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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2021.11.24 15:36

메리노울의 위력

조회 수 1910 좋아요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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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노울로 만들어진 아웃도어 의류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저도 백패킹을 시작하면서 유튜버들의 소개로 메리노울을 알게 되었는데, 맨 처음 관심 갖게 된 제품은 미국 스마트울사의 메리노울 양말이었습니다. 이때 주목했던 기능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특징이었죠. 그래서 작년에 본격적으로 백패킹을 시작할 때쯤 구매하려고 했는데 스마트울의 등산용 양말은 모두 품절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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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지난해 가을.

종로5가 "에이스아웃도어" 등산용품 매장에서 룬닥스사의 등산바지 마케프로팬츠를 구매했는데, 그때 미국 위그암사의 메리노울 양말을 함께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사용해보니 정말 냄새가 거의 나지 않더군요.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이 메리노울 제품에 대해 나름 탐구를 하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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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sansuyuram.com/board/view?id=rev_wear&seq=175

 

이에 전문적인 정보를 고윈클럽을 운영하시는 박영준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면서 얻게 되었습니다. 박테리아가 살 수 없는 천연의 원사구조를 갖는 메리노울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만해도 저의 메리노울에 대한 인식은 양말에 국한된 호기심 수준이었습니다.

 

이후 백패킹과 등산을 자주하게 되면서 땀이 옷가지와 모자의 냄새가 점점 역하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아내는 늙어서 그래!'라고 치부하는데…. 하여튼 남사스런 얘기지만이른바 쉰내가 중후해진 것이죠특히 저는 머리와 배둘레햄 그리고 엉덩이부분에서 상당한 양의 땀이 나옵니다여러 브랜드의 등산복들이 있고 나름 속건기능이 있지만 경험한 매한가지로 땀냄새는 극복하기 힘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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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서 이런 현상이 심해지는데백패킹을 때는 보통 오후에 산을 타므로 젖은 옷들을 사진처럼 텐트안에서 수납망에 걸쳐 말리지만밤에 온도차로 인한 결로로 텐트 안이 습해져서 이게 마르지가 않습니다그리고 아침에는 냄새가 숙성되어 청국장이 되곤 하죠그래서 비닐지퍼백을 가지고 다니면서 빨래거리로 담아옵니다근데 집에 와서 이를 펼치면 냄새가 정말 크헉빨래를 담당하시는 아내님께 진심으로 죄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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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스웨덴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룬닥스코리아 공식홈페이지 산수유람에서 나온 메리노울 반팔 티셔츠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사실 울(wool)하면 겨울 옷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양털의 모습이 그런 이미지를 주고실제 울제품은 추울 때 입어 왔죠그런데 여름에 입는 반팔 티셔츠가 울제품이라니… 과연 이게 시원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더군요. 하지만땀냄새로 고민하던 차였으므로, 그냥 속는 셈치고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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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노울 반팔 티셔츠의 첫 느낌은 촉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러웠습니다.

또한천재질이 얇아 우려했던 더운 느낌은 없었습니다짱짱한 나일론이나 뽀송한 면티보다는 보슬한 것이 좀 성기듯이 직조되어 있어 다소 약해 보인다는 인상이었죠그리고 맨살에 입어보니 약간 까슬한 느낌이 왔습니다깨끗한 면티를 입었을 때 뽀송하고 매끄러운 감촉에 비해 이질적인 촉감이었지만실제 산행할 때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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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메리노울 반팔 티셔츠의 진가는 본격적으로 산행을 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지난 늦여름 춘천의 삼악산에 갔을 때 이 반팔티를 입고 올라갔는데 여느 때처럼 배둘레햄과 허리 엉덩이에 땀이 비옷듯이 쏟아졌습니다딴 때 같으면 스믈스믈 땀냄새가 숙성돼서 풍겨올 텐데맡아보니 이전에 풍성했던 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것입니다뭐랄까… 오히려 소독한 화학섬유 냄새 같은 게그렇다고 기분 나쁘지 않은 그런 냄새만 조금 나더군요즉 박테리아가 증식하면서 내뿜는 역한 노폐물 냄새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배낭에 대충 싸서 가져와 빨래를 하기 전에도 냄새를 맡아보니 그때까지도 쉰내가 전혀 나질 않았습니다무엇보다 아내가 더 신기해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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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 여름을 보내고 가을채비를 할 때쯤. 강원도 고성의 운봉산으로 백패킹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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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전봇대 뒷편 앞산이 운봉산)

 

운봉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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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해질 무렵 운봉산에서 바라본 설악산 전경)

 

외설악의 전경과 울산바위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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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바다와 인접해 있어 멋진 일출을 감상할 수 있는 백패커들의 유명박지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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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날씨가 상당히 더워 올라갈 때 메리노울 반팔티만 착용했습니다. 정상에 올라가니 짜면 물이 나올 정도로 반팔티가 땀에 흠뻑 젖었습니다. 이내 쉘터에 널어 설악산 자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말렸는데 금방 마르더군요. 냄새를 맡아보니 역시 쉰내가 나질 않았습니다. 오히려 빨래한 것처럼 뽀송해졌어요. 다음날 아침 철수할 때는 메리노울 반팔티를 그대로 입고 그 위에 스노우피크 반팔셔츠를 걸치고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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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계기로 저는 메리노울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관련 리뷰들을 보고 메리노울 긴팔티셔츠(기머 메리노 LT 1/2 )도 사게 되었고, 지난 11월초 용마산에 갔을 때 낮에 기온이 올라가 입던 겉옷과 베이스레이어를 벗고 이 긴팔티만 맨몸에 갈아 입고 내려왔는데, 보온도 되면서 냄새 나지 않는 기능성을 재차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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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므로, 겨울채비를 하기 위해 메리노울로 만들어진 비니도 구입을 했습니다.

메리노울의 위력에 제 지갑이 굴복을 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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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해를 돕고자 제 아내와 둘째 아들을 모델로 비니 착용 모습을 찍어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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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산수유람의 제공으로 메리노울 자켓(울토 메리노 풀 짚)을 필드테스트 하게 되었습니다.

이 메리노울 자켓은 겨울용 미들웨어로서 또는 늦가을과 초겨울 쌀쌀한 날씨에 소프트쉘처럼 단독으로 착용해도 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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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은 얇게 기모로 처리되어 있어 보온력을 높였습니다. 반면 바깥쪽은 조밀하게 직조되어 앞서 반팔티와 긴팔티에 비해 매끈한 느낌이고 두께도 두껍습니다. 따라서 꽤 무겁게 느껴집니다. 대략 500g이 조금 넘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아크테릭스의 아톰LT나 파타고니아의 나노퍼프 패딩에 비하면 다소 무거운 측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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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옷은 그런 패딩류보다는 플리스자켓과 가까운 느낌이어서 땀배출에 유리하며, 쌀쌀한 날씨에, 산행 초반부에 착용하고 등반을 하면서 중간에 땀이 날 때쯤 벗어 배낭에 매고 있다가, 정상부에서 기온이 떨어질 때쯤 다시 걸쳐 입고 산행을 지속하는데 아주 유용했습니다. 베이스레이어에 땀이 배이더라도 습기를 내보내면서 동시에 보온을 해주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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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긴 목부분은 지퍼를 끝까지 올릴 경우 버프 같은 목도리 역할을 해주어 방한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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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오른쪽 지퍼 안쪽 부분에 이렇게 단을 덧대어 지퍼를 올릴 때 목젖이나 폴라형태의 베이스레이어가 씹히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지퍼를 덮는 홀이 있어 지퍼가 걸리적 거리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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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팔소매부분의 절개된 훅에 엄지손가락을 끼면 손등을 덮어주어 따뜻함을 제공해주고, 아우터레이어나 장갑 착용시 소매가 올라가는 걸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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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주머니에도 지퍼가 달려 있어 소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주머니 안쪽에도 장갑이나 버프 등을 수납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사진상의 메리노울 풀짚 자켓은 3주동안 세탁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주말에 입고 등산도 했고 평상시 집에서 저녁에 으스스 할 때 또 마실 나갈 때마다 평상복으로 자주 걸쳐 입었습니다. 이정도면 보통 옷들은 쩐내와 쉰내가 장난이 아니죠. 아무튼 모델을 해준 큰아들이 입기 전에 세탁 안한지 3주 됐다는 얘기를 했더니 움찔하더군요. 근데 냄새를 맡아보고는 흔쾌히 작업에 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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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sansuyuram.com/board/?id=all_review (룬닥스코리아 산수유람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던 점은 사이즈 선택이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보통 와이셔츠나 일반 면티를 105사이즈(XL)로 입습니다. 슬림핏의 경우는 간혹 110을 입기도 합니다. 근데 룬닥스 제품의 사이즈 규격은 모델마다 약간씩 차이가 나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품 모델마다 사이즈조견표가 신체 치수로 나와 있어요. 그리고 그 치수부위도 같은 상의라 할지라도 모델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좀 복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평상시 입는 XL가 그 XL가 아니더군요. 물론 상품소개에 한국 사이즈로 변환해서 설명을 해놓았습니다만, 이것도 범위로 표현되어 있어 판단시 조금 애매모호 했습니다.

 

맨처음 반팔티를 구입할 때 XL로 주문했는데 좀 컸습니다. 하지만 반팔이라서 편하게 입는데 무리는 없더군요. 이를 경험으로 저의 경우 룬닥스 상의는 L사이즈가 맞을 거라는 생각이 자리매김을 했죠. 그래서 풀짚 자켓은 L사이즈로 받았는데, 이건 너무 큰 거예요. 제가 팔다리가 긴 편인데도 불구하고 팔소매가 손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팔뚝부분과 전체적인 품도 헐렁할 정도로 컸습니다. 도저히 이를 입고 후기를 쓰는 건 아닐 거 같아 번거롭고 미안했지만 M으로 교체를 했고, 입어보니 이건 너무 정확하게 맞는 겁니다. 다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 같은 배둘레햄으로 배부분이 약간 라인이 드러날 정도만 빼고는 딱맞춤이었습니다. 좀 의아하고 난해했던 점은 L M의 격차가 크게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이보다 얇은 기머 메리노울 1/2 짚티를 제가 추가 구매를 할 때는 줄자도 사서 재보면서 나름 사전에 가늠해보았는데(두 번 실수하긴 싫었으므로), 사이즈조건표의 신체부위가 앞서 짚업티와 조금씩 달라서 L M 사이에서 한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그때 해결했던 방법은 홈페이지 우측 하단에 팝업으로 뜬 1:1채팅 문의였습니다이를 통해 담당자분에게 저의 사이즈와 룬닥스 착용 경험담을 상세히 말씀드렸더니 M으로 적극 추천하시더군요결국 받아보고 입어봤는데 아주 자연스럽게 잘 맞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매장에서 입어보고 정하는 게 제일 정확하겠죠하지만부득이 인터넷으로 구매한다면 본인이 즐겨 입는 사이즈 규격과기존 사용중인 룬닥스 제품이 있다면 그 규격을 갖고 1:1 채팅창을 통해 문의하는 것이 다소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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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쓴 책 공간의 미래에서 읽은 말이 생각이 납니다.

한 사회가 문화수준이 높아지면 소리에 민감해지고, 이보다 더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면 냄새에 민감 해진다는 것이죠. 서양 선진국들이 왜 메리노울을 활용해 고급의류를 만드는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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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노울 의류가 내구성 등 단점도 느껴지지만, 일단 냄새를 탁월하게 잡아주는 점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점입니다. 유달리 땀이 많이 나고, 나이 때문인지 역한 냄새가 심해지는 지금의 내 모습그래서 좀 서글퍼지는 현실에서사람마다 체취와 땀냄새의 차이는 있겠으나, 아무튼 저에게 이 메리노울 제품은 매력을 넘어 위력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Comment '3'
  • ?
    산신령 2021.11.24 21:03

    메리노울 제품은 아웃도어 및 오프의 파우더 스킹과 백칸트리 스킹에선 절대 강자지요.

    이렇게 메리노울을 잘 설명하시는 글을 보니 반갑네요. 

     

  • profile
    Dr.Spark 2021.11.26 17:48

    메리노 울, 좋지요. 특히 영원무역이 수입하는 스마트울의 경우 그 성능을 극대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전부터 그 제품들 여러 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아래는 2018년의 관련 기사. 스마트울의 장점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https://www.itnk.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04

  • ?
    맹수 2021.11.30 20:49

    스마트울 메리노울 양말에는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등산용은 모델명에 PhD가 들어가 있는 것이 쿠션 등 좋다고 하는군요.

    전 맨처음 살 때 그걸 모르고 구입했는데, 얇은 도시용 양말이었어요. 그래서 그건 텐트 안에서 쉴 때 사용하곤 했죠.

    스마트울 뿐만아니라 위그암, 단더프 브랜드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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