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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2001.06.20 14:18

표현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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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목 : 표현하지 않는다면... / 박순백 - 2001-06-20 14:18:19  조회 : 3688

 

표현하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다.
불의를 알고도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는 거짓된 삶을 사는 사람이다.
앙가주망의 정신을 버린 사람들은
겁쟁이들이다.
잘못임을 알면서도 그런다면
그는 가짜 지식인이다.
잘못인 줄도 모르면서 지켜보고 있다면
그는 바보다.

표현도 마찬가지다.
마음에만 두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게 사랑이건, 미움이건, 무관심이건...
이 모두가 표현되지 않는다면
그건 애당초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건,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건,
부모에 대한 사랑이건,
가족 이외의 모든 사람에 대한 감정이건...

표현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쥐어 줘야 더 잘 알 수 있는 존재이기에...

표현되지 않아도 알 수는 있다.
하지만
표현되지 않는 것에 대한 확신은 없다.
굳이 표현하지 말라는 궤변도 있다.
표현하면 안 된다는 조언도 있다.
다 부질없는 짓이다.

드러내야 한다.
드러내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표현해야 한다.
표현하는 건 수치스러운 게 아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이려는 게,
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게,
뭐가 이상한가?

사랑하면서도 그걸 자중하는 체
숨기는 게 이상한 일이다.
사랑은 표현할 때 아름답다.
감춰 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아름답고 빛나는 것인데,
그걸 감추면 그 아름다움이 안 드러나고,
그 빛이 죽기 때문에...

지연이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던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마음껏 딸아이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던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리하여 난 남은 일생을 후회할 일에서
벗어났다.
그 애에 대한 내 애틋한 사랑을
표현하느라 난 별 유치한 짓도 마다 않는
아빠였으므로...

그런 사랑을 표현할 때,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그 애는
담담했지만,
무척 기뻐했었더란다.
그 말을 전해 듣고
난 참 장한 일을 했다는
그런 안도감을 가졌었다.

참으로 옳은 일이었다.
사랑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것은...
표현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님을
그 애가 가기 전에 알았던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던 들,
표현하려고 해도 그걸 표현할 대상,
내 딸이 떠난 지금과 같은 시점이었더라면
그 한없는 후회를 어찌할 뻔 했단 말인가?

지연아, 고맙다.
내게 그런 기회를 주어, 정말 고맙다.
그걸로도 넌 내게 큰 효도를 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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