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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면서 두 개의 버버리 햇(Burberry hats)을 주로 쓰지만 어쩌다 20여 년된 미치코 런던(Michiko London Koshino)의 빈티지 햇을 쓴 일이 있다. 양주의 감악산에 갔을 때 쓴 이 모자를 보니 세월 만큼 꽤나 낡았다. 낡은 것은 낡은 느낌으로 쓰면 되지만 난 그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낡은 기분(기운)을 바꾸려고 모자를 염색하기로 했다. 

 

모든 걸 덮어버리는 색깔은 검정이다. 감추기 위한 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정의 새 물건은 빛이 난다. 그리고 세월에 따라 그 검정도 바래버린다. 미치코 런던의 빈티지 모자도 원래는 검정색이었는데, 세월 탓에 많이 바래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걸 염색할 때 다시 검정색을 쓰지 않고 검정에 가까운 다크 블루(Dark Blue) 색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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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티지 햇. 20여 년의 세월 동안 꽤 낡았다. 

 

다크 블루로 염색하고, 원래 모자의 띠 자리를 채웠던 검정색 줄을 다른 벨트에 사용하던 폴리에스터 띠로 교체했다. 아래가 그 결과물인데 거의 새 모자로 재탄생했음을 알 수 있다. 오른편엔 모자가 강풍 등에 의해 날아가지 않게 채워놓는 캡/햇 리테이너(retain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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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염색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당연히 염색제이다. 오픈마켓에 보면 다양한 피복 염료가 있다. 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아래 제품을 구입했다. 다양한 색상 중에서 다크 블루(dark blue)를 선택했다. 아마존에서는 다크 블루지만 중국에서는 이걸 심람(深藍), 즉 "깊은 남색"으로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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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개인이 직접 의류(피복)를 염색하도록 제공하는 것이기에 DIY(Do It Yourself) 표시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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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물은 이런 색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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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블을 구글 렌즈의 번역으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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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레이블의 정보를 구글 렌즈의 번역으로... 


이 염료로 염색할 수 있는 소재 중에 데님이나 캔버스가 포함되어 있어서 난 이것으로 아주 낡아버린 청바지도 염색한 바 있다. 빈티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다시 염색한 청바지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하여간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이라면 직접 염료를 사서 염색을 하시기 바란다. 색깔이 옅은 피복에는 다양한 색으로 염색하여 그걸 보는 기분을 바꿀 수 있다. 염색도 하다보면 습성이 되고, 변덕스럽게 변할 수도 있으니 그건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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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료의 색깔은 아주 다양하므로 골라쓸 수 있는데, 이렇게 염료가 병에 조금씩 담긴 여러 가지의 염료 세트도 만 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알리 익스프레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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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검정색의 모자가 바랜 것을 다크 블루로 염색한 결과를 잘 보여드리기 위해 색상이 실제와 비슷하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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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넓은 폴리에스터 띠는 등산용 벨트가 너무 길어서 잘라냈던 것을 재활용했다. 


위의 모자에서 띠를 고정하는 세로 띠는 원래 있던 그대로 두고 염색한 것인데, 그건 염색이 안 됐다. 소재에 따라 염색이 전혀 안 되는 것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염료의 레이블에 대개 염색 가능한 소재가 쓰여있으니 그걸 참조하면 된다. 

 

그럼 염색은 어떻게 하면 되나? 이런 모자는 데님(청바지 소재)이나 캔버스이므로 위의 염료가 작용한다. 그러므로 염료를 적당한 양의 물에 풀고, 거기 소금을 역시 적당량(???) 풀어 저은 뒤에 끓인다. 그리고 그 끓은 물에 모자를 담그고 적당한(?) 시간동안 담가놓은 후에 꺼내서 찬물에 세탁을 한 후 하루 정도 자연건조를 시킨 후에 사용하면 된다.

위에서 "적당"이라는 아주 모호한 단어가 나온다. 그것도 몇 차례나...ㅋ 그건 말하자면 "되는 대로"해도 염색이 된다는 걸 의미한다. 염색의 농도를 짙게 하려면 많은 양의 염료에 오래 담가놓으면 되고, 아니면 그 양을 조절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농도의 조절은 몇 번 염색을 하다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한 번 염색했던 물은 어떡하면 되나? 버리면 된다. 근데 염색공장들이 공해업체로 분류되는 걸 보면 염색용의 안료가 공해물질인 것 같으니 무조건 버리지 말고 그걸 재활용하는 것은 어떻겠나 싶다. 그래서 난 쓰고 남은 염료를 아래와 같이 식품이 담겼던 병에 담아놨다가 다시 쓴다. 실은 이걸로 청바지 염색을 했는데 제대로 물이 들었었다. 기왕이면 재활용하여 돈도 아끼고, 자연도 보호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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