩水里) file 박순백 2023.05.05 111 0
1459 기타 산불의 폐허에서도 기어이 피어난 각시붓꽃 file 박순백 2023.05.04 181 0
1458 기타 산에 피는 게 산철쭉이 아니고 그게 철쭉이라니??? file 박순백 2023.05.02 243 0
1457 기타 북한강을 굽어보는 카페 발랑솔(Valensole) file 박순백 2023.05.01 491 0
1456 기타 봄날은 간다. 2 file 박순백 2023.04.26 169 1
1455 기타 "할머니의 모자"와 매발톱꽃 file 박순백 2023.04.25 70 0
1454 기타 부상 없는 유일한 스포츠와 여러 AI 번역기들의 실력 비교 file 박순백 2023.04.20 140 0
1453 기타 리자 브레넌 잡스를 그리다. file 박순백 2023.04.16 96 0
1452 기타 친구 끊기 file 박순백 2023.04.14 260 1
1451 기타 그림을 잘 못 그리는 것도 재주라서 고민이었는데... file 박순백 2023.04.14 98 0
1450 기타 모자를 손에 든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가진... file 박순백 2023.04.14 66 0
1449 기타 아이브의 "I am" file 박순백 2023.04.14 103 1
1448 사진 도곡리(陶谷里)의 봄 - Feat. 도곡리 지리지(地理誌) 2 file 박순백 2023.04.12 228 0
1447 사진 베란다의 감자꽃 file 박순백 2023.04.10 170 1
1446 사진 감자꽃과 콜라비꽃 - 피려는 중 file 박순백 2023.04.03 89 0
1445 컴퓨터/통신/인터넷 MS의 빙(Bing)도 AI를 이용해서 그림을 그려주네요. file 박순백 2023.03.28 270 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80 Next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