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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람
2014.01.15 12:07

2014년 새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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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에는…

 


새벽 바다에 나가야만 아침 해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새벽 산정을 올라야만 그 해를 만나는 것 또한 아니다.

백사장에 돌멩이처럼 웅크렸던 갈매기들 뱃고동보다 더 멀리 날아가는 모습과, 하염없이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에 얼마간 세상이 풀어놓은 사연 들으려는 것 또한 아니다.

산새들 지저귀며 맞이하는 아침이 일상인 산촌생활에 지겹지도 않은지 산엘 오르는 까닭 물어봐야 딱히 대답할 내용이 머리에 떠오르지도 않는 그런 나날들 속, 혹독한 추위에 몇 번이고 겨울 때맞춰 물을 길어야 자식들 입에 밥을 넣어줄 수 있어 움직이는 삶 건강한지 궁금한 게 이유라면 이유가 될 수 있겠다.

진실의 힘이 언제나 강하고 영원무궁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 진실이 최선의 삶이라 믿는 것 또한 아침 해를 맞으러 산으로 바다로 나서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 삶이 최소한 내게는 복이 아닐지라도 내 자식들 앞날엔 지대한 영향이 되어줄 것이란 확신 정도는 할 줄 아는 까닭이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아주 적다.

그러나 확신되어지지 않는 일상을 신념으로 살아가는 모습만큼은 분명히 아름답다.

무엇을 시작하거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고, 결기가 부족해 중도에 포기하게 될 때도 있다. 그러함에도 매일 무언가 새로이 시작하고 보람 풍성한 성취를 향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에 살아 생명의 소임을 다하는 것 아닌가.

과정이야 어떠하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들을 만나면 답답하다.

과정이 어그러졌는데 어찌 좋은 결과를 바랄 수 있으며, 옳은 방법이 아닌 통상적으로 가장 저급한 방법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야 세상은 혼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까닭에 결과에 연연할 필요도 없고 비록 대단한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시작 자체에 후한 점수를 주며, 과정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는 버릇을 먼저 길렀고 여전히 그 생각 변함없다.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이들이 지나온 과정을 보면 그만큼 착실하게 준비를 한 다음 시작했으며, 과정 또한 치밀하게 부족한 것을 살피며 행동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차라리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경주를 시작하는 모습이 우리 삶을 이롭게 하며,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중시하는 모습은 역사 속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명분(名分)’이다.

심지어 역사를 뒤집어 새로이 판을 짤 때도 명분을 내세우지 않던가. 명분이 옳지 못하며 성공한 혁명이라 하더라도 지지받을 수 없으며, 존재 자체에 대해 의심을 받게 된다.

원칙은 항상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하며, 윤리에 어긋남이 없어야 실패를 하더라도 존중받을 수 있다.

지금의 곤궁함을 모면하고자 현실과 타협하면 필시 윤리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될 때가 있음을 직시할 줄 알아야한다.

2014년은 우리 주변에 명분이 뚜렷하고 원칙에 충실하며 윤리적으로 선명한 이들이 넘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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