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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사
2007.02.21 22:16

[에스콰이어] 인터뷰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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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라이너의 대부-박순백(에스콰이어 사이트 온라인 매체판)
2006/04/26 05:11

출처: 자일리톨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21hee/90003722432 (Esquire Online에서 퍼 온 것을 Spark가 다시 퍼 옴.-_-)

어떤 일을 좋아하게 되면 그야말로 '화끈하게' 좋아해버리는, 그래서 뭔가를 이루는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다. 비록 스스로는 자신을 범부(凡夫)라 말한다 하더라도. - ⓒ글/유정석(에스콰이어) 사진/최보원

쉰을 넘긴 중년의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체형을 물어봤다. 허리가 30이란다. 느티나무를 닮았는지 해가 갈수록 허리통이 굵어지는 사람으로서 내가 그를 몰랐다면 아마 최근에 크게 앓아 '살이 쪽 내린' 줄로 착각했을 게다. 그는 박순백, 언론학 박사, 인터넷 포털 드림위즈의 부사장(COO), 한국 인라이너의 대부다.

박순백 박사는 대단히 유명한 인물이다. 그가 속한 연령대에서보다 그 절반쯤 되는 젊은이들 사이에 훨씬 더 잘 알려져 있다. 그 유명세의 대부분은 건실한 IT 기업의 경영자로서라기보다는, 그가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박순백 칼럼'과 '인라인 시티' 덕분일 것이다. 각각 스키와 인라인스케이트를 주제로 다루고 있는 두 커뮤니티의 보금자리 old.drspark.co.kr는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개인 홈페이지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는 5년 전과 똑같은 호리호리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격조했다는 인사를 나누고, 촬영용으로 대여한 옷을 건넸다. 잠시 후에 수트를 입고 나오는 그가 내 '염장을 지른다'. '어, 내 허리가 30인 줄 알았는데 바지가 좀 크네?' 최근 몇 년새 허리둘레가 나이를 맹추격하고 있는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배에 힘을 넣은 채 그를 핫셀블러드 앞으로 인도하고, 질문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1. 12월 4일 2004 인라이너 송년파티(YEP)를 준비하시는 것으로 압니다. YEP를 열기 시작한 동기와 YEP에 대한 제반 사항들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인라이너 송년파티(Year-End Party)는 올해로 3회를 맞게 됩니다. 이는 인라인 스케이팅의 폭발연도라 불리고 있는 2002년 말에 인라인계 인사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서 저와 문화일보의 김구철 기자가 힘을 합해 마련한 파티입니다. 이 파티는 한국 인라인의 메카(Mecca)인 올림픽공원 내의 올림픽 플라자에서 첫 해엔 약 700명의 참석자와 함께 했고, 작년 2회에는 780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올해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숫자의 인라이너들이 모일 예정입니다.
이 파티에는 대한인라인롤러연맹 관계자, 각 인라인협회 관계자, 엘리트 및 아마추어 선수들, 외국 참가자를 포함한 일반 스케이터들과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됩니다. 업체의 제품 발표도 파티장 한 켠에서 이뤄지며, 국내외 유명 선수들의 팬 사인회도 개최됩니다.
여기서는 인라인 밴드의 연주와 노래를 듣기도 하고, 엽기의상쇼, 요리/조리 경연대회, 장기 및 노래 자랑 등을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많은 경품을 추첨하는 등으로 송년의 들뜬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지나간 해를 돌아보며, 새해의 소망을 빌어보고, 또 인라이너들이 나아갈 바에 대하여 미리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습니다.
2. 99년의 한 인터뷰에서 '인라인스케이트계의 대부'가 되기를 희망하셨는데, 이미 대부로 공인(?)받고 난 다음인 지금의 희망 사항은 어떤 것입니까?
저는 크지 않은 목표를 지니고 사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인간상 가운데 대충 나아갈 방향을 정해 놓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나가는 타입의 소심하고, 쪼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큰 방향만 정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그 과정에 놓일 수 있는 작은 징검다리들이 어떤 것인가를 미리 파악해 놓고, 그 작은 목표들을 달성할 기간을 대략적으로 정하고, 이를 이행하는 식으로 삽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크지 않은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방만한 생활 태도 때문에 그 과정들을 그르치기 때문이지요. 중간 과정에서의 조그만 이룸들이 없는 가운데, 목표의 달성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98년에 본격적으로 인라인 스케이팅을 시작하면서 농담삼아(?) "10년 내에 한국 인라인의 대부로 남고 싶다."고 소망했던 것인데, 나름 대로의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전 생활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인라인 스케이팅에 질릴 때 정도가 되면 MTB를 시작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일을 벌이면서 미리 그 다음을 걱정하는 저로서는 당연한 일인데, 그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인라인 쪽에서 제가 벌인 일이 좀 커진 바람에 그걸 마무리하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그같은 영광스러운 별명을 얻는 것에서만 의의를 찾는다면 모르겠지만, 그에 따르는 의무를 다하려면 결국 처음 예정한 10년을 채워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한인라인롤러연맹의 생활체육 이사로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제가 숙원하던 인라인 강사 제도를 만들어 2년 째에 접어들었는데, 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 제 목표 중 하나가 되었고, 우리 인라인계가 세계 무대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하는 일과 함께 우리의 국산 인라인 장비가 세계를 제패하도록 돕는 것도 제 꿈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앞으로 남은(?) 3년 중에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 평소 인라인스케이트를 얼마나 타십니까?(1주일 기준)
일주일에 항상 세 번 정도를 탑니다. 어떤 때는 그걸로 모자라 일주일 내내 타보자고 했던 것이 18일간을 연속으로 타게되었는데, 그러다 지겹고, 지쳐서 며칠간 인라인을 안 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는 인라인을 안 타면 조바심이 나는 소위 "인라인 중독증"에 걸린 상태입니다. 대략 하루의 스케이팅에서 많이는 90km 정도를 달리고, 적게는 50-60km를 달립니다.
4. 선호하시는 인라인 스타일은 어떤 것입니까?
레이스입니다. 한 때는 인라인 하키에 빠져있었지만, 아이스의 스피드 스케이팅과 비슷한 면이 있는 인라인 레이스 스케이팅에 빠진 이후에는 계속 그걸 고수하고 있습니다.

5. 박사님께서 인라인스케이트에 '미친' 까닭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처음엔 스키에 미친 사람으로서 스키의 비시즌 운동으로 인라인을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인라인 만의 독특한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운동은 계절에 관계 없이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서, 마라톤처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유산소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단거리에서는 무산소 운동으로 바뀌기도 하며, 바퀴를 굴리는 운동이라 뜀뛰기와는 비교가 안 되게 즐거운 운동이 됩니다. 또한 이는 뜀뛰기의 반 정도밖에는 무릎에 오는 충격이 없는 좋은 운동이기도 합니다. 또한 아이스 스케이팅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받으면서, 평지에서 타는 2차원적인 운동인데 비하여, 인라인 스케이팅은 장소의 구애 없이 평지, 오르막, 내리막을 망라하는 3차원적인 운동이며, 피트니스, 어그레시브, 레이스, 오프로드, 프리라이딩, 슬라럼 등 아주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고, 익스트림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것 같습니다.

6. 선호하시는 인라인 코스는 어느 곳인가요?
성내역에서 여의도에 이르는 왕복 36km의 한강 둔치 인라인 마라톤 길과 700m 정도의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둘레입니다.
7. 스포츠로는 스키/스케이트/인라인 스케이트/아이스하키/테니스를 즐기시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 추가된 종목이 있는지요?
추가된 종목은 없고, 오히려 종목이 스키와 인라인 스케이트로 좁혀졌다고 보겠습니다.

8. 인라인 스케이트와 관련해 잊혀지지 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에피소드라고 하긴 좀 이상하지만 열심히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다 보니 제 나름으로는 잊혀지기 힘든, 꽤 의미있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전 인라인 선수 출신도 아니고, 그 방면의 특별한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살로몬 사가 저를 국내 최초의 데몬스트레이터로 선발해 주었고, 스포츠 글라스 메이커인 딥스(Deeps)에서는 제 시그너처 모델(signature model), 즉 프로 모델로 Spark란 스포츠 글라스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미국의 유명 인라인 레이스 부츠 메이커인 시몬즈(Simmons) 사가 Dr. Spark라는 시그너처 모델 부츠를 생산하게 되었고, 얼마 전에는 역시 스포츠 양말 전문 브랜드인 익스트림 게릴라가 Dr. Spark라는 인라인 전용 양말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이런 걸 보며 전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9. 직업도 그렇고 취미도 그렇고 잠시 한눈 팔다가는(?) 금세 뒤쳐지는 분야로 생각됩니다. 삶이 피곤하다는 생각을 해보신 적은 없으신지요?
저처럼 호기심 많은 사람에게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삶이 피곤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몇 년을 가도 변치 않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면 쉽게 권태로워지고, 나태해 질 테지만 제가 속한 IT 분야는 하루가 무섭게 변화하고 있으니 그 변화를 따라가는 즐거움에 시간이 언제 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취미도 그렇지요. 역시 한 가지에 깊이 빠지다 보면 해 놓은 것보다는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걸 추구해 가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이니 그걸 피곤하게 여길 일은 없겠습니다.

10. 다방면에서 활동이 많으신데, 직업과 가정과 취미의 세 꼭지점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시는지요?
제가 가진 직업이 IT업계 중에서도 첨단의 인터넷 분야인데, 취미 생활 중의 대부분이 인터넷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저의 취미인 인라인이나 스키 분야에서 제 홈 페이지가 방문율에 있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거기서 하루 70만 페이지뷰(page view) 정도가 나오므로 이는 페이지뷰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회사에도 도움이 되고, 제 취미생활에도 잘 연결이 되고 있으며, 가족 모두가 저와 같은 취미를 가지고 함께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 세 가지의 균형이 잘 맞고 있다고 봅니다.

11. 취미만 해도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데, 각 취미별로 투여하는 시간을 총계 10의 비율로 구분하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요?
워낙 다양한 호기심 때문에 별 걸 다 해봤습니다만, 그 중 지금도 살리고 있는 것은 사진, 오디오, 자동차, 스키, 인라인, 그리고 글 쓰기 뿐입니다. 대학시절부터 시작한 사진은 정말 일상생활이나 회사 생활 등에서 여러 모로 큰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오디오 취미는 젊은 시절엔 음악이 아니라 오디오 기기에 대한 관심 뿐이었는데, 이제는 음악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바뀌었다는 게 참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동차는 단순한 차에 대한 관심에 그쳤던 것이 스포츠카인 포르쉐를 구입한 이후에 정말 심각하고도 구도적(求道的)인 운전에 대한 자세로 변하더군요. 결국 운전이 겉멋이든 사람들의 장난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아홉 번의 스포츠 드라이빙 스쿨 입교를 통해서 차와 운전을 아는 무사고의 운전자가 되었습니다. 나머지 세 개의 취미는 취미라 할 수 없는 생활 그 자체로 불러야할 것들입니다.
이들 취미를 도저히 투여 시간으로 계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인 것 같습니다. 그걸 혹시 중요도 순으로 정리는 하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글 쓰기, 스키, 인라인, 사진, 자동차, 오디오의 순입니다.

12. PC/스키 관련 서적을 여러 권 내신 것으로 압니다. 인라인 책은 공저로 내셨는데, 앞으로 더 낼 의향은 있으신지요? 있으시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자 하시는지요?
공저한 인라인 관련 책은 인라인 강사를 위한 교육을 하면서 그 교육 과정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일반 인라이너들에게도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작업의 결과입니다. 아직은 다른 인라인 책을 더 출판하겠다는 생각은 못 하고 있습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13. 수필집을 내신 적도 있으신지요? 수필가로서 활동하신 이력도 궁금합니다.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제가 수필가이나 등단만 한 얼치기 수필가라는 것입니다. 만약 수필집을 펴 내고, 수필 잡지에 글을 쓰는 것만이 수필가로서의 활동이라고 하면, 저는 전혀 수필가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수필이라는 것이 생활을 바탕으로 일어난 일들을 솔직담백하게, 꾸밈 없이 글로 정리하는 문학 활동이라고 한다면 저는 당당한 수필가로 살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런 의미에서는 제가 어느 수필가보다도 다양하게, 많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써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출판 수단인 인터넷 출판 방법을 통하여 행해졌기에 책을 통한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왔습니다. 제 홈 페이지에는 그런 글들이 정말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이 올려져 있습니다.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출판 방법으로 활발하게 활동한 것이라 해도 좋겠지요.

14. 인생관을 들려주십시오.
"질긴 놈이 이긴다."는 게 제 인생의 모토입니다. 삶이란 길고도 지루한 여정입니다. 인생이라는 것에 대해 어렴풋하게 알게 된 20대 초반에 저는 "작심삼일"의 구태를 벗지 않는 한 성공적인 삶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에는 한 가지를 시작하면 그에 집착하고, 지겨울 정도로 그걸 물고 늘어지는 삶을 견지해 왔습니다. 저처럼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아 "큰 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세상살기가 비교적 쉬운 편인데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녹록치 않더군요. 하지만 꾸준히, 황소걸음으로 어떤 일을 추구하다 보면 어느 날 그런 작은 꿈들이 제가 원했던 것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발견하는 기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는 뭔가를 시작하면 남들이 질릴 때까지 나는 계속하자는 생각으로 살았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살 예정입니다.

15. 스포츠 외에 좋아하시는 여가 활동이 있으신가요?
위에서 한 번 얘기했던 것처럼 사진, 음악감상, 자동차 운전, 그리고 글 쓰기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동차 운전만 말고는 모두 제가 "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어서 여가 활동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스포츠 카를 운전하지만 저는 그걸 단 한 번도 스포츠라고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걸 여가 활동으로 치부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자동차는 한 사람의 가장 은밀한 사적인 공간이라는 특별성을 가집니다. 실로 혼자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일상을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새로이 발견하는 곳이기도 하며, 차는 변해 가는 많은 것을 압축하여, 보고 느끼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여행은 시간적 여유가 없이는 안 되기 때문에 제게는 그게 진정한 여가 활동인 것 같습니다.

16.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인적자원 관리?라고 표현한다면 박사님께서는 어떤 노하우를 가지고 계십니까?
다양한 일을 하다 보니, 또 이제 장년의 나이가 되고 보니 꽤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일찍이 컴퓨터를 좋아했던 저는 일상화된 DB 중 하나로 오래전부터 PDA를 사용하는데, 그 스케줄러와 전화번호부, 메모 기능 등을 잘 활용하는 편입니다. 사람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의 인맥이 생기는 경우, 그걸 PDA 같은 보조장치의 효율성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17. 롤 모델(role model)이라고 할까요, 박사님을 추종하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박사님이 추종했던, 또 추종하는 인물들이 있다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롤 모델은 많지 않습니다. 단 한 분으로 축약할 수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 분은 대학시절 은사 중의 한 분으로 전에 경희대학교 정경대학장, 대학원장, 그리고 한남대학교 총장을 지내시고, 코리아 헤랄드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시는 이원설 박사님입니다. 그분은 제가 인생에 눈떠가던 20대에 처음으로 만난 "위대한 인간상"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신앙심이 깊으며, 남을 위해 봉사하고, 남들로부터 자기 분야의 실력을 인정 받는 그런 분이었고, 뚜렷한 사회관, 역사관, 그리고 미래관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18. 스스로 '난 체하기'를 불치병적 수준이라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이어서 그러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준비론?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제가 준비의 필요성을 처음으로 느끼게 된 것은 비교적 늦은 시기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 모토 중 하나가 "준비"임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보이스카웃 활동을 하면서 저절로 이런 품성이 몸에 배게 되었는데, 그게 의외로 사회생활에 있어서 아주 큰 도움이 되더군요. 살다 보면 모든 사람에게 거의 비슷한 기회가 주어지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기회를 준비하면서 살아온 사람들만이 잡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런 확신이 생기면서부터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기회가 올 것에 대비한 준비를 하게 되었는데, 그게 결국은 가장 실질적인 목표의 추구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준비하면서 삽니다. 그리고 그게 분명 이뤄질 것에 대한 확신도 가지고 있습니다. 난 체하는 것, 남의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려면 많이 준비해야죠. 아직도 남의 앞에 서려면 꽤 많은 리허설을 합니다.

19. 후배나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입니까?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혹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안 것으로부터입니다. 그 방법은 좋은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가지는 것이고, 그게 제게는 글 쓰기였습니다. 그건 난삽해 지기 쉬운 생각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주고, 자신을 생각하는 바를 잘 드러내 주어 인간 관계의 고리를 만들어 줍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적인 글 쓰기 운동이 전보다 훨씬 성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본격적인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의 수는 적습니다. 물이 많은 장마철에 먹을 물은 오히려 적어지는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은 많아졌으나 제대로 글을 쓰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기서 벗어나려면 교과서적인 문장 작법 공부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글은 그 사람"이라는 말이 있는 걸 생각한다면, 글 쓰기를 배우는 것, 글 가다듬기를 배우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가다듬는 것에 진배없습니다.

20.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목표 설정과 스케줄링에 관한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박사님이 이미 이룬 목표의 사례들과, 현재 접근해가고 있는 목표를 들려주십시오.
저는 범부(凡夫)라 사실 큰 목표를 세워본 일이 없습니다. 생활 가운데 제가 하는 일들을 좀더 잘 해 보고 싶다는 정도가 저의 작은 목표들이었을 뿐입니다. 어찌 보면 저는 목표 없이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저는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일 뿐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남이 안 한 일을 해 보고 싶다는 별난 사람이었는데, 커가면서 보니까 남이 안 한 일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엔 엄청나게 위대한 사람이 많기도 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아서 제가 할 일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자신의 초라함을 한탄한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위대한 분들은 큰 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오히려 저의 미천한 능력으로도 가능한 작은 일들은 남아있더군요. 제가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에 조병화 교수님이 제 글 솜씨를 칭찬해 주신 이래 수필가는 저의 꿈이었는데, 그로부터 21년 후인 92년에 그런 꿈이 이뤄졌습니다. 남들은 '겨우 수필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게 제 생전에 이뤄지지 않을 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이뤄진 꿈 중 하나"가 되었을 때 가지는 기쁨과 보람을 생각한다면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걸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은 얼마나 귀한 것입니까?
나름의 글 솜씨를 발견한 이후에 제가 되고자 했던 것 중 하나가 전문 칼럼니스트였습니다. 제 나이 또래는 컴퓨터와 친하지 않은 세대입니다만, 저는 PC의 0세대라고 할만큼 이른 시기에 컴퓨터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 최초로 제가 해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최초의 PC 칼럼니스트가 그것이었는데, 실제로 저는 최초의 기명 컴퓨터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을 글로만 표현하면 되는 것이니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요. PC 통신이 시대의 조류가 될 것임을 알았을 때 저는 열댓 명 정도되는 최초의 이메일 유저 그룹에 속해 있었고, 최초의 멀티 BBS인 엠팔 BBS를 만들어 서비스했고, 인터넷 시대가 되고 제가 한글과컴퓨터의 개발 상무였던 시절에는 최초의 상업용 검색 시스템인 심마니를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첫 번째의 스키 잡지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저는 최초의 스키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었기에 제가 오래전부터 열심히 했던 운동인 스키에 관해 많은 글을 써서 그걸 잡지사에 보냈고, 그 글들은 "박순백 칼럼"이란 기명 칼럼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저를 스키 칼럼니스트로 불러주는 걸 보면 그런 시도가 공허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인라인 분야는 제가 선도한 분야였기에 역시 같은 일을 했습니다. 제 홈 페이지의 타이틀이 Dr. Spark's Columns인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거긴 저의 컴퓨터, 스키, 인라인 칼럼들로 그득하니까요.
하다 못 해 제가 갖고 싶었던 물건들의 목록을 미리 작성해 놓고 때가 되면 그런 물건을 구입하고 애들처럼 좋아하는 일도 많습니다. 몽블랑 만년필, 니콘 카메라, 까르띠에 시계, 마크 레빈슨 앰프, 웨스트민스터 스피커, 포르쉐 스포츠카 등이 그런 목록에 적혀있었고, 저는 그 목록을 지워나가는 데서 생의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중산층인 제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포르쉐 엠블럼이 붙은 차를 동경하고 그걸 가지게 된 2000년에 돌이켜 보니 그것조차도 이뤄지는데 무려 20년이나 걸린 것이더군요. 겨우 차 한 대인데...
이런 것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겨우?" 혹은 "그런 사소한 걸?"로 치부될 수 있는 것임을 저는 잘 압니다. 하지만 그걸 자기 스스로 이뤄야할 목록 중의 하나로 적어 놓는 사람도 이 세상엔 함께 존재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하찮은 능력과 배경을 생각한다면 그걸 이루는 것만도 버겁다고 미리 겁먹는 그런 사람들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의 무기는 그걸 이루려는 의지와 그걸 끊임없이, 질기게 추구하며, 중간에 나태해지지 않도록 과정과 목표의 스케줄링을 통해서 중간에 시간 점검까지 해 보는 방법인 것입니다.
21. 아직까지도 많은 한국의 기혼남이 별다른 취미나 여가 생활이 없거나, 혹은 취미가 있어도 미혼 시절만큼 즐기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취미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사람의 눈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나름으로 즐기는 것이 꼭 있게 마련이더군요. TV 보는 걸 낙으로 삼는 사람은 그게 취미인 것이고, 생리적인 수면 시간 이외의 잠을 자는 것도 취미일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지 취미 중에 스포츠를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 분들에게는 꼭 어떤 스포츠에라도 취미를 가져 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젊은 시절에야 굳이 건강을 걱정하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 건강을 고려할 나이가 되고, 어느 날 '아, 젊은 시절에 운동을 했었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면 이미 늦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포츠는 취미이기도 하지만 버릇이기 때문에 일찍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서 스포츠다운 스포츠를 즐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혼시절만큼 취미를 즐기지 못 하는 분들이 있다는 말은 흔히 듣는데, 그걸 해결하는 방법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취미를 가족의 취미로 만드는 것입니다.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는 말처럼 자신이 나태해지는 일이 생겨도 그 취미에 뒤늦게 뛰어든 가족의 등쌀에 배기기 힘들어 함께 할 정도가 될 것입니다.
22. 생물학적 연령이 52세지만 정신 연령은 그 절반쯤을 추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5세의 정신 연령을 유지하려고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상 제 정신 연령이 2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94년도에 직장을 IT업계의 한글과컴퓨터 사로 옮긴 것과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당시 22.5세의 평균 연령을 지닌 한컴에서 젊은이들과 생활하면서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해야했고, 또 그들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직장인 드림위즈의 평균 연령은 한컴보다는 높지만 그래도 30세 이하이고, 결국 그런 생활을 지난 10년간 유지해 오다 보니 오히려 지금은 제 고교 및 대학동창들을 만나면 "원 참, 이 아저씨들은..."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결국 20대 중반의 정신 연령 유지는 저의 현실 환경에서 제가 살아남는 법인 것이고, 제가 그걸 부정하면 저는 낙오자가 되기에 그러지 않으려는 것일 뿐이지요.

23. 최근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계시는지요?
스키를 더 잘 타는 것과 운전을 더 잘 하는 것입니다. 68년 이후 계속 스키를 타 왔고, 이젠 어느 정도 스키를 타게 되긴 했지만 로시뇰 사의 데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요즘은 좀더 프로페셔널한 스킹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키를 잘 탄다는 것의 정의가 힘들고, 나아가 "잘 타는 것"의 상한선이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으니 그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운전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잘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운전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24. 박사님 경험상 가장 쉬웠던 일과 가장 어려웠던 일을 들려주십시오.
가장 쉬웠던 일은 나태해 지는 것이었고, 가장 어려웠던 일은 글 잘 쓰기였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이젠 스스로 글을 잘 쓰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으나 지금 만큼 쓰기도 꽤나 어려웠었다는 고백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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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21hee/90003722432 (자일리톨의 블로그)

존경이라는 말은 ....
존경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더 있을지인데..
좀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뭔가가..
직접 뵈었을 땐 정말 저런 대단한 분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지긋한 연세에도 불구하고 열혈 인라이너이시고 스포츠맨이시구나
멋지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송년파티에서 같이 어깨동무하고 사진찍고
악수하고 격려 받았던 이 분을 잡지상에서 보니 어쩐지 다른 느낌이 든다.
이 분의 배경에 놀라운 것보다 이런 능력자)-,.-)가 되기위해 노력하면서도
본인의 즐거움도 최선을 다해 추구하심이 대단하고 부럽고 멋진것이라

* 사진이 약간 쾡~하게 나오신 듯.
but 스타일은 멋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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