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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날 퇴촌 관음리를 한 바퀴 돌다.

 

퇴촌(退村)의 관음리(觀音里)는 도예가인 동생이 사는 곳이다. 오래전에 물맑고 산 좋은 그곳으로 이사하여 멋진 전원주택과 한 때 교회였던 건물을 구입하여 그걸 공방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그 공방(예찬공방)이 역시 도예가인 조카들이 주인이 됐다. 그런 연유로 난 가끔 퇴촌에 가곤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도시보다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을 지닌 동네를 좋아하게 된다. 이번 추석날 그곳에 간 길에 우리 마르티스 줄리와 함께 온동네를 돌아다녀봤다. 그간은 동생네 집에만 갔었지 그 동네를 돌아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1923년) 이 동네는 관음동(觀音洞), 도장동(都長洞), 절골(寺谷)의 세 마을을 통합하여 관음동으로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의 퇴촌면 관음리가 된 것이라 한다. 대개는 동네를 의미하는 리(里)가 동(洞)으로 승격(?)되는데, 여긴 거꾸로 간 것이다. 사실 "동네"는 동리이고, 그걸 "洞里"로 표기하니 그게 그거인 셈이다. 그리고 동네는 원래 한자 동내(洞內)에서 시작하여 정착한 말이다. 

 

퇴촌이란 이름은 조선시대의 장군으로 우의정, 영의정을 지낸 조영무(趙英茂) 선생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선죽교에서 고려말의 충신 정몽주(鄭夢周)를 살해하고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한 사람이다.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의 편에서 1등공신의 공을 세웠는데, 그 공의 일부는 정도전(鄭道傳)을 죽인 것이다. 피로써 벼슬을 한 사람이다. 그 후에도 수많은 공을 세우고, 수많은 물의를 일으켜 큰 벼슬을 하기도 하고 유배 당하기도 했는데, 무사히 그 시절을 보내고 결국 경기도 광주의 동촌(東村)으로 물러나 살았다. "동촌으로 물러났다."는 의미로 호(號)가 퇴촌이 된 것이다. 전엔 그 일대가 동촌으로 불렸고, 지금도 광동리(光東里)가 있다. 조영무의 묘는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광동2리 산 16"에 위치한다. 마을의 역사를 새로 쓴 사람이다. 심지어는 사후 조영무에게 임금이 내린 시호가 충무공(忠武公)이다. 이는 무관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시호로서 조선시대에 9명 만이 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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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 무갑산, 앵자봉 등으로 향하는 등산로 입구이기도 한 관음리.
 

어쨌든 그 퇴촌이다. 지금도 시골냄새가 폴폴 나는 곳이다. 조선시대엔 지금의 신당동에 있던 시구문(屍口門)이나 이화동 쪽 동대문만 벗어나도 호랑이에게 물려죽는 호환(虎患)을 당했다는데, 당시의 동촌은 정말 시골 중에도 첩첩산골 시골이었을 것이다. 부근의 관산, 우산, 무갑산, 국사봉, 앵자봉 등 수많은 산들이 있는데, 광동리와 관음리 등은 비교적 평평한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몰려사는 곳이다.  관음리에 대해 상기한 행정 개편 이전의 관음동, 도장동, 절골의 이름으로 추측할 때 이곳에 관음보살을 모시고, 도를 닦는 절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관음사란 조계종의 사찰이 하나 있기는 한데, 이의 역사가 일천하다. 1995년에 관산 아래 절골에 중창한 청정도량(淸淨水月道場)이다.

 

관음리 앞의 국도가 천주교의 성지 중 하나인 천진암(天眞菴)이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원래 이곳에 있던 절이 천진암인데, 조선시대에 이곳으로 피신해 온 초기 천주교인들을 스님들이 보살펴 주었다. 그 때문에 많은 스님들이 희생되었는데, 이제 암자는 터만 남았고, 그 터에 천주교의 성당이 세워지는 등 성역화되고 있다. 역시 종교는 사랑을 기초로 한다. 한 종교가 다른 종교를 세운 셈인데, 불교마저도 초기엔 이차돈(異次頓)을 비롯한 수많은 스님들의 순교를 토대로 번성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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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형태의 마치 스위스의 샬레를 연상시키는 전원주택들도 몇 채 보였다. 멋지다.
 

관음리는 앵자봉(鶯子峰)에서 발원하여 우산리(牛山里)와 관음리를 관통하는 개천인 우산천(牛山川)이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꽤 널찍한 개천이다. 상류엔 물이 적으나 관음리의 끝부분에서는 수량도 적지 않다.(비가 올 때 관음교의 양편에서 상하류를 바라보는 재미도 있다.) 관음리엔 근년에 지어진 수많은 빌라형 주택들이 많다. 그리고 개중엔 단독으로 지어진 별장형의 건물도 보인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좋은 양평보다도 지가가 더 비싼 곳이다. 당연히 많은 주택들 부근에 텃밭이 보이는 매우 인간미 넘치는 동네 풍경이 연출된다. 많은 주택들이 있다보니 수많은 차들을 보게 되는데, 아파트가 없는 그곳에서는 집안의 주차장들도 보이지만 밖에 차를 세우는 경우도 많은데 의외로 독일 3사의 차는 물론 레인지 로버 같은 좋은 외제차들도 많았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당연히 포르쉐의 타이칸(Porsche Taycan) 4S였다.(사실 난 전기차보다는 기존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를 더 좋아한다. 스포츠카는 포효하는 맛이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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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리에서 본 포르쉐 타이칸 4S. 여긴 의외로 좋은 차들이 많이 보였다. 여러 대의 랜드 로버의 럭셔리 SUV들도 보였고...

 

부근에 높고 낮은 산들이 많아서 건강을 위해 숲길을 산책하거나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가 좋다. 아주 가까이에 멋지게 정비된 관산숲길도 있다. 그리고 퇴촌 주변엔 자전거 라이더들에게 유명한 라이딩 코스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그곳의 맑은 공기를 맡으며, 온화한 풍경을 보는 것 만으로도 건강해 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산에 둘러싸여 겨울이 긴 동네이다. 도시보다 평균적으로 몇 도가 낮다고 한다. 그러니 청량할 수밖에 없고, 새벽안개가 동네를 휘감아 한국화 같은 풍경을 만들 수밖에 없다. 가수 송창식 씨가 그랬던 것처럼 이런 곳으로 이사 와 살자니 가족들 중 아들이 반대한다. 도시 가까이 살잔다. 전에 내가 그랬는데, 역시 젊은 친구들은 도시를 좋아하는 듯하다. 굳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좋은 지금은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고, 집사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될 퇴촌이나 양평, 혹은 가까운 구리나 덕소 정도에 있는 주택에 살고 싶은 생각이 든다.(작년부터 덕소/도곡리에 자주 가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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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대로 옆 보행자도로를 걷기 싫고, 자연을 흉내낸 공원보다는 공원이 없는 대신 마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공원인 시골동네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산책을 하고 싶다. 이곳에서도 맘만 먹으면 주변의 아름다운 카페를 방문하여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아름다운 산천에 둘러싸인 동네를 한가로이 걸을 수 있으니 더 바랄 것도 없다. 스키장은 멀지 않은 지산리조트나 곤지암리조트, 혹은 비발디파크로 가면 되겠고, 홍천, 인제를 거쳐 옛길로 강원도에 갈 때도 편한 곳이다. 

 

갈수록 자연이 좋아진다. 특히 동생네 들를 때마다 원하는 음악을 맘껏 음량을 높여 감상할 수 있는 것이 미치도록 부럽다. 굳이 좋은 오디오 시스템이 아니라고 해도 그 소릴 제대로 내줄 수 있는, 적당한 음량으로 들어도 누가 뭐라지 않는 공간을 제공하는 그 환경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집 18층 아파트에서 천호동을 내려다 보는 것도 괜찮았는데 이젠 동창의 왼쪽에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중이고, 오른쪽엔 이미 더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있다. 그 좋던 시야가 막히는 것도 영 맘에 들지 않다보니 시골풍경이 그리워지는 듯하다.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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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촌 관음리를 통과하는 우산천의 모습을 토이 카메라(toy camera) 모드로 찍었다. 더 앞에 작은 둑같은 게 있고, 거기 생태보호를 위한 계단식 어도(魚道), 즉 물고기가 오르내리는 길을 만들어놓았다.


이 개천에서는 비가 올 때 꽤 큰 물고기도 잡힌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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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멋졌다. 중간 물길 위에 미군들이 사용하는 천공 강철판(US Military Airfield Pierced Steel Planking, Marston Mat) 비슷한 걸 깔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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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리의 한 카페. 딥 포레(Deep Fore) 야외의 나무데크에 놓인 테이블과 노란 의자가 사랑스러웠다. 자작나무를 심은 것도 센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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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가의 야생 국화,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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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교에서 올려다 본 우산천. 중간에 어도가 보인다. 낮은 시멘트 댐 중간에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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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교 - 관음리로 차가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다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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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뒤로 보이는 주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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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 쪽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천. 이 천은 곧 우산천과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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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족들이 물놀이와 밤 줍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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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까리가 잘 익어가고 있는 계절,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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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 코스모스가 담장을 넘어 늘어져있는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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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천의 낮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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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천의 멋진 천공 강판 다리 위에서 포즈를 잡은 우리 마르티스 줄리(Ju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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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택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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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오이와 같아서 고과(苦瓜, bitter melon)로 불리는 여주가 열렸다.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기능식품) 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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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 꽤 실하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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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리 길가에 동네책방 "서행구간"이 있다. 보니까 책을 비치해 놓고, 그걸 읽을 수 있게 한 카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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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리의 카페, 히스 가든(His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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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촌목수란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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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카페의 이름은 딥 포레(Deep For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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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촌목수가 만든 카페, 딥 포레이다. 딥 포레는 영어와 스페인어의 조합. 대개 "심층 예측"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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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목수가 운영하는 카페라서 원목가구 등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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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 데크의 테이블과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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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 하이볼도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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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저 집 동태찌개의 맛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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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가 선정한 색깔이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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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소. 관음리 앞 도로는 천진암로이다. 이 길로 계속 가면 천주교 성지 천진암이 나온다. 이 집이 가수 이동원이 퇴촌하여 짓고, 만년에 노래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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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를 든 사람이 보인다. 누구의 뒷모습일까? 향수를 부른 가수 이동원이다. 70세로 별세하기 전에 관음리로 들어와 이 건물을 짓고 여기서 노래했었다. 그가 떠난 후 이 건물은 "윤주가"란 카페형 술집으로 변모했다. 천진암로 큰 길 옆의 이 건물 옆을 지날 때마다 그를 기억한다. 그의 삶에서 마약이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다.

https://youtu.be/h8V3bm8io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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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수 이동원은 하늘로 떠나고 이 건물은 "윤주가"란 카페형 술집이 되었다. 전엔 이 건물의 벽면에 이동원의 커다란 사진이 도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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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건물이다. 전에 카페로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문을 닫았다.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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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로 주변의 시골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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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를 산책하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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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가에 이렇게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어서 놀랐는데, 여긴 크린 하우스라는 쓰레기 보관소란다. 길가가 아닌 조금 들어간 곳에 이런 시설이 있었더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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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산은 6km 정도ㅇ, 무갑산과 앵자봉 등은 10여 km 정도 떨어져 있다. 세 산 모두 등산을 해 본 산들인데 정말 등산하기 좋은, 숲의 향기가 좋은 깊은 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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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에서 20m 정도 들어온 우산천변의 사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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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천 건너에 보이는 빌라형 건축물들. 모두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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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우산천. 꽤 넓은 개천이다. 저 아래 또다른 계단식 어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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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뉴스가 배너로 걸리기도 한다. 이 집은 정말 경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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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교습소의 이름이 아름답다. "봄의 피아노" 교습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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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핀 흰 야생국화,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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