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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포함한 운동 중 보호 장비의 ‘의무 착용’ 문제는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일단 운동 중 발생하는 각종 위험 요소를 ‘inherent risk(피할 수 없는 위험)’과 ‘avoidable risk(미리 알고 대비하면 예방할 수 있는 위험)’으로 나누었을 때, 경계가 어디 까지냐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피할 수 없는 위험은 상식 수준에서 조심하고 발생한 부상에 대해서는 감수하면 되지만, 피할 수 있는 위험은 강제력을 동원해서 막아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한계 설정에는 예측할 수 없는 수 많은 변수들이 운동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학적 계산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거기에 안전 장비의 착용 이후 발생하는 ‘false sense of security’(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사고 빈도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로 인한 역효과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스키장에서 측정한 스키어들의 평균 속도는 시속 40킬로를 넘어갑니다. 헬멧을 써도 펜스나 나무 등에 정면 충돌하면 죽을 사람들이 태반인 것이죠. 결국 스키장에서 헬멧의 효과로 목숨을 구한 사람들은 헬멧 보호 효과의 한계 속도로 알려진 시속 32킬로 이하의 저속에서 뇌 손상을 일으킬 정도의 심한 충격을 받은, 극히 일부분의 경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속 32킬로라는 수치 역시 헬멧을 씌운 더미 및 사체를 이용한 생체역학 실험 상 산출된 내용입니다. 다양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부상을 모두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 언급하신 대로 정면 충돌이 아니거나 설 면에 부딪히는 등의 상황에서는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시켜 부상의 정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시속 100킬로를 넘나드는 고속 스킹을 해야 하는 레이서들은, 시속 32킬로 이상 속도에서의 사망 사고는 막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는 언제 뭐가 떨어질지 모르는 공사장을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현장 근무자들이 헬멧을 써야 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모든 스키어에게 헬멧을 의무적으로 착용시킨다면, 통계적인 예측으로는 스키장에서 머리를 다쳐 사망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늘어날 것입니다. 물론 그 숫자 이상의 스키어들이 헬멧으로 인해 목숨을 구할 지도 모르는 일이죠. 어쨌든 안전 분야에서 하드웨어 착용의 강제성을 결정할 때, 단순히 실험적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도 안되지만, 역으로 감정이 개입한 직관에 의존해서는 더욱 안 된다는 것이며, 그 동안 운동 현장에서 벌어졌던 여러 가지 선례 들이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0 여 년 전 우연히 발생한 유명 인사들의 스키장 사고로 인해 스키장에서 헬멧 의무 착용 문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간 10여 건 정도 일어나는 스키장에서의 두부 손상으로 인한 사망 사고 중 헬멧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를 다쳐 죽었던 스키어가 역으로 헬멧을 썼으면 살았었겠느냐는 질문에 회의적인 의견들이었습니다. 이런 이유에 헬멧을 모든 스키어에게 착용시키는 경우, 비용 대비 효율성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때 맞추어 헬멧 회사들의 로비가 드러나면서, 뉴저지 주에서 상정되었던 헬멧 의무 착용 조항이 결국 백지화 되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습니다. 스키장에서 헬멧이라는 훌륭한 기구를 착용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습니다. 또 착용을 권장하는 캠페인은 환영하지만, 안 쓴 사람을 비난한다면 그 역시 오버라는 생각입니다. 역시 안전 스킹은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



>안녕하세요. ^^
>
>오래간만에 은박사님께 글을 여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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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의 글을 애독하다가 예전에 본 문구가 있었는데, 최근 다시 헬멧 사용에 대한 얘기가 많이 올라오면서 그게 생각나서 찾아 보았습니다.
>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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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상식'과 '실제 상황'간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안전 기구의 사용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그 이유를 'false sense of security'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안전 불감증'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
><u>헬멧의 완충 효과에는 한계가 있어서, 32km/h 이하의 저속의 충격에만 유효하다. 하지만 스키 사망 사고는 대부분 40km/h 이상의 속도에서 벌어진다. 스키 타다가 죽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헬멧을 썼어도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스키장에서 두부 손상으로 사망한 환자들의 헬멧 착용 비율은 다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오히려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u>
>
>문제는 헬멧 착용 이후, 마음 가짐에서 발생한다. 안전하다는 착각에 빠져 위험한 행동을 더 많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의 빈도는 늘어나는 것이다. 마치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고개도 못 들던 병사가, 철모 하나 씌워주자 혼자 '돌격 앞으로' 하는 상황과 비교할 수 있을까.
>
>이처럼 헬멧은 안전 수칙을 지키겠다는 마음 가짐 하에 착용한다면 부상의 정도를 줄여줄 수 있는 훌륭한 기구이다. 하지만 헬멧이 마징가 제트처럼 몸을 날려 무모한 자신을 보호해주리라는 '보디 가드'의 역할을 기대하고 착용한다면 더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안전 기구가 사고가 났을 때 부상 정도를 약간 줄여줄 지는 모르지만 사고 자체를 막지는 못하며, 오히려 사고를 더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안전을 위해서는 '하드웨어(헬멧)' 보다 '소프트웨어(마음가짐)'가 훨씬 더 중요하며, 기구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b>
>
>
>
>물론 이 문단의 요지는, 헬멧을 착용한 집단에서 사고가 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핼멧 착용군과 대조군의 사망 확률이 역전되어 보인다는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
>그런데 찜찜한 부분은, '32km/h 이하의 저속의 충격에만 유효하다. 하지만 스키 사망 사고는 대부분 40km/h 이상의 속도에서 벌어진다' 라는 부분입니다.
>
>이 부분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보통 고속의 경기 스킹을 위해 쓰는 헬멧의 경우 의미가 없다는 극단적인 얘기까지도 되는데요.
>
>
>활강 속도를 그대로 살린 정면의 충격 외의 비스듬하게 펜스에 부딛히는 경우라든가 넘어지면서 설면에 부딛히는 경우 등에 운동 벡터는 비교적 저속에 해당한다고 해도, 이 문장의 의미가 걷도는 느낌이 계속 남아 있습니다.
>
>이 부분 설명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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