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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파주 화석정에 간 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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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목 : 다시 그런 날들이 돌아와... / 박순백 - 2001-07-03 12:56:03  조회 : 2267 


다시 그런 날들이 돌아와...

항상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로
시작하던 아침이 있었다.

가슴을 벅차게 했던 기대감들로
아침잠을 설치던 날들이 있었다.

그게 내 삶의 원천이었다.
벅찬 가슴으로 일어나
뛰는 마음을 진정하며,
하루를 시작했었다.

가슴이 벅차 오르면
그걸 가눌 수 없어 힘들곤 했다.
그런데 그같은 가슴 벅참과
슬픔으로 답답한 가슴이
별로 다를 게 없다.

마냥 가슴이 답답한 이 즈음.
답답해 하다 깨어나면
예전과 같은 새벽이 아니다.
그렇게 회색빛의 하루가 시작되고,
암울한 듯, 무채색의 하루가 간다.

"워낙 강한 분이라
잘 버티시리라 생각했는데,
만나 뵈니 그분도...
그저 평범한 아버지더군요."
집에 왔던 동호회분이 쓴 글.
그런 글귀가 있었다.

강해 보이려 노력한 적이 없으나
전엔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나 보다.
딸의 죽음을 두고
강할 수 있는 아버지가 있겠나?
평범한 아버지의 아픔을 보여 준 게
오히려 다행스럽다.

난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있는 대로 솔직하고 싶다.
강한 체 하고 싶지 않다.
도저히 강해 질 수 없으므로...

아직도 아픈 마음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잊게 된단다.
지금 같아선 그럴 리 없겠으나
분명 잊게 되리란다.

그러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내가 널 잊을 수 있다면...
따라 죽을 수 없었으니,
그 아픔을 삭일 수 없으니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

잊을 수 있다니,
내가 널 잊을 수도 있으리라니...
꿈같은 일이다.
그런 꿈같은 일이 일어나
어느 날 문득,
내가 널 잊고 살았다는 게 아픔이 되고,
내가 너를 향해 그런 죄의식을 느끼는
그런 날이 오게 되기 바란다.

그런 게 인간의 삶이라면,
그런 삶이 내게 주어지길 원한다.
오히려 그럴까 봐 걱정되는
그런 때가 온다는 게 슬프지.

그런 마음이 들어 연(娟)이에게
미안한 날이 있겠지...
그래도 슬퍼 말아라.
그렇게 아빠의 모습을 되찾게 되길,
너도 빌어 주렴.

다시,
기대감에 벅차 새벽잠을 못 이루는
아빠의 그런 나날이 되돌아오기를...

 



- 오늘 지연이 엄마가
동회에 갔다 왔다고 한다.
이제 지연이가
우리 가족과 함께 하지 않음을
서류 상으로
증명해야 했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 없는 일도
사회의 구성원이라서
해야만 한다니...

그런 일도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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