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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의 지구력 훈련. 공포의 삑삑이 =

은 승 표
정형외과/스포츠의학 전문의
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blog.naver.com/kosmed

한 때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도 있었다. 체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그 중에서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은 체력의 상징. 지구력이 어떤 능력이며 운동 선수들은 어떻게 지구력을 키우고 관리하는지 알아보자.

# 지구력이란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이야기하는가?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요즘처럼 와 닿는 때가 없었다. 정말 체력과 국력은 비례한다는 생각이 든다.

단 시간 내에 큰 힘을 쓸 수 있으면 근력이 좋다고 하고, 반면 군불 때듯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는 행위를 잘 견디면 지구력이 좋다고 한다. 근력, 지구력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체력적 요소. 예를 들어 장미란 선수가 바벨을 들어 올리는 능력은 근력. 이승훈 선수가 10000 미터 마지막 바퀴에도 랩 타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지구력. 물론 그 외에도 민첩성, 순발력, 유연성, 협응력 등 다양한 체력 요소 들이 있고 모두 중요하다. 김연아 선수의 환상적인 점프는 이런 모든 능력이 합쳐져서 표현되는 종합 체력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지구력에도 2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오랜 시간 운동을 지속하려면 산소 공급이 잘 되어야 한다. 호흡을 통해 가능한 많은 양의 산소를 받아들이고, 심장이 수축하여 전신에 혈액을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 능력을 심장과 폐의 지구력이라고 해서 '심폐지구력'이라고 한다. 마라톤 선수의 경우 심폐지구력에서 기록이 결정된다. 박지성 선수를 ‘산소 탱크’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런 능력이 좋기 때문.

두 번 째는 근육이 지치지 않아야 하는데, 이 것은 ‘근지구력’이라고 부른다. 근육이 지치는 이유는 운동 중 '젖산'이라는 노폐물이 근육에 쌓이기 때문. 예를 들어 400 미터 정도 되는 운동장 한 바퀴 전력 질주로 뛰어 보면, 숨도 차지만 근육이 타는 느낌이 들어서 더 이상 못한다. 팔굽혀펴기 할 때도 마지막에 마찬가지. 이 느낌이 바로 '젖산' 때문인데, 근육이 젖산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사람마다 달라서 지치는데 차이가 나는 것. 1500 미터 빙상, 400미터 수영 같은 중거리 종목은 근지구력에서 승부가 갈린다.

# 지구력을 늘이기 위해 선수들은 어떤 훈련을 하는가?

심폐 지구력을 늘이기 위해서는 호흡을 통해 산소를 많이 받아들여야 하므로 '폐활량'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달리기, 자전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훈련 방법. 어떤 종목이든지 러닝이 빠지는 훈련 스케줄은 없다.

문제는 근지구력인데 이 것을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 근지구력이라는 것이 결국 근육이 타는 느낌을 일으키는 젖산에 견디도록 만드는 일인데, 젖산은 전력 질주 할 때 가장 많이 생성된다. 그래서 전력 질주와 천천히 달리는 구간을 반복하는 훈련을 한다. 전력질주 때 발생한 젖산을 쉬는 구간에 분해하는 연습을 반복해서, 덜 생기고 빨리 제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런 훈련을 '인터벌 트레이닝'이라고 한다.

히딩크 사단이 잘 써먹었던 '공포의 삑삑이'가 바로 전형적인 인터벌 트레이닝. 전력 질주로 왕복 달리기를 시키는데, 호각 소리에 따라 점점 쉬는 구간을 줄여서 지치게 만든다. 속된 말로 ‘뺑뺑이’ 돌려 파김치 만드는 것.

그런데 사실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면 지구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모르는 지도자는 없다. 훈련 방법이 비법도 아니다. 문제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제대로 하려면 정말 숨 넘어가기 직전까지 해야 하는데, 말이 쉽지 선수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훈련. 나중에는 호각 들고 있는 트레이너를 죽이고 싶을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훈련 한 것.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하향세를 보이는 고참 선수들이 꾀를 피우면서 인터벌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히딩크가 한 일이 바로 이런 선수들을 용납하지 않은 것. 스타라도 똑 같이 훈련시키고, 체력적으로 못 따라 오면 가차 없이 탈락시키니까, 살아남기 위해 꼼짝 없이 따라 했고, 그 것이 연장전에서도 한 발 더 뛸 수 있는 지구력을 만들어 낸 것. 거기서 살아 남은 대표적인 예가 안정환 선수.  

인터벌 트레이닝은 혼자서는 절대로 못한다.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고, 저승사자 같은 독종 트레이너가 들들 볶고, 같이 죽을 고생 하는 동료들이 옆에 있어야 가능한 훈련. 해병대 PT 도 일종의 인터벌 트레이닝. 인터벌 트레이닝을 같이 하다 보면 팀웍도 좋아진다. 해병대 훈련 마치면 서로 울면서 격려.

# 장거리 종목 선수들이 인터벌 트레이닝이나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훈련은 왜 하는가? 1000 미터 빙상이나 마라톤 선수도 달리기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장거리 지구력 경기도 결정적인 순간에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근력 및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이승훈 선수의 마지막 스퍼트, 안정환 선수의 이탈리아전 연장 결승골 등이 좋은 예. 그리고 모두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그런 근력을 발휘하려면 경기 전반에 걸쳐서 버텨 준 지구력이 필요. 그래서 마라톤 선수들도 인터벌 트레이닝을 중요시 한다. 레이스 마지막에 나오는 언덕. 이 것을 넘어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선수들은 다양한 훈련을 경험해야 하는데, 특히 어린 선수들은 성장기에 너무 한 가지 종목의 훈련만 고집하면 안 된다. 이승훈 선수의 숏트랙 선수 경험이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효과를 보았던 것, 양용은 선수가 보디빌딩을 했던 경험이 골프에 뒤늦게 도움을 준 것이 좋은 예. 양용은 선수가 어렸을 때부터 골프 스윙만 연습했다면 현재와 같은 단단한 근육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운동 선수들에게는 남 다른 경험이 끝에 가서는 승부수가 될 수 있다.

# 일반인들이 지구력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인터벌 트레이닝 같은 지구력 훈련 하면 근육의 양보다도 톤이 좋아진다. 또 근육이 활성화 되어 체지방 소모도 늘어난다. 결국 근육에 탄력이 붙고 군살은 빠지기 때문에 늘씬한 다리 만들기 위한 훈련으로 최고의 방법. 또 심장이 강해지므로 장수를 위한 필수 훈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인터벌 트레이닝을 개인적으로 하기가 어렵다는 것. 혼자서 기절할 때까지 왕복달리기 하려면 맨 정신에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전력 질주가 반복되는 구기 종목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아주 좋은 종목이 아이스하키. 하키 시합을 뛰다 보면 중간에 전력 질주 구간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터벌 트레이닝이 된다. 처음에는 다들 힘차게 시작하는데 중간 휴식 시간에 대기실에서 보면 모두 조용해진다. 숨 넘어 가기 직전의 모습. 인터벌 트레이닝을 자발적으로 제대로 하고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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