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228 좋아요 0 댓글 0

* 뒤늦게 정리하는 글이다. 
 

2022/06/10(금) 

 

송파(문정동)의 한 공원이다. 수정어린이공원이란다. 집사람이 부근의 운동재활병원에 오는 길에 집에 혼자있어야 할 강아지 줄리를 데려왔다. 그래서 오늘은 지난번처럼 부근의 "가비 카페 로스터스"에 가지 못 하고, 전에 들렀던 두 개의 공원 중 한 곳에 온 것이다.

 

287444723_7542507482456914_7886689740503080134_n.jpg

- 요즘 내가 밖에 나갈 때마다 동반하는 줄리(Julie). 가급적 함께하지만 그럴 수 없을 경우에는 줄리를 설득시킨다. "오늘은 함께 못 가니 줄리가 집 잘 지키고 있으라."고 말하며 미리 조립해 둔 널찍한 케이지에 하기스 위생깔개매트를 깔아주면 다행히 얘가 그걸 이해하고 포기하는 기색을 보인다. 너무 데리고 다니면 분리불안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고 조언하는 분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아직 그런 문제는 없는 듯하다. 항상 집에 남아있을 때 의지가 되던 보라(Bora) 언니를 떠나 보낸 것이 올해 3월 16일. 줄리는 보라를 기억하고 있을까??

 

285629961_7533113480062981_7496258172773915241_n.jpg

- 수정 같이 맑은 심성을 지닌 아이들이 노는 곳이라서 이런 이름이?

 

지난번에 들렀을 때는 몰랐는데 이 공원의 입구에 여러 그루의 살구나무가 있다. 이 공원에는 소나무, 단풍나무, 그리고 마로니에(가 아니고 실은 칠엽수) 나무 등이 있고, 꽃나무는 철쭉 뿐이다.(이건 이미 꽃이 졌다.) 오늘은 농익은 살구가 주변 풀밭에 많이 떨어져 있다. 아직 색깔이 파란 살구도 많이 매달려 있다. 이 포스팅을 하는 중에도 벤치 옆에서 툭하는 소리와 함께 살구가 떨어진다.

285555389_7533112673396395_5106087586807789963_n.jpg

- 공원은 왼편에 보이는 것 같은 빌라형 주택들로 싸여있다. 그리고 공원의 세 개 출입구 중 하나는 계단인데, 계단 옆에 보이는 나무들이 살구나무이다.

 

285558536_7533112790063050_555585189039633253_n.jpg

- 익지 않은 살구들

 

286802185_7533113336729662_741927077435085107_n.jpg

- 살구나무에 노란 살구가 열려있다. 더 많이 익은 살구들이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내가 살구에 관심을 보이니 공원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그걸 수도간에서 씻으면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른 봄에 한 번 구청에서 소독을 한 것인데 독한 농약을 쓴 것도 아니고 해서 흐르는 물에 잘 씻으면 된단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286586359_7533112233396439_3043558557748597968_n.jpg

- 음수대에서 살구를 씻는 중이다.

 

286187728_7533112690063060_4481318218559977425_n.jpg

 

아버님이 고향집 뒤곁에 취미로 조성한 작은 과수원엔 아주 다양한 과일나무들이 그득했다. 거기 살구나무 두 그루가 있었기에 어릴 땐 살구를 많이 먹어봤다. 하지만 커서는 별로 그걸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어쩌다 한 번 추억을 상기하며 시장에서 구입하여 먹어봤을 뿐 살구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은 아니었다. 근데 오늘은 엉뚱한 장소에서 그걸 먹어봤다. 새콤하고도 달콤한 맛이다. '그래 살구가 이런 맛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뒤곁의 과수원에서 딴 살구는 알이 꽤 큰 것이었는데 이곳의 살구는 작고 과육도 얇은 편이다. 그 차이는 우리집 작은 과수원에서는 좋은 과실 수확을 위해 항상 퇴비를 거름으로 줬지만 여긴 공원이다 보니 나무의 관리 목적에서 소독과 물주기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285293504_7533113166729679_6634888173220611302_n.jpg

 

285873565_7533112933396369_7801203994099566866_n.jpg

- 나무를 둘러싼 둥근 벤치 위에서 날 쳐다보는 줄리

 

285725367_7533113260063003_335424318020496393_n.jpg

 

285811098_7533112436729752_7560489352504833249_n.jpg

 

지난번에 왔을 땐 여기가 왜 어린이공원인가 했는데 오늘은 주변의 어린이집에서 야외수업을 나온 팀이 세 팀이나 되어 시끌벅적하다. 주변에 키즈 카페도 있고, 공원 바로 옆엔 동화키즈어린이집, 단비어린이집이란 유치원도 있다. 다른 어린이집들도 주변에 몇 개 보였음은 물론 여긴 동화책 구매/판매 전문 서점 등이 있기도 한 곳이라는 걸 오늘에야 알았다.(동화책은 무조건 한 권에 1,000원) 

 

munjung_0004.JPG

 

여긴 주변에 아파트가 없고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만 있는 조용한 동네이다. 내가 아파트에서만 살다보니 이런 곳이 사람사는 동네란 생각이 든다. 공원이 조성된 지 오래인 듯 여긴 큰 나무 아래 그늘이 져있어서 쉴 곳이 많다. 또 여기저기에 쓰레기 봉투를 비치해 놓아서 그런지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해서 좋다. 그리고 아리수 음수대도 설치되어 있어서 그걸 마실 수도 있고, 손을 씻을 수도 있다. 

 

munjung_0002.JPG

 

munjung_0003.JPG

 

오늘은 줄리와 함께여서 꽁지머리 젊은 바리스터가 있는 카페에 들르지 못 한 것이 아쉽다. 그 로스터리에서 직접 로스팅한 산미가 있는 원두로 만든 커피맛이 좋았는데... 줄리를 데려오면서 카페에 가지 못 할 것에 대비하여 집에서 카푸치노를 한 잔 만들어왔는데 그걸 깜박하고 차에 둔 채로 왔다. 다행히 내가 마실 물 한 병과 줄리의 물은 따로 가져왔기에 그거라도 마시니 좋다.(공원에 아리수 음수대가 있기는 하지만 수도물을 마셔본 지가 오래다 보니...^^)


285592237_7533113473396315_8390124984167627985_n.jpg

-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가비 카페 로스터스의 꽁지머리 젊은 커피 장인

 

우리나라가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주택가 중간의 작은 어린이공원엔 애들 떠드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하니 다행이다. 여긴 유치원 교사를 제외하고는 젊은 사람들이 없다. 어린아이들과 공원에 산책나온 동네 할머니들 뿐.(할아버지들은 다 어디 가셨는지?)

 

-----

 

2022/06/21(화) - 다시 수정어린이공원에 왔다. 집사람이 치료 및 재활운동을 하고 있는 동안에 이곳에 들른 것이다. 

열흘 정도가 지났는데도 수정어린이공원의 살구들은 여전하다. 아직도 파랗게 달려있는 것들이 있고, 상당히 많은 살구들이 농익어서 땅이나 풀밭에 떨어져있다. 

 

_DSC0006.jpg

- 정말 보기 좋은, 싱그러운 풍경이다. 

 

_DSC0002.jpg

- 햇살이 워낙 좋은 날이다보니 그늘진 살구나무에서도 이런 풍경이 연출된다. 

 

_DSC0003.jpg

- 어떤 건 농익어 떨어지기도 했지만 바람이 불어 떨어진 것인지 초록색이 살짝 섞인 것들도 떨어져 있었다. 농익은 거은 이런 바닥에 떨어지면 다 터지고 만다. 그런 건 풀밭에 떨어진 것만 건질 수 있다. 

 

_DSC0008.jpg

- 이날은 가비 커피 로스터스 카페에 먼저 들러 커피를 사왔다. 
 

_DSC0011.jpg

- 역시 이날도 줄리와 함께 공원에 왔다. 줄리가 없었다면 그냥 가비 커피 로스터스에 가 있었을 것이다. 
 

_DSC0004.jpg

- 워낙 살구가 많이 열려있어서인지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도 천천히 익어가고 있는 살구들이 많다. 

 

_DSC0005.jpg

 

_DSC0009.jpg

- 이처럼 살구나무를 많이 심은 공원은 처음 봤다. 
 

_DSC0010.jpg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424 기타 한 달을 더 숙성시킨 염장 연어(鹽藏 鰱魚, gravlax) 8 file 박순백 2022.11.08 418 3
1423 도곡3리 스트롤러(Dogok-3ri Stroller) 2 file 박순백 2022.10.24 502 0
1422 컴퓨터/통신/인터넷 한 때의 컴퓨터 칼럼니스트와 애플 컴퓨터 3 file 박순백 2022.10.22 711 1
1421 Those were the days... file 박순백 2022.10.19 154 2
1420 가을에 양평산수유마을에 가서 볼 빨간 산수유 열매를 보다. 박순백 2022.10.17 144 0
1419 오디오 퇴촌의 사설 카페 file 박순백 2022.10.11 356 0
1418 기타 가을, 가장 맛있다는 토종 밤 - 이평 file 박순백 2022.10.08 190 0
1417 한강변 산책 file 박순백 2022.10.04 193 0
1416 문화/예술 선진국 한국과 광진문화예술회관 file 박순백 2022.08.31 232 0
1415 문화/예술 양주 회암사지(楊州 檜巖寺址) file 박순백 2022.08.28 163 0
1414 기타 자카란다(Jacaranda) 꽃 file 박순백 2022.08.28 2689 0
1413 사진 서종작업실(Since 2022) 두 번째 방문 file 박순백 2022.08.12 362 0
1412 사진 사진작가 신미식의 "서종작업실"(Since 2022) 첫 번째 방문 file 박순백 2022.08.12 586 1
1411 오래된 편지 - Mein Liebe Alps file 박순백 2022.08.10 157 1
1410 우리들의 화양연화(花樣年華)와 사진 두 장 2 file 박순백 2022.08.04 288 2
1409 매미 단상 file 박순백 2022.07.24 169 0
1408 사진 종말을 향해 치닫는 일안 리플렉스 카메라 - Nikon's Case file 박순백 2022.07.12 327 0
» 기타 문정동 수정어린이공원의 살구나무 file 박순백 2022.07.09 228 0
1406 사진 오래된 짐들 속에서 예전 사진 넉 장을 찾아내 감성에 젖다.^^; file 박순백 2022.07.01 370 0
1405 자동차 아스트로 콜벳(Astro Corvette) file 박순백 2022.06.25 294 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80 Next
/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