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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들의 체형, 챔피언은 타고나는가? =

은 승 표
정형외과/스포츠의학 전문의
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blog.naver.com/kosmed

장미란, 김연아 모두 세계 최고의 운동 선수들인데 보다시피 체형은 종목마다 엄청나게 다르다. 그런가 하면 하승진, 김승현 선수처럼 같은 종목 선수들인데도 차이가 난다. 종목 마다, 포지션 마다 필요한 신체 조건이 있는 것 같은데,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으로 달라진 것인지도 궁금하다.

# 운동 종목에 따라 필요한 신체 조건이 어떻게 다른가?

신체 조건이라 하면, 크게 키, 몸무게, 다리 정렬 등의 체격을 이야기하는데, 농구, 배구 등의 종목에서 일단 장신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키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무게 중심이 낮게 깔려야 하는 레슬링, 유도 등 투기 종목이나 역도 등의 파워 종목은 하체가 너무 길면 오히려 불리하다. 자세를 낮추었을 때 허벅지, 종아리가 길면 무릎과 엉덩이 관절이 중심에서 멀어진다. 그 결과 순간 파워가 떨어지고 중심 유지가 어려워서 몸 싸움 중 쓰러지기 쉽다. 무릎 관절의 경우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한마디로 이런 종목은 숏다리에게 유리. 단신이 유리한 분야도 세상에 널려 있으니 루저라고 실망할 필요 없다.

한편 승마 기수들은 체중이 적을수록 유리하고, 씨름 선수들은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유리하다. 스키, 스케이트, 수영처럼 직선으로 주행하거나 규칙적으로 체중 이동이 중요한 종목은 다리의 정렬 상태가 가지런한 일자 다리가 절대 유리. 이런 사람들은 남들보다 훨씬 빨리 배우고 잘 탄다.

이처럼 종목에 따라 유리한 신체 조건이 있다 보니까, 최고 수준의 엘리트 선수들을 모아 놓고 보면 비슷한 체형인 경우가 많다.

그런가 하면 다양한 신체 조건의 선수들이 공존하는 종목도 있다. 예를 들어 축구의 경우, 메시가 169센티, 마라도나 168센티, 반면 잉글랜드 크라우치는 198센티, 같은 팀의 오언이 173센티. 모두 뛰어난 골잡이들이지만 각양 각색. 축구가 다양한 운동 능력이 요구되는 것을 시사하는 것. 골은 넣기 위해서는 신장 이외에도 파워, 빠른 민첩성, 판단력 등 여러 중요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키가 작아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

# 신체 조건이 일단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될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속담처럼 챔피언은 신체 조건을 타고 난 것인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열심히 운동해서 만들어 진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최고의 선수가 되려면 어느 정도는 타고 나야 한다고 본다. 키나 상하체의 비율 등의 기본 체격은 선천적인 면이 크기 때문이다. 하승진 선수의 키에서 나오는 경기력은 역시 키 큰 부모님을 만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키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하면서도 선천적인 신체 조건이 있는데, 바로 근육 세포의 구성이다. 사람의 근육 세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서. 지구력 쪽에 강한 ‘지근’과 파워에 강한 ‘속근’으로 나눈다. 이 근육 세포의 비율이 태어날 때부터 사람마다 다르고, 이것이 체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100 미터 달리기 선수와 마라톤 선수의 근육을 보면 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샤인 볼트나 타이슨 게이 선수의 몸은 보디빌더를 연상케 하는 근육질. 이 선수들의 근육을 현미경으로 보면 ‘속근’의 비율이 깡 마른 마라톤 선수들보다 월등이 높다. 단거리에는 최고인 볼트라도 만일 마라톤 시합에 내보내면 완주도 어려울 것. 물론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겠지만, 이런 근육의 구성 비율 등은 근본적으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세계 챔피언이 되려면 선천적인 면이 중요하다는 것.

이런 점에서 박태환 선수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베이징에서 금메달 딴 종목이 자유형 400 미터. 파워, 지구력이 모두 필요한 일종의 중거리 종목인데, 200미터에서는 은메달, 1500 에서는 탈락했다. 근육이 단거리 쪽에 더 어울린다는 이야기. 심지어는 단거리와 중거리도 쓰이는 근육, 에너지 대사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특히 올림픽처럼 난다 긴다 한 선수들이 다 모이는 경기에서 단거리와 장거리를 모두 목표로 하는 것은 무리. 펠프스도 8관왕 했을 때 보면 모두 100미터에서 길어야 400미터의 단거리, 중거리 종목이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이미 검증된 400미터 자유형에 맞추어 집중적으로 근육을 훈련 시키고, 여력이 있다면 200미터 정도에 욕심을 부려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 그러면 최고의 선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 좋은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를 뽑아 키워야 하지 않는가?

일리가 있는 생각. 운동이든 공부든 조기 교육이 중요. 하지만 여기에는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성장기의 아이들은 워낙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어떻게 변할 지 사실 아무도 모른다는 것. 심지어 요즘 유전자 검사로 아이들의 적성을 평가해서 진로를 정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격.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검사로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공부든 스포츠든 몇 가지 수치로 평생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

예를 들어 초등학교 때 키가 커서 농구 선수 시키기로 작정을 했는데, 이 아이가 조숙증 때문에 일찍 자란 경우라 더 안 클 수도 있다. 반면 키는 작지만 근력, 순발력 등이 뛰어나서 성공할 수도 있는 일.

따라서 어렸을 때에는 다양하게 운동을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다 보면 소질이 있어서 잘하는 종목이 생길 것이고, 그런 운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거기서 또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은 따로 모아서 엘리트 선수 교육을 시키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걸러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니다 싶으면 빨리 다른 진로로 전환해야 고생 덜 한다. 운동으로 성공할 확률은 공부나 기술로 성공할 확률보다 훨씬 적다.

# 일반인들도 운동 선수들과 같이 멋있는 몸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른 체형을 만드는 방법은?

부모님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것 중 운동 상식 중 하나. 레슬링, 체조, 역도 등 근력을 주무기로 하는 선수들을 보면 대개 키가 작다. 그래서 이런 운동 하면 키 안 크니까 하지 마라는 식으로 오해를 하는 분들이 많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이런 종목은 팔 다리가 짧은 체형이 유리하기 때문에, 선수로서 살아 남은 사람들만 보면 키가 작은 것이지, 그 운동을 해서 키가 작아진 것이 아니다. 길쭉한 사람들은 이미 중도 탈락했기 때문에 안 보이는 것. 따라서 건강 증진 목적이나 취미로 이런 운동을 즐길 때에는 전혀 상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적당히 성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곧은 다리를 만들기 위한 비법. 종목을 막론하고 운동을 잘 하는 엘리트 선수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다리의 정렬 상태가 좋다. 특히 직선 주행을 많이 하는 스케이트, 스키, 수영 등의 운동은 곧은 다리를 가진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유리. 역으로 보았을 때, 성장기에는 정렬 상태가 많이 변하므로, 성장기에 이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이 예쁜 다리를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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