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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4 19:33

천진암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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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로 산책

 

어젠 동생네 뭘 전해줄 게 있어서 다시 퇴촌(退村)에 갔습니다. 간 길에 예찬(도예)공방에서 음악을 좀 듣고 마르티스 줄리와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갔습니다. 지난번엔 동생네가 있는 동네인 관음리(觀音里)를 산책했기에 이번엔 천주교 성지인 천진암(天眞菴) 쪽을 향한 천진암로 위쪽으로 갔습니다. 거긴 우산리(牛山里)라 불리는 동네입니다. 관음리를 흐르는 냇물이 우산천(牛山川)인데 그게 우산리에서 발원하여 천진암 계곡을 흐르고 나중에 경안천으로 유입됩니다. 

 

천진암로 바로 옆에 우산천이 흐르고 있기에 그곳의 카페나 음식점, 그리고 캠핑장들은 그 덕을 많이 봅니다. 계곡을 흐르는 냇물의 청량함과 그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촌 주변 산천의 수많은 숲과 나무들로 인해 그곳의 공기는 신선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습기로 인해 심지어는 도로에서 먼지도 날리지 않습니다. 퇴촌은 시골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따뜻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실제의 온도는 다른 곳보다 매우 찹니다. 도심과는 5도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하고, 겨울이 긴 곳이니까요. 그런데 도로에서 조금 산쪽으로 들어간 우산리는 관음리보다도 2도 정도가 더 낮아진다고 합니다. 그게 이 동네가 가진 청량함, 즉 맑고도 서늘함의 이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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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천 건너의 신선계곡캠핑장.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곳 퇴촌면은 팔당 상수원보호구역에 속하기 때문에 축사가 없고, 공장이나 창고 시설들이 없습니다. 요즘 덕소나 양평 등 전형적인 시골풍경을 기대하고 찾아간 곳들을 보면 웬 멋대가리 없는 창고들이 그리 많은지 동네의 미관을 해치고, 큰 트럭 등의 통행도 많습니다. 그런 것들로 인해 시골스럽지 않은 풍경이 펼쳐지니 그에 실망하게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퇴촌은 그런 것들이 없으니 전형적인 고즈넉한 풍경이 보이는 곳이 많습니다. 단 한 가지의 문제가 있다면 근년에 너무 많이 지어진 연립주택형의 가옥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입니다. 살기 좋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 것인지 눈만 돌리면 그런 가옥들 천지입니다. 너무 많이 지어놔서 대부분 분양 중이란 간판이 내걸린 곳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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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천변의 연립주택, 풍경마을. 퇴촌엔 이런 식의 가옥들이 근년에 너무 많이 생겨난 것이 문제이다. 분양이 덜 끝난 연입주택들이 꽤 많았다.
 

어쨌던 관음리에서 우산리쪽으로 걸어가며 보니까 길 주변에 몇 개의 카페들이 보입니다. 기존에 카페로 사용되다가 문을 닫은 곳도 보이긴 하는데 대개는 새로운 카페들이 들어섰습니다. 금요일 오후라서 그런지 카페엔 적지 않은 숫자의 손님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관음리의 관음사는 당연히 카페가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 들러 차를 마실 수 있는 듯합니다. 길가에 "바람 타고 길을 물어"란 쓰인 간판도 아니고 조형물도 아닌 안내판이 보이는데 그 중간에 차(茶)라 쓰여있고, "무엇이 그리 바쁜가, 차 한 잔 하시게나"라고 양옆에 쓰여있습니다. 거긴 커피는 없을 듯하고, 녹차가 기다리고 있을 듯합니다. 바로 그 옆엔 앵자봉, 무갑산, 관산 등 주변산들을 가리키는 등산로 표지도 보입니다. 대한민국의 어디나 그렇듯 여기도 등산하기 좋은 동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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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사로 향하는 길 입구에 서 있는 안내판
 

가다보니 길가에 "걸리버"란 뭔가 앤틱한 간판이 보여서 그 역시 어떤 테마 카페가 아닌가했는데 아니더군요. 호기심에 그 옆의 다리로 향하는 골목에 가서 살펴보니 뭔가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나중에 동생을 만나 들으니 거긴 양평 강상면에 있는 걸리버여행기 카페와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분의 집이자 골동품 창고라고 하더군요. 특별한 분위기를 가진 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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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란 간판만 걸려있고, 영업을 하지 않는 집.
 

거기서 좀 더 올라가니 매우 현대적인 철골구조의 "물러남"이란 브런치 카페가 보입니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이 동네(면)와 관련하여 지었을 것이니 이 물러남은 바로 물러날 퇴(退) 자에서 온 것이고, 그건 지명인 퇴촌(退村)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이씨조선의 개국공신 조영무가 벼슬을 끝내고 물러난 후 정착한 곳이라 하여 퇴촌이란 이름이 생긴 것이니... 그런데 의외인 것은 그게 "회원제 브런치 카페"란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 시골 동네에 무슨 카페를 회원제로 운영을 한단 말입니까? 신기했습니다. 영어로 쓰인 걸 보니 물러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가 조금 특별하게 쓰여있었습니다. "BRUNCH CAFE · WITH-DRAWING"이라 쓰여있습니다. 그걸 보고서야 '아, 이 카페가 "물러남"의 의미와 "그림과 함께"란 중의(重義)적인 표현을 하고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말하자면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공동체로 운영하는 브런치 카페인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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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로변의 카페 "물러남". 물러날 퇴(退) 퇴촌의 의미를 담은 회원제 카페이다. 근데 마케팅 방법이 별로라 수정함이 좋겠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여긴 그림 그리는 사람들만 회원으로 받는 곳이 아니고, 회원제이니 만큼 회비가 있는데 그게 10만 원이고 회원자격이 1년간 유지되며, 그 회비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만큼 차감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연회비가 10만 원인 회원제이고 회원이 되면 사전 예약 서비스나 이용시간 연장, 모임방 제공, 특별 문화행사 초청 등의 몇 가지의 혜택이 있답니다. 그런데, 비회원인 일회원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데 건물은 물론 부근 길가에 회원제를 강조하는 광고물들이  있다보니 누구라도 거긴 함부로 들어갈 곳이 아니란 인상을 주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카페는 들어오려는 손님들을 의도치 않게 많이 쫓아냈을 듯합니다. 홍보전략을 바꿔야할 듯합니다. 일단 회원제에 관한 홍보를 카페 바깥에다 하지 말고, 카페 내부에 써놓고 원하는 사람들이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회비를 차감할 때도 그 금액을 110%로 쓸 수 있게 해준다든가하면 더 낫겠지요. 그리고 WITH-DRAWING(그림과 함께)은 WITHDRAWING(물러남)으로 옳게 적어줘야할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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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페의 건너편 산 중턱엔 웬 교회가 들어서 있습니다. 길에서는 흰 십자가와 교회당 일부만 보입니다. '누가 저 위에 있는 교회를 갈까?'하는 생각이 들 만큼 사람도 살지 않는 길가에서 한참 올라간 곳에 덩그라니 교회 하나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퇴촌은 풍수지리를 아는 사람들에게 "매우 기가 센 지역"이란 소리를 듣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불교, 기독교, 천주교, 여호와의 증인, 미신 굿당 등 거의 모든 종교 시설들이 빠짐 없이 이 지역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종교 시설들이 들어서는 이유 중에는 이 지역이 "치유"와 관련된 효험이 많다는 것이랍니다. 병이 난 사람들이 이 지역에 살면 병이 낫는다는 소문이 돌아서 단순한 치료 목적으로 이 지역에 와서 살기도 하고, 병을 치유하고 떠나기도 한다는 겁니다. 물맑고, 공기좋고, 산의 정기를 함뿍 느낄 수 있는 곳이니 여기 오면 마음도 평안해 지고, 좋은 환경에서 산책도 할 수 있으니 어떤 병에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하여간 어제도 퇴촌의 여기저기를 걸으며 이젠 도시를 떠나 그런 곳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산책을 많이 하여 피곤해서인지 줄리는 돌아오는 길에 조수석에서 콜콜 자고 있었습니다.^^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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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뚱딴지꽃이 피어있다. 뚱딴지는 돼지감자이다. 당뇨병, 타박상, 변비 예방에 좋다는 돼지감자가 이처럼 아름다운 꽃도 피워주니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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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뚱딴지꽃이 있는 곳 부근의 노란색 벽을 지닌 주택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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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화단에서 김장배추가 자라고 있다. 이젠 김장을 해도 될 만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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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마자(蓖麻子) 기름을 짜는 아주까리 풀이 마치 나무처럼 크게 자라있다. 2.5m 이상의 크기로 자라나 있기에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지금껏 키낮은 것들만 봤는데 이게 잘 크면 3m까지도 자라는 식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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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철망담에 열린 콩이 수확할 만큼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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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스티퍼란 카페가 있었는데 특허를 받은 커피추출도구인 핀스티퍼로 드립커피를 만든다고 한다. 아래는 카페 내의 벽에 쓰여있는 핀스티퍼에 관한 내용.


핀스티퍼 추출도구란?
드립커피는 물의 낙차 즉 주전자를 통해서 물줄기를 커피가루에 부어 물의 에너지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점드림에서 푸어오버식까지 바리스타의 숙련도에 따라 맛의 수준이 결정됩니다.
핀스티퍼 드랍추출 도구는 분쇄된 커피분말 안으로 여러 개의 파이프 핀을 원두에 직접 꽂아 낙하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정밀한 압력제어로 미량의 물을 커피분말 사이로 침투 여과시켜 그 어떤 숙련자보다 안정적으로 추출하므로 커피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성을 부드럽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문 바리스타를 통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수준의 드립커피를 경험할 수 없었지만 핀스티퍼 추출도구는 맛의 편차를 줄이고 일정한 수준의 맛있는 커피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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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로 주변의 업소들과 주변의 산들을 안내하는 등산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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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리 관음사로 오르는 길목의 음식점 화단에 핀 다알리아이다. 지금껏 다알리아는 무조건 겹꽃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이건 아니었다. 그래서 줄기와 잎을 여러번 관찰했는데 분명 다알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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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인 줄 알았던 걸리버 내부. 간판만 있고 문은 닫혀있어서 산길로 향하는 길에서 내려다 본 내부 모습. 나중에 들으니 양평 강상면의 걸리버여행기 카페와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분의 집이자 창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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