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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8 14:24

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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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
 

오래 전 내가 경희대에서 일할 때 당시의 조영식 총장/학원장(경희대 설립자)께서 쓰신 영문 소책자의 제목이면서 1981년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IAUP)의 3년차 총회(코스타리카 산호세)의 기조연설 제목이기도 하다. 원래 "평화(平和)는 개선(凱旋)보다 귀하다"라는 한글 제목으로 쓰인 글을 영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난 당시 조 총장님을 위해 영문 correspondence를 담당하고 있었다. 전세계 2천여 명의 IAUP 회원들(모두 대학총학장들)과 주고받는 영문 서신 작성은 물론 룩스 문디(Lux Mundi)란 IAUP의 영문 기관지(bi-annual magazine) 편집인 역할까지 했다. 이 국문 연설의 초안을 가지고 당시 경희대 정경대의 김관봉 교수와 영문과의 케빈 오룩(Kevin O'Rouke) 교수, 그리고 내가 함께 나눠서 번역을 했다.(사실 영문 초안 번역은 나와 김관봉 교수가 하고 케빈 오룩 교수는 감수만 했다.) 영문 제목은 국문 원고가 처음 나왔을 때 총장님과 둘이서 먼저 상의를 했는데 내가 이렇게 제안한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을 비롯, 조 총장님의 저서 "인류사회의 재건(Reconstruction of the Human Society)"이나 "오토피아(Oughtopia)" 등 몇 권의 저서가 당시 유엔 평화의 날(UN Day of Peace / 매년 9월 세 째주 화요일)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이론의 근간이 되었다.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는 소책자의 영어 제목을 지을 때 내가 "개선(凱旋)"이 뭔가를 적당히(?) 알기는 했지만 이를 대치할 적당한 영어 단어를 찾지 못 했다. 그래서 총장님께 여쭸었다. "개선의 정확한 뜻을 알아야 번역을 하겠는데요?"하고 여쭈니 "아니 그게 이기고 돌아온 거지 뭐냐? '승리'라고 생각하면 돼."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럼 victory인가요?"라고 다시 여쭈니 "그건데 좀 더 멋진 말 없을까?"라고 하셨다. 그래서 같은 의미를 지닌 말로 내가 좋아하는 영국제 클래식 오토바이 브랜드인 트라이엄프(triumph)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기고 돌아온다"는 숙어는 고교시절에 "Return in Triumph"로 외운 일이 있지 않은가? "a triumphant return"도 동일한 의미이다. "귀하다"는 말은 개선처럼 강한 단어보다는 좀 여린 걸로 찾았다. 그래서 그게 precious로 대체된 것이다. "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란 제목의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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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같은 문구의 배너를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시범단의 공연 영상을 통해 유튜브에서 보게 되니 감개무량하다. 경희대는 당시 국내 최초로 태권도학과를 제2캠퍼스인 경희대 수원캠퍼스(현재는 국제캠퍼스)에 개설했다. 그리고 태권도는 우리의 국기처럼 성장해 나갔다.

 

조영식 학원장의 장남 조정원 박사는 그간에 세계태권도연맹의 총재가 되었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이 되고 우리의 금메달 밭이 되었다. 그리고 태권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격투기 종목으로 성장했다.

 

그 태권도는 이제 이런 공연 작품의 기능까지 하게 됐다. 대단한 발전이다. 거기 태권도를 대학의 전공 과목이 되게 한 부친의 뜻을 담아 저 문구를 세계인들에게 선보인 아들은 참 효자란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유튜브의 동영상 하나를 보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캡춰한 장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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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한글로는 원제인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로 번역되어야할 말인데, Peace is more precious than triumph를 있는 그대로 한글로 번역하니 그게 "평화는 승리보다 더 소중하다"로 변한 것이다. 내가 좀 연한 말 precious를 택한 결과가 "소중하다"로 번역된 것.^^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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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will, cooperation, and Service / GCS - 이 단어는 조 총장님이 펼친 Global Cooperation Society 운동의 정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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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이 되기는 했지만 한 때 올림픽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했었다. 발차기 위주의 격투기가 영 재미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조정원 총재는 심사규정이나 방호구의 변경 등을 통해 기존에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며 이 위기를 잘 극복했다. 자신의 임기 동안 태권도를 축출하지 않은 고 자크 로게(Jacques Rogge) IOC 위원장(2001~2013)의 공이 크다는 것도 지적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왜 유독 자크 로게 위원장이 태권도에 대한 특혜를 준 것일까? 자크 로게 위원장은 벨지움의 요트 선수 출신이다. 최초의 선수 출신 위원장으로서 그는 약물퇴치운동과 뇌물근절운동을 통해 올림픽을 클린 스포츠로 만드는데 앞장섰다. 그는 1425년에 설립된 벨지움의 캐톨릭 루벵대(Katholieke Universiteit Leuven) 출신으로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가 다닌 이 대학의 선배이다. 가까운 후배의 고민을 모른 척할 선배가 있을까?^^ 스포츠도 깊게 들어가면 정치다.

이젠 한국의 태권도가 무조건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보다 더 태권도를 사랑하고 더 태권도를 잘 하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들이 우리보다 더 많은 금메달을 따야 비로소 우리의 국기 태권도가 진정한 세계적인 스포츠의 반열에 올라선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조정원 총재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걸 보니 그분이 매우 자랑스럽다. 내가 경희대에 있는 동안 동생처럼 잘 대해주셨던 것에 대해 항상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한다. 

 

 

[현장에서]“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80514000387

 

[조정원 총재의 일성(一聲)] ‘평화는 개선보다 귀하다’
http://m.sportsworldi.com/view/20201021508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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